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312)
312 – 낚시가 잘 되는군. (1)
312화 낚시가 잘 되는군. (1)
클로드가 대표로 나서며 물었다.
“무슨 수련이요?”
일도 많은데 또 뭔 수련을 도와 달라는 말인가? 지금까지 영주는 혼자 수련했다. 굳이 다른 사람과 같이했던 걸 따지자면 길리언과의 대련 정도였다.
지셀은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하던 일들은 그냥 계속하고, 기사들에게 나를 기습하라고 해라. 나는 반격하지 않고, 공격한 책임을 묻지도 않겠다. 단, 마나는 최소한으로 억제하거나 쓰지 말도록. 물론 나도 쓰지 않을 거다.”
또 미친 소리를 한다. 눈만 껌뻑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벨린다가 물었다.
“도련님? 지금 무슨 수련을 하시려고 그러시는 거예요?”
“음, 전에 하던 수련의 일환이야. 쉽게 말하면 맞으면서 몸의 방어력을 올려 보려는 거지.”
“……보통 그러면 골병이 들거든요? 그 정도는 아실 실력이잖아요.”
“괜찮아. 내 회복력 알잖아? 수련 강도를 조금 올리는 수준이라고.”
“하지 마세요. 마나도 제대로 쓰지 않고 공격당하면 위험할 거예요.”
마나를 쓸 수 있는 수준에 오르면, 의식적으로 마나를 휘감지 않아도 어느 정도는 몸이 단단해진다. 몸 전체가 마나를 조금씩은 머금게 되니까.
그렇기에 굳이 마나를 끌어올리지 않아도 감각이 예민해지고, 운동 능력도 좋아지는 것이다.
지셀 정도의 경지라면 어지간한 기사들보다 더 많은 마나가 몸 전체에 축적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는 있다. 인간의 피부는 생각보다 약하다. 제대로 마나를 운용하지 않으면 강철 무기를 방어하기는 불가능하다.
벨린다의 만류에도 지셀은 고개를 저었다.
“아냐, 나한테는 지금 꼭 필요해.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며칠만 해 보면 돼.”
“도대체 왜 그러시는 건데요?”
“조금만 더 하면 감각이 한 단계 더 올라갈 거 같거든.”
지셀의 수련은 현재 절반의 성공에 머물러 있었다. 조금만 더 하면 초급 기사의 마나 공격은 몸으로도 그냥 막아 낼 수 있을 거 같았다.
하지만 스스로를 찌르며 공격에 자동으로 몸이 반응하게 하는 수련은 어느 순간 성장이 막혀 버렸다.
머릿속에서는 공격하기도 전에 이미 어디를 찌를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찌를 생각만 해도 그 부위에 마나가 몰려 버리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러면 안 돼. 알고 반응하는 건 의미가 없다.’
언제 어디서든 기습적인 공격을 허용해도 반사적으로 막아 내고 반격까지 하는 게 최종적인 목표였다.
드워프들에게 부탁해 기구를 만들어 볼까 했지만, 그것도 패턴이 정해질 수밖에 없기에 지셀의 목표엔 부족했다. 역시 최고의 수련은 실전이고,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실전과 비슷하기라도 해야 했다.
지셀이 내놓은 무지막지한 수련 방법에 벨린다는 혀를 내둘렀다.
“이제 제발 몸조심 좀 하면 안 돼요? 도대체 어떤 기사가 이곳에서 도련님을 공격할 수 있는데요!”
이 영지의 주인이 지셀이다. 그런 자를 누가 마음 편히 공격할 수 있겠는가?
“많을 거 같은데.”
지셀의 말에 클로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벨린다는 반대했다.
“안 돼요! 그런 건 내가 허락 안 해요! 도련님 몸에 상처 하나라도 나면 내가 가만히 안 둘 거예요. 알았어요?”
그녀의 엄포에 지셀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벨린다도 한번 해 봐. 내가 ‘샤르넬’ 사 줄게. 나한테 상처만 입히면 돼.”
“도련님! 그런 위험한 장난 하지 마시라고요!”
펄럭!
파파파파파팍!
벨린다의 몸 곳곳에서 수십 개의 단검이 쏟아져 나갔다.
지셀은 깜짝 놀라며 바로 마나를 끌어 올렸다. 기세가 너무 강해서 마나를 안 쓸 수가 없었다.
타타타탕!
몇 개는 손으로 쳐내고 몇 개는 몸을 뒤로 빼며 피했다.
단검이 모두 떨어지자 지셀은 황당하다는 눈으로 벨린다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돌리고 중얼거렸다.
“아니 그냥…… 너무 말을 안 들으니 조금 화가 나서 빨리 끝내려고…… 꼭 뭐가 갖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고…… 아, 그걸 막네.”
“…….”
