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259)
회귀한 용병은 다 계획이 있다-259화(259/269)
259화 오늘은 싸움 좀 하네? (2)
돈카드는 당황해서 코를 잡으며 물러났다.
분명 다가오는 걸 보고 타이밍에 맞춰서 주먹을 내지르려 했는데 어느 순간 시야에서 놈이 사라졌다.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자마자 충격이 전해지고 코피가 터졌다.
‘뭐지? 갑자기 실력이 늘었다고? 그것도 내가 순간 움직임을 놓칠 만큼?’
이건 말이 안 된다. 유령에 홀린 기분이었다.
우연이라 생각하고 다시 붙었지만, 그때마다 카오르는 절묘하게 피하며 반격했다.
피하려고 하면 금세 따라붙어 공격한다. 마치 자신이 어디로 움직일지 예측한 듯한 모습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돈카드는 상대의 공격을 피하거나 막기에만 급급했다.
퍼억! 퍼억! 퍼억!
카오르는 짜증이 났지만 묘한 쾌감도 느꼈다.
‘젠장, 역시 저 영주는 괴물이야.’
지셀의 말대로 움직이니 상대의 공격이 저절로 빗나갔다. 상대가 피할 곳을 미리 아는 것처럼 매번 공격을 성공시켰다.
딱딱 떨어지는 그 타이밍이 정말 기가 막힐 정도였다.
그저 감탄스럽다는 걸로 끝이 아니었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느껴지는 게 있었다.
‘이거 이미 내가 다 익힌 거잖아? 등신같이 익혀 놓고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상대가 공격할 때의 움직임과 반격 여부, 그것에 대응하는 방법, 사실 모두 카오르가 알고 있던 것이었다.
싸우면 싸울수록 이미 알고 있던 것이 점점 몸에 익숙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마차 카발디의 기사들과 싸울 때처럼, 여유가 조금 생기니 익힌 걸 활용하기가 수월해졌다.
지셀의 조언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 저놈도 이제 당황해서 움직임이 조급해질 거다. 임기응변으로만 실력을 쌓은 놈들이 보통 그러거든. 수준을 더 떨어뜨려 놨으니 배운 대로 싸워 봐라. 원래는 생각하지 않아도 저절로 나와야 하는데 넌 아직 그게 안 되니 의식하면서 움직여.
‘쳇, 나도 알고 있다고.’
한심하다는 듯한 지셀의 말투에 카오르는 괜히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역시 수련 부족이 문제였다. 익힌 게 완전히 몸에 붙을 때까지 쉬지 않고 해야 했다.
하지만 카오르는 대충 수련하고 조금 익숙해진 거 같아지자 빨리 강해지는 길만 찾았다.
아니면 술이나 마시고 불평불만이나 내뱉으면서 살았다.
막상 실전에서는 제대로 쓰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퍼억! 퍼억!
카오르는 히죽 웃었다. 몸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상대의 공격은 자신에게 안 통하는데 자신의 공격은 상대에게 무척 잘 통한다.
이런 이기적인 전투야말로 자신의 취향에 딱 맞았다.
하지만 돈카드도 만만한 자는 아니다. 잽싸게 정신을 차리고 온 힘을 다해 반격하기 시작했다.
퍼억! 퍼억!
“크읏!”
“커억!”
두 사람이 동시에 얼굴을 얻어맞고 뒤로 물러섰다. 카오르도 아직 기술이 완전히 몸에 익은 게 아니기에 공격 타이밍을 조금씩 놓치거나 움직임이 꼬일 수밖에 없었다.
지셀은 어느 순간부터 조언을 멈춘 상태였다.
그래도 다시 자신감과 여유를 찾은 카오르는 정신을 집중하며 돈카드를 공격했다.
갑자기 백중세로 싸우는 두 사람을 보며 사람들의 표정에 의구심이 어렸다.
“와, 갑자기 잘 싸우잖아?”
“어떻게 된 거지? 실력을 숨긴 건가?”
“사실 간을 좀 봤던 게 아닐까?”
구경하는 사람들은 점점 흥미로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싸움은 이래야 재밌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이기는 싸움은, 속이야 시원할지 몰라도 보는 재미는 부족했다.
사람들은 다시 신이 나서 환호하기 시작했다. 몬스터만 죽이는 걸 업으로 삼는 이들이 싸움을 싫어할 리가 없었다.
“이야! 빨강 머리 잘 싸운다!”
“돈카드 한번 밟아 봐!”
“아니면 그냥 둘이 싸우다 뒈져 버려!”
돈카드에게 불만을 품은 사람들도 많았다. 단지 힘의 논리에 밀려, 필요악이라고 여기며 참고 살았을 뿐.
