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285)
285 – 혼자 온 게 아니거든. (3)
285화 혼자 온 게 아니거든. (3)
허튼 남작은 황급히 검을 들어 지셀의 내려치기를 막아 냈다.
카아아앙!
“크윽!”
순간 어마어마한 압력이 느껴졌다. 허튼 남작은 검날을 미세하게 기울여 덮쳐 오는 힘을 일부 흘려 냈다.
파아앙!
힘을 전부 흘려 내지 못한 탓에 허튼 남작의 발이 살짝 밀리며 땅이 갈라졌다. 믿을 수 없는 힘에 그가 눈을 크게 떴다.
‘이 무슨……?’
단순한 공격을 막았을 뿐이다. 그런데 하마터면 검이 다시 부서질 뻔했다. 아니, 순간적으로 힘을 흘리지 않았다면 검뿐만이 아니라 뼈가 부러졌을지도 모른다.
화살을 막았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힘이었다. 뭔가 잘못된 거 같다는 생각이 슬슬 들기 시작했다.
드드드득!
지셀은 그대로 계속 검을 내리눌렀다. 허튼 남작이 쥔 검의 날이 점점 아래로 기울어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천천히 머리가 갈릴 판이었다.
지셀은 붉은 눈을 빛내며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이 흡사 전투에 미친 악마와도 같았다.
허튼 남작은 순간 오싹함에 몸을 떨었다.
‘이, 이건 상급 기사의 힘이 아니다!’
정보부에서는, 지셀의 힘이 상급 기사 초기 수준일 거라 예상했다. 그전까지 지셀이 무력으로 명성을 떨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상급 기사 수준으로 판단한 것도, 카발디 전쟁에서 활약했다는 소문 때문에 높이 쳐 준 것이었다.
허튼 남작의 생각도 정보부의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신이 다치긴 했지만 경지도 더 높을 테고, 거기에 연륜까지 있으니 침착하게 전투를 이끌어 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터무니 없는 힘이라니!
‘말도 안 돼! 뭔가 잘못된 게 분명하다!’
그 순간, 지셀이 힘을 빼고 검을 들어 올렸다. 그에 맞서 버티던 허튼 남작의 검이 마치 지셀의 검을 쫓듯이 휙 올라가 버렸다.
휘익!
카앙!
억지로 팔을 비틀어 지셀이 다시 내리치는 검을 쳐 낸 허튼 남작이 잽싸게 뒤로 물러났다.
‘힘 대결은 불리하다. 저놈, 힘이 보통이 아니야.’
젊어서 그런지 기세와 힘이 넘쳤다. 이제 막 전장에 도착했으니 마나도 넘칠 것이다.
허튼 남작은 기술로 승부를 보려고 했지만, 지셀은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그에게 따라붙어 검을 휘둘렀다.
카앙! 카앙! 카앙!
검과 검이 부딪치며 몇 번이나 허공에 불꽃이 튀었다.
허튼 남작은 쉽사리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밀리고 있었다. 지셀의 공격을 제대로 피하기도 힘들어 막는 게 전부였다.
그래도 그의 검은 전혀 흐트러지지 않았다. 허튼 남작은 지셀이 기묘한 궤적으로 휘두르는 검을 모두 막아 내며 단 한 번의 기회를 침착하게 노리고 있었다.
지셀은 그 모습을 보고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법이군. 부상만 아니었으면 정말 재미있는 싸움이 될 뻔했어.”
진심이었다. 루타니아 왕국에서 이 정도 실력자는 공작가 소속이 아니라면 쉽게 만나기가 힘들었으니까.
허튼 남작은 길리언과의 싸움에서 입은 부상과 화살에 맞은 상처 때문에 제 실력을 전부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2단계 코어로는 쉽게 잡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 정도는 되니까 길리언과 싸울 수 있었던 거군.’
허튼 남작은 신체적 조건이나 마나는 조금 부족할지언정, 검술 하나만큼은 북부 제일을 논할 만한 실력이었다.
“하지만 전장에서 그런 사정을 봐줄 수는 없지.”
재미있는 상대라고 시간을 끌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제 실력도 발휘하지 못하는 상대와 검을 논해 봤자 무엇하겠는가.
지셀은 숨을 깊이 내쉬며 아쉬움을 떨쳐 내고 검을 고쳐 쥐었다.
허튼 남작은 부상을 입고 수세에 몰렸음에도 한 점 흔들림이 없었다. 지셀 쪽이 훨씬 더 강한 힘과 빠른 속도로 압박하는데도 잘 버티고 있었다.
