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30)
회귀한 용병은 다 계획이 있다-30화(30/269)
30화 온 힘을 다해 나를 따라와라. (2)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지셀이 길리언의 질문에 답하기도 전에, 용병 몇 명이 웃으며 두 사람을 제치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
“우리 고용주께서 갑자기 겁을 먹으셨구먼.”
“아무것도 없는 거 같은데 왜 갑자기 멈춘 거야?”
“이런 일은 그냥 우리한테 맡기고 쉬고 있으라고. 그러려고 고용한 거 아니야?”
그들은 지셀을 한껏 비웃으며 도끼를 흔들었다.
언제나 무리에서 통제가 되지 않는 사람들은 있는 법이었다.
이들이 보기에 지셀은 나이도 젊고 경험도 부족한, 한마디로 애송이였다.
그저 목적지만 알려 주면 자신들이 알아서 모실 텐데, 자꾸 이래라저래라하니 우스울 뿐이었다.
실제로 지셀의 말을 듣고 전투 준비를 한 건 오직 켈베로스 용병단밖에 없었다.
다른 용병들은 멀뚱히 서서 고용주가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건지 구경 중이었다.
“멈춰.”
지셀이 차가운 표정으로 나직하게 말하자 앞서 나가던 용병들이 엉거주춤 걸음을 멈췄다.
“도대체 뭐가 있다고 그러는 거요?”
“소문만큼 위험해 보이지도 않는데 빨리 길이나 냅시다.”
“별로 멀지도 않다면서요?”
용병들이 투덜거려도 지셀은 표정을 굳히고 말을 이었다.
“천천히 이쪽으로 돌아와라. 거기 있으면 죽는다.”
도대체 지셀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 용병들이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하지만 지셀은 긴장한 채 용병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며 한쪽 손을 들었다.
“모두 전투 준비를 해라, 이 멍청한 새끼들아. 사람이 말을 하면 좀 들어.”
험악한 언사에 용병들은 마지못해 무기를 들었다.
마음에 안 들긴 하지만 어쨌든 고용주의 명령이니 계속 거부할 수는 없었다.
지셀은 천천히 자세를 낮추고 뛰쳐나갈 준비를 했다.
그 앞에 선 용병들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갑작스러운 행동이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저렇게 긴장하고 있으니 따르는 척은 해 줘야 했다.
“야, 가자. 우리 고용주께서 겁이 참 많으시네.”
용병들이 실실 웃으며 몸을 돌렸을 때.
의구심 어린 눈으로 지셀을 바라보던 길리언과 벨린다가 갑자기 표정을 굳히고 고개를 돌렸다.
카오르 또한 욕을 내뱉으며 검을 뽑아 들었다.
[우리는 그것이 움직일 거라 예상할 수 없었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우리는 무방비한 채 안쪽으로 들어갔고, 꽤 깊이 들어가자…….]그제야 용병들도 무언가 움직이는 기척을 느꼈다.
[그것들이 우리를 공격했다.]나무를 감싸고 있던 덩굴들이 소용돌이처럼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번개 같은 속도로 앞선 용병들을 향해 뻗어 나왔다.
그와 동시에 지셀의 몸이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덩굴이 한 용병을 공격하려는 순간, 지셀의 검이 빠르게 움직였다.
서걱!
용병을 잡으려던 덩굴이 검에 베이며 끈적하고 검은 액체를 흘리기 시작했다.
“뭐, 뭐야!”
갑작스러운 공격에 놀라 일행들은 대부분 반응하지 못했다.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몸이 굳은 채 그저 바라만 보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지셀만은 당황하지 않고 빠르게 움직였다.
서걱!
다른 용병을 향해 날아오던 덩굴이 또 하나 잘렸다.
하지만 날아오는 덩굴은 이미 수십 가닥이었고, 지셀 혼자서는 그것들을 전부 막아 낼 수 없었다.
“으아아악!”
미처 피하지 못한 용병 몇 명이 덩굴에 잡혀 끌려갔다.