공교롭게도 벨린다가 먼저 시작해 버렸다. 이러니 반대를 하는 사람도 더는 나오지 않았다.
지셀은 헛기침을 한 뒤 길리언에게 말했다.
“마구잡이로 전부 덤비면 수련이 안 될 거 같으니까, 훈련을 진행하면서 따로 습격할 사람을 매일 뽑도록. 제대로 상처 입히면 보상으로 금화를 준다고 해.”
“……알겠습니다.”
길리언은 자신도 말려 볼까 하다가 한숨만 내쉬고는 말았다. 어차피 말려도 무조건 밀어붙일 게 뻔했으니까.
그렇게 영주 습격 훈련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머뭇거리던 기사들은 곧 지셀을 공격하는 것에 재미를 붙였다.
지셀은 정말 반격하지 않았다. 조금 위험하다 싶은 공격만 피하고, 얕은 공격은 그대로 몸으로 받았다.
그것도 최대한 마나를 억제하고선 말이다.
그러니 아무리 지셀이라도 곧잘 상처를 입었다. 그에게 상처를 입힌 자는 바로 보상을 받았다.
때릴 때마다 금화가 떨어진다? 걸어 다니는 보물 상자를 그냥 보고 넘길 사람은 없다.
“왔다! 내 금화!”
“오늘은 내가 먹는다!”
“영주를 팰 기회다!”
보상과 상관없이 다소 개인적인 감정을 섞어서 때리는 기사들도 있었지만, 이유야 어찌 됐건 기사들은 열심히 지셀을 공격했다.
온종일 지셀만 따라다니며 싸울 수는 없기에 이들에게 주어진 기회는 하루에 한 번이다.
횟수 제한이 있으니 갈수록 암습을 하는 방법이 교묘해지기 시작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다들 암살자와 같은 행동들을 보였다.
지셀이 이동하는 경로를 미리 파악하고 숨어있다가 노린다든가, 업무를 보는 도중 갑자기 습격하는 식이었다.
“아니, 이런 효과가 있었네.”
예상치 못한 부가 효과에 지셀도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 다들 은폐와 엄폐를 진심으로 하다 보니 실력이 꽤 늘었다.
서로 회의도 하고 조언도 얻으며 나름대로 머리를 굴린 덕분이었다.
이 상황은 오히려 지셀이 바라던 바였다.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공격을 막기 위해 수련하는 기술이었으니까.
‘내 감각도 더 죽여야겠어.’
문제는 지셀의 감각이 너무 뛰어나다는 것이다. 실력 차이 때문에, 숨어 있는 상대도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되니 기습의 효용이 조금은 떨어졌다.
어떻게든 최대한 감각을 둔하게 만들어 당해줄 수밖에 없었다.
푸슉!
갑작스럽게 나타나 지셀의 팔을 벤 고든이 웃었다.
“흐흐흐, 내 실력 많이 늘었죠?”
“흠, 꽤 쓸 만해졌네.”
“상처 났으니까 돈 주셔야 합니다.”
“그래, 조금 더 열심히 해 봐.”
‘히히, 성공했다.’
분명 마나를 최대한 억제하라 했는데, 다들 돈을 받고 싶어서 은근히 마나를 싣고 있었다.
이상하게 날이 갈수록 상처가 잘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셀은 오히려 잘됐다는 듯 내버려 두었다. 확실히 상대방이 마나의 양을 점점 높일수록 몸이 다시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너무 빨리 베이면 마나가 몰려 막아 내기 전에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몸이 더 빠르게 반응해야 해.’
평소처럼 감각을 활성화하고 의식한 상태에서는 문제가 없다. 공격이 닿기도 전에 피할 수 있고 마나를 뿜어 막아 낼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감각을 둔화시킨 상태에서는, 공격당하는 걸 알아채고 마나가 몰려도 한계가 있었다. 아직은 일정 수준을 넘는 공격이 들어오면 제대로 막지 못했다.
‘흐음…… 조금 더 강도를 올려야 하나.’
몸이 생존에 위험을 느끼고 변화해야 한다. 실제로 기사들의 공격을 받기 시작한 뒤로 어느 정도 수련의 효과가 보이고 있었다.
지셀은 매일 똑같은 고민에 잠겨 성안을 돌아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처럼 걷던 지셀의 앞을 누군가가 막아섰다.
“왜?”
앞을 막은 자는 아스콘이었다. 그는 무척이나 건방진 표정으로 말했다.
“저도 공격을 해 봐도 되겠습니까?”
“음? 너 마나 쓸 줄 모르잖아?”
이제 일반적인 공격으로는 지셀에게 쉽게 상처를 줄 수가 없었다. 지셀이 아무리 마나를 의식적으로 억제한다 해도 마나를 싣지 않은 칼에는 겉가죽만 살짝 베이는 정도일 것이다.