이런 상대와는 기술로 겨루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하다.
지금보다 더 압도적인 힘과 속도로 눌러 버리면 된다.
지잉―!
3단계의 코어가 활성화되며 지셀의 눈이 더욱더 붉어졌다.
“다시 시작해 보자.”
허튼 남작은 3단계의 공격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었다.
콰르릉!
지셀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번개가 치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본래도 엄청나던 힘이 더 강해지자 허튼 남작은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 어떻게 이런 실력을!’
콰앙!
너무나 빠르고 강하다. 공격을 한 번 막을 때마다 자세가 흔들리고 속이 뒤집혔다.
콰앙! 콰앙!
콰지직.
몇 번 막지도 않았는데 허튼 남작의 검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정신을 집중해 마나를 충분히 둘렀음에도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콰콰콰콰콰쾅!
시간이 갈수록 지셀의 공격이 더 빨라졌다. 허튼 남작은 이를 악물었다. 겨우겨우 막고는 있지만, 막을 때마다 온몸의 뼈가 으스러지는 느낌이었다.
지셀이 상급 기사 수준이라는 건 확실히 착각이었다. 정보부에서 모은 정보는 물론이고, 과장되었다고 여겼던 소문조차 이자의 실력을 반도 표현하지 못했다.
최상의 몸 상태가 아니면 이길 수 없는 상대다. 아니, 최상의 몸 상태라 해도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자신보다 윗줄의 실력자가 분명했다.
‘이, 일단 후퇴해야 한다.’
목숨을 부지하려면 평생을 쌓아 온 명예를 버릴 수밖에 없었다.
허튼 남작은 어떻게든 몸을 빼려 했다. 하지만 지셀의 검은 집요하게 따라붙으며 허튼 남작을 놓치지 않았다.
콰앙! 콰앙! 콰앙!
검이 부딪칠 때마다 땅이 뒤집히고 흙이 튀었다. 두 사람은 다른 이들이 눈으로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였다.
데스몬드의 기사들과 병사들은 몸을 움찔거렸다. 그들도 본능적으로 허튼 남작을 구하러 가야 한다는 걸 느낀 것이다.
“크읏!”
허튼 남작의 입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공격을 막기만 했을 뿐인데도 몸속에 충격이 쌓여 망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장기인 침착한 검술도 이제 소용이 없었다. 갑자기 폭발하듯 증가한 상대의 힘과 속도를 못 따라가니 공격을 막기에만 급급했다.
그나마 허튼 남작의 검술이 뛰어났기에 이 정도로 오래 버틴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것도 끝을 보이고 있었다.
콰아앙!
강렬한 충격음을 내며 허튼 남작의 검이 깨어져 나갔다. 그의 마나로는 도무지 저 강대한 힘을 버틸 수가 없었다.
“이, 이런…….”
쐐애애액!
무기를 잃고 당황한 허튼 남작이 바로 몸을 피하려 했지만 지셀의 검이 더 빨랐다.
콰직!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나고, 곧이어 허튼 남작의 오른팔이 땅에 떨어졌다.
“크아아악!”
동시에 데스몬드의 기사들이 튀어나왔다.
“남작님을 구해라!”
그들의 얼굴엔 무척이나 다급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미 결투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결투 중간에 제삼자가 끼어들면 허튼 남작의 명예가 실추되겠지만 그건 나중에 생각해 볼 문제다. 일단은 목숨을 구하는 게 우선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가까이 오기도 전에, 지셀의 검은 그대로 수평으로 그어지며 허튼 남작의 목을 갈랐다.
스각.
툭.
북부의 강자 중 한 명이었던 허튼 남작의 목이 허무하게 땅에 떨어져 굴렀다.
달려 나오던 데스몬드의 기사들은 그 모습을 보고 순간 몸이 굳어 버렸다.
“나, 남작님이…….”
“허튼 남작님이 죽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데스몬드군은 모두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하지만 지셀은 그들이 감상에 빠지게 두지 않았다.
그는 자연스럽게 검을 뻗으며 말했다.
“쓸어버려라.”
지이잉―!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펜리스 기사들의 갑옷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300여 명의 기사들과 1천의 기마병들이 말을 타고 달려 나갔다.
두두두두두!
갑작스럽게 달려오는 펜리스군을 보고 데스몬드의 기사들이 당황하며 외쳤다.
