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308)
308 – 너 믿고 걸어 본다. (2)
308화 너 믿고 걸어 본다. (2)
번쩍!
감겨 있던 피오테의 눈이 뜨였다. 그의 눈에서는 한없이 신성한 빛이 흘러나왔다.
하늘거리는 머리카락은 찬란한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고 입술은 더욱더 붉어졌다. 피부마저 아주 깨끗하고 하얗게 변했다.
마치 여신이 피오테의 몸에 강림해 모든 더러움을 벗겨 낸 듯한 모습이었다.
예전에는 예쁘게 생긴 정도였다면 지금은 요염한 아름다움마저 느껴진다.
알포이는 그 모습을 보고 생각했다.
‘가, 가능……이 아니고! 젠장! 정신 차려!’
알포이는 이를 꽉 깨물며 다시 마력을 끌어올렸다. 거대한 신성력의 폭풍에 버티기가 힘들 정도였다.
주변 사람들도 넋이 나간 채 피오테를 바라보며 점차 뒤로 물러났다.
도대체 왜 홀짝 도박 따위를 하다가 이런 상황에 빠져 버렸는지 알 수가 없었다.
구오오오오!
피오테는 자신과 연결된 형용할 수 없는 거대한 의지를 느꼈다. 마치 열락과도 같은 정신적 고양감과 함께 무엇이든 할 수 있을 듯한 힘도 느껴졌다.
오로지 순수한 열망을 담은 기도로만 내려진 힘이었다. 거대한 의지는 피오테의 열망을 느끼고 잠시 멈칫거리는 듯했지만, 어쨌든 ‘계시’를 내려 주었다.
피오테의 머릿속에 장엄하고 성스러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것은 이 세상의 언어가 아니었지만 거대한 의지와 연결된 그는 확실히 그 뜻을 알아들었다.
― 짝.
그 인도에 따라 피오테는 성스러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짝.”
“크읏.”
알포이는 신음을 내뱉었다. 짝이 맞다. 하지만 그냥 당할 생각은 없었다.
마법사가 무엇인가?
신이 세상의 질서와 법칙을 만든다면 마법사는 세상의 질서와 법칙을 희롱하고 비트는 자다.
그는 은화 하나를 소매로 빼기 위해 마법을 시전하려 했다.
“뭐, 뭐야! 마력이 안 움직여!”
마법은 발동되지 않았다. 마치 마력이 굳은 것처럼 전혀 미동도 없었다.
그건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케인도 마나를 끌어올릴 수 없었고 마법사들도 마력을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피오테의 주변에 있는 자들은 모두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미, 미친! 이게 뭐야!”
“이 정도 힘이라고?”
“이게 말이 되는 현상이야?”
다들 기겁하며 뒤로 더 물러났다. 저 강력한 신성력의 폭풍 안에 있으면 몸도 성치 못할 거 같았다.
“끄으으으으!”
하지만 알포이는 도망가지 않았다. 그는 아무튼 근성이 있는 남자였다.
어떻게든 힘을 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이제는 몸마저 그의 뜻대로 통제가 되지 않았다.
피오테는 심유한 눈빛으로 알포이를 바라보며 거부할 수 없는 명령을 내렸다.
“손을 펴세요.”
영롱하고 아름다운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 담긴 위엄은 세상을 짓누를 정도였다.
동전을 꼭 쥐고 있던 알포이의 손목이 저절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큭, 내가 포기할 줄 아느냐! 신이면 다야? 나는 불꽃 남자 알포이다! 절대 꺾이지 않는 남자가 바로 나란 말이다!”
절대 돈을 잃고 싶지 않았다.
드드드드드.
하지만 알포이의 힘으로 신에 대항하기는 무리였다. 그의 손목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점점 돌아가고 있었다.
“끄아아아아!”
알포이의 눈이 벌겋게 충혈되고 꽉 다문 입술에서는 피가 새어 나왔다.
“아, 안 돼!”
손목이 거의 다 돌아갔다. 이제는 손가락이 천천히 펴지고 있었다.
이게 다 펴지면 자신은 돈을 잃고 말 것이다. 사상 최강의 마법을 만들고도 말이다.
인정할 수 없다. 영주라면 모를까, 피오테처럼 멍하고 순진한 놈한테는 질 수 없었다.
“크으으으윽!”
알포이가 어떻게든 버티며 괴로워하던 그때.
주르륵.
