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214)
회귀한 용병은 다 계획이 있다-214화(214/269)
214화 만들고 싶은 게 하나 있다. (2)
지셀은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그게 필요하다는 것만 알지. 그러니까 빨리 연구를 해서 방법을 찾아. 개념만 알면 할 수 있는 거야.”
알포이는 바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아니, 공사장 먼지도 지겨웠는데 이제는 닭이랑 실랑이하라고? 냄새나서 싫은데! 마법까지 알려 달라고!’
짜증이 난다. 세상에 부화기 따위를 연구하는 마법사가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그런 천한 일은 다른 기술자들이 해야지!
화가 나서 따지려고 할 때, 클로드가 먼저 나섰다.
“듣고 보니 연구에 성공만 한다면 가능할 거 같긴 합니다. 그런데 꼭 지금 해야 하나요?”
“왜?”
“가축이야 시간이 지나면 늘어납니다. 분명 고기 수급량도 같이 늘어나겠지요. 하지만 마법사들이 빠지면 다른 일들의 일정이 늦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인부들을 더 모아서 해. 급한 부분은 어느 정도 해결된 상태니까.”
“식량은 넘쳐나서 굶는 사람이 없는데 그렇게 급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까? 만약 실패하면 시간만 날리게 되는 건데요.”
“필요해. 고기를 잘 먹어야 모든 병사와 영지민들이 강인해질 수 있거든. 육포로 전투 식량도 대량으로 만들 수 있고.”
“그럴 바에는 그냥 무기나 더 만드시는 게?”
“쓰는 놈이 잘 써야 무기지.”
“끙…….”
클로드는 앓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저었다.
예전 같았으면 무조건 반대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분명 영주가 된다고 했으니 되긴 될 것이다.
‘여전히 개념만 가져온 반쪽짜리 지식 같기는 하지만……. 저렇게 확신하는 걸 보면 뭔가 있긴 있다니까.’
클로드와 다르게 드워프인 갈바릭은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였다.
‘기술도 기술이지만, 영주가 진짜 뛰어난 부분은 저 발상과 개념이지. 부화기는 생각도 안 해 봤는데 그럴듯해. 아, 나도 고기 많이 먹고 싶다. 다른 곳에 있을 때는 많이 먹었는데.’
어쨌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고기 수급은 급한 일이 아니었다. 그보다도 더 우선순위인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일어날 전쟁을 대비하려 하는 지셀로서는 모든 기준이 영지의 전력을 강화하는 데 맞춰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말린 곡물보다는 육포가 보급도 더 쉽고 열량 확보 효과가 뛰어났다.
클로드가 납득하고 넘어가려는 듯하자 알포이가 다시 따지려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바네사의 말이 한 박자 더 빨랐다.
“해 볼게요! 온도 조절 마법은 어렵지 않으니, 습도 관련 마법만 연구해 보면 될 거 같아요. 성공만 한다면 분명 고기가 넘쳐나고 사람들이 좋아할 거예요!”
바네사의 표정에는 의욕이 넘쳐흘렀다.
그녀는 언제나 영지에 도움이 되고 싶어 했다. 지셀에게 입은 은혜를 갚고 싶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영지가 발전할수록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게 뿌듯해서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힘들게 살아온 그녀였기에 누구보다도 사람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컸다.
바네사까지 저렇게 나오니 알포이는 열었던 입을 닫았다. 어차피 해야 한다면 자존심이라도 지켜야 했다.
“뭐……. 정 필요하다면 내가 해결해 보도록 하지. 포기하지 않는 불꽃 남자 알포이 님께서 말이지.”
머리를 쓸어올리며 잘난 척을 하자 사람들은 이번에도 영혼 없는 박수를 보냈다.
마법사들이 잘해 줘야 자신들에게 오는 일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대충 상황이 정리된 걸 확인하고 지셀은 클로드에게 다른 지시를 내렸다.
“가장 크고 튼튼한 닭들끼리만 교배해 봐. 조금이라도 종을 개량해 보자고.”
“음……. 알겠습니다.”
