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244)
회귀한 용병은 다 계획이 있다-244화(244/269)
244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겠다. (2)
‘펜리스 화살 배송? 그게 뭔데?’
‘미치겠네. 저번에도 화장품에 이상한 이름을 붙이더니.’
‘저 작명 센스라도 어떻게 좀 안 되나?’
사업이 어떤 내용인지를 떠나서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어지러웠다. 가신들이 입만 벌리고 바라보자 지셀은 굳히기에 들어갔다.
“왜? 뭐? 어때서? 이름은 직관적이어야 사람들이 쉽게 안다니까? 그래야 한다니까? 저번에 화장품 이름은 귀족들이 쓸 거라 내가 양보했잖아. 안 그래?”
지셀은 귀족으로 산 기간보다 용병으로 산 세월이 훨씬 길다. 당연히 쓸데없이 화려한 미사여구보다 빠르고 직관적인 이름을 선호할 수밖에 없었다.
나름 야심 차게 지은 ‘러블리 블링블링’을 놓친 건 지금도 조금 아쉽다. 그때는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 안 좋았고 어차피 귀족들만을 위한 사치품이라 참고 넘어갔지만, 이번엔 양보할 수 없었다.
듣고 있던 클로드가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서 그 화살 배송이 뭡니까? 뭔지 대충은 짐작이 가긴 하는데 어떻게 하실 건지 정확히 말씀해 주시지요.”
“간단해. 사람들의 서신이나 물품을 배송해 주는 사업인 거지.”
“오…….”
“각 도시와 마을에 ‘전보소’를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약간의 수수료를 받고 서신과 물건을 안전하게 배송해 주는 거야. 최종적인 목표는 도로가 연결된 모든 도시와 마을에 전보소를 만드는 거지.”
“으음…….”
현시대에 일반인들이 먼 친척이나 누군가에게 서신과 물건을 보내기는 쉽지 않았다.
보내고 싶을 때 아무 때나 보내는 게 아니라, 여행객이나 상인, 군대가 이동할 때 그들의 편을 통해 전달하는 게 이 시대의 한계였다.
물론 상단에 의뢰하거나 따로 사람을 사서 보내는 방법도 있지만 가난한 영지민들이 이용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니 편지 하나 보내는 데 수개월이 걸리기도 했다.
그걸 아예 영지의 사업으로 삼아 대신 운송해 준다면, 누구나 편하게 서신과 물품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지셀은 그게 끝이 아니라는 듯 말을 이었다.
“도로가 연결되어야 하니 지금 당장은 영지 내에서만 운용하겠지만, 그래도 이용자는 꽤 많을 거야. 최소한 근무지 때문에 가족과 떨어진 군인들은 자주 쓸 수밖에 없겠지.”
가신들이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사실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지역이라 해도 배송 자체는 할 수 있잖아. 시간이 좀 더 걸려서 그렇지. 일단 영지에서 운영해 보면서 기본 체제를 확실히 구축되면 멀리서 온 기사들과 행정관, 이주민들도 쓸 수 있을 거야. 수수료는 더 받아야겠지만.”
“오…….”
모두가 감탄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사업성이 보이는 계획이었다.
펜리스 영지에는 조상 대대로 여기서 살던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몇 번의 전쟁과 영토 합병으로 페르디움과 디갈드, 카발디에 살던 사람들이 섞였다. 아예 다른 지역에서 온 이주민들도 수천에 달했다.
지셀의 초빙에 응해 가족 및 친척들과 떨어져 홀로 펜리스에 온 기사들과 행정관들도 많았다.
특히 근무지 때문에 떨어져 있는 군인들이 가족과 가까운 친척들에게 안부 편지를 자주 보내면 그만큼 사기도 오를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야. 이 체제가 완벽히 자리를 잡으면 영지민들이 물건을 구하기도 쉬워진다. 각 도시와 마을 간의 연락이 빨라질수록 필요한 물건과 자재들도 더 빨리 파악할 수가 있으니까.”
