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272)
272 – 그놈이 벌써 움직였다고? (2)
272화 그놈이 벌써 움직였다고? (2)
“와아아아!”
“또 이겼다!”
“적들이 물러난다!”
발루아 성의 병사들이 물러가는 아멜리아의 병사들을 보며 크게 소리를 질렀다.
전쟁이 시작된 지 벌써 몇 달이 지났다. 이들은 고작 1천의 군대로 아멜리아의 5천 대군을 막아 내고 있었다.
본래도 정예병으로 소문난 발루아의 병사들이다. 이들은 계속된 승리에 크게 사기가 올라 있었다.
“하하하! 소문만 요란했지 레이폴드군도 별거 아니잖아?”
“이 북부에서 여자 지휘관이라니! 밑에 있는 새끼들은 다들 고추나 떼라고!”
“이미 뗀 거 아니야? 그러니까 싸움도 저렇게 계집애처럼 소극적으로 하지! 다들 소꿉장난하러 왔냐! 으하하하!”
물러가는 레이폴드군을 보며 다들 의기양양하게 조롱을 건넸다. 이들은 절대 자신들이 지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
병사들의 수만 많을 뿐이지 상대는 이제 막 영주가 된, 전쟁 경험 하나 없는 여자였으니까.
하지만 이곳의 영주인 발루아 남작만은 그렇게 표정이 좋지 않았다.
‘뭐지? 왜 이렇게 소극적으로 공격하는 거지? 나를 굴복시키고 데이븐 공자를 죽이러 온 게 아닌가?’
처음에는 발루아 남작도 아멜리아를 우습게 봤었다. 상대의 공격을 자신들이 너무 쉽게 막아 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싸울수록 의도가 확연하게 눈에 보였다. 지금 아멜리아는 일부러 소극적으로 공격하며 시간을 질질 끌고 있었다.
그 증거로, 저 앞에 있는 레이폴드군의 숫자는 여전히 처음과 별다를 게 없는 상태였다. 피해를 거의 보지 않았다는 뜻이다.
‘도대체 무슨 속셈인지 모르겠군. 뭘 노리고 있는 거지?’
상대 병력의 규모는 이쪽의 다섯 배가 넘는다. 상대가 피해를 각오하고 밀어붙이면 막을 수 있을 거란 보장이 없었다.
그런데도 장난치듯이 깔짝거리기만 하니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식량은 충분하다. 더 버틸 수 있어. 펜리스 백작이 왜 우리를 도와주는지 모르겠지만.’
펜리스 영주는 데이븐을 보내며 대량의 식량도 함께 보냈다. 덕분에 식량 걱정은 없었다.
말로는 친구라서 도와줬다고 하지만, 요즘 같은 시기에는 보기 힘들 정도로 많은 양이었다. 발루아 남작은 그런 귀한 걸 대가 없이 준다는 말을 믿을 정도로 순진한 사람이 아니었다.
‘우리를 도와줘서 무슨 이득이 있다고.’
고민하던 발루아 남작은 품에서 꼬깃꼬깃한 서신을 하나 꺼냈다.
지셀에게 식량을 받으며 같이 받은 서신이었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절대로 성 밖으로 나가 싸우지 말 것. 기회가 온 거 같아도 그건 기회가 아니다.]여전히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내내 성안에 틀어박혀서 막기만 하고 있는데, 도대체 어떤 기회가 온다는 걸까? 그리고 그게 또 기회가 아니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헛소리 같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었다.
‘펜리스 백작은 요새 북부에서 뜨는 신성이다. 카발디 백작도 쉽게 이긴 자야.’
그간 지셀이 보인 말도 안 되는 활약은 이미 소문날 대로 소문이 난 상태였다.
지셀을 직접 본 적이 없는 발루아 남작은 그가 정말 혜안이 있어 앞날을 내다본 건지, 아니면 그저 멋있어 보이려고 헛소리를 지껄인 건지 쉬이 판단할 수가 없었다.
고민에 빠진 건 발루아 남작만이 아니었다. 아멜리아의 진영에서도 답답함을 못 이기고 불만이 조금씩 새어 나왔다.
“아가씨! 아니, 백작님! 아, 그냥 밀어 버리자니까요? 제가 가서 대가리 다 깨 버릴게요! 저런 놈들한테 왜 시간을 끄냐고요!”
성질이 더러운 만큼 급하기도 한 울칸이 몽둥이를 꽉 쥐며 외쳤다. 그는 발루아군의 조롱을 참아 넘길 수가 없었다.
지금이라도 혼자 성을 타고 올라가 죄다 죽이고 싶었다.
아멜리아는 울칸의 성화에도 심드렁한 표정으로 손을 저었다.