“그리고 드워프들은 마법사들의 연구가 끝나면 바로 부화기 개발을 도와주고.”
갈바릭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우리는 왜? 우리는 지금 신소재 개발에 전념하고 있지 않소이까?”
“마법사들이 개발한 마법에 맞춰서 섬세하게 설계하려면 드워프들이 우선 작업해야지. 안 그래? 하나만 제대로 만들면 돼. 그러면 다른 기술자들이 배워서 그대로 따라 만들 수 있을 테니까.”
“끙…… 알겠소이다.”
어차피 안 한다고 해 봤자 안 통한다는 걸 알기에 갈바릭은 벌레 씹은 표정으로 수긍했다.
그렇게 반강제적으로 마법사들과 드워프들이 새로운 일을 할당받았다.
“자, 이번에도 빨리 움직이자고. 무조건 되는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밀어붙여.”
지셀의 말에 일이 늘어난 마법사들과 드워프들이 풀 죽은 얼굴로 나갔다.
다행히 일이 더 늘어나지 않은 다른 사람들은 무척이나 안도한 얼굴로 자리를 떴다.
* * *
새로운 부화기의 개발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지셀은 그사이에 다른 급한 일을 처리할 생각이었다.
바로 눈앞에 있는 인물에 관한 문제였다.
“영주님, 저 언제 보내 줄 거예요? 아직도 돈 다 못 깠어요? 일 도와주면 보내 준다고 했잖아요.”
피오테가 지셀의 집무실로 찾아와 시무룩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는 이곳에서 무한 포션으로 맹렬히 활약하고 있었다.
덕분에 모든 업무 속도가 몇 배는 더 빨라졌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물론 평생 편하게만 살다가 여기서 죽어라 굴려지는 피오테로서는 정말 죽을 맛일 것이다.
지셀은 그의 분홍색 머리에 시선을 두고 잠깐 생각에 잠겼다.
‘흠……. 아무리 봐도 평범한 사제가 아니야.’
음흉한 속을 숨기고 있다거나, 정체를 감추고 있다거나 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확실히 다른 사제들과는 차별화되는 특성이 있었다.
‘신성력이 너무 빠르게 늘어나는데?’
신성력은 쉽게 늘어나지 않는다. 타고나는 부분이 컸다.
늘어도 아주 조금씩 늘어날까 말까 할 정도이고, 그냥 신성력을 쓰는 데 익숙해질수록 효율이 높아질 뿐이다.
그 원리와 구조는 아무도 모른다. 신성력을 타고난 이는 자연스럽게 사제가 되기 때문에 사실 신앙심과도 큰 상관이 없었다.
‘착한 짓을 한다고 신성력이 막 늘어나는 것도 아니라고 들었는데.’
이미 오랜 시간 검증되어 온 사실이었다.
선한 일을 해도, 교리를 엄격하게 따르며 살아도 신성력의 양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그렇다 보니 모든 사제가 선하지는 않았다. 그저 교리와 체면 때문에 착한 척을 할 뿐.
그런데 피오테는 눈에 띌 정도로 신성력이 늘어나고 있었다. 본인은 매일매일 바닥날 정도로 써서 잘 모르고 있는 거 같지만.
‘점점 더 무한 포션에 가까워지는구나. 보내기가 아까워져.’
어차피 본래도 더 오래 붙잡고 있다가 보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욕심이 생겼다.
처음에는 매일같이 울고불고하며 보내 달라더니, 요즘은 그런 행동도 꽤 뜸해졌다.
그 생각에 이른 지셀은 살짝 피오테를 떠보았다.
“그래. 그러면 언제 가고 싶은데? 지금 당장 보내 줘? 호위도 붙여 줄게.”
“넷?”
갑작스러운 제안에 피오테는 깜짝 놀랐다.
오늘도 안 보내 줄 줄 알면서 그냥 평소처럼 졸라 봤을 뿐이다. 평생 안 놔줄 거 같았는데 갑자기 저런 말을 하다니!
당연히 지금이라도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내가 돌아가면…… 여기 있는 사람들이 힘들어질 거야…….’