지셀의 말이 끝나자 클로드는 식은땀까지 흘리며 고민에 빠졌다.
‘뭐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한 거지? 이건 지금까지 한 사업들과는 차원이 달라. 성공만 한다면 어마어마한 돈을 벌 수가 있다. 도로 이용료 징수권에 왕국의 절반을 아우르는 배송 사업이라니!’
지셀은 고민에 빠진 클로드를 보며 피식 웃었다.
‘애송이 용병 때는 배송 일도 참 많이 했지.’
귀족이나 상인 중에는 지금도 중요한 물건을 보낼 때 용병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사람도 호위하며 배송해 주는 게 용병이다.
가다가 산적이나 몬스터의 습격을 받으면 사람이고 물건이고 다 날아가 버리니, 용병을 써서 위험을 줄이려는 것이다.
그래서 실력이 뛰어난 용병이나 큰 상단일수록 배송료를 비싸게 받았다.
‘전생에 참 편하긴 했지.’
전생에도 이런 사업이 생기긴 했다. 정확히는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환란에 대응하려고 어쩔 수 없이 구축한 전달 체제였다.
군대의 이동과 각 요새의 물자 보급에 쓰려고 만든 중간 거점을 그런 식으로 이용했던 것이다.
이미 그 체제의 편리함을 경험해 본 지셀은 영지 차원에서 제대로 된 지속 사업으로 꾸릴 생각이었다.
‘내전과 환란 때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겠지. 말 안 듣는 놈 때려 주러 갈 때도 좋고.’
오직 돈을 벌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평시에는 배송 사업에 쓰겠지만 전시에는 군사용으로도 쓸모가 많다.
어차피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니 겸사겸사 돈도 벌 셈이었다.
자신감 넘치는 지셀을 보며 클로드는 머리를 굴렸다.
‘어차피 이 영주가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인 게 한두 번이 아니야. 이것도 왠지 밀어붙이면 될 거 같긴 해.’
도로 까는 거야 돈과 사람들 갈아 넣으면 되고 마구간과 전보소라는 것도 사람 갈아 넣어서 만들면 다 된다.
다 좋다 이거다. 하지만 사람을 갈아 넣어도 안 되는 게 하나 있었다.
“말 탈 줄 아는 사람이 부족하다니까요? 도로를 다 연결해도 배송해 줄 사람이 없으면 무슨 소용입니까? 설마 그것도 빌려오시려고요? 기마병은 고급 병종에 수도 적습니다. 다른 영주들은 절대 지원해 주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전문적인 라이더들도 양성할 생각이야. 급할 때는 기마병으로 쓰고 평소에는 배송부로 쓰는 거지. 어차피 기마병 육성 계획은 있었으니까. 크.”
지셀은 자신도 모르게 말하면서 감탄을 내뱉었다. 일하면서 기마 실력도 저절로 늘겠지. 병사를 훈련시키면서 돈도 벌 수 있다니, 이건 정말 못 참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멋진 계획이었다. 이걸 위해서 말을 과할 정도로 구해 온 것이다.
“…….”
지셀의 충격적인 발언에 다들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아주 사람을 갈아 넣으려고 작정을 했구나. 병사 노릇도 하면서 일도 해야 한다고?’
‘도로도 깔고 기마병도 동시에 육성해야 해. 다들 죽어 나겠구나.’
‘왜 항상 하는 일이 범상치가 않을까? 우리 영지도 부자가 되었는데 이제 그냥 편하게 살면 안 될까?’
물론 부정적인 생각만 하는 건 아니었다. 일의 규모가 너무 엄청나서 넋이 나간 거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서신과 물건을 안전하게 아무 때나 보낼 수 있다고? 그게 된다면 정말 떼돈을 벌 수 있어.’
‘역시 거침없는 영주다운 생각이다. 배송부? 배송병? 아예 새로운 직업까지 만들 줄이야.’
