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315)
315 – 우리를 막아 내야 할 거다. (1)
315화 우리를 막아 내야 할 거다. (1)
자신만만한 지셀의 모습에 클로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다시 가실 생각이군요.”
“그래, 지금 시기면 나쁘지 않겠군.”
“공작가가 이를 갈고 있을 텐데 자리를 비워도 괜찮겠습니까?”
“지금은 괜찮아. 친왕파도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고 이 북부에서 우리를 위협할 만한 곳은 이제 없으니까. 누가 군대를 일으킨다 해도 이곳에 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거야.”
“레이폴드가 있습니다만?”
아멜리아의 얘기가 나오자 지셀이 피식 웃었다.
“아직은 아니야. 그렇게 멍청한 여자가 아니거든.”
만약 아멜리아가 자신을 쓸어버리려 했다면 얼마 전 만났을 때 결판을 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선택을 했다.
그렇기에 발루아 남작의 반란도 이제는 제압하지 않고 내버려 두고 있다. 영향을 받을 만한 영주와 귀족들만 모두 잡아 죽이면서 말이다.
그런 선택을 한 그녀가 자신을 함부로 칠 리가 없다.
“그리고 기습당해서 위험하다 해도 돌아올 때까지 버틸 방어 병력은 충분하니까 아직은 걱정할 필요 없어.”
“뭐, 그렇게 자신 있으시다면야…….”
클로드가 고개를 끄덕이자 지셀은 바로 가신들을 소집했다.
그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룬스톤을 구하러 가겠다. 겸사겸사 다른 것도 얻어올 생각이고.”
그 말에 벨린다와 길리언, 카오르가 표정을 굳혔다. 그들은 룬스톤에 안 좋은 추억이 좀 있다.
“도련님 혹시?”
“그렇지, 바로 거기야. 마수의 숲으로 간다.”
“끄응…….”
벨린다는 반대하려다가 일단 입을 닫았다. 지금보다 훨씬 더 보잘것없을 때도 막무가내로 들어갔다.
하물며 북부 최강의 칭호를 얻은 지금은 말린다고 들을 리가 없었다.
대신 다른 의문을 표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어디 있는지 아세요? 예전에야 맞추긴 했지만…… 마수의 숲은 넓잖아요?”
“그럼, 잘 알고 있지. 가는 길에 룬스톤 말고도 다른 자원도 얻을 수 있을 거야.”
“도대체 그걸 어떻게 아시는 거예요? 이번에도 그냥 소문이에요?”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참 신기하다. 예전에는 그냥 우연 내지는 운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
지셀은 잠시 눈을 껌뻑거리다가 말했다.
“그냥 다 알아. 나만의 정보가 있어.”
“…….”
“지금은 말해 줄 수 없어. 나중에 꼭 얘기해 줄게.”
지셀도 예전처럼 죽었다 살아났다는 농담은 하지 못했다. 그때야 다들 비웃으면서 넘어갔지만 이제는 아닐 것이다.
분명 장난으로 생각하면서도 호기심을 품고 이것저것 물어볼 게 뻔했다.
그래서 지셀은 잽싸게 말을 돌렸다.
“흠흠, 어쨌든 이번에는 조금 더 깊숙하게 들어가야 해. 준비를 철저히 하자고.”
“후, ‘오우거 슬레이어’인 이 몸이 다시 활약할 수밖에 없겠군.”
카오르가 머리를 쓸어올리며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
지셀은 전쟁 뒤에도 카오르와 헌터들을 돌려보내지 않았다. 영지 치안 업무를 맡긴다는 명목이었지만 지금 보니 마수의 숲 때문에 그런 거 같았다.
카오르와 헌터들이야말로 몬스터 사냥에 이골이 난 자들이었으니까.
지셀은 마수의 숲 지도를 펼쳤다. 크기만 대략적으로 표시됐던 마수의 숲 지도에는 예전과 다르게 약간의 지형과 길이 표시되어 있었다.
“우리의 목표는 여기다.”
펜을 꺼낸 지셀은 전에 만들었던 길의 끝에서부터 연결해 새로운 길을 그렸다.
그는 마지막으로 전보다 훨씬 더 깊숙한 곳에 동그라미를 그린 뒤 말했다.
“이곳에 룬스톤이 있다. 그것도 전에 캐던 곳보다 훨씬 더 많이.”