“조용히 해. 시끄러워서 귀 아프니까.”
냐앙!
바스테트도 조용히 하라는 듯 앞발을 허공에 휘저었다.
“아오!”
울칸은 답답한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갑자기 태도가 변한 아멜리아의 속을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빠르게 발루아 성을 공략하겠다던 그녀는 출정 중에 갑자기 하나의 소식을 듣고 전략을 바꿨다.
― 데스몬드 백작이 소집령을 내렸습니다.
그 후로는 이렇게 소풍을 나온 듯이 시간만 보내는 중이었다.
식량이야 충분하니 버티는 데 문제는 없지만, 다른 이들은 그녀의 속셈을 모르니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수하들이 한 번에 밀어 버리자고 몇 번이나 주장했지만, 아멜리아는 매번 거부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군대를 조금 더 뒤로 물리고 곳곳에 함정을 파라.”
공성전 중인데 군대를 후퇴시키고 함정을 파라니. 대체 무슨 의도로 내리는 명령인지 다들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결국 주변 사람들의 눈총을 한 몸에 받은 베르나프가 어쩔 수 없이 나섰다. 갈굼은 한 사람이 받는 게 나으니, 아멜리아의 갈굼에 익숙한 그가 대표로 나선 것이었다.
“저기…… 아가씨? 우리 공성전 하는 중 아니었나요? 발루아 남작은 성에서 안 나올 거 같은데요. 그렇다고 저쪽을 도와줄 사람도 없고요.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면 펜리스 백작인데, 그놈도 데스몬드 백작이 군대를 모으는 걸 알고 있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그놈이라도 나서지 않을 거예요.”
냐앙!
바스테트가 베르나프를 보고 크게 호통을 내질렀다. 어디 감히 건방지게 아가씨의 명령에 따지냐는 모습이었다.
‘하, 저 고양이 새끼는 왜 전쟁터까지 따라와서 나한테 지랄일까?’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떠는 베르나프를 보며 아멜리아가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우리가 시간을 너무 끌었으니까.”
“네?”
“슬슬 우릴 우습게 볼 놈들이 나올 거야. 이왕 나온 거, 최대한 이득을 봐야 하지 않겠어? 때가 되면 발루아 남작도 성에서 튀어나올 테니까 그때 죽이면 돼.”
그녀는 언제나처럼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움직였다. 그래서 베르나프는 그녀의 설명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머리가 제법 좋다고 알려진 콘라드만 고개를 끄덕이며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눈치를 보고 있던 울칸과 칼레브도 괜히 고개를 끄덕였다. 베르나프도 분위기에 휩쓸려 알아들은 척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모습들에 코웃음을 친 아멜리아가 콘라드에게 물었다.
“데스몬드는?”
“소집령을 다시 보내왔습니다. 발루아 남작은 일단 나중에 치라는 명령입니다. 펜리스 백작을 먼저 치겠다고 합니다.”
그 말에 아멜리아는 잠시 인상을 찡그렸다.
“도대체 갑자기 왜 그러는 거지? 그게 공작가의 뜻인가? 북부에서 내전을 시작하겠다고? 왕국군이 코앞에서 감시하고 있는데?”
“모르겠습니다. 공작가 쪽에서는 아직 내전을 준비하는 정황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멜리아는 데스몬드 백작의 정보를 친왕파보다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어쨌든 같은 편에 서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작가의 뜻은 정확히 모른다. 아직은 데스몬드가 북부를 총괄해 공작가와 소통하고 있었으니까.
잠시 고민하던 아멜리아가 말을 이었다.
“일단은 조금만 더 시간을 끌어 봐. 핑곗거리는 계속 생길 테니까.”
고개를 한번 숙인 콘라드가 조심히 물었다.
“역시 북부에서 내전을 시작하려는 걸까요?”
“가능성은 없지 않지. 어쨌든 지셀 그 새끼 때문에 일이 많이 꼬였으니까. 그런데 이상하다는 말이야. 왜 북부부터지?”
왕국군이 데스몬드 백작을 감시하고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시작한다면 모를까, 굳이 이곳에서 먼저 시작해서 친왕파의 경각심을 키워 줄 필요가 없었다.
해럴드는 신중한 성격이다. 언제나 공작가의 명령을 정확하게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남자였다.
그런 사람이 움직인다는 건 공작가에서 무슨 명령이 내려왔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미치지 않고서야 혼자 움직일 리가 없으니까.
현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기에는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 계속 고민하는 그녀에게 콘라드가 말했다.
“펜리스 백작은 데스몬드를 감당할 수 없을 겁니다. 현재 대규모로 병력을 모집한다는 소문은 있지만, 전력의 차이가 너무 큽니다.”
