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298)
298 – 이제 다음을 준비하자고. (1)
298화 이제 다음을 준비하자고. (1)
해럴드가 자꾸 실패하니 공작가에서도 슬슬 자신에게 무언가 손을 쓰려고 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조급해진 해럴드가 예상보다 빠르게 움직였던 것이고. 하긴, 해럴드의 자존심에 공작가의 선택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궁금한 게 풀린 지셀은 혹시 뭐가 더 있을까 해서 물었다.
“그게 끝이야? 다른 건 뭐 없어? 누구를 보내려고 했었는데?”
“닥쳐라! 이 땅은 데스몬드 백작가의 것이다! 네놈은 실수한 거란 말이다! 네까짓 놈이 친왕파와 함께한다고 해서 공작가를 막을 수 있을 거 같으냐? 넌 끝이다! 이 망할 근본도 없는 망나니 새끼야!”
지셀이 살짝 눈을 찌푸렸다. 어쨌든 저놈이 아는 건 더 없는 모양이었다.
“입이 좀 험하네.”
“네놈의 아비는 거지 같은 즈발터 페르디움이고, 네 어미는 근본도 모르는 몰락 귀족이 아니더냐! 네놈이 백작의 위를 얻고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그 근본이 바뀔 줄 아느냐! 쓰레기 같은 가문 따위가 감히 우리 데스몬드를!”
오만함이 아주 몸에 밴 자다. 그는 여전히 페르디움과 펜리스를 우습게 보고 있었다.
즈발터가 발끈하며 다가왔지만 지셀이 허리춤에서 손도끼를 꺼내는 게 더 빨랐다.
퍼억!
데스몬드의 총관은 무어라 더 말하기도 전에 머리가 깨져 쓰러졌다.
피를 철철 흘리며 쓰러진 그를 보며 지셀이 중얼거렸다.
“당사자 앞에서 부모 욕은 좀 그렇지.”
갑작스러운 공격에 주변에서 힐끔 구경하던 데스몬드의 영지민들은 숨을 죽였다.
무슨 영주가 손도끼를 들고 다니며 대낮부터 사람을 쳐 죽인단 말인가? 총관의 말이 심하긴 했지만 그래도 무서운 건 무서운 거다.
지셀도 영지민들이 불안해하는 기색을 느꼈다.
“앗차, 처음부터 이런 오해를 사면 안 되지.”
그는 손도끼를 다시 집어넣고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나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영지민들이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보통 저런 말을 하는 사람이 진짜 나쁜 새끼다.
뭔가 무지막지한 인간이 이곳을 점령한 것만 같았다.
겁에 질린 영지민들과 대조적으로 펜리스군의 얼굴에는 뿌듯함이 가득했다.
그들은 북부 최강이라 불리는 데스몬드를 상대로 훌륭하게 싸우고 승리했다.
비록 왕국군과 페르디움군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펜리스군이 승리의 가장 큰 주역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다시 흑왕에 올라탄 지셀이 인근을 가득 메운 병사들을 둘러보았다.
아멜리아 때문에 전장 정리도 다른 이들에게 맡기고 바쁘게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데스몬드 영지를 점령했지만 다들 정신없이 움직이느라 실감이 나지 않을 것이다.
전쟁은 단순히 이긴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전쟁을 주도한 이가 끝났다고 말해야 끝이 나는 것이다.
이제 진짜로 ‘승리’를 선언할 시간이었다.
지셀은 잠깐 미소를 지은 뒤 한쪽 손을 들고 외쳤다.
“너희의 헌신과 힘으로 우리는 데스몬드와의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펜리스의 모든 병사가 가슴을 폈다. 특히 데스몬드에서 전향한 첩자 세 사람은 누구보다 더 당당하게 서 있었다.
“우리는 이 강력한 영지를 점령했다! 그저 싸움에서 승리한 것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얼마나 강한지 이 왕국에 알리고, 어떤 적도 우리의 힘으로 굴복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지셀의 목소리가 점점 더 높아져 갔다.
“앞으로 이곳은 우리의 힘과 결의를 상징하는 곳이 될 것이다. 노고와 희생으로 승리를 끌어낸 너희들에게, 영주로서 감사를 전한다! 이제…….”
잠깐 말을 멈춘 지셀은 다시 이곳에 모인 모든 펜리스의 기사들과 병사들을 둘러보았다.
곧 그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모두의 귀에 선명하게 들려왔다.
“펜리스가 북부 최강이다.”
“와아아아아아!”
병사들은 지셀의 말에 큰 환호성과 함성으로 응답했다. 그들은 자부심과 자신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특히 데스몬드의 첩자 출신 세 사람은 서로를 껴안으며 오열을 할 정도였다.
