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273)
273 – 그놈이 벌써 움직였다고? (3)
273화 그놈이 벌써 움직였다고? (3)
“거절한다.”
지셀의 단호한 말에 사신들은 당황했다.
“어째서입니까? 아직도 레이폴드가 데스몬드와 북부의 최강을 겨루던 영지라 생각하십니까? 그건 정말 잘못 생각하시는 겁니다.”
“어째서?”
“일단 찬탈자 아멜리아는 여자입니다. 영지를 다스려 본 경험도 없고 전쟁 경험은 더더욱 없지요. 그저 우아하게 찻잔이나 들 줄 아는 영애였을 뿐이지 않습니까? 반란도 연회를 기습해서 운 좋게 성공했을 뿐이지요.”
“흐음…….”
“지금 발루아 남작과 싸우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벌써 몇 달이나 지났는데, 성을 공략하지도 못했잖습니까? 병력이 무려 다섯 배나 많은데도 말입니다.”
그 말에 지셀은 피식 웃었다.
발루아 남작은 명장이다. 거기에 아멜리아는 소극적으로 대치하고 있다. 그러니 전쟁이 길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둘 중 하나라도 생각했다면 저런 말은 못 했을 것이다.
사신은 지셀의 웃음에 자기 말이 통한다고 착각했는지 열심히 설득을 이어 갔다.
“우리는 레이폴드 백작과 동맹이었던 영지입니다. 후계자인 4공자 데이븐이 살아 있으니 명분은 충분합니다. 저희가 공격한다면 발루아 남작도 성에서 나와 호응할 것입니다.”
“그러면 이길 수 있다?”
“그럼요, 발루아 남작 하나도 당해내지 못하는 한낱 계집이 어찌 우리 연합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이 기회에 한 손 거드시지요.”
지셀은 귀찮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
“됐다. 난 관심 없으니까 너희들끼리 해라.”
“레이폴드의 정당한 후계자가 아직 살아 있습니다. 찬탈자를 내버려 두는 선례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거기에 북부는 예로부터 여자는 영주로 인정하지 않는 관습이 있습니다. 지금 이 북부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겁니다.”
영주들이 연합까지 해서 레이폴드를 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일단은, 반역자를 가만히 내버려 두는 건 나쁜 선례가 남는다는 것이었다.
다른 영주들이 힘을 합해 찬탈자를 가만두지 않는다는 걸 보여 줄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자기 영지에서도 그런 위험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아멜리아가 여자라는 것도 북부의 영주들에게는 거슬리는 일이었다.
척박하고 거친 북부에서는 언제나 강인한 남자가 모두를 이끌고 다스려야 한다. 그런 관습과 전통에 의지해 살고 있는데 여자가 영주가 됐다. 그것도 반역으로 말이다.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주는 일은 절대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이런 자잘한 것들이 하나둘 모여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기 때문이다.
언제나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영주들은 그런 위험을 허투루 보지 않았다.
이런 이유들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레이폴드는 넓고 풍요로운 땅입니다. 우리가 4공자 데이븐을 도와준다면 관습에 따라 보상으로 땅을 일부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진짜는 이거였다. 그들은 혼란해진 레이폴드를 쳐 그곳을 갈라 먹으려는 것이었다. 아멜리아가 우습게 보이는 것도 그들의 결정에 한몫했다.
열성을 다한 설득에 지셀은 다시 웃었다.
‘아멜리아를 죽인다고? 고작 너희들로?’
지셀의 전생, 용병왕도 아멜리아는 못 죽였다. 죽일 수 있었으면 회귀하자마자 바로 아멜리아를 죽였을 것이다.
데스몬드가 페르디움을 노리고 있고, 당장 건드릴 수 없기에 내버려 뒀을 뿐이다.
그녀는 그 정도로 위험한 사람이었다. 이런 허접한 놈들이 그녀를 이기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애초에 그녀가 품은 야망은 레이폴드의 백작 자리 정도에서 끝나지 않을 터였다.
다만……. 지금 지셀이 취하는 전략에는 이놈들이 필요하긴 했다. 그녀의 야망을 최대한 이용하며 시간을 벌기 위해서는 말이다.
“전쟁에 참여하지는 않는다. 대신 다른 걸 도와주도록 하지.”
“그게 무엇입니까?”