“뭐, 그래도 그놈 덕분에 우리 쪽엔 상황이 나쁘지 않게 됐어.”
정확한 상황은 모르겠지만 데스몬드 백작이 펜리스를 친다는 건 아멜리아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지셀이 발악할수록 데스몬드 백작의 피해도 더 커질 테니까.
그녀는 원래 상황에 맞춰 움직이는 것에 능숙하다. 그리고 지금도 상황을 이용해서 최대한의 이득을 볼 생각이었다.
펜리스와 데스몬드, 어디가 이기든 남은 쪽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으니까. 너덜너덜해진 상황에서 갑자기 뒤통수를 맞으면 무척이나 아플 것이다.
아멜리아는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는 둘이 싸울 동안 잔챙이들이나 쓸어버리고 기다리면 돼.”
정말 마음에 드는 상황이었다.
* * *
“이야아아아!”
펜리스 영지는 연일 병사들의 고함으로 가득 찼다.
모두가 영지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모인 자들이라 사기는 드높았다.
공교롭게도 약탈왕과 40인의 도적은 병력 모집이 끝나자 사라져 버렸다. 아무래도 병사들이 너무 많아져서 도망갔다는 게 중론이었다.
지셀은 훈련 중인 병사들을 보며 만족스러워하는 웃음을 지었다.
“좋아! 훌륭해! 기사들보다 훨씬 낫잖아?”
자신과 길리언의 훈련은 일반인들이 견디기에는 만만치가 않았다. 하지만 병사들은 이를 악물고 버텨 내고 있었다.
이 영지는 자신들이 아니면 지킬 수 없다는 의지 때문이었다.
지셀은 이런 의지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병사 하나하나는 보잘것없더라도, 이 의지들이 모여 강력한 힘을 이루기 때문이다.
병사들도 훈련이 힘이 들긴 하지만 지원한 걸 후회하지 않았다.
“이야, 말로만 들었는데 막상 보수를 받으니까 장난이 아닌데?”
“음식도 비교가 안 될 정도야. 제일 좋은 고기와 빵이 나온다니까?”
“이 갑옷 좀 봐 봐. 나 기사 같지 않아?”
다른 영지민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혜택과 대우를 받으니 더 버티기가 수월했다.
특히 차분한 은빛 갑옷은 이제 영지군의 상징과도 같았다.
영지의 높은 생산력 덕분에 모든 병사는 타 영지의 기사와 비슷한 수준의 무장을 갖추게 되었다.
기사가 아니면 구경도 못 해 볼 비싼 무장이다. 당연히 이런 좋은 혜택과 대우는 그들의 자부심을 더 키워 주었다.
병사들이 열의를 보이자, 다소 의지가 빈약하고 반강제적(?)으로 기사가 된 이들에게 불똥이 튀었다.
“너희들은 도대체 수련을 왜 더 열심히 안 하는 거냐!”
훈련 중 갑자기 난입한 지셀 덕분에 기사들은 또 죽을 맛이 되었다. 요새 영주는 툭하면 나타나서 주먹부터 날리고 있었다.
“으아악! 영주님! 갑자기 왜 또 지랄이세요!”
“우리도 열심히 수련하고 있다고요! 거기에 병사들 교육하는 데 참여하고 있잖아요!”
“피 토한 거 안 보이세요? 피곤해 죽겠다고요!”
다들 열심히 한다고 난리를 피웠지만 사실 이들은 전보다 더 나태해졌다.
병사들을 훈련시키며 우월감을 느끼는 탓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새로 받은 갑옷 때문이었다.
자신의 실력을 몇 배나 뛰어넘는 무장을 얻게 되니 절로 여유가 생겨 버린 것이다.
“이야, 이거 입으니까 진짜 상급 기사는 된 거 같은데?”
“이런 거 입으면 죽을 일도 없는 거 아냐?”
“웬만한 기사들은 다 이길 거 같은데? 병사들 정도는 나 혼자서 천 명도 죽일 거 같아.”
이런 생각이 들어 버리니 개인 수련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걸 잘 알고 있는 지셀은 하루도 기사들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갑옷만 믿고 있다가는 그냥 뒈지는 거야! 마나가 부족해서 제대로 쓰지도 못할 거다!”
저 갑옷은 사용자의 마나를 잡아먹어야 능력이 발동된다. 그런데 반쪽짜리 기사들이 제대로 운용할 리가 없었다.
얼마 쓰지도 못하고 퍼질 게 뻔한데 수련까지 열심히 안 하면 바로 시한부 인생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그들을 더 독하게 굴릴 수밖에 없었다.
“열심히 안 하는 놈은 그림자 산맥으로 보내 버릴 테니까 그렇게 알라고!”
