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31)
회귀한 용병은 다 계획이 있다-31화(31/269)
31화 온 힘을 다해 나를 따라와라. (3)
크오오오!
디루스 엔트들은 분노를 숨기지 않은 채 그들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비록 외피를 잃었어도 눈앞의 인간들은 쉽게 짓밟을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이 훤히 보였다.
용병들이 기세에 밀려 뒤로 물러나려는 순간, 지셀이 창 하나를 주워 들며 말했다.
“어이, 다들 싸워 보지도 않고 그렇게 도망만 갈 건가? 그래서 칼 밥 먹으며 살 수 있겠어?”
이죽거리는 말에도 용병들은 화내지 못하고 지셀을 미친놈 보듯 바라볼 뿐이었다.
무기도 안 통하고 불도 안 통하는데 상대할 수 있다는 저 자신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잘 봐라.”
지셀은 한마디를 내뱉고 강하게 창을 내던졌다.
콰지지지직!
엄청난 속도로 날아간 창은 가장 가까이 다가온 한 놈의 몸을 뚫고 나가, 뒤에 붙은 놈의 몸에 박혀 버렸다.
크아아아아아!
창에 뚫린 놈은 처음 느껴 보는 고통에 놀란 듯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어?”
용병들이 당황해하자, 지셀이 뒤를 돌아보며 웃었다.
“멍청이들아. 이제 나무껍질이 없잖아. 덩굴은 다 타 버려서 멀리서 치지도 못해. 그냥 덩치만 크고 느린 몬스터라고.”
용병들은 눈앞에서 몬스터들이 창에 뚫리는 걸 보고도, 지셀의 말을 듣고도 섣불리 덤벼들지 못했다.
나무껍질이 없어졌을 뿐이지 그 거대한 크기와 위압적인 모습은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수십 마리의 디루스 엔트가 사방을 에워싸듯이 다가오자, 용병들은 겁에 질려 조금씩 뒷걸음질하기 시작했다.
크오오오오!
흉악한 외모에서 나오는 끔찍한 괴성.
용병들은 몬스터의 강렬한 기세에 눌려 전의를 상실했다.
이 상태로는 도저히 싸울 수 없을 것이다.
“쯧.”
지셀은 혀를 차며 수레에서 거대한 대검을 하나 꺼내 들었다.
일반적인 양손 검이 아니라 대형 몬스터를 잡기 위해 특별히 제작된 검이었다.
쿠웅!
그는 자신의 체구를 거의 다 가릴 만큼 큰 검을 양손으로 쥔 채 바닥에 꽂듯이 내려놓았다.
육중한 소리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후우, 오랜만이군.’
지셀이 주로 쓰는 무기는 검이고 검술에 가장 조예가 깊지만, 다른 무기의 수련도 허투루 하지 않았다.
전쟁터에서는 상황에 따라 검 말고 다른 무기를 써야 하는 일도 있고, 운이 없으면 맨손으로도 싸워야 하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용병왕 시절에는 검뿐만 아니라 모든 무기를 자유롭게 다루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크오오오오!
쿠웅! 쿠웅! 쿠웅!
디루스 엔트들이 다가올수록 용병들도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공자님, 물러나십시오.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켈베로스 용병단은 준비해라.”
길리언과 카오르는 앞에 나설 준비를 했다.
용병들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고 우왕좌왕하고 있으니 자신들이라도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다.
안 그러면 이대로 다 밟혀 죽고 말 것이다.
남은 용병들은 불안한 눈으로 지셀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고용주는 무서워서 정신이 나갔는지 명령도 내리지 않고, 대검을 하나 든 채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뭐야? 애송이 귀족 주제에 지금 싸우겠다고 앞에 나선 거야?’
‘검이 무거워서 제대로 들지도 못하고 있으면서!’
‘저 엉거주춤한 자세로 뭘 하려고?’
용병들은 인상을 찌푸리며 점점 더 빠르게 물러났다.
한두 놈도 아니고, 저 거대하고 흉악한 몬스터 무리와 싸우는 건 아무리 봐도 무리였다.
그들은 그저 켈베로스 용병단이 잘 버텨서 자신들이 도망갈 시간을 벌어 주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용병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상황을 살폈다.
지금 상태로는 가장 앞에 있는 고용주가 짓밟혀 죽을 게 빤했다.
그가 죽는다면 도망쳐도 위약금을 물지 않아도 될 테니, 고용주가 죽자마자 바로 도망치는 게 그들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도련님! 용병들에게 맡기고 어서 뒤로 물러나세요!”
벨린다가 잔뜩 화가 난 채 용병들과 지셀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아무리 겁이 나도 그렇지, 고용주가 앞에 있는데 슬금슬금 몸을 빼다니! 용병들의 머리통을 다 깨 버려도 시원치 않을 정도였다.