하나같이 승리의 기쁨에 물든 병사들은 그들의 영주에게 존경 어린 눈빛과 함성을 끝없이 보냈다.
병사들의 함성을 뒤로하고, 지셀과 전쟁에 참여한 주요 인물들은 성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제부터는 진짜 전후 처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즈발터는 감격스럽다는 눈빛으로 지셀을 바라보았다.
“네가…… 네가 정말 이겼구나……. 정말 네가 말한 대로 되었어…….”
“아버지께서 도와주신 덕입니다. 정말 때를 잘 맞춰 주셨습니다.”
“아니다, 아니야. 그간 네가 해 준 게 아니었다면 어찌 우리가 그렇게 싸울 수 있었겠느냐.”
즈발터는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남들이 보는 앞이 아니었다면 아들을 꽉 껴안아 주고 싶었다.
이 북부에서 오랜 시간 대영주 자리를 지켜 온 데스몬드 백작가다. 해럴드 또한 능력 없는 자가 아니었기에 데스몬드는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예전의 페르디움이었다면 그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었을 것이다.
그런데 페르디움의 후계자가 그 데스몬드 영지를 차지하고 북부를 아우르는 대영주가 될 줄이야!
‘여보……. 왜 그렇게 빨리 가서…….’
즈발터는 오늘따라 먼저 간 마누라가 더 보고 싶었다. 아들의 이런 모습을 봤다면 누구보다 더 좋아했을 텐데.
대대로 가난했던 페르디움은 이제 지셀로 인해 크게 부흥하기 시작했다. 가문의 역사 속에 이렇게 잘된 적이 없었을 것이다.
크게 기뻐하는 즈발터와 다르게 왕국군 3군단의 군단장, 클리프턴 자작과 투자 귀족 연합의 이더리안 자작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특히 클리프턴 자작의 심경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했다.
‘어떻게든 살리기만 해서 데려가려고 했건만…… 이 정도의 인물일 줄이야.’
그도 친왕파이기 때문에 지셀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잘 알고 있다.
브랜포드 후작이 뒤를 봐주는, 제법 운이 좋고 잔재주가 조금 있는 애송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전쟁에서 본 지셀은 그런 하찮은 평가를 받을 만한 애송이가 아니었다.
‘괴물이다. 이 정도면 대적할 수 있는 자가 몇 없겠어. 이 자가 진짜 북부제일검이다.’
클리프턴 자작은 데스몬드군과 싸우면서도 계속 중앙에서 싸우는 펜리스군을 살폈다. 최악의 경우 어떻게든 지셀은 살려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걱정조차도 오만한 것이었다. 지셀의 무력과 전술 능력은 자신이 따라갈 수조차 없었다.
‘거기에 궁기병과 6서클 마법사라니…… 같은 편인 우리조차도 펜리스에 관해 제대로 모르고 있었지 않은가!’
지셀은 놀라울 정도로 큰 힘을 키우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모르는 친왕파의 고위 귀족들은 아직도 지셀을 우습게 보고 있다.
지셀을 밀어주는 브랜포드 후작을 뒤에서 욕하는 귀족들도 늘어 갔다.
클리프턴 자작 또한 그간 지셀을 은연중 무시하고 있었다. 백작위에 오르긴 했지만 그래 봤자 운이 좋은 애송이라 생각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클리프턴 자작은 지셀이 보면 볼수록 무서운 자라 느꼈다.
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지셀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북부군 사령관 각하의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지셀은 명목상이지만 북부군 사령관의 지위를 갖고 있다. 지휘 체계는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전시에는 왕국군 군단장보다 높은 직급이다.
클리프턴 자작은 지금 지셀을 확실하게 자신보다 높은 자로 대하고 있던 것이다.
지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군단장님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왕실과 친왕파의 도움은 잊지 않겠습니다. 제가 꼭 보답해 드리도록 하지요. 또한 2군단장님의 유족에게도 충분한 보답을 해 드릴 겁니다.”
“감사합니다. 그 친구도 마음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겁니다.”
도렌 자작은 클리프턴 자작의 친우이기도 했다. 그는 지셀의 마음 씀씀이에 기뻐하면서도 조금 무거운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우리가 이자를 통제할 수 있을까?’
브랜포드 후작과 친왕파의 힘이라면 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한다. 그러려고 지금까지 지셀을 밀어준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클리프턴 자작의 가슴속에 묘한 불안감이 스쳐 지나갔다. 지셀이 싸우는 걸 직접 눈으로 보고 나니 그 무시무시한 악귀 같은 모습이 잊히지 않았다.
이런 자는 누구 밑에 있을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고삐를 매려 할수록 더 격렬하게 반항하고 물어뜯을 사람이었다.
