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316)
316 – 우리를 막아 내야 할 거다. (2)
316화 우리를 막아 내야 할 거다. (2)
지셀의 선언에 모두가 전의를 불태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스코반은 비장한 표정으로 군례를 올렸다.
“무사 귀환을 바라겠습니다!”
힘찬 그의 목소리에 따라 리카르도를 비롯한 마수의 숲 경비대도 군례를 올렸다.
그들은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우리만 안 가면 돼.’
‘왜 자꾸 위험하게 여기를 들쑤시는 걸까.’
‘대공자님이니까 뭐 어떻게든 하겠지.’
자신들은 위험을 무릅쓰는 취미가 없다. 지금까지 겪은 사건들만 해도 대대손손 자랑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이 정도면 됐다. 이제는 안락한 여생을 보내고 싶다.
그런데 지셀이 스코반을 바라보며 말했다.
“뭔 소리야? 너희도 다 따라와야지.”
“네? 왜요?”
“일손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우리 여기 지켜야 하는데요?”
“내가 앞쪽은 다 쓸어버릴 건데 지키긴 뭘 지켜?”
“……안 가면 안 되나요?”
“안 돼.”
스코반은 잠시 팔짱을 끼고 고민했다. 머리를 굴리던 그는 곧 한 가지 명분을 내밀었다.
“저는 페르디움 소속입니다. 영주님의 허락 없이는 움직일 수 없습니다.”
소속이 다르니 자신에게 함부로 하지 말라는 항변이다. 하지만 지셀은 그딴 걸 신경 쓰지 않는 남자다.
“아버지가 안 계시니 후계자인 내가 영주 대리다.”
“……총관님이 영주 대리신데요?”
“쓰읍…… 나중에 은퇴하기 싫어?”
영지를 물려받으면 페르디움도 지셀의 것이 된다. 스코반 정도야 죽을 때까지 부려 먹을 수 있다.
스코반은 바로 리카르도에게 말했다.
“야…… 준비해라…… 애들 모아…….”
“우, 우리 정식 명령 안 받았잖아요?”
“자신 있으면 버텨 보든가. 멀리 있는 총관님보다 가까이 있는 대공자님이 더 무서운 거 몰라?”
“…….”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도 안쪽 구경이나 가자. 좋게 생각하자고.”
마수의 숲 경비대는 인원이 얼마 되지 않지만, 그래도 일손은 하나라도 많은 게 낫다.
지셀은 스코반에게 추가로 명령했다.
“영지에 최소 치안 병력만 남기고 대기 병력은 죄다 끌고 와라. 그리고 인부들도 모집할 테니 원하는 자가 있으면 모두 오라고 해. 보수는 넉넉하게 준다.”
스코반은 순순히 움직였다. 어차피 주력은 북방 요새로 다 가 있기에 이 망나니 놈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물론 지셀은 추가 병력과 인부들이 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은 없었다. 최대한 빨리 베이스 캠프를 만들어야 한다.
“자, 이제 들어가자!”
지셀과 펜리스군이 기존에 만들었던 길을 통해 마수의 숲에 진입했다.
숲은 여전히 고요했다. 길이 있어도 룬스톤을 캘 때 외에는 쓰지 않으니 숲에 큰 변화가 생길 일도 없었다.
길 주변에는 높은 벽을 쌓아서 제대로 숲을 개척했다고 말할 수는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지셀은 이제 확실하게 이곳의 영역을 확보할 생각이었다.
“전부 허물어라!”
쿵! 쿠웅!
3천의 병사들과 기사들이 움직이자 높고 단단하게 서서 길을 보호하던 목책들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널따란 공터가 만들어지고 바로 지휘 천막이 세워졌다. 이제 이곳을 중심으로 제대로 된 개척이 시작될 것이다.
“초입에는 몬스터가 별로 없다. 최대한 빠르게 밀어 버려라.”
숲의 진정한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디루스 엔트의 영역까지는 아직 거리가 있다. 그리고 이 길 주변은 이미 예전에 쓸어버렸다.