피오테의 코에서도 갑자기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여신과의 연결은 오직 성녀만이 쓸 수 있는 강력한 권능이다. 그 엄청난 힘을 지금의 피오테가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신성력이 빠르게 빠져나가며 천상에서 내리던 빛이 줄어들어 갔다.
“아, 안 돼…….”
피오테도 당황하며 어떻게든 버티려 했다.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 알포이의 손가락이 점점 펴지고 있었다.
“으으으으으.”
“끄아아아앗!”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의 모든 정신력을 동원해 버티려 했다.
그리고 알포이의 손이 거의 다 퍼졌을 때.
“아아…… 여신이시여…….”
털썩.
피오테가 눈을 감으며 쓰러지고 말았다. 신성력의 폭풍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고 그 틈을 타 알포이는 마법을 바로 성공시켰다.
슉.
은화 하나가 대놓고 소매로 들어간다. 이미 쓰러진 피오테는 그 사기의 현장을 볼 수가 없었다.
“큭, 크하하하! 홀이다! 홀! 봐라! 내가 이겼다! 내가 이겼다고!”
알포이는 광기에 가득 찬 얼굴로 웃었다. 결국 자신이 이겼다. 여신의 힘마저 극복하고 승리한 것이다.
이건 아무나 보일 수 없는 이적이다. 대마법사나 드래곤이 와도 못 할 것이다.
알포이는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내가 바로! 신을 이긴 남자 알포이다!”
그 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클로드는 입을 쩍 벌렸다.
클로드만 놀란 게 아니었다. 형용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을 느낀 지셀도, 주변에 있던 영지민들도 모두 달려와 구경하고 있었다.
멀쩡한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끼고 빛이 쏟아져 내렸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지셀은 미친 듯이 하늘을 보며 웃고 있는 알포이와 피오테를 번갈아 가며 바라보았다.
‘이, 이게 뭐야? 왜 하필 저런 힘이 지금 여기서 발동된 건데?’
여신과의 연결은 성녀라도 쉽게 보일 수 없는 기적이다. 쓰고 싶다고 아무 때나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 신앙과 열망이 극에 이르러야 겨우 쓸 수 있는 힘이다.
보통은 어마어마한 시련을 받았을 때, 그 고통과 고난 속에서 저 엄청난 힘을 쓸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전생에 성녀는 눈앞에서 수많은 사람이 몰살당했을 때 저 능력을 보였다고 한다.
채널링은 그 정도로 위기 상황일 때 써야 하는 것이다.
이딴 하찮은 홀짝 따위에 쓰는 게 아니라!
지셀은 다시 알포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저 새끼 뭐지? 뭘 어떻게 한 거지?’
도대체 얼마나 인간의 추악한 면을 보여 줬기에 피오테가 스스로 견딜 수 없는 고통과 고난을 느끼고 여신과 연결이 됐을까?
자신은 피오테를 그렇게 굴려 대도 구경조차 하지 못했었는데.
“나는―! 신을 이긴―! 남자다―!”
저 미친놈은 여전히 하늘을 향해 미친 듯이 웃으며 떠들고 있었다.
지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뒤, 쓰러져 있는 피오테를 바라보았다. 피오테는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상태였다.
‘특이하다고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각성을 할 줄이야.’
성녀는 여신이 선택한다. 선택받은 자가 잠깐이라도 신과의 소통에 성공하면 각성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것을 여신의 편애라 부른다. 그리고 편애를 받는 자는 다른 사제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월등한 신성력을 자랑한다.
그것이 바로 성녀의 힘이자 자격이었다. 왜 남자인 피오테가 선택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애초에 편애하는 데에는 이유가 없긴 하지.’
각성한 성녀는 자신이 모시는 신의 권능을 대행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전쟁의 여신을 모시는 성녀라면 전투에서 어마어마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쥬아나는 미의 여신이기에 피오테의 모습이 평소보다 더 아름답게 변한 것이다.
지셀이 보기에는 하등 쓸모없는 능력이었지만.
‘그래도 앞으로는 더 대단해지겠어. 환란의 시기에 큰 도움이 되겠군.’
특별한 상황이 오지 않는다면 다시 여신과 연결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번 각성을 했으니 신성력을 쓰기에 적합한 몸으로 바뀌었을 게 분명하다.
예전보다 더 빠르게 신성력이 늘어날 것이고, 경지가 더 깊어지면 누구보다 강력한 힘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으리라.
설사 믿음을 버리고 그 신앙의 대상이 없어진다 해도 말이다.
‘나중에…… 필요하면 알포이를 붙여 둬야겠어. 혹시 모르니 클로드도.’