‘됐다. 내가 판단할 일이 아니다.’
그는 군인이다. 왕실에 충성하고 그 명령에만 따르면 된다. 검은 주인의 뜻에 따라 휘둘러질 뿐, 스스로 판단하지 않는 법이니까.
클리프턴 자작의 인사가 끝나자 이번에는 이더리안 자작이 다가왔다.
“크흠흠, 제 소개가 늦었습니다. 투자 피해자들의…… 아니, 수도 귀족 연합의 이더리안 자작입니다.”
“감사합니다. 투자자분들의 도움도 잊지 않겠습니다.”
“그렇죠. 저희가 이번에 다 사병들만 이끌고 온 거라 조금 손해를 입어서…….”
다들 돈에 민감한 귀족들이다. 손해를 안 보려고 군대를 꾸려 보내긴 했지만, 사병들이 꽤 죽었으니 그것도 손해라 할 수 있었다.
충분히 이해한 지셀이 고개를 끄덕이며 흔쾌히 말했다.
“돌아가실 때 식량을 넉넉하게 챙겨 드리지요.”
그 말에 이더리안 자작은 환하게 웃었다. 가뭄이 지나가고 조금씩 회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식량값은 금값이다.
펜리스 백작이 줄 때는 확실하게 주는 사람인 걸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확언을 받으니 기쁠 수밖에 없었다.
“하하하, 이거 참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별말씀을요. 우리야 언제나 함께 가는 관계 아니겠습니까?”
돈을 열심히 투자했으니 함께 가는 관계는 맞다. 이더리안 자작도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그럼요. 평생 함께 가야죠.”
이더리안 자작은 투자를 철회할 생각을 철회했다. 브랜포드 후작이 밀어주고 이제 데스몬드 영지까지 차지했으니 그 누가 펜리스를 건드릴 수 있겠는가.
앞으로도 믿고 쭉 투자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물씬 들었다.
그렇게 반쯤은 무겁고 반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적당히 전후 처리에 대해 상의한 이들은 일단 휴식을 위해 흩어졌다. 당장 사상자들을 확인하고 정비를 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아마 며칠간은 다들 바쁠 것이다.
그제야 한숨 돌린 지셀에게 벨린다가 다가왔다.
지셀은 그녀를 보며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고마워. 덕분에 아멜리아의 진군을 늦출 수 있었어. 만약에 아멜리아가 먼저 도착했다면 상당히 골치 아팠을 거야. 눌러앉으면 어지간해서는 방을 안 빼는 사람이거든.”
“뭘요, 도련님이 미리 알려 주셔서 수월하게 준비했어요. 참 보면 신기하다니까. 이번에도 어떻게 알았는지 얘기 안 해 주실 거죠?”
“뭐, 내가 아멜리아에 대해서는 잘 알거든.”
“어머, 옛날에 좋다고 계속 쫓아다녀서 그런 건가요?”
“……그건 아니야. 아니, 맞나?”
생각해 보니 전생에서도 계속 쫓아다니긴 했던 거 같다. 잡아서 죽이려고 그랬던 거긴 하지만.
벨린다는 한참을 웃더니 말을 이었다.
“드워프들도 갑자기 끌려왔다고 얼마나 투덜댔는지 몰라요.”
갈바릭과 드워프들은 활 제작이 끝나자마자 끌려와서 함정을 만드느라 고생했다.
그걸 반쯤 주먹으로 달래며 준비한 게 벨린다였다. 어쨌든 그녀가 활약해 주지 않았다면 반쪽짜리 승리가 될 뻔했다.
지셀이 꼭 아멜리아의 발목을 잡아 달라고 했지만, 그 방법만큼은 벨린다에게 일임했기 때문이다.
‘역시 과거가 수상하다니까.’
이쪽도 몇 번이나 물어도 안 알려 주는 건 마찬가지니, 지셀도 그냥 포기하고 피식 웃었다.
“그래, 아무튼 잘 해결돼서 다행이야. 이제 다음을 준비하자고.”
“네, 여기도, 새로 얻은 영지도 빨리 제대로 장악하고 통합해야 하니까요. 총관이 또 난리 피우겠는데요? 여기 가신들도 거의 다 죽였잖아요.”
“어차피 살려 둘 수는 없어. 대부분이 공작가의 끄나풀이니까.”
이곳은 카발디 백작령처럼 뇌물만 먹은 가신들이 아니다. 정말로 공작가의 하수인인 자들이 몰려 있던 곳이다.
그러니 확실하게 전부 솎아 내야 한다. 하급 관리들도 신분을 제대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쓸 수가 없었다.
언제나처럼 펜리스의 행정관들이 기절해 가면서 일하는 수밖에.