지셀은 자신이 구한 용병들의 멱살을 잡아 뒤쪽 일행들에게 집어 던지고 곧바로 덩굴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잡혀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미 길은 막혀 있었다.
‘쯧, 늦었나.’
수십 가닥의 덩굴이 사방을 에워싸며 그에게 날아왔다.
지셀은 검을 단단히 쥔 채 공중으로 뛰어오르며 몸을 한 바퀴 돌렸다.
가가가각!
그를 포위하듯 다가오던 덩굴들이 모조리 잘려 나갔다.
덩굴 조각과 함께 바닥에 착지한 지셀은 미끄러지듯이 반원을 그리며 뒤로 물러났다.
“도련님!”
“공자님!”
벨린다와 길리언, 카오르가 잽싸게 지셀 주변으로 다가왔다.
“정신들 차려! 대열을 갖춰라!”
지셀이 고함을 지르자 멍하게 있던 일행들이 무기를 들고 재빨리 전투 태세를 갖추었다.
“으아아악!”
“살려 줘!”
끌려간 용병들은 소리를 지르며 발버둥 쳤다.
어떻게 해야 하나 다들 고민에 빠져 있을 때, 덩굴과 연결된 나무들이 조금씩 들썩이기 시작했다.
“뭐, 뭐야!”
곧 거대한 나무의 껍질들이 갈라지며 마치 찌그러진 입과 비슷한 모양이 나타났다.
나무들은 각자 자기가 잡은 용병들을 입에 넣고 씹기 시작했다.
“끄아아악!”
소름 끼치는 소리와 비명이 뒤섞여 숲에 울려 퍼졌다. 동료가 산 채로 잡아먹히는 모습을 본 다른 용병들이 기겁하며 외쳤다.
“나무들이 움직인다고?”
“설마 저거, 엔트야?”
지셀은 용병들의 경악 어린 목소리를 들으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엔트(Ent)는 몬스터라기보다는 정령이나 요정에 가까운 숲의 수호자다.
그들은 평화를 사랑하고 때로는 오래된 지식을 알려 주며, 숲의 종족들을 지켜 주는 역할도 한다.
이렇게 생명체를 생으로 잡아먹는 흉측한 존재가 절대 아니다.
잡은 용병들을 통째로 씹어 삼킨 나무들은 들썩이며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흉측하게 벌린 입 위로 두 개의 구멍이 갈라지듯 나타났다.
그 사이로 보이는 검은 눈동자.
그 악의에 가득 찬 눈동자를 본 용병들의 전신에 소름이 돋아났다.
[그것은 엔트가 아니었다. 얼핏 보면 엔트를 닮았지만 엔트와 달리 불온하며 험악하고 지독할 정도로 불쾌한 그것들에, 우리는 고대어에서 비롯된 이름을 붙여 주었다.]지셀은 눈앞의 나무들을 보며 그 이름을 중얼거렸다.
“디루스 엔트.”
[다행히 발자크 백작이 활약하여 그것들을 모두 물리쳤지만 이미 병사 대부분이 기습에 당한 뒤였다. 선발대를 잃은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전초 기지로 돌아갔다.]왕국의 힘을 모아 개척을 시작했던 전생의 루타니아 왕국도 처음 실패를 경험했을 정도로 디루스 엔트의 기습은 치명적이었다.
[그것들은 마수의 숲을 감싸듯 널리 퍼져 있다. 즉 이것들은 마수의 숲을 지키는 수문장이나 마찬가지였다. 모르면 당할 수밖에 없는 그런 존재…….]그 문구를 기억해 낸 지셀의 얼굴에 섬뜩한 미소가 지어졌다.
“우리는 해볼 만하겠네.”
눈앞에 대놓고 서 있는데도 모두가 몬스터의 기척을 느낄 수 없던 이유는 단순했다.
움직이기 전까지는 그저 나무일 뿐이니 아무도 의심하지 못했던 것이다.
