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276)
276 – 제가 시간을 벌겠습니다. (3)
276화 제가 시간을 벌겠습니다. (3)
“어?”
공성탑에서 나가려던 데스몬드의 병사들은 지금껏 겪어 보지 못한 상황에 직면했다.
콰아앙!
가장 먼저 길리언이 공성탑으로 들어가 도끼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 뒤를 이어 기사들이 하나둘씩 공성탑으로 뛰어들었다.
콰앙! 콰앙!
갑작스럽게 공격을 당한 데스몬드군의 비명이 사방에 울려 퍼졌다.
“으아아악!”
“뭐야! 이 새끼들!”
“막아! 막으라고!”
공성탑 안은 생각보다 좁다. 병사들이 빽빽하게 붙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지이잉―!
펜리스 기사들이 움직일수록 갑옷에서 밝은 빛이 세차게 뿜어져 나왔다.
이들은 순식간에 늘어난 근력과 속도를 이용해, 가까이 붙어 있는 병사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했다.
파바바바바박!
검과 창이 움직이는 속도가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한 번씩 움직일 때마다 병사들의 목이 날아가고 몸이 뚫렸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펜리스 기사 모두가 상급 기사에 근접하는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데스몬드의 병사들이 아무리 정예병이라 해도 막을 수 없었다.
퍼엉! 퍼엉! 퍼엉!
종국에는 무기를 휘두를 때마다 공기가 터지는 소리마저 들려왔다.
펜리스 기사들은 힘을 아끼지 않았다. 마나가 미친 듯이 뿜어져 나오며 주변에 영향을 미칠 정도였다.
― 첫 공격은 압도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적의 기세를 꺾을 수 있다. 특히 우리의 수가 더 적다면 말이지.
훈련 때마다 지셀이 하는 말이었다. 이들은 그 말을 언제나 가슴에 새겼다.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그 가르침을 충실히 따라야 하는 때였다.
‘밀리면 계속 들어온다!’
다들 같은 생각이었다. 시간제한이 있는 힘이니만큼 더더욱 몸을 사리면 안 된다.
어떻게든 지금 적의 기세를 끊고 잠시 물러나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적은 끊임없이 몰려올 것이다.
펜리스의 기사들은 그런 생각으로 목숨을 도외시하면서까지 힘을 아끼지 않았다.
콰아아앙!
“으아아아악!”
데스몬드의 병사들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제대로 대응도 못 하고 죽어 나갔다.
목숨을 버릴 각오를 한 기사들의 공격이다. 상급 기사에 육박하는 힘을 뿜어내는 그들 덕분에 데스몬드군은 공성탑에서 단 한 사람도 나오지 못했다.
그중에서도 발군은 역시 길리언이었다.
하나의 공성탑에 10명에 가까운 기사들이 들어갔다. 하지만 그는 혼자서 하나의 공성탑에 들어간 상태였다.
길리언은 양 떼들 사이에 들어간 사자와도 같은 무시무시한 모습이었다.
콰직!
도끼가 한번 휘둘러질 때마다 단번에 몇 명의 몸이 쪼개져 갔다. 어찌나 힘이 강한지 병사의 목을 벤 길리언의 도끼가 공성탑의 내부에 박힐 때도 있었다.
콰앙! 콰아앙!
길리언의 공격이 거세어질수록 공성탑마저 떨리는 듯했다.
출구까지 열심히 올라온 데스몬드의 병사들은 순식간에 전멸당했다.
“뭐, 뭐야! 이 괴물은!”
“밀어붙여! 밀어붙이라고!”
“크아악! 기사들이 올라와야 해!”
길리언은 아예 올라오는 계단을 막아서고, 다가오는 적들을 족족 쳐 죽였다.
적군은 아직 공성탑만 먼저 움직인 상태였다. 적의 견제를 피하려면 공성탑을 먼저 성벽에 붙이고, 그걸 통해 침입한 병사들이 시간을 버는 사이 사다리를 붙이는 게 정석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아직은 공성탑의 출구만 막으면 적이 공격할 길이 없다는 뜻이었다.
좁은 길목은 소수의 강자로 막을 수 있다. 길리언과 펜리스의 기사들은 그렇게 적들이 나올 구멍을 틀어막았다.
그동안 펜리스의 병사들도 놀고만 있던 건 아니었다.
“쏴라! 계속 쏴!”
공성탑의 가장 높은 곳에서는 데스몬드의 병사들이 화살을 쏘며 병사들을 견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펜리스군은 전부 갈바니움으로 만든 전신 갑옷을 입고 있다. 방패로 미처 막지 못해도, 전신 갑옷을 입은 덕분에 화살에는 그리 큰 피해를 받지 않았다.