그 정도로는 몸에 위기감을 줄 수도 없고 반응을 제대로 끌어낼 수도 없다.
하지만 아스콘은 꼭 해 보고 싶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기사들한테만 기회를 주는 게 어디 있습니까? 저도 한번 해 보고 싶습니다.”
“그래, 한번 해 보든가.”
“허락하신 거죠?”
“그렇다니까?”
“그럼 전 정신 공격으로 해 보겠습니다.”
“……?”
지셀이 뭐라 하기도 전에 아스콘의 입이 먼저 열렸다.
“야이, 개XXX, 내가 너 때문에 이 나이에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가루나 처먹다가 뒈질 뻔했는데 XXXX, XXX, 느금X XXXX XXXX XX, 오늘만 사는 후레XX, XXXX! 이 창의적으로 미친 새끼, XXXXXX…….”
“…….”
고약한 욕이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뭔가 서러움도 느껴지는 듯했다.
황당함에 헛웃음을 짓는 지셀의 뒤에서, 소식을 들은 벨린다가 악귀 같은 표정을 지으며 달려왔다.
아스콘은 그의 말 ‘시바리’와 함께 바로 병사들에게 끌려가 감옥에 갇혔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 뒤로도 지셀의 수련은 계속되었다.
속도가 조금 더뎌지는 듯 보이자, 지셀은 습격에 참여할 수 있는 인원과 제한 횟수를 늘렸다. 마나의 제약도 전보다 더 풀어 주었다.
그때부터 기사들은 더욱더 과감하게 지셀을 공격했다.
지셀은 이제 위험한 공격도 그대로 받아 주었다. 때로는 크게 다쳐 실려 간 적도 있고 한쪽 팔이 완전히 잘릴 뻔한 적도 있었다.
“도련님! 그만 좀 하시라고요!”
“영주님, 갈수록 위험해지고 있습니다.”
“이건 수련이 아니라 혹사입니다.”
벨린다를 비롯한 가신들이 모두 말리기 시작했다. 그의 몸은 상처투성이가 된 지 오래였고 상처가 많아질수록 회복 속도도 더뎌졌다.
그래도 지셀은 요지부동이었다.
“아니야, 이제 감이 더 올라오고 있어.”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미 심장을 찔렀을 때부터 변화는 시작되었다.
의식하지 않아도 몸은 절로 긴장 상태를 유지했고, 공격당할 때마다 조금씩이나마 마나가 그 부위에 몰리는 속도가 빨라져 갔다.
감각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예민해졌다. 일부러 더 억누르고 낮췄음에도 예전보다 훨씬 더 날카로워진 것이다.
거기에 점점 지셀이 예상하지 못했던 효과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건…….’
매일같이 상처를 입고 공격을 당하고 있다. 죽음의 위기까지 몇 번 넘기니 몸은 새로운 생존 방식을 찾기 시작했다.
코어에서부터 마나가 움직이는 속도에는 한계가 있다. 어느 정도 이상으로는 속도가 빨라지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몸은 자연스럽게 마나를 신체 곳곳에 조금씩 돌리려고 했다.
지셀이 의식하지 않아도 몸 전체에 1단계 코어를 활성화한 한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나고 있었다.
‘허, 이게 될 줄이야.’
이건 지셀이 오래전에 구상하고, 시도해 본 적도 있었던 기술이었다.
몸 전체에 계속 마나를 활성화하고 있으면 마나가 서서히 소모될 수밖에 없다. 소모된 마나를 제대로 채우려면 연공을 하거나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지셀 정도의 실력자라면 호흡만으로도 조금씩 회복할 수는 있긴 하지만, 결국 언젠가는 모든 마나를 소모하게 될 것이다.
마나를 의식적으로 계속 운용해야 한다는 문제도 있었다.
‘그래서 반응 속도나 빠르게 올리려고 했는데.’
지금은 마나가 끊임없이 몸을 보호하기 위해 알아서 움직이고 있었다.
심지어, 소모되는 마나를 조금씩 채우기까지 했다. 온몸의 피부와 호흡기관을 통해서 숨 쉬듯이 말이다.
마나 연공을 할 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아주 적은 양이지만, 어쨌든 주변의 마나를 알아서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매일같이 죽음의 위기에 직면하면 인간의 몸은 놀라운 진화를 이루기도 한다.
‘연공법을 조금 더 손봐야겠군.’
몸에서 지금 마나가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지 느낌이 왔다. 이걸 이용한다면 한 번 더 연공법을 개량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걸 토대로 코어를 전생보다 더 늘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전생에서는 5개의 코어를 만드는 것이 한계였다. 코어가 많아질수록 몸에 부담이 되는 것도 문제지만, 마나가 급속도로 소모되는 것도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코어 5개만으로도 지셀은 대륙 7강이라는 지고한 위치에 올랐다. 대륙에서 그의 적수를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지금의 깨달음을 이용하고 발전시킨다면 그 이상도 가능할 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좋군.”