“전투 준비! 전투 준비!”
그들도 검을 뽑으며 다가오는 펜리스군을 상대하려 했다. 하지만 펜리스군보다 한발 먼저, 지셀이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스각!
지셀은 아직 코어 활성화 상태를 3단계로 유지하는 중이었다. 넘치는 마나를 담아 검을 휘두르니 단번에 기사 하나의 목이 떨어졌다.
지셀은 거기서 만족하지 않고, 주변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시작했다.
콰앙! 콰앙!
“으아아악!”
지셀이 난입하자 데스몬드 병사들의 진형이 엉망으로 변했다.
다들 가까이 접근한 지셀을 노리니 대열이 제대로 갖춰질 리가 없었다. 곳곳에 있던 기사들과 장교들이 소리를 지르며 병사들을 진정시키려 했다.
“이 멍청이들아! 대열을 갖춰라!”
“앞을 막아라! 앞을 막으라고!”
“정신들 차려!”
두두두두두!
우왕좌왕하는 데스몬드군 사이로 펜리스군이 들이닥쳤다.
콰아아앙!
“으아아악!”
데스몬드군은 허튼 남작이 죽어 이미 사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였다.
그 와중에 지셀이 설치며 대열까지 무너뜨렸으니 갑자기 난입한 기사 300명과 기마병들을 막을 수가 없었다.
콰아앙! 콰앙!
몇몇 기사들과 병사들이 분전했지만 한번 꺾인 기세는 다시 살아나지 않았다. 상황을 수습할 지휘관도 없었다.
데스몬드의 추격대는 허무할 정도로 빠르게 무너졌다.
“후퇴해! 일단 후퇴해!”
“본대로 합류해야 한다!”
“각자 알아서 도망쳐라!”
판단이 빠른 기사들이 외치자 데스몬드군은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어차피 이 상태로 가면 전멸을 면치 못한다. 그럴 바에는 한 명이라도 더 살아서 본대에 합류하는 게 나았다.
그나마 추격대의 절반 이상이 기마병이었던 덕분에, 살아남은 자들은 빠른 속도로 전장에서 벗어났다.
펜리스의 기사들과 기마병들이 그들을 따라가려 하자 지셀이 손을 저으며 외쳤다.
“됐다! 그만! 더 따라가지 마라!”
펜리스군은 데스몬드군에 비해 소수다. 괜히 흩어졌다가 데스몬드군의 주력을 만나면 위험해진다.
“많이도 도망쳤네.”
지셀은 사방으로 흩어지는 데스몬드군을 보며 웃었다.
반 정도는 살아서 도망친 거 같다. 기대했던 것보다 많은 수가 살아서 아쉽긴 했지만,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어차피 다시 만날 예정이다. 그때 완전히 박살을 내 버리면 된다.
“와아아아! 이겼다!”
“우리 영주님이 싸움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한다니까!”
“역시 영주님이다!”
기사들과 병사들이 무기를 들고 환호를 내질렀다. 상대 병사들과 그리 오래 맞서 싸우진 않았지만, 그것도 다 영주가 허튼 남작을 깨부순 덕분이었다.
길리언을 구하고 초전에 쉽게 적을 몰아냈다. 당연히 사기가 오를 수밖에 없었다.
지셀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는 다시 길리언을 찾아 움직였다. 그가 지나갈 때마다 병력이 양쪽으로 갈라지며 길을 만들어 주었다.
의무병들의 부축을 받으며 서 있던 길리언은 다가오는 지셀을 감격스럽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역시 대단한 사람이었다. 나타나자마자 단번에 허튼 남작을 죽이고 분위기를 바꿔 버리다니. 지셀에게는 실력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영주님…….”
“길리언!”
지셀은 더 말이 필요 없다는 듯, 팔을 벌리며 다가가 길리언을 꽉 껴안아 주었다.
두 사람은 한참을 그렇게 아무런 말이 없었다. 모두가 숙연한 분위기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한 발짝 뒤로 물러난 지셀이 엄숙하게 말했다.
“영지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싸운 이들과 희생한 이들에게 예를 갖춰라.”
척! 척! 척!
모두가 무기를 들어 올리고 군례를 취했다.
길리안을 비롯한 스톤헤이븐의 병력은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 영지를 위해 싸웠다.
그들은 드높은 명예를 얻고 모든 이들의 찬사를 받을 자격이 있었다.
잠깐의 묵념 뒤, 엄숙한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지셀이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길리언에게 말했다.
