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313)
313 – 낚시가 잘 되는군. (2)
313화 낚시가 잘 되는군. (2)
병단은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군조직이다. 즉 지셀의 말은 마법사들만으로 이루어진 군대를 만들겠다는 뜻이었다.
잠시 무표정하게 지셀을 바라보던 클로드가 말했다.
“연구소든 병단이든…… 우리가 그런 걸 어떻게 합니까? 공식적으로 우리 영지의 마법사는 한 명입니다.”
펜리스 영지에 있는 마법사들은 사실 신분이 애매하다.
공식적으로는 적염의 마탑 지부에 파견된 협력 마법사이고 비공식적으로는 지셀의 계약 노예다.
그렇기에 앞에 대놓고 나설 수는 없는 처지였다. 어쨌든 공식적으로는 마탑 소속이기 때문이다.
만약 마탑이 적극적으로 영지전 등에 참여한 사실이 알려진다면 큰 곤욕을 치를 것이다.
물론 지금도 사실상 눈 가리고 아웅인 수준이지만 그래도 명분이라는 것이 그렇다. 대놓고 하지만 않으면 된다는 것이다.
지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당장 소속은 바네사 한 명이다. 나머지는 음…… 지금처럼 하면 되겠지. 공사도 하고 싸움도 하고 말이야.”
“…….”
“그리고 우리 영지에 요새 마법사들이 조금씩 찾아오고 있잖아? 다들 뭐 좀 먹어 보려고 기웃거리는 거 같은데.”
“그건 그렇죠. 6서클 마법사가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으니까요.”
데스몬드와의 전쟁 후 펜리스에 6서클 마법사가 있다는 소문이 알음알음 퍼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6서클 마법사인 윌로우의 마법이 막힌 걸 여러 사람이 봤기 때문이다.
애초에 왕국군까지 왔는데 소문이 안 나면 이상한 거다.
“6서클 마법사가 흔한 건 아니잖아요? 반쪽짜리 하지만 사람들에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죠.”
6서클은 마탑의 탑주에 오를 수도 있는 경지다. 그러니 귀족들은 그 마법사가 누구인지 알아내려 애썼다.
소속이 없는 마법사들도 하나둘 펜리스로 찾아오기 시작했다.
세상을 돌며 경험을 쌓으려는 자들도 있었다지만, 대부분이 재능이 없거나 기회가 없어 더 이상의 진전이 없는 자들이었다.
그렇기에 6서클 마법사를 만나 조그마한 가르침이라도 받으려 펜리스로 찾아오는 것이다.
6서클 마법사는 쉽게 만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으니까.
지셀도 클로드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니까 그들을 우리가 거둬들이자고. 그러면 마법사도 더 많아질 거 아냐? 마법 전력은 어떻게든 더 늘려야 해.”
마탑에서 얻어 오는 건 한계가 있다. 마탑도 이제 더 내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공작가를 비롯한 대영주들과 싸우려면 마법 전력의 확충이 필수였다. 그들은 데스몬드보다 훨씬 더 뛰어난 마법사들을 많이 거느리고 있을 테니까.
공작가의 마법사 일로이스도 7서클에 이르렀고, 그들과 한패인 진홍의 마탑주도 7서클이다.
어서 빨리 바네사의 경지를 더 올리고 마법사들을 늘려야 했다.
클로드도 무슨 말인지는 알아들었다. 하지만 해야 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다른 법이다.
“으음, 그런데 그들이 순순히 영지에 소속되려고 할까요? 재능이 없어서 쫓겨난 사람은 그렇다 쳐도, 소속되는 게 싫어서 자유롭게 다니는 자들은 거절할 텐데요. 마법사들 자존심하고 성질 더러운 거 잘 아시잖아요.”
“6서클 마법사가 가르침을 준다는데 안 오고 배길 수 있을 거 같아? 거기에 충분한 보수도 준다고 해.”
“확실히 그 정도면 구미가 당기긴 하겠네요. 경지 상승에 목말라 있는 게 마법사니까요. 바네사가 반쪽짜리 마법사인 것만 숨기면 되겠군요.”
“그래. 영지 소속 마법사가 되면 전원 마나 집속진도 제공해 준다고 해.”