눈먼 화살을 몇 번 맞고도 멀쩡한 걸 알게 된 펜리스의 병사들은 점점 자신감을 품고 대응하기 시작했다.
쐐애애액!
펜리스군도 똑같이 공성탑의 최상층을 향해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저놈들 전부 판금 갑옷을 입고 있어!”
“공격이 제대로 안 통하잖아!”
“숙여! 몸 숙이라고!”
탑 내부와 마찬가지로 최상층의 궁병들도 혼란에 빠졌다.
전신 판금 갑옷을 단순한 화살로 뚫기는 쉽지 않다. 충격은 줄 수 있겠으나, 관절이나 목 부분 등을 조준하지 않는 이상은 공격이 크게 효과가 없었다.
한쪽은 맞으면 죽는데 한쪽은 맞아도 죽지 않는다. 교전비가 맞지 않으니 상황은 펜리스군에게 점점 유리해졌다.
사다리가 걸쳐지고 데스몬드군이 올라올 때쯤에는 공성탑 최상층의 궁병들이 거의 전멸한 상태였다.
그래도 데스몬드군은 개의치 않는 듯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올라가라! 숫자로 밀어붙여!”
곳곳에 있는 지휘관들의 외침에 데스몬드군의 병사들이 크게 함성을 질렀다.
“와아아아아!”
공성탑 사이사이에서 사다리를 타고 데스몬드의 병사들이 개미 떼처럼 올라오기 시작했다.
“막아라!”
길리언이 외치자 펜리스 기사 중 일부가 공성탑에서 튀어나왔다. 길리언이 있던 공성탑에도 다른 기사가 들어갔다.
절반의 기사들은 공성탑의 출구를 틀어막았고, 나머지 기사들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온 적들을 상대했다.
콰앙! 콰앙!
“으아아악!”
올라온 적들도 별수는 없었다. 길리언은 피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뒤집어쓴 채로 쉬지 않고 적들을 죽여 나갔다.
그는 기사들처럼 신형 갑옷을 입지 않았다. 지셀의 가르침 덕분에 이미 그 수준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쉬지 않고 날뛰는 길리언과 달리, 기사들의 기세는 다소 약해졌다. 갑옷 틈에서 새어 나오는 빛이 전보다 조금 줄어들었다.
‘젠장, 손이 떨리기 시작하네.’
‘마나가 바닥을 치고 있어.’
‘이제 얼마 못 버틴다.’
초반의 마법 공격에 버티느라 너무 많은 마나를 사용했다. 스스로의 움직임이 전보다 굼떠진 게 확연히 느껴졌다.
이대로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제풀에 피를 토하고 쓰러질 것이다.
“와아아아아아!”
하지만 힘이 떨어진 기사들의 빈틈은 병사들이 채워 주었다. 공성탑의 견제에서 벗어난 병사들은 진형을 갖추고 성벽 위의 적을 몰아내기 시작했다.
창으로 연신 적을 찌르던 루카스가 그 모습을 보고 크게 웃었다.
“하하핫! 이 새끼들도 정말 쓸 만하잖아!”
갈바니움 전신 갑옷은 정말 대단했다. 훈련된 정예인 데스몬드의 병사들이 펜리스 병사들의 갑옷을 제대로 뚫지 못했다.
뛰어난 방어력 덕분에 펜리스군은 수가 더 많은 데스몬드군을 압도할 수 있었다.
공격하는 기세가 한풀 꺾인 것을 느끼고, 데스몬드의 기사 수십 명이 사다리를 타고 훌쩍 성벽 위에 뛰어올랐다.
카가가각!
“크윽!”
데스몬드의 기사가 마나를 담은 검을 휘두르자 펜리스 병사의 갑옷이 길게 갈라졌다.
비틀거리는 병사를 따라가며 기사가 다시 검을 휘두르려고 할 때.
콰앙!
길리언의 도끼가 어디선가 날아와 기사의 머리를 단숨에 날려 버렸다.
“기사들부터 상대해라! 병사들은 내버려 둬!”
쩌렁쩌렁한 길리언의 외침에 펜리스의 기사들이 데스몬드의 기사들에게 달라붙었다.
어차피 병사들끼리의 싸움은 이쪽이 압도적이다.
지이잉―!
다시 펜리스 기사들의 갑옷에서 밝은 빛이 강하게 뿜어져 나왔다.
