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278)
278 – 다 같이 살고 다 같이 죽는다. (1)
278화 다 같이 살고 다 같이 죽는다. (1)
전쟁에서 첫 교전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첫 교전에서 가늠한 상대의 전력을 토대로 전쟁을 어떻게 이끌어 가야 할지 계획하게 되기 때문이다.
해럴드는 큰 상처를 입고 돌아온 허튼 남작을 보며 고민에 빠졌다.
‘생각보다 더 강하군.’
단숨에 점령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펜리스군은, 격렬한 기세는 차치하고서라도 병사 개개인이 너무 강했다.
그중에서도 적 지휘관이 강하다는 건 멀리서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쪽에서 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를 냈던 건데, 그 허튼 남작까지 이렇게 큰 상처를 입고 돌아올 줄이야.
“괜찮은가?”
“……죄송합니다, 백작님.”
허튼 남작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하고 있었다.
급히 포션을 들이부었지만 쉽게 낫지 않는다. 마나에 당한 상처란 그런 것이다. 기운이 날뛰며 회복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강할수록 그 기운이 남아 있는 시간도 길기에 포션이나 신성력을 아무리 부어도 금방 낫기가 힘들었다.
해럴드는 잠시 허튼 남작을 바라보다가 물었다.
“어떤가? 상대의 실력을 직접 겪어 본 소감이. 병사를 더 몰아넣으면 되겠는가?”
“당연히 점령은 가능하겠으나……. 피해가 상당히 클 것입니다. 피해를 줄이려면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흐음…… 우리에게도 남은 시간이 많지는 않다.”
“하나, 피해가 커져도 좋을 건 없지 않습니까?”
그 말도 맞았다. 펜리스를 점령하고 지셀을 죽인다고 끝이 아니다. 페르디움도 점령해야 하며, 그 뒤로도 친왕파와 오랜 시간 싸워야 할 것이다.
만약 펜리스와 페르디움을 점령하는 과정에서 절반 이상의 병력을 잃으면 친왕파와의 다툼에 버티기가 힘들어진다.
최소 2만 이상은 유지를 해야 다른 이들이 쉽게 손을 뻗지 못할 터였다.
“아멜리아 그년이 이제 말을 제대로 안 듣는군. 그러게 바로 합류를 하라 했거늘.”
만약 아멜리아가 제때 합류했으면 선택의 폭이 지금보다 더 넓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레이폴드도 북부 영주들 몇 명의 합공을 받고 있어 정말로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해럴드는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 더 시간을 들여야 하는가.’
고작 천 명에 불과한데 1만의 군대와 싸우는 것만 같았다. 저 강력한 정예들을 무리해서 뚫었다가는 피해가 클 것이다.
여기서 큰 피해를 보고 아군의 사기가 꺾이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오랜 시간을 들이기에는 주변 상황이 좋지 않았다. 하루라도 빨리 저 요새를 점령해야 했다.
고심하는 해럴드에게 허튼 남작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차라리…… 회유를 해 보는 건 어떻습니까?”
“회유?”
“네, 펜리스군은 대부분 비천한 출신이라 들었습니다. 특히 저 길리언이란 놈과 기사들은 용병 출신이라 합니다.”
“흐음…….”
“분명 펜리스 백작이 돈을 많이 줘 가며 저들을 이끌었던 게 분명합니다. 저들의 장비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영지에서 좋게 대우해 주니 다들 편하게 지냈겠죠. 저만한 실력자들을 묶어 두려고 엄청난 유지비를 들였을 겁니다.”
해럴드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높은 등급의 용병들일수록 고용비가 엄청났다. 하지만 북부의 식량왕이라고까지 불리는 그놈이라면 충분히 유지할 능력이 됐을 것이다.
해럴드가 관심을 보이자 허튼 남작이 조금 더 자신 있게 말을 이었다.
“결국 돈으로 묶인 자들입니다. 계약상 신의를 지키고는 있지만, 근본은 어디 가지 않는 법. 저들에게 깊은 충성심이 있을 리 없습니다.”
“하면, 우리가 저들에게 더 좋은 대우를 약속하고 회유하자 이 말인가?”
“네, 훌륭한 장비도 갖췄고 실력도 있으니 사기는 높지만, 결국 우리를 이길 수 없다는 건 저들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용병의 가장 큰 덕목은 신의를 지키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니까요.”
“일리가 있군.”