“돈 좀 아껴 쓰시죠? 룬스톤 너무 많이 써서 이제 간당간당한다니까요.”
“쓸 때는 확실히 써야지. 그 내용으로 곳곳에 홍보할 준비부터 해.”
“끄응…… 마탑 마법사들은 어쩌고요?”
“이대로 쭉 살자고 해. 다 같이 행복하게.”
“……그럽시다.”
클로드는 그냥 설득을 포기했다. 마탑의 사정이야 자신이 알게 뭐람? 계속 이러다가 걸려서 멸망하든지 말든지.
한창 일이 바쁜 드워프들과 마법사들이 끌려와서 다시 추가 공사를 시작했다.
60년 노예가 되어 삐뚤어질 대로 삐뚤어진 알포이가 쉼 없이 욕을 내뱉었다.
“아니, 시바! 도대체 왜 일이 안 끝나냐고! 이 거지 같은 영지! 이 망할 놈의 영지! 신을 이긴 남자인 나를 어떻게 보고!”
갈바릭은 그런 알포이를 보며 말했다.
“그래도 이거 마법사들을 위한 건물이라던데? 돈도 엄청나게 많이 들여서 짓잖아.”
“흥! 이 몸을 오래 모시려면 당연히 그 정도는 해 줘야 하는 거 아냐?”
알포이는 자신이 이곳에서 우러름을 받기에 살아 준다고 정신 승리를 했다. 절대 노예로 붙잡혀 있는 게 아니다.
확실히 이번에 짓는 건물은 범상치가 않았다. 수많은 마법사가 머물 수 있는 개인 숙소에 전용 수련장도 있었다.
엄청난 크기의 마법 서고는 물론이거니와 각종 편의 시설들까지 도배가 되고 있었다.
당연히 이 모든 시설의 마법 처리는 바네사가 주도했다.
드워프들도 그 어떤 건물보다 신경을 써서 만들었다. 지셀이 몇 번이나 이 건물의 중요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점점 층수가 올라가는 건물을 보며 알포이가 중얼거렸다.
“멋지긴 한데…… 뭔가 마탑 같은데? 우리 숙소 맞아?”
마탑 같은 게 아니라 아무리 봐도 마탑이다. 건물이 채 완공되기도 전에 지셀은 모두를 불러 놓고 말했다.
“다들 이 건물이 뭔지 궁금했을 거야. 마법사들 숙소치고는 너무 거창하니까. 일단 우리 영지에 점점 마법사들이 찾아오는 건 다들 알고 있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공사하는 중에도 6서클 마법사가 있다는 소문이 점점 더 널리 퍼지고 있었다.
벨린다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런데 찾아오는 이들은 어떻게 하죠? 일단 숙소는 내주고 있는데 계속 6서클 마법사를 만나게 해 달라고 졸라요. 오늘 또 두 명이 찾아왔다니까요?”
떠돌이 마법사들은 바네사를 만나지 못했다.
영지 최고의 비밀 병기를 아무나 만나게 해 줄 순 없었다. 일단 정체가 비밀이기도 했고.
그렇기에 마법사들은 영지를 떠나지도 못하고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만남 요청만 넣을 뿐이었다.
그들은 펜리스군의 철저한 통제와 감시 속에서 지내고 있었다. 저서클 마법사라도 사고를 치면 일반인들에게는 재앙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지셀은 그에 대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 짓는 건물은 펜리스 마법 연구소야. 그리고 책임자는 이제 바네사다.”
바네사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제가요?”
“응, 영지에서 제일 높은 6서클 마법사니까 당연히 연구소 책임자를 해야지.”
사실 그대로의 말이었지만 부끄럼을 잘 타는 바네사는 얼굴이 벌게졌다.
“잠깐! 왜 내가 책임자가 아닌 건데! 요!”
알포이가 끼어들자 지셀이 고개를 저었다.
“넌 적염의 마탑 지부장이잖아. 이건 펜리스 마법 연구소니까.”
“음…….”