몬스터의 습격을 걱정할 일이 없으니 지셀은 병사들을 과감하게 움직였다. 사흘이 지나기도 전에 숲 초입 부분에 마을 두어 개는 들어갈 만한 영역이 확보되었다.
물론 몬스터의 습격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크아아아아!”
거대한 덩치를 가진 무언가가 벌목을 하는 병사들의 앞으로 뛰쳐나왔다.
병사들은 그걸 보고 깜짝 놀라 괴성을 질렀다.
“우와아악! 뭐야 저거!”
“곰? 저게 곰이라고?”
“무슨 덩치가 저렇게 커?”
병사들 앞에 나타난 것은 보통의 곰보다 덩치는 두 배 가까이 크고, 희끗희끗하고 거친 회색 털로 뒤덮인 그리즐리 베어였다.
이 정도 크기면 이제 맹수가 아니라 그냥 몬스터라 불러도 된다.
이 험한 숲에서 정말 파이팅 넘치게 살아왔는지 눈 한쪽은 길게 파여 있고 온몸에는 상처가 넘쳤다.
비록 더 강한 존재들 때문에 숲 외곽으로 쫓겨난 처지지만, 그래도 어지간한 인간은 한 번에 찢어버릴 만한 힘이 있다.
곰은 나타나자마자 이 주변은 자신의 영역이라고 주장하듯 포효했다.
“크아아아아아……?”
포효 직후 기세 좋게 달려가려던 곰은 살짝 멈칫했다. 먹이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이 정도면 이제 먹이라 할 수도 없었다.
곰은 멈춰 서서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다. 아무리 본능에 이끌려 살아가는 짐승이라도 상황 파악 정도는 할 수 있었다.
“그륵, 그륵.”
판단이 끝난 곰은 할 일들 마저 하시라는 듯, 고개를 몇 번 주억거리더니 몸을 돌렸다. 하지만 펜리스군은 곰을 순순히 보내 주지 않았다.
그들은 마수의 숲에 관한 위험한 소문들에 꽤나 긴장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 긴장감은 과한 대응으로 이어졌다.
“쏴라!”
파아아앗!
가장 가까이 있던 보병 지휘관의 외침과 함께, 수백 개의 화살이 곰에게 날아들었다. 무척이나 불공평하다고 할 수 있는 공격이었다.
“쿠워어어어억!”
순식간에 고슴도치가 되어 버린 곰은 그대로 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르고는 쓰러졌다.
그걸 본 카오르가 허겁지겁 달려오며 소리쳤다.
“야야! 고작 저런 놈한테 그런 공격을 하면 어떡해! 가죽 못 쓰게 생겼잖아!”
저런 거대한 곰의 가죽은 확실히 비싸게 팔린다. 하지만 구멍이 수도 없이 뚫려 걸레짝이 됐으니 이제 쓰레기나 마찬가지였다.
보병 지휘관은 당황하면서 말했다.
“아니, 그…… 그래도 저렇게 무섭게 생긴 몬스터인데…….”
“하, 답답하네! 저게 뭔 몬스터야. 그냥 기형 곰이지! 여기 별거 아니니까 쫄지 말라고.”
“…….”
보병 지휘관은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저런 괴물이 나왔는데 별거 아니라고 할 수가 있을까?
카오르는 거만한 표정으로 주의를 주었다.
“내가 여기 처음 온 게 아니잖아? 아주 잘 알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저런 거 나오면 나부터 불러. 알겠어?”
카오르는 온종일 몬스터 가죽 벗겨서 영지로 보내는 일을 하다 왔다. 어느새 가죽에 진심인 남자가 된 그는, 복장에서 가죽이 들어가는 부분은 모두 최고급품으로 바꾼 상태였다.
그는 바로 헌터들을 소집했다.
“가죽 벗길 수 있는 놈들 나오면 먼저 앞장서서 달라붙는다! 알겠냐!”
“넵!”
아이언클리프의 ‘가죽왕’이 내리는 명령이다. 헌터들은 늠름하게 대답했다.