“왜 이렇게 얻어터진 거야? 나이 들어서 너무 약해진 거 아냐?”
너스레를 떠는 지셀의 말에 길리언이 웃었다. 말은 저렇게 해도 저 눈빛에 감도는 따스함을 그가 모를 리 없었다.
갑자기 목이 메는 듯한 기분이 들어 길리언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
“……괜찮습니다.”
“괜찮긴 뭐가 괜찮아! 일단 길리언과 부상자들은 빨리 성으로 돌아가라고.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 말을 들은 길리언은 문득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영주님…… 도대체 여긴 어떻게 오신 겁니까?”
“계속 밀리면 이쯤 왔을 거라 생각했지. 당연한 거 아니야?”
전쟁 하나에는 도가 튼 지셀이다. 추격대가 길리언을 쫓고 있다면 가장 포위하기 좋은 이곳에서 승부를 보고 싶어 할 것을 잘 알았다.
길리언은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영주라면 확실히 그 정도는 알 만한 능력이 있었다.
중요한 건, 여길 어떻게 알고 왔냐는 게 아니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영주님이 이곳에 나타나셨다는 건……. 벌써 준비가 모두 끝났다는 뜻입니까?”
지셀은 한 점 부끄러움도 없는 당당한 표정으로 답했다.
“아니.”
“……네?”
“아, 그 많은 걸 벌써 어떻게 끝내. 아무리 내가 대단해도 그건 말이 안 되지.”
“그, 그러면 도대체 여기엔 왜 오신 겁니까?”
그러자 지셀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답했다.
“대충은 끝냈어. 아니, 적당히? 음, 최소한?”
뭔가 변명하는 듯한 지셀의 말에 길리언은 순간 머리가 띵해졌다. 자신들이 왜 희생하려고 했는가. 더 많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시간을 벌려고 했던 게 아닌가.
“대……충……이요?”
“에이, 말이 그렇다는 거지. 정말로 대충 했을까. 길리언 덕분에 최소한의 준비는 끝냈어. 그런데 여기서 더 준비했다가는 다들 오늘 죽었을걸? 그래서 그냥 최소한의 준비가 끝나자마자 왔어. 타이밍 딱 좋았지? 크, 이렇게 대단하다, 내가.”
길리언의 귀에 지셀의 잘난 척은 들리지도 않았다.
“어, 어째서 그러셨습니까? 안 됩니다. 우리 병력만으로는 데스몬드군을 이길 수 없습니다. 준비를, 준비를 더 하셨어야 합니다.”
“준비하다가 너희 다 죽어도 내버려 두라고?”
“설사 저희가 전부 죽어도…….”
“그게 무슨 소용인데?”
“…….”
“완벽하게 준비하려다가 길리언하고 저 친구들이 다 죽으면 그게 무슨 소용이냐고.”
아예 준비하지 않고 곧바로 싸울 수는 없었다. 그건 정말 다 같이 죽자는 뜻이니까.
하지만 길리언과 다른 사람들도 버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지셀은 최소한의 준비로만 타협을 본 것이다.
“영주님…….”
길리언과 쓰러져 있던 사람들은 감격 어린 표정을 지었다. 영주가 마음만 먹는다면 자신들을 희생시키고 더 확실히 전쟁에 대비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들을 구하기 위해 그 이점을 포기하고 달려왔다. 영주 본인이 더 위험해질 걸 알면서도 말이다.
물론 감동은 감동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퍼뜩 정신을 차린 길리언은 미처 전달하지 못한 말을 다급하게 건넸다.
“이, 일단 알겠습니다. 얘기는 나중에 나누시고 빨리 이곳을 떠나야 합니다.”
“왜?”
“데스몬드의 본대가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데스몬드 백작은 만만한 자가 아닙니다. 벌써 이곳의 상황을 파악하고 포위를…….”
지셀은 길리언의 말을 끊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이미 늦은 거 같은데.”
쿵! 쿵! 쿵!
저 멀리서 데스몬드의 대군이 다가오고 있었다. 수많은 병력이 박자에 맞춰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땅이 울렸다.
쿵! 쿵! 쿵!
정면뿐만이 아니다. 양옆에서도 군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도망간 병사들이 이미 합류했는지, 데스몬드군은 지셀 일행을 포위하듯이 진형을 꾸린 상태였다.
지셀은 그 모습을 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얼굴을 보는구나. 해럴드 데스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