“어차피 식량을 얻으러 온 거 아닌가? 내가 식량을 지원해 주겠다.”
그 말에 사신들은 활짝 웃음을 지었다.
사실 펜리스의 병력까지는 필요 없었다. 6개 영지의 병력만으로도 아멜리아 정도는 쉽게 이길 거란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을 먹일 식량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든 지셀을 꼬실 생각이었다. 제일 좋은 땅을 양보해서라도 말이다.
그런데 지셀 쪽에서 이렇게 먼저 식량을 준다고 하면, 굳이 끼워 줄 필요가 없었다.
‘크큭, 애송이가 레이폴드의 명성에 겁을 먹었구나.’
‘그것도 레이폴드 백작과 그 후계자들이 멀쩡할 때나 가능한 얘기지. 한낱 계집이 이끄는 군대가 뭐가 무섭단 말인가.’
‘직접 전쟁에 참여하는 게 아니니 가장 좋은 땅은 우리끼리 상의해서 먹으면 되겠군. 적당한 보상만 챙겨 주면 될 거야.’
지셀의 약속을 받은 사신들은 희희낙락하며 돌아갔다. 이미 전쟁 준비는 거의 다 끝난 상태니, 식량을 받는 대로 움직일 생각이었다.
사신들을 돌려보내고 지셀은 다시 생각에 잠겼다.
‘내 준비가 끝날 때까지 저놈들이 최대한 시간을 끌어 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어차피 저들은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아멜리아가 이 정도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전생에도 발루아 남작과 전쟁하는 동안 아멜리아의 뒤를 치려는 자들이 있었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
자신이 끼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지금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얼마 안 남았다.’
자신 때문에 모든 일이 전생보다 빠르게 일어나고 있었다. 그렇다면 내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데스몬드 백작이 군대를 모으고 있다는 게 그 증거였다. 그렇기에 지금은 아멜리아와 싸우며 전력을 낭비할 수 없었다.
최대한 시간을 벌며 원하는 수준까지 준비를 끝마쳐야 했다. 아멜리아는 그다음에 처리해도 된다.
‘그동안은 어떤 수작도 부리지 못하게 해야 해.’
뒤통수치는 데 도가 튼 여자다. 그래서 발루아 남작과 다른 영지들을 지원해 주며 발목을 잡으려는 것이었다. 그래야 그녀의 선택지가 하나라도 줄어들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라, 해럴드.’
모든 판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짜여 가고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데스몬드 백작과의 일전뿐이다.
‘나 때문에 북부의 모든 일이 꼬였으니 공작가와 해럴드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
내전이 일어난다면 데스몬드는 반드시 이곳부터 치려고 할 것이다. 이제 북부에서 가장 강한 친왕파의 세력은 바로 자신이었으니까.
그래도 아직은 시간이 조금 남아 있었다. 전생에도 공작가는 북부에서 내전을 시작하지도 않았다.
혹여나 북부에서 내전이 시작되더라도, 왕국군이 데스몬드 영지를 감시하고 있으니 갑자기 공격당하는 일은 없을 터였다.
이 잠깐의 공백을 틈타 준비를 모두 끝내야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내전이 시작하자마자 데스몬드부터 밀어 버릴 수 있을 것이다.
‘내전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죽여 버리겠다.’
그 생각을 하자 지셀의 가슴이 조금씩 뛰기 시작했다.
배후의 공작가가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하긴 했지만, 어쨌든 페르디움을 직접 멸망시킨 건 데스몬드 백작이다.
전생에는 그의 시체를 몇 번이나 난도질했는지 모른다. 주변에서 보고 있던 수하들이 말릴 정도로 지셀은 엄청난 분노를 쏟아 냈었다.
페르디움 멸망은 없던 일이 되었으니 차치하더라도, 어차피 자신과 데스몬드 백작은 무조건 싸울 수밖에 없는 관계였다. 북부 제패를 위해서는 그놈을 반드시 죽여야 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생각한 대로 준비만 끝내면 압도적으로 승리할 수 있을 거야.’
그렇게 지셀은 묵묵하게 전쟁 준비와 병사들의 훈련에 힘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지셀이 가신들과 회의하던 중, 대전에 전령이 다급하게 들어와 외쳤다.
“데스몬드 백작이 군대를 일으켰습니다! 이곳을 향해 진군하고 있습니다!”