쿠오오오오!
수십의 디루스 엔트들이 괴성을 지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굵은 가지들은 덩굴과 엮여 팔처럼 내려왔고, 땅에서 뽑혀 나온 뿌리들 또한 서로 엮이며 다리가 되었다.
그 모습을 본 용병들의 얼굴이 긴장으로 물들었다.
“나, 나무들이 움직인다.”
“엔트도 아니고 도대체 저게 뭐지?”
“젠장, 저렇게 있는데 누가 알아차리겠어?”
애초에 나무와 비슷한 존재들이기에 숲과 동화되어 모두를 속일 수 있었다.
모르면 당할 수밖에 없는, 그야말로 사고의 허점을 찌르는 몬스터였다.
크아아아아아!
움직일 수 있는 형체를 갖춘 디루스 엔트들이 모두 지셀을 노려보며 분노의 외침을 토해 내었다.
사냥감들이 깊숙하게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피하지 못할 정도로 들어오면 모두가 포위해서 공격한 뒤 잡아먹는 것이 이들의 습성이었다.
하지만 사냥감이 눈치채고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면 놈들도 직접 뿌리를 뽑고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쓰지 않아도 될 힘을 쓰게 되었으니 그 분노가 지셀에게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크아아아아!
디루스 엔트들의 입에서 다시 한번 괴성이 터져 나왔다.
“1열! 방패를 들어라! 최선을 다해 공격을 막아!”
지셀의 외침에 따라 선두에 있는 용병들이 방패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절대 편해 보이지 않았다.
“저렇게 큰 놈들이랑 싸운다고?”
마수의 숲을 이루는 나무나 마찬가지인 놈들이다.
숲에 사는 몬스터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었다.
거대한 크기에 질려 주춤거리는 용병들을 향해, 디루스 엔트들이 덩굴을 쏘아 냈다.
텅! 터엉!
“으아아앗!”
방패를 들고 있던 용병들이 넘어지거나 뒤로 밀려났다.
디루스 엔트들은 덩치만큼 힘도 엄청났기에, 그것들의 공격에 버티지 못한 것이다.
뒷줄에 대기하던 용병들이 다급히 화살을 쏘았다.
화살들이 디루스 엔트들의 몸에 박혔지만 단단한 나무껍질을 뚫지는 못했다.
“어, 어떡하지?”
“나무잖아! 아예 통째로 베지 않는 이상 소용이 없어!”
용병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그때, 지셀이 다시 외쳤다.
“모두 램프를 집어 던져라!”
나무의 약점은 불이다.
모두가 알고 있는 상식이지만 이곳에서 쓰기엔 위험한 방법이다.
“도련님! 미쳤어요? 차라리 도망가요!”
“공자님! 숲을 태우면 안 됩니다!”
벨린다와 길리언이 기겁하며 외쳤다.
불을 써서 저것들을 물리치더라도 숲이 타 버리면 아무 의미가 없다. 오히려 더 큰 위험을 불러오는 셈이었다.
서식지를 잃은 몬스터들이 사방으로 뛰쳐나갈 테고, 숲과 가장 가까운 페르디움 영지는 쑥대밭이 되고 말 것이다.
그렇기에 역대 페르디움 영주들도 숲을 태워 경작지로 쓰는 방법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셀은 상관없다는 듯 램프를 집어 던지며 외쳤다.
“괜찮아! 저놈들이 불을 먹을 거다! 어서 던져라! 가장 뒷줄은 불화살을 준비해!”
파삭!
디루스 엔트의 몸에 부딪힌 램프가 깨지며 기름이 흘러내렸다.
그 모습을 본 용병들은 너도나도 램프를 집어 들어 마구 던졌다.
“에라, 모르겠다! 빨리 던져!”
“숲이 다 타든 말든 우리랑 뭔 상관이야! 고용주가 하라는데!”
그들도 숲이 타면 안 되는 걸 알고 있지만, 자신들의 목숨이 우선이니 거칠 것이 없었다.