“알았다고요! 그만 좀 괴롭혀요!”
자발적으로 힘쓰는 병사들과 대조되긴 하지만, 어쨌든 기사들도 반강제로나마 열심히 수련했다.
클로드를 비롯한 가신들도 전쟁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혹여나 놓친 게 있는지 매일같이 점검하고 피치 못할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다.
영주는 언제나 승리를 장담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혹시나 패배했을 때의 대처도 생각해야 했다.
다들 내전이 일어나면 당연히 데스몬드가 이곳부터 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그동안 쌓아 온 원한이 만만치 않았으니까.
클로드는 진지한 얼굴로 지도를 보다가 웬디에게 말했다.
“나랑 같이 도망갈래?”
“예?”
“고향까지 혼자 도망갈 자신이 없어서. 너 싸움 잘하잖아. 나 좀 지켜 줘. 나 혼자서는 돌아가다가 강도만 만나도 죽는다고.”
갑자기 울상을 지으며 사정하는 클로드를 보며 웬디가 경멸 어린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클로드는 이제 상관없다는 듯 외쳤다.
“내전이 일어나면 데스몬드 백작과 공작파 귀족들이 전부 여기 몰려올 거라고! 그러면 영주님도 못 이길 거 아냐!”
“……그만 좀 징징거리시죠.”
“아, 몰라! 공작파와 싸워서 우리가 어떻게 이기냐고! 그것도 데스몬드 백작을 말이야! 내가 잠깐 미쳤었나 봐!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니!”
원한이 많은 영지라는 걸 깜빡했다. 진작에 도망갔어야 했다.
영주가 싸움도 잘하고 지금까지 승승장구했다는 건 가신들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데스몬드는 지금까지의 상대와는 차원이 달랐다. 뭐니 뭐니 해도 북부 최강이라 불리는 영지였으니까. 숫자도 문제지만, 기사와 병사들의 수준까지 매우 높은 걸로 유명하다.
그러니 전쟁을 준비하면서도 가신들은 똥줄이 탈 수밖에 없었다.
‘이번만큼은 영주님도 힘들 거 같아. 예상도 하고 준비도 하고 있지만, 데스몬드가 너무 강하다. 정말 내전이 시작되면 이길 수 있을까?’
대부분 이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 지금껏 발전하는 영지의 모습에 취해 위험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정말로 전쟁이 코앞이라 생각하니 새삼 걱정이 늘었다.
실제로 클로드는 몇 번이나 도망치려고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웬디에게 바로 잡혀 왔다.
그녀는 클로드의 등을 떠밀며 말했다.
“빨리 준비나 제대로 하세요. 어떻게 도망칠지는 지고 나서 생각하자고요. 어차피 내전이라는 게 우리 혼자만 싸우는 게 아니잖아요. 왕국군도 도와줄 텐데.”
“그래도 지면 바로 목이 날아갈 거라고!”
“그러니까 지지 않게 준비해야죠.”
클로드의 사정에도 웬디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그는 공식적으로 총관이자 영지의 노예다. 영주 다음으로 높지만 다른 의미로 누구보다도 낮은 클로드는 눈물을 머금고 전쟁 준비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다들 훈련과 전쟁 준비에 여념이 없을 때, 갑자기 북부 영주들의 사신이 동시에 지셀을 찾아왔다.
그들은 억지를 부리다시피 하며 지셀을 만났다. 적당히 인사를 건넨 사신들은 빠르게 본론을 꺼냈다.
“짐바르 영지에서 왔습니다. 제가 대표로 백작님께 좋은 제안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뭔데?”
심드렁한 지셀의 표정에 사신은 주먹을 꽉 쥐었다. 이 애송이 영주가 예의는 쥐뿔도 없다는 건 유명한 사실이었다.
열 받긴 하지만, 얻을 게 있어서 왔으니 사신은 일단 참았다. 사실 안 참아도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긴 했다.
“영토를 늘릴 생각이 있으십니까? 저희가 도와드리려고 합니다.”
큰 힘이 없는 군소 영지들이지만 무려 6개의 영지에서 온 사신들이었다. 이들이 힘을 합하면 만만치 않은 병력이 나올 것이다.
영토를 늘리자는 말에 지셀이 흥미로운 표정으로 물었다.
“다 같이 온 걸 보면 이미 얘기가 끝난 거 같은데……. 어디를 치자는 거지?”
크게 심호흡을 한 사신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바로 레이폴드입니다. 북부의 관습을 어기고 감히 반란을 일으켜 아버지와 형제들을 몰아낸 찬탈자, 아멜리아를 치자는 것이지요.”
지셀은 비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사신들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