지셀은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다. 잠깐의 영감으로 시작한 수련이 앞으로의 실마리를 잡아주었기 때문이다.
1단계의 코어가 의식하지 않아도 절로 돌아가기 시작하자 몸은 점점 그 상태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효과는 놀라웠다.
“오늘도 왔습니다!”
10명의 기사가 갑자기 나타나 사방에서 지셀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이들의 검은 모두 희미한 푸른빛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딱 초급 기사 수준이라 할 수 있는 공격.
지금까지는 이 정도 공격만으로도 지셀의 몸에 상처를 낼 수 있었다. 지셀이 스스로 마나를 억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지셀은 마나를 끌어 올리지 않았다. 그저 평소처럼 공격을 온몸으로 받아 줄 뿐이었다.
카카카카캉!
“……?”
공격을 성공한 기사들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다.
왜 사람 몸을 베었는데 강철을 때리는 소리가 날까?
상황을 확인한 기사들은 경악성을 내뱉었다.
“뭐, 뭐야!”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마나 쓰신 거죠? 마나 안 쓰신다면서요?”
지셀의 몸은 멀쩡했다. 옷은 찢어졌지만 피부에는 작은 상처조차 나지 않았다.
기사들의 외침에 지셀은 그제야 자신의 몸을 대충 훑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흠, 일단은 이 정도면 되겠군.”
마나를 의식적으로 쓰지 않아도 언제나 1단계의 코어를 사용하고 있는 상태가 되었다. 그러니 기사들의 공격이 아예 통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기사들도 제대로 힘을 낸 건 아니다. 진짜 초급 기사 수준의 공격만 가했다. 만약에 제대로 힘을 폭발시켜 베었다면 충분히 큰 상처를 줄 수 있었을 것이다.
“오늘부로 영주 습격 훈련은 마무리한다.”
이제 기습을 당하는 수련은 더 하지 않아도 된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새로운 토대를 쌓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해야 하는 건 이걸 더 발전시켜 강화하는 일이다. 자연스럽게 2단계, 3단계 코어까지 활성화하고 그 이상의 경지까지 노려 보는 게 목표였다.
습격 종료 선언에 기사들은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아, 그간 부수입이 좀 짭짤했는데.’
‘조금만 더 하면 좋았을 텐데.’
‘영주 때리는 손맛도 좋았단 말이지.’
놀거리가 사라진 게 아쉽다는 마음이 제일 컸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기사들은 휘적휘적 자리를 뜨는 지셀을 보며 같은 생각을 했다.
‘점점 괴물이 되어 가는구나.’
미친 수련인 줄 알았는데 진짜 효과가 있을 줄이야. 자신들도 한번 해 볼까 고민하던 기사들은 곧 고개를 저었다.
저런 미친 짓이 가능한 사람은 영주밖에 없을 테니까.
* * *
영지 개발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일이야 많긴 하지만, 언제 펜리스에 일이 없던 적이 있었던가?
몇 번이나 했던 일들이라 다들 익숙해져서 진행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낡은 거주지를 부수고 마을을 통합하고 요새를 정비한다. 필요한 공방을 늘리고 데스몬드의 풍부한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쓰는 방안을 찾아 가고 있었다.
도로 건설은 이곳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도로가 만들어질수록 자원의 이동도 빠르니 영지 개발 속도는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물론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클로드는 산처럼 쌓인 서류들을 보며 골머리를 썩였다.
“으음……. 여전히 행정관이 부족하네.”
데스몬드의 가신들을 모두 죽였다.
그나마 철저한 심문과 조사를 통해 하급 관리 중에 쓸 만한 사람을 추리고 있었지만, 영지가 워낙 넓고 할 일이 많으니 사람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하, 이제 어디서 또 꼬셔 와야 하나.”
세이론 아카데미에는 자신에 관한 소문이 다 돌아서 이제 거기서 데려오기는 힘들 거 같았다. 결국 다른 곳에서 다시 사람들을 데려와야 했다.
“당분간은 일을 더 늘리면 안 돼.”
지금도 일이 빡빡해서 한 사람이 거의 열 사람분의 일을 하고 있다. 진짜 더는 일이 늘어나면 안 된다.
영주도 요새는 새로운 일이 없는지 수련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대로 병사들을 훈련하고 발전에만 집중하면 될 거 같았다.
클로드가 그렇게 안심하고 있던 어느 날, 지셀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더니 말했다.
“이제 새로운 일을 시작하겠다.”
“…….”
“펜리스 마법 연구소를 설립하고 마법 병단을 만든다.”
클로드의 얼굴이 왈칵 일그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