지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아직 이쪽은 준비가 완벽히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그놈이…… 벌써 움직였다고?’
공작가에서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최대한 신중하게 움직이며 오직 공작가의 명령만 따르던 그놈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그것도 왕국군이 바로 앞에서 감시하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회귀 후 처음으로.
지셀이 짠 판이 뒤흔들리는 사건이 벌어졌다.
* * *
“빨리 움직여라! 어서! 데스몬드 백작이 군대를 움직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깜깜한 밤에 자다가 소식을 듣고 일어난 2군단의 군단장, 도렌 자작은 다급하게 군대를 이동시켰다.
목적지는 지셀이 카발디 백작을 공격했을 때 막았던 길목과는 다른 위치였다. 먼저 가서 진을 치고 막아야 했다. 그게 자신이 받은 임무였다.
‘미친…… 이게 지금 어떻게 된 일이지?’
도렌 자작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어떠한 연락도 없었다. 심지어 전쟁을 일으키는 명분도 없었다.
데스몬드 백작은 그냥 막무가내로 군대를 일으켜서 펜리스를 향해 진격하기 시작했다.
귀족의 품격이라고는 전혀 없는 행동.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도렌 자작은 더 무서웠다.
북부에서 최강이라 불리는 대영주가 그런 체면을 벗어던졌다? 이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도렌 자작은 옆에 있는 부관에게 물었다.
“속도는 그렇게 빠르지 않다고 했지? 그냥 펜리스에 무력 시위만 하려고 천천히 가는 건가? 그런 거면 좋겠는데!”
“그냥 무력 시위만 하려고 가는 건 아닌 거 같습니다.”
“왜?”
“병력이 3만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느린 겁니다.”
“……오.”
도렌 자작은 순간 멍해졌다. 이게 말이 되는 숫자인가? 아무리 대영주라지만 그 정도 병사를 모을 수 있는 건가?
믿을 수 없는 숫자에 오금이 저려 왔다.
곧 정신을 차린 도렌 자작은 억울하다는 듯 크게 외쳤다.
“젠장! 3만의 병력을 2군단만으로 어떻게 막으라는 거야!”
붙어서 이길 자신은 전혀 없었다. 데스몬드군은 북부에서 최고를 다투는 강병이다.
그나마 도로 건설에 참여했던 병사들이 돌아와 5천 명이 되었다. 이 정도면 어지간한 북부 영주들은 쓸어버릴 수 있는 숫자지만 그래도 3만에는 어림도 없었다.
“제발 좋게 넘어가야 할 텐데. 그냥 뭔가 원하는 게 있어서 그런 걸 거야.”
내전에 대비해 군대를 점검하고 대비하라는 명령은 내려왔었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그렇다는 건 데스몬드 백작이 혼자 움직였다는 뜻이다. 도렌 자작은 그것에 희망을 걸었다.
“혼자서 친왕파와 싸우려는 생각은 없을 거야. 펜리스를 점령해도 어차피 우리가 다 움직이면 다시 뱉어 내야 하잖아. 그냥 뭔가 오해가 있었을 거야. 그렇지?”
“…….”
계속 희망찬 질문을 던지는 도렌 자작의 모습에도 부관은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부관도 무슨 상황인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에이씨! 그냥 빨리 달려! 대군이라 속도가 느리니 먼저 가서 길을 막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내가 차를 한잔하면서 달래 볼게. 뭐가 불만이냐고. 나한테 말을 좀 해 보라고. 내가 다 들어 주겠다고.”
도렌 자작은 움직이면서도 쉴 새 없이 떠들었다. 그만큼 불안감이 컸던 것이다.
두두두두두!
멀리서 들려오는 말발굽 소리가 우렁찼다. 그 소리를 듣고 도렌 자작은 이상한 예감을 느꼈다.
“왜 기마병이 전력으로 달리는 소리가 날까?”
2군단은 절반 이상이 보병이다. 속보로 이동하고는 있지만, 기마병이 달리는 속도에 맞출 수는 없다.
그래서 기마병들도 보병의 속도에 맞춰 움직이는 중이었다. 절대 전력으로 질주하는 소리가 날 리가 없었다.
두두두두두!
도렌 자작은 무려 왕국군의 군단장에 오른 몸. 이 상황이 무슨 의미인지 모를 바보가 아니었다.