“요새의 지휘관인 길리언은 펜리스 백작이 거느리기에는 아까운 인물입니다. 만약 저 인물을 회유할 수만 있다면 앞으로의 일이 무척이나 쉬워질 겁니다.”
“제 주인을 배신한 개를 중용하라는 말인가?”
“어차피 용병은 충성으로 묶이는 관계가 아닙니다. 받은 값만큼만 해 주는 관계죠. 저희가 펜리스를 점령하면 더 좋은 대우를 해 줄 수 있습니다. 용병인데도 저렇게까지 싸우는 걸 보면 제법 신의는 있는 인물 같습니다.”
허튼 남작은 필사적으로 해럴드를 설득했다. 비록 자신에게 큰 상처를 입혔지만 길리언의 무력만큼은 정말로 아까웠다.
북부에서 검술 실력으로는 손꼽히는 자신과 호각으로 싸운 자다.
몸 상태가 최고였다면, 아니…… 시간에 쫓기지 않고 끝까지 싸웠다면 자신이 졌을지도 모른다.
저런 인물이 이런 곳에서 허무하게 죽는 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었다.
해럴드도 몇 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자네와 그 정도로 싸울 수 있는 인물은 이 북부에서 흔치 않지.”
허튼 남작은 해럴드 밑에서 북부제일검 자리를 노리던 빅토르의 검술 스승이었다. 그는 북부제일검이라 불리던 위르겐도 자신보다 실력이 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한 영지의 주인이다 보니 전면전이 아니라면 그와 싸워 볼 기회가 없었을 뿐. 만약 전쟁이 나서 위르겐과 붙었다면 결과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허튼 남작의 설득에 해럴드는 잠시 고민하다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내 며칠 시간을 더 써 보도록 하지.”
데스몬드의 진영에서 즉시 하얀 깃발을 든 사신이 출발했다.
길리언은 사신을 노려보며 물었다.
“항복하라고?”
그는 상처가 낫지 않아 여전히 얼굴이 창백했다. 몸에는 붕대가 칭칭 감겨 있었다. 고통과 피곤이 얼굴에 내려앉은 걸 보니 계속 싸우기는 힘들어 보였다.
사신은 길리언을 위아래로 살짝 훑어보더니 건방진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백작님께서는 여러분께 최고의 대우를 약속했습니다.”
말투는 정중하지만 표정은 전혀 그렇지 않다. 마치 네까짓 놈들이 어쩔 거냐는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사신은 은혜를 베푼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어차피 대부분이 용병 출신이라 들었습니다. 지금보다 더 많은 돈과 더 좋은 대우를 약속드리겠습니다. 용병들이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고용주에게 옮겨 타는 건 자연스러운 일 아니겠습니까?”
길리언의 옆에 있던 루카스가 창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다른 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이 외부에 어떤 식으로 보이는지는 잘 알고 있다. 평생을 천대받으며 살아왔으니까.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대놓고 신의 없는 놈들 취급하며 모욕하다니.
스으으윽…….
사방에서 살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사신과 그를 따라온 수행원들은 살을 찌르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
사신은 살짝 뒤로 물러나며 웃었다.
“설마…… 본인들이 정말 기사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시겠죠?”
“…….”
“여러분들은 기사가 아닙니다. 그저 조금 강해진, 기사도는 전혀 없는 용병일 뿐이죠. 현실을 직시하십시오. 얄팍한 계약과 신의, 자존심 때문에 목숨을 버릴 필요가 없습니다.”
사신은 여유롭게 고개를 들고 기사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여러분들은 끝까지 살아남는 게 미덕입니다. 용병답게 말이지요. 굳이 아까운 목숨을 여기서 버릴 필요가 없습니다.”
상대방의 착각을 깨부수고 현실을 직시하게 해 준다. 그래야 눈앞에 닥쳐온 공포가 제대로 보일 테니까.
그것이 바로 사신이 취한 전략이었다. 결과가 정해진 일에 굳이 아부를 떨 필요도 없었다.
현실만 알게 해 주면 된다.
“펜리스 백작을 버리십시오. 그리고 저희와 새로 계약을 하면 됩니다. 필요하시다면 위약금도 저희가 물어드리겠습니다. 금방 다시 받아 낼 수 있으니까 말이죠.”
“이놈이…….”
루카스가 참지 못하고 살기를 줄기줄기 뿜어내며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사신은 칼 한번 휘두르지 않고 말로서 자신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다.