‘생각하기 귀찮다. 그냥 오늘 뒈지자.’
그들은 모두 마나를 아끼지 않았다. 원래 목표는 최대한 시간을 끄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도 버렸다.
그런 마음으로 싸웠다가는 어차피 밀린다. 적들의 수가 너무나도 많았다.
‘그럴 바에는 한 새끼라도 더 죽이는 게 낫지. 그냥은 안 죽는다, 이 새끼들아.’
독기가 잔뜩 오른 펜리스의 기사들. 그들이 한계까지 힘을 아끼지 않고 뽑아내니 그 기세가 실로 대단했다.
콰아앙!
“크윽! 이 새끼들 도대체 뭐야!”
데스몬드의 기사들은 연신 뒤로 밀려 났다. 몇몇은 순식간에 목이 날아갔다.
이들이 아무리 정예 병력에, 타 영지의 기사들보다 강하다 해도 모두가 상급 기사의 수준에 이른 건 아니다.
갑옷의 도움을 받아 모두가 상급 기사에 근접한 수준까지 올라간 펜리스 기사들의 힘을 당할 수는 없었다.
차분하게 시간을 끌면 쉽게 이길 수 있겠지만, 데스몬드군에는 그걸 아는 사람이 없었다.
“더! 더 밀어붙여라!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길리언의 얼굴은 악귀와도 같았다. 눈에서 불길이 쏟아지는 듯했다.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버티고 밀어내야 한다.’
펜리스 기사들의 힘에 시간제한이 있다는 건 그도 잘 알고 있다. 전보다 사용 시간이 더 늘어나긴 했지만, 그것도 슬슬 한계에 다다른 게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멈추면 안 된다. 첫 전투부터 밀리면 그들이 남은 의미가 없었다.
‘지금 밀리면 끝이다.’
한번 밀리면 저 대군은 폭풍처럼 덮쳐올 것이다. 그러면 시간을 끌 수가 없다.
조금이라도 더 버티려면 오히려 지금 최선을 다해 강력한 힘을 보여 줘야 한다.
그래야 적들이 다음 전투부터 더 조심스럽게 움직일 테니까.
‘그럴수록 영주님이 쓰실 시간이 늘어난다.’
적을 막거나 이길 수는 없다. 아무리 강해도 저 숫자 앞에서는 그건 불가능하다. 오직 할 수 있는 건.
‘영주님이 오시기 전까지만 버틴다.’
길리언은 그 마음으로 적들을 죽여 나갔다.
“힘을 내라! 반드시 지킬 수 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기사들을 독려하던 길리언은 옆구리가 따끔해지는 걸 느꼈다.
푸욱!
고개를 돌리니 은밀하게 다가온 데스몬드의 기사 하나가 검을 찔러넣고 있었다.
아무리 혼전이라지만 그 틈을 타서 몰래 들어오다니. 역시 대단한 놈들이었다.
길리언의 입술이 잠시 씰룩거렸다.
데스몬드의 기사는 자신의 공격이 성공했다고 생각했는지 입꼬리를 비틀며 웃고 있었다.
“건방진…….”
길리언은 바로 몸을 돌려 기사의 목을 우악스럽게 잡았다.
“커헉!”
콰직!
그것이 기사의 마지막 외침이었다. 길리언은 기사의 목을 잡은 채 머리를 도끼로 내리쳤다.
그는 일부러 더 과격하고 잔인하게 적들을 죽였다. 피투성이가 되어 날뛰는 맹수와도 같은 모습에 데스몬드군은 기가 질렸다.
“죽고 싶은 놈은 누구든지 와라!”
콰아아앙!
도끼를 든 길리언이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바닥이 갈라진다. 마나가 담긴 그의 외침은 주변의 공기를 모두 터뜨리는 것만 같았다.
길리언이 다가갈 때마다 데스몬드군은 기사와 병사를 가릴 거 없이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그들은 경악스러워하는 눈으로 길리언을 바라보았다. 도무지 넘을 수 없는 벽을 보는 듯했다.
길리언뿐만이 아니라 검은 갑옷을 입은 기사들도 강하긴 마찬가지였다. 이곳은 괴물들 천지였다.
“이, 이 괴물 같은 놈들…….”
“고작 이 정도 숫자로…….”
“어째서 펜리스에 이런 놈들이…….”
데스몬드군은 헛웃음을 흘렸다.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분명 압도적인 병력으로 밀어붙였는데, 오히려 밀리는 건 자신들이었다.