그러다 보니 진심으로 카오르를 응원하는 사람도 있었다. 사실 헌터들로서는 누가 이기든 상관없었다. 둘 다 재수 없었으니까.
퍼억! 퍼억! 퍼억!
서로의 주먹질이 더 과격해져 갔다. 기세가 오른 카오르의 공격을 받아넘기며 돈카드는 이를 악물었다.
‘젠장……. 이 새끼가 왜 갑자기…….’
상대의 기세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었다. 만약 패배한다면 이곳을 떠나야 한다. 다른 지역에서 다시 자리를 잡고 이 정도로 세력을 키우려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른다.
아니, 무사히 떠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었다. 자신이 새로 들어온 놈들에게 졌다는 게 알려지면 다른 놈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
‘어쩔 수 없지……. 진짜 피를 보는 수밖에…….’
스윽.
그는 비틀거리며 물러나다가 자세를 잡는 척하며 슬며시 허리춤에서 작은 칼날을 꺼냈다.
주먹을 쥔 손가락 틈에 그것을 숨긴 돈카드는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 방법으로 자신보다 강한 자도 여럿 죽였다. 내기고 뭐고, 일단 죽여 놓으면 뒷정리야 어떻게든 된다.
‘오랜만에 이걸 쓸 놈을 만날 줄이야…….’
욕은 좀 먹겠지만, 어차피 자신은 치사하고 더럽다고 소문나 있어서 상관없었다. 자신의 다른 별명은 ‘아이언클리프의 짐승’이었다.
다들 앞에서는 왕이라 하지만 뒤에서는 짐승이라며 손가락질을 멈추지 않았다.
돈카드가 칼날을 꺼낸 걸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실제로도 사람들은 그의 상대가 죽고 나서야 그가 칼을 썼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정도로 돈카드의 움직임은 은밀했다.
물론 지셀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준비를 마친 돈카드는 손을 몇 번 흔들어 뒤에 있는 수하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준비해라.’
상대를 죽이면 다른 놈들도 바로 공격하라는 신호였다.
큰 피해를 볼까 봐 일대일 대결을 청했지만, 자신이 지고 떠나는 것보다는 피해를 좀 입더라도 여기서 쓸어 버리는 게 낫다.
‘이놈이 제일 강한 거 같으니 나머지를 쓸어버리는 건 더 쉽겠지.’
퍼억!
돈카드는 일부러 가까이 다가가 카오르의 주먹을 맞았다. 갑자기 거리를 좁혀 충격을 최소화한 그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리고는 온 힘을 다해 카오르의 배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푸욱!
“어?”
카오르는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무언가가 배를 파고들었다. 소리가 미묘하게 달랐다.
움찔한 사이 돈카드의 주먹이 카오르의 목을 노렸다.
파악!
“크읏!”
가까스로 피했지만 목이 길게 베여 피가 흘러나왔다.
그제야 화끈거리며 밀려오는 고통에 카오르는 목과 배를 잡고 뒤로 빠르게 물러났다.
양 손바닥을 떼 보니 피가 묻어 있었다. 날붙이에 당했다는 뜻이다.
“이 새끼, 칼 숨겼어?”
황당한 표정을 짓던 카오르는 지셀을 바라보았다. 저 괴물 같은 영주가 이걸 못 봤을 리가 없었다.
“왜 말 안 해 줬습니까?”
“인생은 실전이야. 주먹 좀 통한다고 방심하면 그렇게 되는 거지. 한 번에 죽지는 않을 거 같아서 정신 차리라고 말 안 함. 어휴, 하여튼 싸움 참 못해.”
“…….”
짜증 나지만 저 말이 옳다. 만약에 칼날에 독이 묻어 있었거나 날의 크기가 조금만 더 컸으면 죽었을 수도 있었다.
구경하던 사람들도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었다.
돈카드의 주먹에 무기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한 마디로 눈에 안 띄기만 하면 된다는 뜻이었다.
“이런! 싯팔! 이 개새끼야! 알포이랑 꼬꼬만도 못한 새끼야!”
카오르는 비겁하다, 치사하다 같은 말은 하지 않았다. 그도 승부에 그딴 게 어디 있냐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법지대라 소문난 곳에서 룰대로 싸우려고 하는 게 더 웃겼다. 예전에도 룰대로 싸우자고 했다가 지셀에게 얻어터지지 않았는가.
상대가 치사하게 나오는 게 차라리 나았다. 카오르도 이런 개싸움에는 꽤 익숙한 사람이었다.
부웅!
카오르가 주먹을 휘두르자 돈카드가 웃으며 피했다. 다시 칼날 주먹을 휘두르려고 다가가자 카오르가 웃었다.