“습격이다! 전원 전투 준비!”
그의 외침과 동시에 병사들이 바로 전투 태세를 갖추며 진형을 만들었다. 과연 정예라 불리는 왕국군다운 빠른 움직임이었다.
두두두두두!
말발굽 소리가 더 가까워졌다. 그런데 소리가 들리는 방향이 한 곳이 아니었다.
“이, 이게 무슨…….”
갑자기 뒤에서도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다는 건 시차를 두고 움직였다는 뜻이다.
‘첫 번째 소리를 듣고 진형을 짜게 한 뒤 배후를 습격…….’
두두두두두!
곧 말발굽 소리가 옆에서도 들려왔다. 도렌 자작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야밤에 이동 중이라 주변을 제대로 살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적은 그런 부분을 훌륭하게 이용했다.
도렌 자작도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바로 대응책을 꺼냈다.
“불을 꺼라! 주위를 어둡게 해서 난전으로 유도해!”
주변의 모든 불이 꺼졌다. 첫 돌격은 맞을 수밖에 없겠지만, 기마병의 특성상 그 후에는 상대도 방향을 잃고 난전에 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장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하, 젠장…… 오늘 왜 이렇게 밝냐.”
하지만 도렌 자작은 운이 없었다. 달빛이 너무 밝았다. 그리고 상대도 도렌 자작이 어떻게 대응할지 예측한 거 같았다.
화악!
한쪽에서 갑자기 수많은 불빛이 피어올랐다. 그 수만 무려 천 개에 가까웠다.
도렌 자작은 그것을 보며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매복까지 있었구나…….”
상대는 진심이었다. 정말로 왕국군까지 쓸어버리고 펜리스를 치려는 것이었다.
파아아아앙!
수많은 불화살이 왕국군에게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하늘을 수놓은 불빛들을 보며 도렌 자작은 중얼거렸다.
“데스몬드 백작이 미친 게 분명하군.”
그의 말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불화살들은 무자비하게 쏟아졌다.
파파파파팍!
“으아아아악!”
갑작스러운 공격을 받은 2군단의 병사들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이동 중이었으니 제대로 방어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상대가 정말 제대로 된 통보도 없이 이렇게 막 나올 줄은 몰랐다.
홀로 친왕파와 싸우려 하다니. 왕국의 누구도 이러진 않을 것이다. 그러니 데스몬드 백작이 미쳤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두두두두두!
곳곳에 불이 옮겨붙으며 주변이 환하게 밝혀졌다. 말발굽 소리가 더 커졌다.
난장판이 된 2군단의 진형으로 기마병들이 사방에서 들이닥쳤다.
콰아아아앙!
“으아아악!”
“빨리 다시 진형을 갖춰라!”
“어떻게든 난전으로 유인해!”
곳곳에서 2군단의 장교들이 외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데스몬드군은 강군이라 불리는 2군단을 어이없을 정도로 손쉽게 쓸어버렸다.
도렌 자작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대단하군……. 역시 데스몬드라는 건가.”
자신들이 언제, 어떻게, 어디로 움직일지 예측하고 모든 준비를 끝냈다.
심지어 본대는, 여전히 느릿하게 펜리스로 향하고 있었다.
분명 첫 정보에는 기마대도 전부 본대에 속해 있었다. 중간에 기마대만 빠른 속도로 빠져나와, 타이밍에 맞춰 우회 기습에 성공했다는 뜻이다.
데스몬드에는 이런 일이 가능한 지휘관이 한 사람 있다. 바로 북부에서 기동전의 달인으로 유명한 자.
“에머슨.”
일전에 자신이 길을 막아 카발디를 지원하는 데 실패한 자였다. 그가 움직였다면 충분히 이해가 갈 만한 상황이었다.
“이런…… 항복도 받아주지 않겠군.”
당시의 일로 분명히 속에 원한을 쌓아 뒀을 테니까.
과연 에머슨은 악귀 같은 얼굴로 웃으며 자신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도렌 자작!”
에머슨의 외침을 들은 도렌 자작은 한숨을 쉬며 검을 들어 올렸다. 아무래도 오늘은 살아서 돌아가지 못할 거 같았다.
목숨은 진작에 포기했다.
다만…….
“우리 딸 아카데미 학비는 이제 어떻게 하나…….”
그것이 그에게 남은 유일한 걱정거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