듣고 보니 그럴듯하다. 뭔가 소속이 갈수록 꼬이는 거 같지만 알포이는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마법사들을 모집한다. 일단은 영지에 찾아온 마법사들부터 회유해 보자고. 그들도 이제 연구소에서 지내게 할 생각이다.”
“잠깐! 우리만의 숙소가 아니었어? 요?”
알포이가 또 끼어들며 묻자 지셀이 고개를 끄덕였다.
“숙소로도 쓰는 거지. 모든 마법사는 이제 그곳에서 머물면서 다 같이 마법을 연구하고 수련도 하면서 영지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할 거야. 전투 때는 마법 병단으로 활약한다.”
마법 병단이라는 말에 다들 놀랐다. 이제 본격적으로 마법사 전력을 취급하겠다는 뜻이었으니까.
알포이가 부들부들 떨며 물었다.
“그런데…… 거기에 우리도 같이 낀다고요?”
“그렇지.”
“그거…… 마탑 아니에요?”
지셀은 눈 하나 깜빡 안 하고 답했다.
“아니, 펜리스 마법 연구소다.”
“그게 마탑이라고! 우리는 그러면 안 된다고오오오오!”
이미 소속이 있는 마법사들이 다른 마법사를 필두로 하는 단체로 들어간다? 그리고 거기서 같이 마법을 연구하고 수련을 한다고?
일을 도와주는 것과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건 다르다. 만약 적염의 마탑에서 알게 되면 난리가 날 것이다.
그래도 그 정도는 어찌어찌 넘어갈 수 있다. 지식을 교류한다는 핑계라도 대면 되니까.
하지만 마법 병단이라니? 지금까지 전쟁에 참여할 때도 항상 몰래 참여했다. 아예 전문 부대에 적을 올리면 결국 이전 전쟁까지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이건 진짜 다 같이 죽자는 뜻이었다.
그래도 지셀은 꿋꿋하게 말했다.
“마탑이 아니라 마법 연구소니까 상관없다.”
“그게 마탑이라고! 그걸 마탑이라고 한다고!”
“마법 연구소다. 전투 또한 방어 차원에서만 진행할 예정이니 걱정할 필요 없어.”
그나마 그 정도면 조금 낫다. 방어 차원에서 영지를 도왔다고 하면 넘어갈 여지가 있으니까.
하지만 알포이도 펜리스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남자다. 저런 말에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건 아니지?”
“…….”
“대답해 줘.”
지셀은 대답하지 않고 클로드를 보며 물었다.
“노예상 언제 와?”
“…….”
클로드가 침묵하고 알포이도 침묵하고 모두가 침묵했다.
조용해지자 지셀은 다시 본격적으로 말을 이었다.
“우리 영지 소속이 된 마법사들은 이제 바네사에게 마법을 본격적으로 배운다. 영지 일을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빨리 실력도 늘려야 하니까. 필요한 건 영지에서 모두 지원해 주도록 하지.”
바네사는 그 말을 듣고 또 깜짝 놀랐다.
“제가요?”
“응, 이제 바네사가 마법사들에게 마법을 알려줘. 다들 수준을 높여야 하니까.”
“제, 제가 어떻게 그런 큰일을…….”
“아니야, 할 수 있어. 이 영지에서 가장 서클이 높잖아? 그리고 설명도…… 바네사가 최고니까.”
다들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바네사에게 뭐 물어보다가 잡히면 최소 한 시간은 설명을 들어야 한다.
바네사는 아예 마법을 해체하는 수준으로 연구하는 걸 즐긴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이해하기 쉽고 자세하게 설명해 줄 수 있었다.
마법사들이 연구와 수련에 전념한다면 빠르게 실력이 늘 것이다.
결정이 되었으니 이제 진행하는 일만 남았다. 바네사가 연신 부끄러워하며 거부의 뜻을 내비쳤지만 지셀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렇게 펜리스 마법 연구소가 만들어지고 바네사는 책임자가 되었다.
“아, 그리고 마법 병단의 지휘관은 바네사지만 참모로는 로웰이 붙는다.”
로웰도 깜짝 놀랐다.
“제가요? 저 일 많은데요?”
“그냥 전쟁 시 조언하는 역할이야. 부담 갖지 말고.”
“끄응…….”