크오오오!
디루스 엔트들은 불쾌한 괴성을 내지르며 팔과 연결된 덩굴들을 마구 휘둘렀다.
하지만 선두에 선 용병들은 온 힘을 다해 방패로 막으며 버텼다.
덩굴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디루스 엔트들은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천천히 일행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예 용병들을 짓이기려는 의도가 명확히 보였다.
“쏴라!”
그때 지셀이 외쳤다.
사방을 에워싼 디루스 엔트들에게 불화살이 쏘아져 나갔다.
크오오오오오!
기름으로 범벅이 된 디루스 엔트들의 몸에서 순식간에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그것들은 걸음을 멈추고 괴로운 듯 주춤거렸다.
사방으로 불이 번지며 모든 것이 화마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뒤쪽에 있던 디루스 엔트들이 불길을 헤치고 달려왔지만, 다시 던져지는 램프와 불화살에 모두 불이 붙을 수밖에 없었다.
크오오오!
괴로운 비명을 내뿜는 디루스 엔트들을 보며 용병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이, 이대로 다 태우고 도망가면 되는 건가?”
“나는 이 영지를 바로 뜰 거야. 숲이 다 타면 몬스터 천지가 될 거라고. 여기는 이제 망했어. 고용주는 진짜 미친놈이야.”
“잠깐, 그런데 뭔가 이상한데?”
치이이이이익!
괴로움에 몸을 꿈틀거리던 디루스 엔트들의 몸에서 뿌연 수증기들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부, 불이 꺼지잖아!”
“뭐야! 불도 안 통하는 거야?”
불길이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며 점점 불이 꺼져 갔다.
불이 꺼지며 생기는 수증기들이 사방을 메우며 시야를 가렸다.
그 연기마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흩어졌다.
꿀꺽.
용병들은 긴장해서 마른침을 삼켰다.
곧 다시 모습을 드러낸 디루스 엔트들을 바라보고 그들은 경악하고 말았다.
“저, 저게 뭐야…….”
나무껍질이 다 타거나 떨어져 속살을 드러낸 그것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기괴함의 극치였다.
온통 검은색으로 이루어진 속살은 말랑말랑한 푸딩처럼 촉촉하고 매끄러워 보였다.
몸 가운데 뚫린 눈이나 입 안에 보이는 날카로운 이빨이 매끄러운 검은 피부와 합쳐져 혐오감을 불러일으켰다.
치이이익.
더 놀라운 점은 그것들이 바닥과 주변의 잔불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밟고 만지는 것이었다.
검은 피부에 닿으면 불은 허무하게 꺼져 버리고 말았다.
“부, 불이 그냥…….”
용병들은 기겁했다.
가뜩이나 강한데 이제는 불도 안 통하는 몬스터로 변해 버린 것이다.
“그, 그렇지. 저건 단순한 나무가 아니지.”
용병들은 그제야 상대가 무엇인지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나무처럼 보이지만 완전한 나무는 아니다.
단단한 껍질로 감싸여 있을 뿐, 이리저리 움직이며 사냥감을 잡아 씹어 삼키는 생명체다.
[그것들의 외피는 단단한 나무껍질과 다를 바가 없다. 그만큼 불에 약하지만, 병사들의 무기는 제대로 통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내피는 달랐다. 무려 4서클의 화염 마법에 저항할 정도로…….]“미쳤어. 여기는 오면 안 되는 숲이야.”
“처음 만나는 몬스터가 저 정도면 다른 놈들은 어떻다는 거야?”
“돌아가야 해. 개척 따위,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어.”
용병들은 겁에 질려 전의를 상실했다.
반면, 지셀은 기억을 더듬다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속살은 아주 야들야들해 보이는군.”
용병들은 지셀을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믿었던 불마저 통하지 않는데 어쩌자고 저런 여유를 부린단 말인가?
고용주 놈은 보면 볼수록 제정신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