채널링이 필요할 정도로 정말 위험한 상황이 온다면…… 피오테에게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줘서 억지로라도 여신과 연결시켜야 한다.
왠지 알포이와 클로드를 쌍으로 붙이면 될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이 일은 그냥 계기였을 수도.’
사실 피오테의 신성력은 수상할 정도로 빠르게 늘고 있었다. 각성하기 위해 그에게 필요했던 건 그저 작은 계기뿐이었을지도 모른다.
‘도대체 왜 알포이 따위에게 절망했는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저 새끼도 여러모로 대단한 놈이긴 했다.
성의 사용인들이 달려와 아주 조심스럽게 피오테를 들것에 실어 갔다. 여전히 웃고 있는 알포이는 다들 무시했다.
사람들은 피오테가 실린 들것이 지나가자 모두 길을 비키며 엎드렸다.
“진짜 성녀님이 우리 영지에 나타날 줄이야…….”
“이런 기적을 보게 되다니…….”
“여신이시여, 우리에게 축복을 내려 주소서.”
영지민들은 피오테가 남자라는 걸 모른다. 그냥 외모만 보고 여자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피오테는 항상 어려운 사람들을 발 벗고 도와줬기에 인기가 많았다. 그가 성녀로 선택받았다는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피오테와 알포이가 홀짝을 하던 곳은 공사가 중단되었다. 영지민들이 모두 달려와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는 성지가 되어 버린 탓이다.
“에잉……. 별수 없지. 거기 공간은 좀 비워 놔라.”
어쩔 수 없이 지셀도 그곳에 작은 신전을 하나 지어 주었다.
영주가 신전까지 지어 주니 사람들의 믿음은 더욱더 신실해졌다. 그들은 서로 돈을 모아 아주 크고 아름다운 대리석을 사 왔다.
신전 옆에 기념비를 세운 그들은 정성스럽게 글을 새겼다.
[성녀 피오테 님이 여신의 계시를 받은 장소. 홀짝으로.]누가 낙서를 했는지 글귀의 뒷부분이 조금 지저분해지긴 했지만 어쨌든 이곳은 펜리스 영지민들에게 성지이자 중요한 장소가 되었다.
그리고 이 일을 기점으로 쥬아나 교단의 신도가 펜리스 영지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 * *
“그래, 이 신을 이긴 남자에게 무슨 볼일이지?”
알포이가 무척이나 거만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클로드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새끼는 정체가 뭘까?’
처음에 봤을 때는 호구도 이런 호구가 없었는데, 이제는 아주 영지에 훌륭하게 적응한 상태였다.
이런 한심한 놈이 그런 기적 앞에서 버티고 결국 이겨 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이 새끼, 어쩌면 엄청난 놈일지도…….’
괜히 마탑의 후계자가 된 건 아닌 모양이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딱 그 꼴이었다.
황당한 사건이었지만 어쨌든 지금은 잘된 일이다. 저 거만함을 더 부추기면 영주와의 내기에 끌어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말 대단하네. 여신의 힘을 이겨 내다니. 최고의 마법사라고 소문이 날 거야.”
“흐흐,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니겠어? 나도 내가 그 정도일 줄은 몰랐거든. 하, 이놈의 재능이란…… 어쩔 수 없는 건가?”
“이야, 이제 명성도 얻었으니 곧 떠나겠네. 더 큰물에서 놀 거 아냐.”
클로드의 말에 알포이가 입술을 비죽거렸다.
“네놈 때문에 영주와의 내기에 말려들어서 몇십 년을 여기서 노예로 살아야 하는데 떠나긴 뭘 떠나? 놀리냐?”
“어라? 소식 아직 못 들었어?”
“무슨 소식?”
“영주가 이번에 이상한 거 만들어서 새로 실험하잖아.”
“그래서?”
“이번에도 성공할 테니까 언제든지 내기하고 싶으면 찾아오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난 네가 할 줄 알았지.”
그 말에 알포이는 금세 흥미를 잃었다. 지셀이 그동안 이상한 걸 만들고 죄다 성공하는 꼴을 워낙 많이 봤기 때문이다.
“됐어, 어차피 또 내기해 봤자 질 게 뻔하잖아? 영주가 다른 건 몰라도 그런 건 죄다 성공시켰으니까.”
“쯧쯧…… ‘신을 이긴 남자’가 한낱 인간인 영주는 못 이기는 거야?”
“뭐? 너 지금 나한테 시비 거는 거냐?”