바네사가 지휘관이긴 하지만 군사적 안목은 부족하다. 군사학을 배운 자가 옆에서 보조를 해야 했다.
지셀은 조만간 군사 편제도 새로 구성할 생각이었다. 지금까지는 지셀 혼자 모든 걸 이끌었지만, 이제는 권한을 나눠야 할 정도로 크기가 커졌기 때문이다.
마법 연구소가 발족한 뒤 드디어 떠돌이 마법사들과의 면담 약속이 하나씩 잡히기 시작했다.
지셀은 클로드를 불러 말했다.
“잘 들어, 여기 온 마법사들 하나도 영지 밖으로 보내지 마.”
“네? 왜요? 감금이라도 하라고요?”
“아니, 아니. 어떻게든 설득해서 다 우리 영지 소속으로 만들어. 할 수 있지?”
“……그걸 왜 제가 합니까? 영주님이 그냥 하시면 안 돼요? 나 바빠 죽겠는데.”
“아니야, 이 일에는 네가 제일 적임자야. 난 널 믿어.”
“……피.”
은근한 칭찬에 클로드가 새침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가장 먼저 만난 마법사는 중년의 나이에 이른 3서클 마법사였다. 건방지게 다리를 꼰 클로드가 턱을 들고 말했다.
“흠, 그러니까 우리 영지의 6서클 마법사를 만나 보고 싶다, 그겁니까?”
“네, 기회가 된다면 작은 가르침이라도 받고 싶습니다.”
마법사는 열망 어린 눈빛으로 클로드를 바라보았다.
조금 건방져 보이긴 했지만, 상대는 대영지의 총관이다. 아무리 마법사라도 고작 3서클에 불과한 자신이 감히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클로드는 그런 마법사에게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아무나 만날 수 있는 게 아닌데…… 차라리 우리 영지의 전속 마법사가 되는 건 어떻습니까? 6서클 마법사에게 배움도 받을 수 있고 영지에서 전폭적인 지원도 해 드리거든요.”
“전속…… 마법사요?”
“네, 별거 아닙니다. 우리 영지 돈 많은 건 이미 소문 들어서 알고 계시죠? 이번에 새로 마탑…… 아니, 연구소도 짓고 있는데 마법사들에게는 개인 마나 집속진도 제공해 줄 예정입니다.”
“허억!”
마법사는 깜짝 놀랐다. 자신 같이 재능 없는 떠돌이 마법사에게 그렇게 지원해 주는 영지는 없기 때문이다.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혼자 공부를 하며 떠돌아다니는 데 지친 참이라 구미가 당겼다.
하지만 마법사답게 의심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왜…… 저한테 그렇게까지…….”
“우리 영지에 생각보다 마법사가 부족해서, 먼저 오시는 분들에게는 파격적인 대우를 해 드리는 겁니다. 늦게 결정하면 자리가 없을 수도 있어요. 이런 기회는 있을 때 빨리 잡아야 하는 겁니다.”
뭔가 장사치 같은 말이었지만 그럴듯하기도 했다. 마법사가 침만 삼키며 고민하자 클로드가 재촉하듯이 말했다.
“영지에서 숙식 제공부터 시작해서 모든 편의를 봐 드릴 테니 다른 건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열심히 수련하고 경지만 올리시면 됩니다.”
“저, 정말 그거면 됩니까?”
완전히 꿈의 직장이다. 6서클 마법사에게 가르침을 받는 것도 드문 일인데 마나 집속진까지 제공해 준다니.
거기에 열심히 수련만 하면 된다? 마법사로서는 최상의 조건이다.
클로드는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가끔 영지에서 일이 바쁠 때만 조금 도와주시면 됩니다. 우리 영지가 그렇게 바쁜 편은 아닙니다. 지금이야 영지를 안정화하느라 ‘조금’ 바빠 보일 뿐이지요.”
마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속 마법사가 영지 발전을 위해 힘을 쓰는 건 당연한 일이다. 딱히 특별할 것도 없었다.
클로드는 슬그머니 서류를 하나 내밀며 말을 이었다.
“30년 계약입니다. 별로 안 길죠?”
278년 계약인 그에 비하면 정말 짧은 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