“…….”
다들 아무 말도 못 하고 침만 삼켰다. 영주가 어떻게 저런 걸 아는지 궁금해 미칠 거 같았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영주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건 엄청난 일이다. 모두의 머릿속이 같은 생각으로 물들었다.
‘전보다 훨씬 더 많다고?’
이 영지의 발전 근간은 룬스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룬스톤으로 돈을 벌고 모든 걸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이 얻어올 수만 있다면 더 빠른 발전을 추구할 수 있다.
‘룬스톤을 사용하는 경작지들을 더 늘릴 수 있다.’
‘기사들과 병사들의 무장도 더 강력하게 만들 수 있을 거야.’
‘시설들의 동력도 더 강하게 할 수 있어.’
그간 가지고 있던 룬스톤은 돈을 마련하고 아껴 쓰느라 중요한 곳에만 들어갔다. 하지만 이전에 얻었던 것 이상의 수량을 얻게 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예 영지 전체를 마법 공학으로 채울 수도 있었다.
생각이 같으면 목표도 같아지는 법이다.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르자 지셀이 말했다.
“다들 이제 알았지?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전력을 다해 준비하라고. 이번에는 영역 확보도 제대로 하면서 갈 생각이니까.”
이미 한 번 해 봤던 일에 반대가 클 리는 없었다. 거기에 믿기는 힘들지만 보상도 어마어마하다.
영주의 헛소리는 언제나 확실한 결과로 돌아왔다. 이번에도 결과를 보면 된다.
지셀의 명령에 따라 모든 인력이 2차 마수의 숲 개척을 목표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던 그때와는 전혀 달랐다.
척! 척! 척! 척!
3천의 병사들이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며 대열을 갖춘다.
카발디 전쟁 때부터 이번 데스몬드 전쟁까지 참여했던 정예 중의 정예들이었다.
그들은 영지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받고 좋은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받았다. 거기에 이제는 북부 최강이라는 명예까지 거머쥐었다.
드높은 사기로 인해 그들의 눈빛은 자부심으로 가득 찼고 걸음걸이마다 힘이 넘쳤다.
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이제 넘치는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대부분은 마수의 숲에 들어간 경험이 없었지만, 일부는 그 시절을 경험했던 용병들이었다.
“내가 영주님과 함께 팔로르란 놈들을 없앴는데 말이야……. 그놈들은 어둠에서 공격이 안 통하거든? 그래서 내가 라이트 스크롤을 사용해서…….”
고든이 아련한 눈으로 추억을 더듬었다. 그의 기억은 심각할 정도로 왜곡되어 있었다. 잡혀간 뒤에 무서워서 오줌을 쌌던 일은 머리에서 지워졌다.
어쨌든 기사들도 마수의 숲에 관한 위험한 소문에 겁을 먹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지셀과 함께 말도 안 되는 일들을 너무 많이 해냈다.
각이 잡힌 병사들과 대조적으로 건들거리며 무기를 질질 끌고 오는 무리도 있었다.
“어이, 거기 내가 한번 가 봐서 아는데 별거 아니야. 이 몸이 블러드 퓌톤도 잡아 봤거든. 영주랑 함께 말이야.”
바로 건방진 표정으로 웃고 있는 카오르와 헌터들이었다.
이들은 그림자 산맥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자들이다. 오히려 소문만 무성한 마수의 숲은 어떨지 호기심이 가득한 상태였다.
뒤이어 활을 장착한 엘프들과 마법사들도 대열을 갖췄다.
엘프들은 200명이 전원 참여했지만 마법사들은 새로 온 자들과 적당히 섞어 50명만 뽑았다.
영지 일을 처리하기 위해 몇 명은 남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바네사와 알포이는 개척대 쪽에 왔기 때문에 영지의 주력 마법사는 모두 참여했다고 볼 수 있었다.
필요한 인원이 전부 모이자 길리언이 지셀에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
“준비가 다 됐습니다.”
클로드도 옆에서 서류를 보며 말했다.
“필요한 물품도 전부 챙겼습니다. 병사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식량과 의약품을 보급하겠습니다. 개척에 참여할 인부들도 뒤따라갈 예정입니다.”