가죽을 벗길 수 있는 몬스터나 짐승이 나오면 카오르와 헌터들이 상대했다. 그들은 훌륭한 솜씨로 깔끔하게 가죽을 얻어 냈다.
이렇게 중간중간 가죽을 얻는 것도 이득 중 하나였다. 물론 가죽이 있는 몬스터보다는 생김새부터 기괴한 것들이 더 많긴 했지만.
아직 초입 부분이라 듬성듬성 마주치는 몬스터들은 크게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사람들은 아예 긴장을 풀지는 못했다.
그간 마수의 숲에 관해 들어 온 소문도 그렇고, 숲 안의 어두침침한 분위기가 계속 신경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특히 마수의 숲 경비대원들이 느끼는 감정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복잡했다.
“역시 숫자가 깡패라니까. 이 숲을 이렇게 밀어 버리는 날이 올 줄이야.”
“설마 진짜 위험한 몬스터가 나타나진 않겠지? 계속해도 괜찮겠지?”
“대공자님이 전에 한 번 초입은 쓸어버렸으니 안전할 거야. 안전해야지.”
페르디움 사람들에게 마수의 숲은 오랫동안 공포의 대상이나 마찬가지였다. 지셀이 마수의 숲 개척에 한 번 성공했음에도 그 공포는 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룬스톤을 캐 오는 길 외에는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고, 몬스터가 튀어나올 때를 대비해 입구를 지키고 있어야만 했다.
그러니 지셀이 압도적인 병력을 이끌고 숲을 밀어 버리는 와중에도 경비대는 긴장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이곳에 처음 오는 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소문에 비하면 나타나는 빈도가 훨씬 낮다고는 하지만, 몬스터들의 크기나 생김새가 꽤나 위협적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몬스터들이 한꺼번에 많이 나타났다면 분명히 위험했을 것이다.
신이 난 건 카오르와 헌터들뿐이었다. 그들은 슬슬 긴장을 놓고 마수의 숲을 우습게 보기 시작했다.
“아, 여기 뭐야. 그림자 산맥보다 몬스터가 적잖아. 간에 기별도 안 가네.”
“너무 소문만 무성한 거 아닌가? 이런 데가 무서워서 개척도 안 하고 있었다고?”
“아무리 예전에 쓸어버렸어도 이렇게 적게 나오면 재미없지.”
그림자 산맥에서는 몬스터를 쓸어버려도 금세 다시 채워진다. 정말 미친 듯이 많았기 때문이다.
각 개체의 힘은 이곳이 위일지 몰라도 수가 너무 적었다. 이러면 계속 사냥하는 맛이 떨어진다.
그들이 그렇게 시시덕거리고 있을 때, 드디어 위협이 될 만한 몬스터들이 나타났다.
스으윽…….
가장 먼저 그것을 발견한 자는 외각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병사였다.
병사는 나무들 사이에서 나타난 몬스터의 모습을 보더니 기겁하며 외쳤다.
“모, 몬스터다! 몬스터가 또 나타났다!”
아직 긴장을 풀지 않고 있던 병사들은, 경계병의 외침을 듣자마자 바로 전투 태세를 갖췄다.
그들은 곧 모습을 드러낸 몬스터를 보고 깜짝 놀랐다.
“으헉, 뭐야! 왜 저렇게 커?”
“뒤로 물러나! 빨리 제대로 대형을 갖춰라!”
“마법사! 마법사님들을 불러!”
나타난 몬스터는 바로 사마귀를 닮은 자이언트 맨티스였다.
자이언트 맨티스는 인간보다 체구가 크고, 그 앞발은 강철도 종잇장처럼 찢어 버릴 만큼 강력하다.
한 마리만으로도 수십의 병사를 갈기갈기 찢어 버릴 수 있는 게 바로 자이언트 맨티스라는 몬스터였다.
그런 몬스터가 무려 50여 마리나 나타난 것이다. 이 정도 숫자면 어지간한 무장 병사들 수백 명도 단번에 죽일 수 있었다.