‘완성만 된다면 대단한 업적이 될 거야. 우리가 영지 차원에서 보증해 준다면 왕국의 모든 이가 쓸 수밖에 없어. 친왕파도 우리 뒤에 있으니까.’
이 왕국에 운송 사업을 제대로 하는 영지나 단체는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애초에 도로를 이렇게 멀리 연결할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전 같았으면 지셀에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하지만 말도, 영지민도 많으니 해 볼 만하다는 기대감도 같이 들었다.
클로드도 지셀의 계획이 사업성은 있다고 판단했다. 일이 더 많아지기야 하겠지만, 이제 인맥과 힘을 모두 쥔 지금 영지의 역량을 쏟아부으면 성공할 가능성이 보였다.
그리고……. 어차피 말려도 듣지 않을 영주다.
그는 한숨을 푹 내쉬고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각 영지와 수도에 사람을 보내 사업 계획을 전달하겠습니다. 일단 도로 건설을 먼저 시작해서 이용료 징수권을 얻어 내야겠군요. 기마병 육성에는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으니 당분간 큰 손해를…….”
클로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셀이 손을 휘휘 저었다.
“무슨 소리야? 손해를 왜 봐? 기마병이야 한두 달만 들이면 금방 키울 수 있어. 그것도 다 계획이 있다니까?”
“네? 기마병을 어떻게 그렇게 빨리 육성합니까? 말이 안 되는데요.”
그러자 지셀이 씨익 웃었다.
“말이 돼. 이제 엘프들을 활용할 때가 왔다.”
* * *
엘프들이 체력 훈련을 한 지도 몇 개월이나 지났다. 지셀은 그 정도 시간이면 기본 체력은 어느 정도 올라왔을 거라고 생각했다.
북방에 출정을 갔다 오느라 중간에 확인은 못 했지만, 고든이 무식할 정도로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건 알았으니까.
지셀은 이제 슬슬 다음 계획으로 넘어가려고 몇몇 가신들과 함께 엘프들을 찾아갔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멀리서부터 고든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지셀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훈련장에 도착해 엘프들의 모습을 본 모든 이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이게……. 엘프?’
‘몸이 왜…….’
‘아무리 운동만 했다고 해도. 도대체 뭘 처먹고 지낸 거지?’
생긴 것만 빼면 누가 고든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다들 몸이 움직이기도 힘들 정도로 근육이 붙어 있었다.
키가 큰 놈이든 작은 놈이든 상관이 없었다. 성별도 상관이 없었다. 그냥 전부 어깨 깡패가 되어 있었다. 승모근은 어찌나 튀어나왔는지 목도 돌리기 힘들어 보였다.
근데 하체는 생각보다 부실하다. 그냥 상체만 키웠는지 죄다 역삼각형 몸매가 되어 있었다.
“…….”
지셀은 오랜만에 본 엘프들의 모습에 눈만 끔뻑이며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엘프들이 이렇게 변했을까?
엘프들과 함께 운동을 하던 고든은 지셀을 발견하고 크게 반가워했다.
“영주님! 언제 돌아오셨습니까! 제가 확실하게 ‘체격’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이제 하체도 키우려고요!”
엘프들도 지셀을 보며 멋지게 자세를 잡는다. 마치 자신들의 근육을 자랑하고 싶어 하는 듯했다.
“이거 하다 보니까 꽤 재미있더라고! 깔깔깔!”
“이제 근육이 붙어서 자신감도 생겼어!”
“처음에는 좀 징그럽긴 했는데 계속 보니까 멋진 거 같아! 꺄르륵!”
“…….”
엘프들의 근육 자랑을 잠시 구경한 지셀이 가신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왜…… 저 지경이 될 때까지 아무도 안 말린 거야?”
지셀과 길리언, 클로드 등은 출정을 나가 있어서 확인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확인하려면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자 가신들이 모두 눈을 피하며 말했다.
