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279)
279 – 다 같이 살고 다 같이 죽는다. (2)
279화 다 같이 살고 다 같이 죽는다. (2)
사신은 그것도 모르고 공명심에 취해 성공했다고 보고를 올려 버린 것이다.
그는 이제 길리언의 다리를 붙잡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사, 살려 주시오. 오늘 그대들을 데리고 가지 못한다면 난 죽은 목숨이오. 분명 항복한다고 하지 않았소? 시간도 충분히 주지 않았소!”
“전부 다 설득이 되면 한다 했다. 일주일을 더 주면 하겠다.”
아무리 사신이 애원해도 길리언은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사신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돌아와 보고를 올렸다.
“아, 아직 설득되지 않은 자가 있어서…… 일주일만 시간을 더 달라고 합니다.”
해럴드는 살기 어린 눈으로 사신을 바라보았다. 그는 바보가 아니다. 사신의 반응과 지금까지 걸린 시간을 보고 사태를 파악했다.
스르릉.
그는 바로 검을 뽑으며 으르렁거렸다.
“네놈의 설레발 때문에 내가 그런 하찮은 놈들에게 또 조롱을 당했구나.”
드높은 명예와 위엄이야말로 해럴드의 자부심이다. 그런데 이런 수모를 당하자 이전에 지셀에게 당한 분노까지 되살아났다.
사신은 바닥에 엎드려 애원했다.
“사, 살려 주십시오! 반드시! 반드시 제가 다시 설득을…….”
“설득? 이미 중요한 시간을 일주일이나 써 놓고 내 얼굴에 먹칠한 주제에 다시 설득을 한다고?”
“네, 네! 이번에야말로…….”
“닥쳐라!”
퍼억!
해럴드는 그 자신 또한 상급에 이른 기사다. 분노를 담아 검을 내려찍자 엎드려 있던 사신의 머리는 단숨에 터져 나갔다.
그러고도 분이 풀리지 않은 해럴드는 계속 사신의 몸을 난자했다.
“이 한심한 놈!”
퍼억!
“저런 천한 놈들조차 설득을 못 하고!”
퍼억!
“이 내가! 지셀과 그 수하 놈들에게! 언제까지 이런 모욕을 당해야 한다는 말이냐!”
퍼억! 퍼억! 퍼억! 퍼억!
악귀 같은 얼굴로 시체를 난도질하는 해럴드를 아무도 말리지 못했다.
그간 쌓아 온 분노와 시간에 쫓기는 초조함이 폭발해서 그러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퍼억! 퍼억! 퍼억!
“후…….”
시체가 완전히 곤죽이 됐을 즈음에야 해럴드는 머리를 쓸어올리며 손을 멈추었다.
언제나 위엄 있고 깔끔한 모습만 보이던 그답지 않게 상당히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앞에 놓인 시체를 바라보는 해럴드의 눈에 다시 살기가 깃들기 시작했다.
사신이 아니라 요새에 틀어박혀 있는 펜리스군을 향한 살기였다.
“이 비천한 놈들이 감히 얄팍한 수를…….”
해럴드의 책임은 아니었다. 비록 선입견은 있었으나 직접 만나 보지 못했으니 사신의 보고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제법 능력도 있는 놈이 자신만만하게 말하니 믿고 시간을 준 것이었다.
하지만 결국 회유에는 실패했다. 천한 놈들이 자신을 우롱하고 중요한 시간을 뺏어갔다고 생각하자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펜리스군은 그사이에 정비를 하며 상처와 체력을 전부 회복했을 것이다.
챙그랑.
검을 던져 버린 해럴드가 옆에 있는 부관을 노려보며 말했다.
“당장 저 요새를 완전히 부숴 버려라.”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저놈들은 모두 붙잡아서 사지를 찢어 버리도록.”
이제 시간을 들여서라도 확실히 이기는 수밖에 없었다. 압도적인 전력의 우위를 살려 요새 자체를 짓밟을 계획이었다.
지셀을 잡는 데 필요한 과정이기도 하지만, 그 자신을 우롱한 저 비천하고 건방진 놈들에게 공포감을 주는 방법이기도 했으니까.
해럴드는 이를 갈며 말을 이었다.
“3일을 주겠다. 그리고 윌로우에게 전해라. 제깟 놈들이 마법 공격을 완벽하게 막진 못할 테니, 죽일 수 있는 놈은 죄다 죽이라고.”
분노한 해럴드의 명령에 따라 다시 투석기와 마법사들이 나섰다. 충차도 가져오긴 했지만 쓰지는 않았다.