“모여! 빨리 모여라!”
“방패 들고 대열 갖춰!”
“인부들은 어서 대피해라!”
사방이 시끄러워지고 병사들이 밀집했다. 듬성듬성 한두 마리씩 나타나던 몬스터들과 다르다. 드디어 제대로 된 몬스터들이 수십 마리나 나타난 것이다.
인부들도 공사를 멈추고 뒤로 물러났다. 병사들은 긴장한 채 자이언트 맨티스들을 바라보았다.
“여기는 작은놈이 없네, 작은놈이 없어.”
누군가가 중얼거리자 주변에 있던 자들도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자이언트 맨티스는 인간보다 조금 더 큰 정도인데, 이곳에 사는 놈들은 도대체 뭘 먹었는지 원래의 두 배는 되어 보였다.
평범한 크기인 놈도 앞발을 휘두르면 중보병의 방패 정도는 그냥 잘라 버리는데 저 정도 크기면 얼마나 힘이 강할까?
적의 압도적인 크기에 다들 겁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스으으으윽…….
자이언트 맨티스들도 상대의 수가 많은 것에 위협을 느꼈는지 아주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폈다.
그것들은 곰처럼 그냥 돌아가려 하지 않았다. 애초에 자이언트 맨티스는 겁이 없기로 유명하다.
상대방 쪽이 수가 많긴 하지만, 크기는 자신들보다 훨씬 작은 걸 확인하고는 자신감이 생겼는지 조금씩 앞발을 들고 다가오고 있었다.
병사들은 모두 긴장한 표정으로 방패를 들었다. 병사들뿐만이 아니다. 기사들과 헌터들, 엘프들과 마법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저 정도 숫자에 여기 있는 자들이 당할 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저 자이언트 맨티스가 얼마나 강한지 겪어 보지 못한 그들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마수의 숲에 사는 몬스터들은 숲 밖의 몬스터들보다 훨씬 더 강하다고 알려져 있으니까.
자칫 잘못하면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아직 초입 부분인 이곳에서 병사를 잃을 수는 없었다.
병사들 근처로 다가온 바네사가 마력을 모으며 말했다.
“다들 준비하세요.”
자이언트 맨티스는 그 속도 또한 무척이나 빠르다고 알려진 몬스터다. 얼마나 빠를지 알 수가 없기에 그녀는 선제공격을 준비했다.
병사들이 공격당하기 전에 먼저 공격해서 적의 수를 하나라도 줄일 생각이었다.
마법사들이 각자 주문을 외우며 공격하려고 할 때, 지셀이 말했다.
“오, 쟤네 아직 남아 있었네? 이 근처가 그놈들 영역이었지? 그때 다 쓸어버린 줄 알았는데 남아 있던 놈들이 다시 번식을 한 모양이야.”
길리언이 도끼를 들고 앞으로 나섰다.
“다시 쓸어버리고 오겠습니다.”
“어이, 영감. 이번에는 내가 더 많이 잡을 거야. 잘난 척하지 말라고.”
카오르도 건들거리며 걸어 나갔다. 그러자 고든도 근육을 꿈틀거리며 따라나섰다.
“저놈들한테 그때 친구들이 많이 죽었지. 나도 그때 힘들어서 근손실이 많이 났었어.”
그들의 뒤를 따라 몇 명의 기사들이 무기를 들고 같이 따라갔다. 기사들은 옛날 생각이 나는지 한 마디씩 중얼거렸다.
“지금은 다 추억이 됐네.”
“그때는 저놈들이 참 무서웠는데.”
“다들 그냥 일 보세요. 우리가 처리할 테니까.”
일행 모두가 저 몬스터를 상대해 보지 않은 건 아니다. 이곳에는 저놈들을 아주 질리도록 상대해 본 자들이 있었다.
길리언과 카오르를 필두로 나선 기사들.
이들은 모두 마수의 숲을 경험했던, 그리고 처절한 전투에서 살아 돌아왔던 50여 명의 용병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