“아니, 들어 보라고. 당연히 우리가 잘 모르는 건 내기를 해도 질 수밖에 없었지. 영주의 음흉한 연기에 속은 거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걸? 난 그냥 네가 정말 대단해서 내기에서 승리하고 떠날 줄 알았지.”
“내가 대단하긴 하지만…… 뭔데?”
클로드가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너 사람이 물하고 음식 가루만 먹고 한 달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냐?”
“죽을 수도 있겠지만…… 사는 사람도 있겠지?”
“그러면 그 사람이 한 달 뒤에 바로 마나도 쓰고 싸움도 할 정도로 체력을 유지할 수 있을 거 같아?”
“에이, 그건 불가능하지. 산다고 해도 목숨만 겨우 붙어 있을걸? 체력이 완전히 무너졌을 텐데 그런 걸 어떻게 해? 뭐, 나같이 엄청난 실력자면 모르겠지만 보통은 무리야.”
“그런데 영주가 그런 걸 만들었대. 병사들도 그걸 먹고 한 달을 버틸 수 있다고 우기던데.”
“아주 귀하고 비싼 약재를 갈아서 만들면 가능할 수도 있지.”
“그런 게 아니야. 그냥 일반적인 곡물하고 약초만 갈아서 만든 거야. 싸게 대량 생산할 수 있게 한다나?”
“그런 걸 한 달 내내 먹는다고? 풉, 말도 안 돼. 절대 불가능해. 배고픈데 어떻게 싸우냐고.”
알포이도 지셀의 말을 믿지 않았다.
인류는 지금껏 허기를 물리치기 위해 끝없이 싸워 왔다.
배가 고프면 기력이 떨어진다. 기력이 떨어지면 모든 생산성이 떨어지고 결국 사회 전체가 무너지기 마련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먹기 위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정도로 배고픔이란 무서운 적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제대로 먹지 못하는 상태로 한 달을 버티고, 심지어 전투도 가능하다고? 평범한 사람에게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클로드가 비웃음을 띤 알포이에게 슬며시 말했다.
“어때? 이제 명성도 얻었겠다, 이번 내기로 그냥 이 영지와의 관계를 끝내는 게? 하겠다면 내가 도와줄게.”
“으음…… 그런데 만약에 진짜 그게 되면 어떡하지?”
알포이는 고민에 빠졌다. 이제 걸 수 있는 인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 상태라면 그래도 노후는 자유롭게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또 지면 이제 종신 노예가 된다. 노후고 뭐고 늙어 죽을 때까지 공사만 하다 죽을 가능성이 컸다.
클로드가 답답하다는 듯 언성을 높였다.
“왜 그런 고민을 해? 영주가 하는 일이 정말 항상 성공한다고 생각해? 영주가 신이야? 아니, 신이면 어때? 넌 신을 이긴 남자잖아!”
“으으음…….”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 그게 말이 되는 일이야? 우리는 지식인이라고, 지식인! 언제나 냉철한 이성과 지성으로 판단하는 사람들! 저런 무지하고 비상식적인 인간한테 언제까지 휘둘릴 건데!”
“으음…….”
알포이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에는 진짜 영주가 틀린 것 같았다. 제대로 먹는 것도 없이 활력과 체력을 유지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모든 군대가 보급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아닌가.
그는 마법사기 때문에 오히려 더 인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건조 식량만 계속 먹어도 힘이 빠지는데, 빵과 육포도 아니고 그냥 가루만 먹고 버틴다고? 씹는 맛도 없어서 더 힘이 없어질 것이다.
조금 더 고민하던 그는 곧 굳은 눈빛으로 말했다.
“좋아, 이번에는 진짜 너 믿고 걸어 본다.”
“날 믿지 말고 너 자신을 믿어. 네가 지금까지 쌓아 온 지식과 경험을 믿으란 말이야. 넌 마탑의 후계자고, 이 영지 최고의 마법사이자 신을 이긴 남자지. 넌 언제나 최고야, 브로.”
클로드가 주먹으로 알포이의 심장께를 툭 쳤다. 괜히 가슴이 뜨거워지는 느낌에 알포이가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난 알포이. 신을 이긴 남자지.”
알포이가 다시 거만하게 고개를 들었다. 생각해 보니 자신같이 대단한 사람이 계속 노예로 사는 건 말도 안 된다.
이번에야말로 내기에서 승리하고 반드시 자유를 되찾으리라.
비장한 표정을 짓는 알포이를 본 웬디는 한숨을 내쉬며 하늘만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