“아니, 이제부터 모든 전투는 내가 선봉에 선다.”
“뭐라고요?”
벨린다는 어처구니없어져 눈에 쌍심지를 켜고 지셀을 노려보았다.
이 위험한 숲에서 뭐가 나올 줄 알고 선봉에 서겠다는 말인가?
용병들을 잔뜩 고용해 놓고 고용주가 선봉에 서는 건 미친 짓이었다.
“미쳤어요? 용병들도 다 몸을 빼는데 뭐 하시는 거예요!”
전투 준비를 하던 길리언과 카오르도 눈을 찌푸렸다.
지셀이 몸을 빼야 마음 편히 싸울 텐데, 앞에 있으니 솔직히 거슬렸던 것이다.
실력이 제법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실전이다. 지셀을 지켜야 하는 그들로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셀은 그런 눈초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웃음을 지었다.
“시작하지.”
그의 몸 안에서 코어 하나가 맹렬하게 돌아가며 마나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도련님! 하지 마세요!”
“공자님, 뒤로 물러나십시오!”
마나의 움직임을 느끼고 벨린다와 길리언이 깜짝 놀라 지셀을 말리려 했지만, 한발 늦었다.
지셀은 공기를 가르며 앞으로 튀어 나갔다.
쿠오오오오!
그 직후, 비명 같은 괴성이 퍼지며 가장 앞에 선 디루스 엔트의 몸이 반으로 갈라졌다.
쿠우웅!
디루스 엔트의 거대한 몸이 갈라진 채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쿠오오오오!
갑작스러운 지셀의 공격에 놀라 모든 디루스 엔트들이 움직임을 멈췄다.
“하아…….”
지셀의 입에서 날숨과 함께 붉은 연기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코어가 맹렬히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였다.
크오오오오!
디루스 엔트 몇 마리가 지셀에게 달려들었다.
빠르게 휘둘러지는 굵은 나뭇가지를 대검의 한쪽 면으로 막은 지셀이 주르륵 뒤로 밀려났다.
“읏차!”
그러나 그는 예상했다는 듯 그대로 몸을 크게 돌리며 가까이 있는 디루스 엔트를 베었다.
콰지직!
지셀이 휘두른 대검은 디루스 엔트의 몸통을 반쯤 파고들다 멈추었다.
나무껍질이 없어졌어도 단번에 벨 수 있는 두께는 아니었던 탓이다.
“흐읍!”
드드드드득!
지셀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힘을 주어 검날을 밀어 냈다.
무언가 갈리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몸통이 다시 잘리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
괴로운 비명을 내지르던 디루스 엔트는 결국 몸체가 완전히 잘려 쓰러지고 말았다.
주변에 있던 디루스 엔트들이 분노하며 마구잡이로 지셀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그는 몬스터들의 공격을 절묘하게 피하고 때로는 대검으로 막으며 착실하게 공격을 이어 나갔다.
또 다른 몬스터가 대검에 몸이 갈려 쓰러진다.
한 번 휘두를 때마다 하나씩.
디루스 엔트들은 지셀의 대검을 막지 못하고 쓰러져 갔다.
“크읏!”
물론 지셀도 멀쩡하지는 않았다.
디루스 엔트들은 거대한 덩치에 맞게 힘도 세서, 막은 충격만으로도 속이 진탕 될 정도였다.
그러나 지셀은 그것들의 공격을 받아 낼수록 온몸의 신경 세포 하나하나가 살아 날뛰는 것을 느꼈다.
‘이런 것도 오랜만이군.’
프랑크와 싸운 뒤로는 힘을 제대로 쓸 일이 없었다.
그가 기억하는 큰 흐름에 맞게 계획을 짜고 돈을 구하느라 바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순수하게 전투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크아아아!
디루스 엔트 하나가 몸이 잘리며 쓰러졌다.
지셀은 무의식적으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역시 나에겐…… 이 자리가 가장 어울려.’
전생에도 그는 언제나 전투의 선봉에 섰다.
가장 위험한 곳에는 항상 그가 있었다.
그렇기에 그 거친 용병들도 그를 인정했던 것이다.
머리를 쓰는 일도 못 할 건 없지만, 역시 자신에게는 이런 일이 가장 잘 맞는다.
“저, 저게 무슨…….”
지셀이 오랜만에 신나게 날뛰는 모습을 보고, 벨린다는 놀라서 굳어 버린 채 침만 삼켰다.
지셀을 쫓아가서 끌어내려다 자신도 모르게 넋이 나가 버린 것이다.
평범한 기사 수준으로는 저 거대한 몬스터를 한 번에 베는 건 불가능하다.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마나와 육체가 받쳐 주지 않는다면 어려운 것이다.