“이거나 먹어.”
화악!
“억!”
갑작스럽게 퍼진 빨간 가루에 돈카드가 눈을 감고 뒤로 물러섰다.
“이 비겁한 새끼! 뭘 뿌린 거냐!”
독일까 봐 덜컥 겁이 났지만 독은 아니었다. 그런데 너무 매워서 눈물이 나고 눈을 뜰 수가 없었다.
급하게 마나를 끌어올려 눈을 보호했지만 이미 눈에 들어갔는지 미치도록 따끔거렸다.
카오르가 여전히 웃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 실수로 내 맛있는 양념 주머니가 터져 버렸네. 실수야, 실수.”
그가 터트린 건 벨린다가 챙겨 준 ‘매운 공격용 양념 가루’였다.
― 너는 화가 많아서 매운 거 자주 먹고 스트레스를 풀어 줘야 해.
― 뭔데, 이게.
― ‘매운 공격용 양념 가루’. 싸우다가 불리하면 눈에 확 던져도 효과가 있지. 너 싸움 못하잖아.
― 나 싸움 잘하거든? 이딴 건 필요 없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혹시 매운 게 먹고 싶어지면 쓰려고 주섬주섬 챙겨 놨었다. 허리춤의 벨트 팩에 모셔 놓았던 걸 슬쩍 꺼내 던진 것이다.
돈카드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마구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다 보니 주먹에서 칼날이 삐죽 튀어나와 눈에 보이고 말았다.
“어? 이놈 칼 꺼냈네? 다 봤지? 이놈이 먼저 꺼낸 거야.”
이죽거린 카오르는 허리 뒤에서 단검을 꺼내 바로 던졌다.
퍼억!
“크윽!”
단검은 돈카드의 가슴에 바로 꽂혔다. 돈카드는 여전히 칼날을 마구 휘두르며 뒤로 물러났다.
주변이 조용하면 기척이라도 잡아 피하겠지만, 사람들의 야유와 환호로 시끄러운 상황에서는 그러기도 힘들었다.
그가 가슴에 꽂힌 단검을 뽑으려 했지만, 카오르가 더 빨리 움직였다.
푸욱!
“커어억!”
카오르는 부츠에 숨겨 두었던 송곳을 잽싸게 꺼내 돈카드의 배를 찔렀다. 세상 치사한 건 카오르도 그 못지않았다.
푸욱! 푸욱!
카오르는 몇 번이나 돈카드의 배를 찔렀다.
돈카드가 칼날을 쥔 주먹을 마구잡이로 휘둘렀지만, 카오르는 가볍게 피하고 다시 공격을 이어 갔다.
푸욱! 푸욱! 푸욱!
“컥, 커억!”
나중에는 목, 가슴, 배, 팔, 다리 등 부위를 가리지 않고 사정없이 찔렀다. 돈카드는 몸 곳곳이 찔려 피로 범벅이 되어 갔다.
“그, 그만…….”
이대로 더 당하면 분명 죽게 된다. 돈카드는 영 가시지 않는 따가움에 눈물을 줄줄 흘리며 겨우 눈을 떴다.
도대체 무슨 양념이길래 이렇게 독하단 말인가!
겨우 뜬 눈에 상대의 얼굴이 비쳤다. 돈카드는 그 순간, 생전 처음으로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
‘이 새끼…… 웃고 있다…….’
눈이 반쯤 돌아가 있었다. 이빨이 보일 정도로 웃는 모습이 꼭 미친개 같았다.
“내, 내가 졌…….”
“누구 마음대로 져? 우리 영주는 그런 거 안 봐주더라. 나도 따라 해 보려고.”
푸욱! 푸욱!
카오르는 그 말을 무시하고 한 손으로 돈카드의 멱살을 잡은 채 연신 찔러 댔다.
속이 시원했다. 그간 쌓여 왔던 스트레스가 드디어 풀리는 거 같았다.
역시 벨린다의 말대로 ‘매운 양념’은 스트레스 해소에 최고였다.
털썩.
실컷 찔러 속이 좀 풀린 카오르가 멱살을 놓자 돈카드는 그대로 쓰러졌다.
“큭, 크윽…….”
돈카드는 피범벅이 된 채 바닥을 기어가며 힘겹게 외쳤다.
“이, 이 새끼들 죽여! 빨리!”
하지만 그의 수하들은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차가운 눈빛으로 돈카드를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곳은 힘의 논리가 무엇보다 우선하는 곳이다. 이미 쓰러져 죽을 지경이 된 돈카드의 말은 개소리나 다름이 없었다.
그것도 먼저 무기를 쓰고서도 패했다면 말이다.
“어, 어서! 다 죽여 버리기 전에…….”
덥석.