솔직히 예전 같았으면 낄낄대면서 아무렇지도 않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셀과 함께하며 성장한 만큼……. 이런 모욕과 수치를 이제는 견딜 수가 없었다.
다른 기사들도 거칠게 숨을 내쉬며 몸을 들썩거렸다. 지금 당장 사신을 잡아 죽이고 싶었다.
다들 길리언을 바라보았다.
길리언은 이런 걸 참지 않을 것이다. 그야말로 영지에서 가장 기사다운 사람이며 가장 깊은 충성심으로 영주를 모시는 사람이니까.
“백작에게 시간을 좀 달라고 전해라. 다른 이들을 설득해야 하니까. 그리고 다음에 올 때는 말뿐이 아닌 제대로 된 조건을 가지고 오도록.”
“……!”
기사들은 순간 당황해서 어떠한 말도 하지 못했다.
사신은 그런 기사들을 슬쩍 둘러보며 비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좋은 선택이십니다. 다른 분들도 잘 생각해 보시지요. 아까운 목숨을 여기서 허무하게 잃으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그 말을 끝으로 사신은 돌아갔다. 잠깐의 침묵이 지난 뒤, 루카스가 창을 길리언의 목에 들이밀며 말했다.
“교관…… 이제 와서 목숨이 아까운 거냐?”
다시 살기가 피어오른다. 대답 여하에 따라 바로 치겠다는 각오가 느껴질 정도였다.
다른 기사들도 하나둘씩 창을 들기 시작했다.
“겁쟁이인 줄은 몰랐는데. 적한테 칼침 한번 세게 맞더니 겁이 생겼나.”
“지금 영주를 배신하겠다는 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사니까 우리가 평생 근본 없는 놈이라고 욕을 먹는 거야.”
길리언은 팔짱을 끼고 기사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왜? 좋은 기회가 왔는데 같이 항복하고 싶은 놈은 없나?”
“이 새끼가!”
파앗!
루카스가 예고도 없이 바로 창을 찔렀다. 하지만 길리언은 슬쩍 고개를 움직여 피했다.
하지만 루카스는 멈추지 않고 바로 창을 휘둘러 길리언의 얼굴을 치려 했다.
텁!
길리언은 손쉽게 날아오는 창대를 잡았다. 루카스가 인상을 쓰며 창을 빼내려고 했지만 쉽게 빠지지 않았다.
길리언은 창을 잡은 채 기사들을 둘러보았다. 모두 살기등등한 걸 보니 항복하고 싶은 놈은 없어 보였다.
한 번 피식 웃은 그가 말을 이었다.
“이 멍청한 놈들아. 놈들이 알아서 시간을 주겠다는데 바로 거절하면 손해지 않느냐.”
“어?”
기사들은 어리둥절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모욕적인 말에 화가 나다 보니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길리언은 날카로운 눈빛을 내비쳤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놈이 없는 건 다행이군. 우리의 자존심을 챙기는 건 나중의 일이다. 모욕에 대한 분노는 적과 붙었을 때 풀어라. 지금은 시간을 끄는 게 영주님을 위한 일이다.”
“오…….”
“우리 교관이 자존심을 내려놓고 이렇게 뻔뻔하게 굴 줄이야.”
“은근히 생각이 깊단 말이야?”
오해가 풀린 기사들은 무기를 내려놓고 다시 낄낄거렸다.
길리언은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단순한 놈들.”
하지만 그래서 지셀이 이들을 좋아하는 것일 테다. 언제나 감정에 솔직하고 뒤에서 음흉한 짓은 저지르지 않는 순수한 놈들이니까.
“어차피 저쪽도 시간을 오래 주진 않을 거다. 그사이에라도 마나와 체력을 회복시키고 있어라.”
기사들이 멋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으며 물러났다.
사신의 보고를 받은 해럴드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천한 놈들은 어쩔 수 없군. 명예도 모르고 돈만 좇는 놈들 같으니라고.”
만약 상대가 정말 기사들이었다면 해럴드도 쉽게 믿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비천한 출신이라는 선입견이 그의 눈을 가려 버렸다.
그런 놈들이 더 좋은 조건을 찾아 주인을 갈아타는 건 비일비재한 일이었으니까.
“그래도 잘됐군. 피해를 좀 줄일 수 있겠어. 실력들이 제법 뛰어나니 조건은 넉넉히 쳐 줘라.”
사신은 자신만만하게 성공을 보고 했다. 그러니 자신은 관대한 마음으로 기다려 주면 되는 것이다.