벨린다가 아는 한, 지셀에게는 그 정도 마나가 없었다.
애초에 그 나이에 쌓을 수 있는 마나의 양에는 한계가 있었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다 해도 시간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법이므로.
‘어디서 뭐 좋은 약이라도 훔쳐 먹은 건가?’
사실 지셀은 아직 코어를 단 하나만 활성화한 상태였다.
코어 하나로 쓸 수 있는 마나의 양은 그리 많지 않지만, 그는 마나를 운용하고 집중하는 데 누구보다 뛰어났다.
적은 마나로도 순간적으로 강한 출력을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비밀을 모르는 사람들은 지셀의 활약을 보고 경악할 뿐이었다.
“고, 공자님이 어떻게 저런 힘을?”
“검술만 뛰어난 게 아니었네.”
길리언과 카오르도 싸움에 끼어들 생각은 하지 못하고 멍하니 지셀을 바라만 보았다.
그들도 지셀이 마나를 사용해 제대로 싸우는 건 처음 봤기 때문이다.
검술이 뛰어난 건 진작 알았지만, 실전에서 이 정도 마나를 뿜어내며 싸울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슬금슬금 물러나던 용병들도 놀라서 발을 멈추고 지셀을 구경했다.
“고용주가 저렇게 강했어? 망나니라고 하지 않았어?”
“저 나이에 저런 실력이라고?”
다들 넋 놓고 구경하는 동안 싸움은 점점 격렬해지기 시작했다.
크오오오오!
디루스 엔트들은 모조리 지셀에게 몰려들었다.
그가 미친 듯이 대검을 휘두르며 주변을 박살 내는 통에, 다른 곳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코어도 활성화해야겠군.’
확실히 덩치 차이는 아무리 지셀이어도 만만히 넘길 수 없었다.
속도가 느려서 지금까지는 잘 피해 왔지만, 공격 하나하나가 살 떨릴 정도로 강렬했다.
한 번이라도 직격타를 맞으면 그도 생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몸에 부담이 될 것을 각오하고 코어를 더 활성화시켜야 했다.
지셀이 두 번째 코어를 깨워 마나를 끌어올리자, 그의 눈이 점점 붉어지기 시작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길리언이 크게 외쳤다.
“뭣들 하나! 다들 공격해!”
길리언은 그대로 도끼를 들고 성난 멧돼지처럼 밀고 들어갔다.
콰지지직!
그의 도끼가 지셀을 공격하던 디루스 엔트의 몸을 찍어 눌렀다.
지셀은 길리언이 끼어들자 깊이 숨을 내쉬며 두 번째 코어를 다시 식혔다.
이리저리 도끼를 휘두르며 날뛰는 길리언 덕분에 움직임에 여유가 생긴 덕분이었다.
“쳇! 켈베로스 용병단도 모두 돌격해라!”
카오르까지 합류하자 지셀의 움직임은 훨씬 더 여유로워졌다.
“와아아아!”
켈베로스 용병단이 우르르 몰려 들어와 몬스터들에게 무기를 꽂아 넣었다.
켈베로스 용병단 또한 목숨을 거는 전투를 즐기는 자들.
디루스 엔트에게도 전혀 겁먹지 않고 악바리처럼 달라붙어 공격을 시도했다.
“달라붙어! 이 새끼들 조져 버리자고!”
크오오오오!
전투는 완전히 난전이 되었다.
용병들은 침을 꿀꺽 삼키며 여전히 지켜만 보고 있었지만, 그들의 발걸음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왜 우리를 안 부르지? 혼자 다 죽일 수 있다는 건가?”
“광견단이 끼어들긴 했는데…….”
용병들은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들의 고용주는 자신들에게 명령을 내리지도 않고 가장 앞에서 혼자 묵묵하게 싸우고 있다.
자신들이 필요 없다는 말인가? 이럴 거면 뭐 하러 자신들을 고용했단 말인가?
단 하나 확실한 건, 지셀이 싸우는 모습을 보면 그들도 피가 끓는다는 사실이었다.
“나도 싸워야겠다.”
토란이라 불리는 나이 지긋한 용병 하나가 무기를 들고 달려갔다.
“나도 간다.”
몇몇 용병들이 토란의 뒤를 따라 달려 나갔다.
팔짱을 끼고 지켜보던 벨린다가 남은 용병들을 흘겨보았다.
“뭐 해요, 다들 안 가고. 구경만 할 거예요?”
그녀의 앙칼진 타박에 용병들이 서로를 쳐다보다 외쳤다.
“그, 그래! 우리도 가자!”
“싸우자!”
“와아아아아!”
용병들이 함성을 지르며 모두 달려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