이번에는 개척 방식도 전과 다르다. 기존의 영역을 제대로 확보하고, 몬스터들을 토벌할 때마다 바로 인부들을 투입해 목책을 세우고 방어선을 만들 생각이었다.
이를 위해 드워프 몇 명과 노동돌격대 500명도 데려온 상태였다.
마수의 숲 지력은 다른 곳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뛰어나다. 확보한 곳은 훌륭한 영토가 될 것이다.
“인부들이 묵을 곳은 충분하니 다른 준비는 더 필요 없을 거 같습니다. 보급에 차질이 없도록 신경 쓰겠습니다.”
지셀이 괜히 예전에 마수의 숲 앞에 주둔지를 세운 것이 아니다.
지금은 비어 있어 페르디움의 경비대가 편히 사용하고 있지만 이제 인부들이 다시 사용하게 될 것이다.
지속적으로 마수의 숲을 개척할 준비는 오래전부터 되어 있었다.
지셀은 눈앞에 있는 병력을 보며 미소 지었다.
“좋군. 드디어 이런 준비를 할 수 있게 됐구나. 참 오래 걸렸어.”
3천의 정예병, 400의 기사, 300의 헌터, 200의 엘프, 50의 마법사, 500의 노동돌격대.
어지간한 영지는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는 병력이다.
고작 200도 안 되는 용병들로 마수의 숲에 도전했을 때와는 전혀 달랐다.
벨린다와 길리언도 조금은 감격스러운 눈빛을 보였다.
‘그때는 정말 객기인 줄로만 알았는데.’
‘모두가 영주님의 행동을 막으려만 했었지.’
하지만 보라. 다들 불가능하다고 외치는 일을 성공시켰고 그걸 토대로 여기까지 이끌어 왔다.
그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지켜본 두 사람의 감상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벨린다, 다른 준비는 확실히 해 뒀지?”
“그럼요, 걱정하지 마세요.”
지셀의 말에 벨린다가 웃었다. 그녀는 이번에도 따라가지만 암살자들은 아니었다.
개척을 시작하면 영지의 주력이 비게 된다. 언제 어디서 사고가 날지 모르니 그들은 영지에 남아 있는 주요 인사들을 보호해야 했다.
모든 준비와 점검이 끝나자 지셀이 흑왕에 올라탔다.
“가자.”
다들 말들을 타고 있다. 이제 펜리스에서 기마술은 교양이 된 수준이다.
이들은 빠른 속도로 페르디움을 향해 달렸다.
* * *
페르디움의 총관 호메른은 우아하게 찻잔을 기울였다.
“평화롭구나.”
간이 떨어질 뻔한 전쟁이 승리로 끝났다. 믿기지 않는 전과였다.
덕분에 페르디움은 축제 분위기가 됐고 영주인 즈발터는 마음 편히 북방 요새로 돌아갈 수 있었다.
“진짜 대공자가 그 정도로 해낼 줄이야.”
펜리스는 이제 북부 최강이라 불리게 됐다. 북방은 안정이 되었다. 도로 건설 공사 덕분에 일거리도 많아졌고 식량은 넘쳐난다.
이제 그 누구도 페르디움을 예전처럼 가난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모든 게 지셀 덕분이다. 호메른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평화로웠다.
그렇게 한가한 티타임을 즐기고 있는데 병사 하나가 헐레벌떡 다가와 말했다.
“대, 대공자님이 왔습니다!”
“오, 그래? 우리 대공자님이 왔어? 무슨 일로 왔대?”
“구, 군대를 잔뜩 이끌고 왔습니다.”
“뭐? 얼마나?”
“4천이 넘어 보입니다.”
그 말에 호메른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지금까지 지셀이 그 정도의 군대를 이끌고 온 적은 없었다. 목재를 털어갈 때도 안 그랬다.
호메른은 찻잔이 떨어질 정도로 벌떡 일어난 뒤에 외쳤다.
“그 패륜아 놈이 드디어 역심을 드러냈구나! 힘으로 이곳을 차지하려고! 이 배은망덕한 놈! 우리가 이번 전쟁도 도와줬는데!”
“그런 게 아니랍니다.”
“그럼 왜?”
“마수의 숲을 다시 개척하겠다고 합니다.”
민망한 듯 자리에 앉은 호메른이 헛기침을 하며 중얼거렸다.