이틀 정도 후에 사신은 다시 펜리스 진영으로 갔다. 그리고 자신들이 내 줄 수 있는 엄청난 조건들을 강조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하실 겁니다. 그런데 아직 설득을 다 못하셨습니까?”
길리언은 조금 곤란한 표정으로 말했다.
“조건은 마음에 드나 거부하는 몇 명이 남았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오. 조건을 몰라서 그러는 이들도 있으니까.”
사신이 살짝 둘러보자 과연 한쪽에 불만이 가득한 표정의 기사들이 모여 있는 게 보였다.
길리언의 쪽에 붙은 기사들이 더 많긴 했지만 아직 전부 설득하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사신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경고하듯이 말을 건넸다.
“쯧…… 저희도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버릴 사람은 버리십시오. 이 정도 조건은 어떤 곳에서도 쉽게 주지 못할 겁니다.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그렇게 사신은 매일같이 찾아가 길리언을 닦달했다. 길리언 쪽에 붙는 기사들의 수가 점점 더 많아지는 게 보였지만 그 속도가 너무나 느렸다.
사신은 문득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이놈들이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하려고 질질 시간을 끌면서 수작을 부리는구나!’
사신은 이를 갈았다. 역시 돈밖에 모르는 비천한 놈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이라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이딴 수작질이라니. 어쩔 수 없이 사신은 조금 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
그래도 길리언은 전부 설득해서 데리고 가고 싶다며 시간을 요구했다.
그런 실랑이로만 무려 일주일의 기간을 써 버렸다. 해럴드에게 마지막 경고를 받은 사신은 똥줄까지 타서 찾아왔다.
“도대체 얼마나 더 시간을 줘야 합니까! 이제 더 줄 수 없습니다!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한 명 남았소.”
사신이 고개를 돌리자 한쪽에 혼자 퉁명스럽게 서 있는 기사가 보였다.
“저자는 뭡니까?”
대답은 서 있는 기사에게 나왔다. 그는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루카스다. 창술의 천재지.”
“왜 혼자 항복을 안 하고 버티는 거요? 자존심 때문이오?”
“화가 나서 말하고 싶지 않다.”
“왜 화가 났소?”
“내가 왜 화가 났는지 정말 몰라?”
“…….”
속이 터질 거 같았지만 오늘이 마지막이었다. 사신도 죽기 싫으니 달래듯이 말했다.
“그…… 내가 뭔가 결례를 저질렀다면 사과하겠소. 그러니 어서 말해 보시오.”
“뭘 잘못했는데?”
“…….”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면서 지금 미안하다고 한 거야?”
“…….”
“됐어, 말 안 할래. 기분 더 안 좋아졌어.”
사신은 끓어오르는 화를 억눌렀다. 오늘까지 이들을 데리고 가지 못하면 자신도 정말 죽은 목숨이 된다.
어쩔 수 없이 사신은 몇 시간에 걸쳐 루카스를 설득했다. 제발 왜 화가 났는지 말해 달라고 사정을 하면서 말이다.
사신의 정성에 루카스는 기분이 조금 풀렸는지 툭 던지듯이 말했다.
“조건이 마음에 안 들어서 항복하고 싶지 않아. 내가 원하는 조건은 따로 있거든.”
“그, 그러면 원하는 조건이 뭐요? 지금 조건도 무척 좋은 건데? 데스몬드 백작님만 따르면 평생 호의호식하며 살 수 있지 않소?”
“그 정도로는 성에 안 차. 귀족의 작위와 작은 영지 하나를 줘. 영주가 되고 싶다. 내가 그렇게 성공하는 게 우리 엄마의 꿈이었어.”
“이, 이…… 미친…….”
비천한 출신 주제에 조건으로 말도 안 되는 걸 요구하고 있다. 저런 정신 나간 놈은 당연히 설득이 되지 않는다.
사신은 길리언을 바라보며 외쳤다.
“그냥 이놈을 죽이시오! 어차피 다른 기사들은 다 설득하지 않았소!”
“거절한다.”
“뭐, 뭐요?”
“우리는 다 같이 살고 다 같이 죽는다. 그러니까 그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일주일 정도 시간을 더 주면 내가 설득하겠다.”
사신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는 길리언의 말을 듣고 드디어 깨달았다.
‘다 같이 살고 다 같이 죽는다고?’
이놈들은 애초부터 항복할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게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