“일이 너무 바빠서…….”
“알아서 잘할 줄 알고…….”
“이쪽은 신경을 크게 쓸 필요가 없다고 하셔서…….”
엘프들의 훈련장은 영주성 구석에 있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찾아가지 않는다면 엘프들의 상태를 알아챌 수는 없을 것이다.
자기 일 하기에도 너무 바쁜 가신들이 그들을 찾아갈 이유도 없었다. 그저 고든이 필요한 걸 요청하면 보내주기만 할 뿐이었다.
길리언도 한숨을 크게 쉬더니 지셀에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고든을 추천한 게 자신이다. ‘체력’ 훈련을 하라고 했더니 ‘체격’을 키워 놨단다. 변명할 거리조차 없었다.
“일단 근육은 좀 빼 놓겠습니다.”
“……그래.”
엘프들은 그들에게 잘 맞는 새로운 특수 병종을 만들어 줄 계획이었다. 방패병이나 돌격병도 아닌데 저렇게 근육이 과도하게 붙으면 오히려 역효과였다.
근육이 너무 비대해지면 오히려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할 수 없다. 특히 민첩함과 지구력이 무척 떨어지게 된다.
그런 쪽의 수련이 어울리는 사람도 있지만, 기골이 장대하고 파괴력을 중시하는 전투 방식을 쓰는 자에게나 잘 맞는 법이다. 호리호리한 엘프들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고든은 사태의 심각성도 모른 채 해맑게 웃으며 달려왔다.
“영주님! 어떻습니까! 근손실이 오지 않게 매일매일 저 녀석들에게 닭가슴살만 먹이며……. 케엑!”
지셀이 뭐라 하기도 전에 길리언이 말없이 고든을 패기 시작했다.
‘하여튼 제대로 된 놈이 없어요.’
엘프들도 고든이 맞는 걸 보더니 근육 자랑을 멈추고 소심하게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의외로 욕쟁이 아스콘의 몸매가 가장 정상이었다. 날렵한 몸매는 유지하면서 탄탄한 근육이 몸에 자리 잡고 있었다.
말을 안 듣고 훈련을 제대로 안 한 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것이다.
“그러게, 나처럼 적당히 했어야지. 나 말고는 다들 보기 흉하잖아.”
아스콘은 말을 안 들은 자신이 너무 자랑스럽다는 듯 머리를 쓸어올렸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지셀은 바로 엘프들을 소집했다.
“체격……. 아니, 체력 훈련은 이쯤에서 멈춘다. 다음 일을 시작하자.”
“악!”
“…….”
대답도 굉장히 이상해졌다. 아무리 인간 세상에 적응하며 이상해진 엘프들이라지만 잠시 못 본 사이 더 이상해진 것만 같았다.
“……오전에는 길리언과 함께 몸을 다시 만들고 이제 기초 훈련에 들어간다.”
“악!”
“……말투도 바꾸고.”
“악!”
“……아스콘.”
지셀의 부름에 아스콘이 슬금슬금 다가와 눈치를 봤다.
“왜요?”
“이제부터 매일 엘프들이 해야 할 일이 있다. 오전 훈련이 끝나면 오후에는 그 일에만 전념한다.”
“뭔데……요?”
“이제부터 엘프들은 전부 말 사육사가 된다. 최대한 빠르게 다른 사람들도 탈 수 있게 말을 길들이도록.”
갑작스러운 말에 아스콘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딴 건 해 본 적도 없다. 항상 편하게 마차만 타고 다녀서 말 따위는 탈 줄도 모른다.
“아니, 씨ㅂ…… 그걸 우리가 어떻게 합니까? 말은커녕 개새끼 하나 제대로 키워 본 적이 없는데.”
그러자 지셀이 아스콘의 어깨를 잡고 씨익 웃었다.
“아니, 할 수 있어. 오직 엘프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지. 너희 종족에게만 있는 ‘교감’ 능력이 필요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