굳이 좁은 성문 하나를 뚫어 축차 투입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성벽을 무너뜨리고 사방에서 포위해 들어가면 된다.
침착하게 대군의 이점을 살리며 펜리스군을 압박할 생각이었다.
“쏴라!”
데스몬드군의 지휘관들이 크게 외치자 공격이 시작되었다.
쾅! 콰아앙! 쾅!
마법사들이 날린 마법과 투석기가 쏜 거석들이 쉴 새 없이 요새의 벽을 두드렸다.
펜리스군도 적들이 움직이자 바로 전투 태세를 갖췄다.
“뒤로 물러나라!”
길리언이 외치자 다들 부리나케 성벽에서 내려갔다. 저런 어마어마한 공격이 들어올 때는 성벽에 있는 게 무의미하다.
어차피 반격할 수도 없고, 괜히 근처에서 알짱대다가는 맞아 죽을 게 뻔했다.
길리언은 데스몬드군을 노려보며 긴 숨을 내쉬었다.
“차라리 잘됐다.”
적들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 요새를 무너뜨릴 계획처럼 보였다. 하지만 길리언의 목적은 이 요새를 지키는 게 아니었다. 적의 발목을 잡고 시간을 끄는 것이 최우선 목표였다.
“당분간은 접전을 피할 수 있겠군.”
사신과 실랑이해 가며 이미 일주일이나 시간을 벌었는데, 성벽이 무너지기 전까지 시간을 더 벌게 생겼다. 이런 상황은 무조건 환영이었다.
단 하나의 문제는.
요새 안으로 물러난 아군도 공격할 수 있는 괴물이 적 진영에 있다는 것이다.
부우웅!
공중에 높이 떠오른 윌로우가 요새를 내려다보며 마법을 시전했다.
콰앙! 콰앙! 콰아아앙!
하늘에서 무수한 돌덩이가 떨어지며 요새 안쪽도 파괴하기 시작했다.
“젠장! 저 새끼 또 왔어!”
“시발! 우리도 바네사 왔으면 너 죽었어!”
“잘난 척하지 마! 이 새끼야!”
욕설만 내뱉을 뿐 우왕좌왕하며 피하는 펜리스군을 보며 윌로우는 비웃음을 지었다.
“벌레 같은 놈들. 뭐 하러 저런 놈들을 설득하겠다고 시간을 끌었는지.”
하찮은 놈들이 싸움 좀 한다고 건방지게 구는 꼴이라니. 해럴드의 명령이니 회유에 반대하진 않았지만, 윌로우는 내심 그게 참 마음에 안 들었다.
이런 벌레 같은 놈들은 설득이고 뭐고 애초에 처음부터 자신이 나서서 몰살해 버려야 했다.
얼마 전 전투에서 끝을 보았어야 했는데 참 아쉬웠다. 그때는 길리언이란 적 지휘관과 허튼 남작의 실력이 백중세라 끼어들고 싶어도 끼어들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역시 마법을 쓰기에는 아군이 없는 게 훨씬 편하다.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윌로우는 마법으로 요새 안쪽을 산산조각 내는 와중에도 주변 상황을 꼼꼼히 살폈다. 투석기와 마법사들의 공격에 성벽이 바깥쪽부터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었다.
“다른 쪽은 알아서 하라고 내버려 두고 벌레들이나 몇 마리 잡아 봐야겠군.”
그런데 그때, 자신이 요새 안쪽에 날린 마법 중 몇 개가 사라지는 게 보였다.
바로 검은 갑옷을 입은 기사들 주변에 떨어진 마법이었다.
마법이 사라진 덕분에 기사 주변에 모여 있던 병사들도 멀쩡했다. 돌덩이들은 그저 요새 안쪽의 건물과 물자들을 파괴할 뿐이었다.
“흐음, 신기하군. 나름대로 마법 공격에 대비는 하고 있었구나. 마법사는 확실히 아닌 거 같은데, 어떻게 한 거지? 아티팩트를 몇 개씩 들고 다니는 건가? 가까이서 못 보니 답답하군.”
윌로우는 마법사답게 현재 상황에 대해 큰 호기심을 보였다. 하지만 그도 펜리스 기사들의 갑옷 전부가 아티팩트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기사 한 명이 중소 영지의 몇 년 치 예산을 입고 다닌다고 어느 누가 생각하겠는가.
자신의 상식 내에서 답을 찾으려 하니 근접한 답은 찾아도 정확한 답을 찾을 리가 없었다.
여유를 부리며 구경하는 윌로우를 보며 길리언은 이를 갈았다.