펜리스 백작 말고도 이런 강자들이 즐비할 줄은 정말 몰랐다. 무장 덕분인지 병사도 하나하나가 준기사급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펜리스군이 제법 뛰어나다는 소문은 있었기에 정예병 수준은 될 거라고 짐작했다. 그렇게 교육을 받았고 다들 상대가 쉽지는 않을 거라고 단단히 마음을 먹고 왔다.
하지만 이건 일반적인 군대가 아니었다.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한 군대였다.
놀란 건 멀리서 전황을 지켜보던 해럴드도 마찬가지였다.
‘무슨…… 어떻게…… 저런…….’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요새를 단숨에 점령하려고 이번 공격에 무려 5천의 병력을 쏟아부었다.
그런데 그 대군도 요새를 점령하기는커녕 제대로 적을 죽이지도 못하고 있었다.
‘이게 말이 되는가? 지셀 그놈이 저런 군대를 만들어 냈다고?’
검은 갑옷을 입은 자들은 확실히 기사 수준으로 보였다. 그것도 최소한 중급 이상의 실력자들이다.
거기에 병사들은 죄다 전신 판금 갑옷을 입고 있었다. 이래서는 일반 병사들로 죽이기가 무척 힘들어진다.
게다가 적군이 전부 궁병이라 생각한 건 착각이었다. 근접전 실력도 무척 뛰어났다.
고작 1천으로 1만의 군사를 상대할 만한 수준이라 할 수 있었다.
‘내가…… 정말 그놈한테 죽을 뻔했구나.’
모골이 송연해졌다. 펜리스 영지에서 최근에 대규모 병력을 모집했다.
만약 자신이 조금만 더 늦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10만을 끌고 왔어도 그놈을 죽일 수 있었을 거라 장담할 수가 없었다.
저만한 기사들을 모집한 것도 놀랍지만, 지휘관으로 보이는 인물은 더욱 뛰어났다.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키웠던, 북부제일검을 노리던 빅토르와 비슷한 수준…… 어쩌면 그 이상도 될 것으로 보였다.
그 실력도 실력이지만, 하얗게 센 머리가 피로 붉게 물들 정도로 거침없고 과격하다.
그야말로 목숨을 걸지 않았다면 보일 수 없는 행동이었다.
뛰어난 인재들과 강력한 장비로 무장한 병사들. 그놈은 언제 이렇게 사람들을 모으고 키웠단 말인가.
해럴드는 눈을 감았다.
‘천운이다. 하늘이 나를 도왔구나.’
공작가의 명령도, 친왕파와의 관계도 생각하지 않고 움직였다. 후일을 고려하지 않는 건 자신답지 않았지만, 그러지 않았다면 자신은 확실히 그놈한테 당하고 말았을 것이다.
‘애송이가 아니었어.’
빅토르를 잃은 이후, 지셀 페르디움이 운도 좋지만 능력도 있긴 하다고 평가를 바꾸었다. 그런데 그것도 착각이었다. 능력이 있다는 것마저도 너무나 박한 평가였다.
괴물이다. 지셀이란 놈은 왕국을 뒤집어엎을 괴물이었다. 저런 전력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키울 만큼 심계도 깊은 놈이었다.
공작가도, 자신도 지셀이 어떤 자인지 제대로 몰랐다. 그렇기에 계속 당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다행이구나.’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었다. 이제야 그놈을 파악할 수 있었다. 놈이 무엇을 준비하고 무엇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오히려 그놈이야말로 내전을 기다리고 있었군.’
내전이 언제 일어날지는 누구도 정확하게 모른다. 그건 공작가가 결정할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셀이라면, 자신의 준비가 끝나는 대로 먼저 내전을 일으켰을 게 분명했다.
저 무시무시한 군대로 북부를 집어삼키기 위해서 말이다.
‘됐다. 그놈은 이번 전쟁으로 끝이다.’
눈앞에 있는 놈들은 분명 대단하지만, 고작 1천에 불과하다. 압도적인 숫자 앞에서는 쓰러질 수밖에 없다.
생각을 마치고 마음을 다잡은 해럴드는 손을 들었다.
“허튼 남작.”
“네, 백작님.”
해럴드의 부름에 중년의 남자가 곁으로 다가와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는 데스몬드의 봉신으로 허튼 남작령의 주인이자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기사이기도 했다.
“적 지휘관을 죽일 수 있겠나? 저 하얀 갈기의 사자 같은 남자를 말이다.”
허튼 남작은 눈을 가늘게 뜨고 성벽을 바라보았다. 잠시 길리언의 움직임을 쫓던 그는 다시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맡겨 주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