“흠, 또 일손이 부족해지겠어. 피오테가 혼자서 부활시키기는 힘들 텐데. 그나마 아카데미에서 계속 행정관들을 양성하고 있었으니 다행인 건가.”
“그래도 이번에 포리스코 주교님이 사제도 10명이나 보내 주셨잖아요.”
“그렇지, 그분들 잘 모시고 있으라고. 이왕 오신 김에 오래 지낼 수 있게 여기저기에 작은 신전이라도 하나씩 만들어야겠어.”
“그래요! 그러면 되겠네요! 역시 우리 도련님은 참 똑똑하다니까!”
영지가 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넓어졌으니 보낼 곳은 많다. 피오테가 만나면 불편해할 테니 전부 떨어뜨릴 생각이었다.
포리스코는 줄 생각도 안 했는데 지셀과 벨린다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고 있었다.
이런 쪽에서는 늘 죽이 참 잘 맞는 두 사람이었다.
“자, 일 처리를 빨리하려면 클로드의 거처도 이곳으로 옮겨야겠지? 또 오기 싫다고 징징대는 거 아닌지 몰라.”
데스몬드는 북부의 다른 영지와 다르게 넓고 자원도 풍족한 지역이다. 이제 이곳을 중심 삼아 발전하는 게 맞지만, 그러려면 클로드가 와야 한다.
지셀이 생각한 대로 클로드는 혼자 징징거리고 있었지만, 그 이유는 지셀의 생각과는 크게 달랐다.
아직 전쟁 결과를 듣지 못한 그는 불안함에 연신 손톱을 깨물어 대고 있었다.
“아, 어떡하지? 지금이라도 도망가야 하나? 그런데 혼자 어떻게 가지?”
아무리 생각해도 못 이길 거 같다. 영주가 대단한 사람이긴 하지만 데스몬드 백작도 유능하기로는 만만치 않다. 병력 차이도 너무 컸다.
역시 기회를 봐서 도망을 가는 게 현명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 도망가고 싶은데!”
밖은 위험하다는 신조로 살아온 그다. 혼자 고향으로 돌아갈 자신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게다가 언제나 그를 든든하게 지켜 주던 호위도 지금은 없었다.
“젠장! 웬디는 두고 갔어야지!”
지금 그를 호위하는 자들은 영지에 남아 있는 몇 명의 병사와 훈련병들이었다. 웬디에 비하면 미덥지 못한 게 당연했다.
있을 때는 항상 잔소리나 하며 자신을 감시하기에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없어지니 허전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그리고 무척 무섭기도 했다. 그는 겁이 많은 남자다.
“으으…… 그놈들이 여기에 오면 분명 나부터 죽일 거야!”
지셀과 함께 ‘북부의 뇌물왕’이라 불리며 별짓을 다 하고 상대방을 열받게 한 자신이다. 데스몬드 백작이 살려 둘 리가 없었다.
만약 웬디라도 있었다면 패배 소식이 들리자마자 함께 도망갈 수 있었을 텐데. 그러면 아주 든든했겠지.
클로드는 혹시나 도망갈 상황까지 예상해서 벨린다에게 애원했었다.
― 웬디 없이는 못 살아! 제발 데려가지 마!
― 어머, 뭐예요? 매일 붙어 있더니 둘이 그런 사이가 된 거예요?
― 그게 아니라 진짜 말 그대로 죽는다는 뜻이라고!
그렇게 애원했는데도 벨린다는 코웃음만 치더니 웬디를 끌고 가 버렸다.
그렇게 클로드가 걱정으로 시들어 가고 있을 때, 드디어 기다리던 소식이 당도했다.
“영주님이 승리했습니다! 대승입니다!”
전령이 영지 곳곳을 돌아다니며 크게 외쳤다. 만면에 웃음을 띤 그는 영지에 있는 모두에게 이 소식을 전달할 기세로 쉴 생각도 안 하고 움직였다.
“우와아아아아!”
성의 가신들과 사용인들, 영지민들까지 모두 크게 환호를 내질렀다. 그리고 클로드는 그 누구보다도 크게 소리를 지르며 기뻐했다.
“으아아아아! 살았다아아아아아!”
그렇게 기뻐하던 클로드에게 다른 전령이 허겁지겁 달려와서 말했다.
“총관님!”
“왜!”
“영주님이 지금 당장 오라고 하십니다!”
“벌써? 왜? 이제 막 점령했잖아?”
“할 일이 너무 많다고 합니다.”
“……얼마나?”
“산더미처럼 쌓였다고 합니다.”
이제 살았다고 기뻐하던 클로드는 고개를 푹 숙였다.
갑자기 죽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