‘저놈만 아니면 더 오래 버틸 수 있을 텐데.’
항상 저런 마법사들이 문제다. 특히 고서클 마법사일수록 전황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가 있었다.
무지막지한 파괴력으로 넓은 범위를 공격하면 상대하기가 무척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저렇게 멀리 떨어져서, 같은 편의 보호를 받고 있다면 말이다.
아군에도 마법사가 있었다면 서로 마법을 파훼하는 방식으로 견제할 수 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이곳에 마법사는 없었다.
“일단 쏴라!”
길리언의 외침에 병사들이 화살을 쏘아 댔다. 천 개에 가까운 화살이 아예 윌로우가 있는 공간을 덮어 버릴 기세로 날아갔다.
하지만 윌로우는 날아오는 화살들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한심하구나.”
타타타타탕!
화살들은 윌로우의 앞에 펼쳐진 실드를 뚫지 못했다. 애초에 일반 병사들의 공격이 6서클 마법사의 마력을 뚫을 리가 만무했다.
펜리스군을 한껏 비웃은 윌로우는 다시 손에 마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구경도 지겹구나. 신기한 건 다 죽이고 찾아보면 될 일. 어디 이것도 한번 막아 봐라.”
대규모 광역 마법은 아무래도 공격 하나하나의 위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든 마력을 한 점에 집중시킨 강력한 마법은 어떨까? 그때도 저런 하찮은 도구들로 막을 수 있을까?
며칠 전에 이어 지금도 자신의 마법이 일부나마 막혔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약간 상한 그는 마력을 잔뜩 쏟아부었다.
콰지지지직!
윌로우의 한쪽 손에 강력한 전격의 기운이 몰리기 시작했다.
평소였다면 이런 엄청난 마력을 소모하는 마법은 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군에게 보호받는 안전한 상황에서는 굳이 몸을 사릴 필요가 없었다.
콰직! 콰지직! 콰직!
엄청난 마력이 한 점으로 몰리는 걸 발견하고 길리언이 외쳤다.
“창을 던져라!”
쐐애애액!
기사들이 온 힘을 다해 마나를 머금은 창을 던졌다.
카앙! 카아앙! 카앙!
“호오?”
제법 강한 공격에 윌로우가 눈을 크게 떴다.
창에 맞을 때마다 실드의 마력이 크게 출렁이며 강도가 약해졌다. 그만큼 공격 하나하나가 큰 파괴력을 담고 있었다.
“전원이 정말 전부 중급 기사 이상의 실력자란 말인가?”
6서클 마법사인 자신의 실드에 이 정도 타격을 주려면 최소 그 수준은 되어야 한다. 윌로우는 새삼 펜리스의 저력에 놀랐다.
곧 그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백작님 말씀대로, 죽일 수 있는 놈은 최대한 죽여 놔야겠군.”
펜리스 놈들은 다 요새 안에 숨었다. 지금 성벽 밖에서 날리는 공격으로는 아무도 죽일 수 없다. 지금 자신이 한 놈이라도 더 죽여야 정면으로 붙었을 때 아군의 피해가 적을 것이다.
콰지지지직!
이제 윌로우의 손에 모인 전격의 기운은 처음과 비교도 안 될 만큼 커졌다.
“어디 한번 볼까?”
윌로우가 가볍게 요새 안을 훑어보며 공격할 목표를 고민할 때.
휘리리리릭!
“음?”
무시무시한 속도로 도끼가 날아왔다. 순간 저걸 맞으면 죽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감히!”
인상을 쓴 그는 도끼가 날아온 방향을 향해 전격을 방출했다. 자신을 공격한 건방진 놈을 죽이려는 의도였다.
콰아아아아아앙!
푸른 전격이 방출되는 것과 동시에, 아래쪽에서 날아온 도끼가 윌로우의 실드를 강타했다.
천지가 진동할 듯한 엄청난 굉음이 터진 직후.
“크아아악!”
윌로우가 자신의 왼쪽 어깨를 붙잡고 비명을 질렀다.
실드는 이미 깨졌고, 그의 왼쪽 팔도 도끼와 함께 날아가 사라진 상태였다.
윌로우는 피를 철철 흘리며 땅으로 추락했다. 밑에서 대기하고 있던 데스몬드의 기사와 마법사들이 받아 주지 않았다면 그의 몸은 산산조각이 났으리라.
“으아아악!”
우아하게만 살아왔던 윌로우는 생전 처음 느껴 보는 고통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 순간만큼은 마법도, 전쟁도, 명령도, 그 어떤 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어서 윌로우 님을 후방으로 모셔라!”