“흠흠, 걔는 왜 항상 선 행동, 후 통보야? 뭐, 그래도 우리 치는 거 아니라니 다행이네.”
아무리 영지의 대공자라지만 그냥 군대를 이끌고 마구잡이로 들어올 수는 없다. 다른 영지였다면 진짜 반역이라고 아버지와 전쟁이 났을 것이다.
이쪽이 깨질 게 확실하긴 하지만.
호메른은 입맛을 좀 다시다가 말했다.
“어차피 못 막았지?”
“네…….”
“……그래, 그냥 제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라고 해라. 남의 말 안 듣는 놈이잖아?”
“네…….”
호메른도 그간 많은 일을 겪으며 변했다. 어차피 지셀과 관련된 일은 이쪽에서 막아도 소용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예전에는 자신이 제일 앞장서서 막다가 여러 번 곤란해졌었다. 이번에도 막았다가 괜히 민망해지고 싶진 않았다.
펜리스의 깃발을 당당하게 휘날리며 지셀의 군대가 페르디움의 영지를 지나갔다.
“대공자님이다!”
“북부 최강!”
“여기 좀 봐 주세요!”
지셀이 지나가는 곳마다 영지민들이 쏟아져나와 환호를 보냈다.
어차피 이들에게 페르디움과 펜리스는 하나다. 그러니 자신들이 북부 최강의 영지가 되었다는 자부심이 넘칠 수밖에 없었다.
지셀이 수없이 많은 사람의 환호를 받는 모습을 보고 벨린다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예전에도 몇 번 보긴 했지만 지금은 더 그랬다. 이제 위치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북부의 망나니라 불렸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언제나 무시만 받던 사람이 영지를 살리고 북부의 대영주가 되었다. 어릴 때부터 지셀을 돌봐 왔던 벨린다는 눈물을 조금 글썽거렸다.
‘이제 제발 사고는 그만 치고 평화롭게 살기를. 그냥 친왕파한테 다 맡기면 안 되나?’
두 손 모아 꼭 기도했지만 당분간 그럴 일이 없다는 건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마수의 숲에 도착하자 이미 경비대가 나와 있었다.
지셀은 가장 앞에 있는 자를 보며 손을 흔들었다.
“여, 스코반. 오랜만이야.”
북방 요새에 잡혀 있던 스코반은 전쟁이 끝나고 나서야 겨우 돌아올 수 있었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들어가실 거죠?”
“그렇지, 지금 들어갈 거야.”
그때와 같다. 다른 점은 따로 비밀로 해 달라고 부탁하는 대신 대놓고 간다는 점이었다.
스코반은 그냥 손을 쭉 뻗으며 살짝 허리를 숙였다. 마치 레이디를 에스코트하는 기사와 같은 모습이었다.
“들어가시죠.”
피식 웃은 지셀은 스코반의 뒤에 있는 리카르도에게도 알은체했다.
“너는 여전히 잘생겨서 좋겠네.”
“……감사합니다.”
리카르도도 말리지 않았다. 대공자가 하는 일은 그냥 구경만 하는 게 제일이다.
마수의 숲 입구를 보며 지셀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이렇게 다시 보니 참 감회가 새롭다.
‘그때는 목숨을 걸고 들어갔는데.’
그렇다고 지금은 쉽다는 건 아니다. 마수의 숲은 여전히 위험한 곳이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전생의 정보가 있다. 믿음직한 수하들이 있었고, 자신도, 그들도 이제 많은 경험을 쌓았다.
처음 들어갔을 때와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때와 같은 건 마음가짐뿐이다.
‘할 수 있는 한 언제나 최선을 다한다.’
지셀은 다시 손을 높이 들었다.
“우리가 이곳에 다시 왔다.”
기사와 병사들이 가슴을 펴고 무기를 움켜쥐었다. 그들은 마수의 숲에 관한 온갖 소문에도 전혀 겁을 먹지 않았다.
자신들의 영주는 이 북부에서 불패의 신화를 자랑하고 있다. 이 앞에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반드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지셀의 말이 나지막하게 이어졌다.
“이번에는 우리가 마수의 숲에 도전하는 게 아니다.”
눈앞에 있는 어두운 숲을 바라보며 지셀이 씨익 웃었다.
“마수의 숲이 우리를 막아 내야 할 거다.”
그의 눈에서 붉은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