카오르는 기어가던 돈카드의 등에 올라타 그의 목과 머리를 붙잡았다.
“그냥 뒈져, 새끼야. 쪽팔리게 굴지 말고.”
우드득!
그대로 목을 돌려 버리자 돈카드는 혀를 쭉 내빼고 목숨이 끊어지고 말았다.
“후…….”
숨을 한번 크게 내쉰 카오르는 일어나며 포효했다.
“봤지! 싯팔 새끼들아! 싸우면 내가 다 이겨! 내가 최강자라고! 아까 나한테 욕한 새끼들 다 나와!”
유치하기 짝이 없는 승리 선언이었지만 사람들은 환호했다.
“와! 빨강 머리 새끼가 이겼다!”
“저 돈카드를 이기다니 대단한데?”
“몬스터 잘 잡는 게 맞네! 보통 놈이 아니야!”
사람들의 환호에 카오르는 힘이 나는지 피를 줄줄 흘리면서도 연신 잘난 척을 하기 바빴다.
잠시 후, 모여 있는 사람들을 헤치고 튜리안의 기사와 병사들이 다가왔다.
튜리안의 기사는 목이 돌아가 있는 돈카드를 보고 혀를 찼다.
그는 검집에 손을 올리고 귀찮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곳에서는 살인이 금지인데 오자마자 살인이라니? 이러면 좀 곤란한데…….”
말로는 곤란하다 하지만 표정은 여전히 심드렁했다. 사실 죽든지 말든지 관심이 없다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본 사람들이 이렇게 많으니 그냥 넘어가기는 곤란했다.
“쯧쯧, 죽이려면 몰래 죽이든가. 어디 구석에서 모여서 이 지랄들을 하지 그랬어. 어이, 일단 체포해.”
기사가 뒤에 따라온 병사들에게 손짓하자 카오르가 으르렁거렸다.
“아니, 시팔? 지금 나 피 흘리는 거 보면 몰라? 저 새끼가 먼저 무기 꺼냈다니까!”
그러자 옆에 있는 헌터들도 그를 편들어 주었다.
“어이, 진짜 돈카드가 먼저 무기 꺼낸 거 맞아. 어떻게 싸우는지 너도 알잖아?”
“언제부터 그렇게 신경 썼다고 그래? 가서 서류 정리나 하라고.”
“정당방위까지 간섭하면 곤란하지. 여기는 간섭이 없어서 좋은 곳 아니야?”
그래도 기사는 별 반응이 없었다. 이곳에 오래 있다 보면 저런 야유 정도는 신경도 안 쓰게 된다.
그때 지셀이 기사에게 어깨동무하며 속삭였다.
“이런 일로 헌터들 사이에서 불만이 생기면 더 손해일 텐데. 애초에 범죄자들이 귀족한테 잡혀가거나 처형당해서 헌터 수가 줄어드는 걸 막으려고 만든 법이잖아? 돈카드도 이긴 놈을 잡아가면 큰 손해 아니야?”
기사는 몇 번 입맛을 다시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옳은 말이었다. 헌터들이 다들 인정한다면 굳이 끌고 갈 필요는 없었다.
“결투 중에 일어난 사고로 처리할 테니 앞으로는 조심들 하쇼. 그리고 돈카드가 없으니 다들 싸움은 자중하고. 몬스터에게 다 죽기 싫으면 말이지.”
튜리안의 기사와 병사들은 그 말을 끝으로 돌아갔다.
구경하던 사람들의 환호를 뒤로하고 카오르는 비틀거리며 여관으로 들어갔다.
솔직히 너무 피곤해서 쓰러져 자고 싶었다.
지셀은 그런 카오르의 어깨를 툭툭 치며 칭찬을 건넸다.
“이야, 오늘은 그래도 싸움을 좀 했네? 처음에는 고전했지만 말이야.”
“……아, 원래 잘한다고요.”
“아무튼 고생했어. 저놈이 이곳 대장이었던 모양이니까. 그런 놈을 처리했으니 앞으로 지내기는 훨씬 편해질 거야. 일단 오늘은 푹 쉬자고.”
“하아, 잘됐네요. 그럼 사냥은 내일부터 나갑시다. 하루만 쉬면 됩니다.”
“아니, 내일도 안 나갈 거야. 사냥은 원래 오늘까지였다.”
“왜요?”
카오르와 기사들이 의문에 찬 표정으로 지셀을 바라보았다.
하루도 쉬지 않고 사냥과 수련을 반복하더니 갑자기 안 나간단다. 다친 카오르를 배려한다기에는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과연 다른 의도가 있을 거라는 그들의 예상이 맞았다. 지셀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곧 몬스터 웨이브가 시작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