솔직히 너무 힘들다. 지금이라도 도망가고 싶다.
그런데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이곳에는 너무나 많았다. 아프고 힘든 사람들을 생각하자 섣불리 떠난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신전 밖은 정말 지옥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자 눈을 돌리고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
그는 진심으로 여신의 긍휼함을 배운 사제였기 때문이다.
우물쭈물하는 피오테를 보며 지셀이 살며시 미소 지었다.
‘역시 아직 때가 덜 묻었단 말이야.’
어렸을 때부터 교리만 공부하며 밝게 자랐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만큼 순진하고 여렸다.
만약 조금만 더 늦게 만났다면 보통 사제들과 별다를 게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피오테가 작게 웅얼거렸다.
“조금만…… 더 도와드리고 갈게요.”
“그래, 잘 생각했어.”
피오테는 풀이 죽은 얼굴로 다시 사람들을 도우러 움직였다.
그가 집무실을 떠나자마자 지셀은 바로 책상에서 종이를 한 장 꺼내며 웃었다.
“그렇게 여기에 있고 싶어 하는데 내가 도와줘야지. 이렇게 배려심이 깊다, 내가.”
지셀은 바로 정성스럽게 편지를 하나 쓰기 시작했다.
[친애하는 쥬아나 교단의 포리스코 주교님께.……안타깝게도 저를 도우러 오셨던 여신 쥬아나의 사제 피오테 님은 적 마법사의 파이어볼 공격에 26번이나 정통으로 피격당하여……. 시체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이에 본 영주도 안타까움을 금하지 못하는바…… 심심한 사과를 드리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포리스코 주교는 피오테의 직속상관이자 이곳으로 보낸 장본인이다.
편지를 쓰던 지셀은 문득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중얼거렸다.
“26번은 너무 많은가? 못 버티려나?”
어지간한 기사도 파이어볼을 정면으로 26번이나 맞으면 피곤죽이 되어 버릴 것이다.
아무리 신성력이 방어에 특화되어 있다고 해도 지셀의 기준은 너무 높았다.
애초에 그걸 계속 맞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음, 이건 아닌 거 같아.”
지셀은 곧 쓰던 편지를 찢어 버렸다.
죽었다고 하고 강제로 구금시키는 건 그가 제법 선호하는 방식이긴 하지만, 꽤나 뒤끝이 남는 일이었다.
다른 놈이면 몰라도 아무 잘못도 없는 저 순하디순하고 착한 피오테에게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미 몇 달이나 잡아 둔 상태다. 더 이상 시간을 끌면 쥬아나 교단에서 사람이 찾아올 것이다.
그런 상황이 오면 피오테는 강제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흐음, 친왕파 쪽에 부탁할 수도 없고.”
교단은 마탑보다 더욱더 폐쇄적이고 권위적이다. 어느 왕국도 함부로 하지 못할 정도였다.
만약 공작가와 대립하고 있는 친왕파의 귀족들이 교단을 압박한다면 더 큰 문제만 초래할 뿐이다.
애초에 그런 부탁은 브랜포드 후작도 거절할 확률이 높았다.
“그렇다면 깔끔한 방법은 단 하나뿐이지.”
바로 교단에서 스스로 피오테를 보내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조만간 수도에 가야 할 일이 있었는데, 이번 기회에 한꺼번에 다 처리하면 될 거 같았다.
지셀은 바로 로웰을 호출했다. 이놈도 클로드 못지않게 잔머리를 잘 굴리고 수작질도 잘한다.
로웰이 오자마자 지셀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너, 나랑 같이 수도에 좀 갔다 와야겠다.”
“네? 지금요?”
“그래. 이번에 가는 화장품 상단하고 같이 움직이자.”
“무슨 일인데요?”
지셀은 손짓으로 로웰을 가까이 부른 뒤 몇 마디 귓속말을 건넸다.
듣고 있던 로웰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몇 번 고개를 끄덕인 뒤 답했다.
“알겠습니다. 바로 출발 준비를 하겠습니다.”