6서클 마법사는 귀한 존재다. 주변에 있던 모든 이들이 달라붙어 윌로우를 안전하게 진영으로 옮겼다.
거기에 최상급 포션을 들이붓고 의무병들이 죄다 달라붙어 그의 어깨를 치료하기 바빴다.
요새 안에 있던 펜리스군은 모두 멍한 표정으로 길리언을 바라보았다.
치이이이익!
길리언의 몸도 정상이 아니었다. 무려 6서클의 전격 마법을 정통으로 맞은 그는 온몸에서 김을 모락모락 뿜어내고 있었다.
“크윽…….”
길리언이 더 버티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그의 몸 곳곳에는 수포가 끓어올랐고 고기 타는 냄새가 사방에 진동할 정도였다.
“교관!”
기사들이 달려와 길리언을 부축하려 했다. 하지만 길리언은 여전히 손을 휘저으며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났다.
‘강하긴 강하군.’
과연 고서클 마법사다웠다. 엄청난 마력이 모이는 걸 보고 시선을 자신에게 끌었다.
기사와 병사들이 큰 피해를 볼까 봐 다급하게 모든 마나를 뽑아내 도끼를 던졌다.
동시에 앞으로 나서며 뿜어져 나오는 마법을 몸으로 막았다. 허튼 남작에게 당한 부상이 아직도 낫지 않은 상태라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주변에 있던 기사들의 갑옷에서 발동한 디스펠이 마법을 약화해 주지 않았더라면 정말 죽었을지도 모른다.
“후우…….”
길리언의 몸은 이제 정상이 아니었다. 허튼 남작에게 뚫린 가슴과 윌로우의 마법에 당한 그는 몸을 편히 세우기도 힘들 정도였다.
그래도 그의 눈빛은 여전히 맹렬하게 타올랐다. 어떻게든 적의 발목을 잡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그렇기에 주변에 있던 기사들은 어떠한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조금 더 뒤로 물러나라. 성벽이 완전히 무너질 때까지 우리가 할 일은 없다.”
쾅! 콰앙! 쾅!
여전히 적들의 공격이 거세다. 요새 안에도 간간이 마법과 돌들이 날아 들어와 건물과 물자들을 부수고 있었다.
반격할 수 있는 병기들은 본래도 수가 얼마 없었고, 그마저도 첫 교전 때 죄다 박살이 난 뒤였다.
펜리스군은 조금 더 후퇴한 뒤 다시 정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길리언 또한 몸을 치료하며 휴식을 취했다. 그의 몸은 이제 붕대로 감싸이지 않은 곳이 없었다.
콰앙! 콰앙! 콰앙!
데스몬드군의 공격은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었다.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시끄러운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조금만 더 버텨라…….’
길리언은 간절한 마음으로 성벽을 바라보았다. 성벽이 조금이라도 늦게 무너져야 시간을 그만큼 더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저 압도적인 병력 앞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계속 버티면서 싸우는 게 전부였다.
콰앙! 콰앙! 콰앙!
3일이 지나자 성벽의 위쪽은 이제 완전히 허물어졌다.
그래도 병사들이 쉽게 들어가기엔 무리였다. 해럴드는 인상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엄청 단단하군. 카발디 백작이 다스릴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도대체 얼마나 보강을 한 거지?”
적들에게 남은 병기가 없어서 3일간이나 대놓고 공격을 퍼부었는데도, 성벽은 아직도 무너지지 않았다.
지셀이 요새를 증축하며 가장 먼저 내린 명령은 바로 내구성을 높이라는 것이었다. 특히나 스톤헤이븐처럼 주요 거점에 있는 요새는 다른 요새들보다 훨씬 더 단단했다.
해럴드는 혀를 찼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너무 시간이 지연되고 있었다.
“쉬지 말고 계속 퍼부어라.”
성벽이 낮아졌으니 다시 병력을 밀어 넣어 볼까도 생각했지만, 해럴드는 곧 고개를 저었다. 그래 봐야 첫날과 같은 교전만 벌어질 게 뻔했다.
단단하긴 하지만 못 부술 정도의 요새는 아니다. 데스몬드군은 정말 쉬지 않고 성벽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콰아앙!
마침내 한쪽이 무너지자 슬슬 다른 부위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 며칠간 공격을 쏟아붓자 요새는 곳곳이 무너져 흉한 모습이 되었다. 생각보다는 오래 버텼지만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해럴드는 사나운 얼굴로 지체 없이 명령을 내렸다.
“전군, 당장 요새를 점령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