“좋아, 빨리 갔다 오자고.”
지셀과 로웰은 바로 짐을 챙겨 수도로 향했다.
이번에는 딱히 수도에 가는 데 반대하거나 따라오는 사람은 없었다. 화장품 납품도 펜리스 영지의 중요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전쟁도 끝났으니 겸사겸사 친왕파 귀족들을 만나러 가는 것이겠거니 하고 다들 넘어갔다.
브랜포드 후작가로 가는 화장품 상단이라 호위는 든든할 정도로 많았기에 걱정할 일도 없었다.
지셀이 직접 화장품을 가지고 오자 로잘린은 깜짝 놀랐다.
“남작님이 직접 오실 줄은 몰랐어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전쟁을…….”
그녀가 잔소리를 시작할 듯하자 지셀이 바로 말을 끊었다.
“사람들을 보내 주신 건 감사했습니다. 잘 쓰고 있습니다.”
“잘 쓰다니, 그 사람들이 아직 펜리스에 있나요?”
“네, 그분들 마음씨가 참 곱더라고요. 그냥 가기는 미안하다고 영지 일을 몇 년 도와주고 가겠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일부러 안 찾으셔도 됩니다.”
그 말에 로잘린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잠깐 일을 도와줄 수는 있다. 그런데 몇 년이라고? 어떤 놈이 미안하다고 무료 봉사를 몇 년씩이나 한다는 말인가? 그것도 10명이 전부?
“사제님도 혹시 같이 계신 건가요? 아, 자세한 얘기는 안에서 나누도록 하죠. 가뭄을 예측하신 것도 그렇고 그간 궁금했던 점이 많아요.”
“아뇨, 지금은 바빠서요. 나중에 다시 올게요. 대금은 확실하죠?”
‘이 새끼는 진짜 나랑은 돈 얘기 말고 할 게 없나?’
로잘린은 맥이 쑥 빠졌다. 수도에서는 전쟁 때문에 난리가 났었는데, 정작 전쟁을 일으킨 본인은 그냥 가볍게 산책 갔다 온 느낌이다.
여기서 그 난리를 피웠던 게 한심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촤르륵.
로잘린은 사납게 치켜뜬 눈만 남기고 부채로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
“돈은 확실하거든요! 제가 뭐 떼먹는 사람처럼 보여요?! 사람을 어떻게 보고!”
“아, 왜 화를 내고 그래요. 그냥 버릇입니다, 버릇. 크흠흠, 성격 여전하시네. 그럼 다음에 올게요.”
지셀은 줄행랑을 치듯이 자리를 떠나 버렸다. 로잘린은 한참을 씩씩대다가 입맛을 다셨다.
“내가 그렇게 별로인가?”
하긴 치료받을 때 어마어마하게 성질을 부리긴 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거의 미친년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었다.
그래도 그렇지, 레이디에 대한 예절은 여전히 엉망이다. 수도의 다른 공자들과 기사들의 반만 닮았어도 좋으련만.
“뭐, 저런 게 잘 어울리기는 하네.”
자조적인 웃음을 내뱉은 로잘린은 고개를 몇 번 젓고는 저택으로 돌아갔다.
지셀은 그대로 메리엘을 찾아갔다. 그녀도 로잘린처럼 반가워하며 이것저것 물으려 했지만, 바쁘다는 지셀의 말에 용건만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포리스코 주교님을 만나고 싶다고?”
“네. 귀족이라도 만나기 힘들다고 하니 최대한 빠르게 만남을 주선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래, 뭐…… 동생 부탁이니까 바로 약속을 잡아 보도록 할게. 며칠만 기다려 봐.”
기다림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메리엘 덕분에 지셀은 쉽게 쥬아나 교단의 주교와 만날 수 있었다.
상석에 앉은 포리스코 주교가 거만한 표정으로 지셀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살이 뒤룩뒤룩 올라 움직이기도 힘들어 보였다. 피오테와는 이미지가 너무나도 달랐다.
“그래, 무슨 일로 날 보자고 했소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