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318)
318 – 긴장감을 줘야 해. (2)
318화 긴장감을 줘야 해. (2)
바네사가 마른침을 삼키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정말 그쯤에서 그 몬스터가 나오나요?”
“그래, 확실하게 나와. 그걸 이용해서 긴장감을 줘야 해. 지금 다잡지 않으면 갈수록 위험해질 테니까.”
“그래도, 경고 정도는 해 두는 게…….”
“그러면 의미가 없어. 내가 아무리 긴장 풀지 말라고 해 봐야 말만으로는 소용이 없지. 직접 겪어 봐야 해.”
무슨 일을 겪든, 미리 알고 대비하면 충격이 덜한 법이다. 그래서 지셀은 오랜만에 아무런 준비 없이 사람들이 몬스터를 맞닥뜨리게 할 생각이었다.
그의 기준에서 그 정도면 사람들에게 긴장감을 주기 딱 좋은 상대였다.
바네사도 지셀의 의도는 이해했지만,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의문점이 남아 있었다.
“영주님도 초입 이후에는 처음 가 본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아시는지…….”
“음, 나중에 얘기해 줄게. 어쨌든 가서 보면 믿을 수 있을 거야.”
지셀은 쓴웃음을 지으며 얼버무렸다. 참 이럴 때는 설명하기가 곤란했다. 그래서 그냥 둘러댈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자신은 출처 모를 신비한 지식을 많이 아는 사람으로 포장되어 있다. 여기서 그런 지식이 하나 더 늘어 봐야 크게 달라질 것도 없었다.
과연 바네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냥 수긍했다. 마법사로서 궁금한 점이 많긴 했지만, 지셀이 말하지 못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간 지셀은 그녀가 알아야 하는 건 꼭 설명해 주고 알려 줬기 때문이다.
바네사는 조금 걱정 어린 표정으로 마법사들에게 돌아가 준비할 것들을 설명해 주었다.
길이 끝난 부분부터는 새로 개척을 시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숲은 언제부턴가 다시 빽빽한 나무와 어둠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제부터 조금 천천히 진행한다. 경계 수준을 올리고 기사들과 병사들이 앞장서도록. 인부들은 후방에서 감시탑을 계속 짓도록 해라.”
어떤 지역을 영토로 삼으려면, 그저 그 지역을 확보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 확보한 곳을 지킬 수 있어야 진짜 영토가 된다.
확보한 구역이 넓어진 만큼 지셀은 그곳을 지키는 시설에도 신경을 기울였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몬스터의 영역에 진입한다. 지셀은 신중하게 접근하며 전생의 기억을 더듬었다.
[이 영역에는 우리가 잘 아는 몬스터가 살고 있었다. 자신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소란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 흔히 숲의 제왕이라 불리는 몬스터. 강력한 몬스터긴 하지만 그만큼 익숙하기에, 그것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 우리는 선발대의 전력으로 충분히 그것을 처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쿠웅! 쿠웅!
길을 내고 영토를 확보하려면 나무를 베어야 한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으니 안 시끄러울 수가 없다.
그 소란은 마침내 이곳을 차지하고 있는 주인의 신경을 건드렸다.
크아아아아아!
멀리서 하늘을 울리는 듯한 괴성이 울렸다.
초입에서 나타난 몬스터들의 울음소리와는 전혀 달랐다. 등골까지 저릿해지는 기세에 병사들이 작업을 멈췄다.
“전원 전투 준비. 뒤로 조금 물러난 뒤에 대열을 갖춘다. 기사들은 앞으로 나오도록.”
지셀의 명령에 순식간에 인원들이 전투 태세를 갖췄다. 멀리서 무언가가 분노한 듯이 나무들을 박살 내며 달려오고 있었다.
쿠웅! 쿠우웅! 쿠웅!
그것이 가까이 다가오는 게 느껴진다. 걸음걸이만으로도 땅이 흔들리는 것만 같았다.
콰앙!
“크아아아아!”
그리고 그것이 눈앞에 나타났을 때,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았다.
“오우거?”
오우거는 흔하지는 않지만 유명한 몬스터다. 홀로 수백의 병사와 기사 수십을 상대할 수 있다고 알려진 강력한 몬스터.
그 위용과 힘 때문에 숲의 제왕이라 불리는 괴물이었다.
병사들은 기겁하며 오우거를 바라보았다.
“저것도 덩치가 장난 아니네?”
“여기 사는 놈들은 도대체 뭘 처먹고 살았길래…….”
“이 숲에 사는 놈들은 왜 다 저 모양이지?”
오우거긴 오우거인데 이놈도 크기가 보통이 아니었다. 기존 오우거보다 머리통 하나는 더 큰 거 같았다.
덩치로만 보자면 오우거의 상위 등급이라 불리는 트윈 헤드 오우거와 다를 게 없어 보였다.
몬스터의 체구는 전투력과 비례한다. 저 정도 크기면 분명 일반적인 오우거보다 훨씬 더 강할 게 분명했다.
그림자 산맥에서 몇 번 오우거를 본 적이 있는 헌터들도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야, 그래도 저 정도 크기면 돈이 좀 되겠는데?”
“크기가 큰 만큼 품질도 더 좋을 거야.”
“흐흐, 이거 재미있겠네.”
다들 전혀 겁을 먹지 않았다. 아무리 오우거가 강하다 해도 여기까지 너무 쉽게 왔기 때문이다.
오우거는 혼자 수백의 병사를 상대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이곳에는 무려 4천이 넘는 병력이 있다. 기사도 400명이나 되고 헌터들도 300명이나 된다.
체급이 깡패긴 하지만 숫자는 더 깡패다. 이 정도 인원으로 오우거 하나 못 잡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리고 이곳에는 오우거와 관련된 특별한 별명으로 불리는 자가 있었다.
“하아, 이번에도 또 이 몸이 처리해야겠네. 다들 구경이나 하라고.”
카오르가 건방진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 나섰다.
그는 트윈 헤드 오우거도 홀로 잡았다. 저 오우거가 그와 비슷한 등급이라 해도 충분히 잡을 자신이 있었다.
자신도 그때 깨달음을 얻고 벽을 한 단계 넘었으니까.
카오르는 검을 흔들며 사람들에게 말했다.
“내가 혼자 잡을 테니까 아무도 끼어들지 마. 알았어? 구경들이나 하라고.”
명색이 ‘오우거 슬레이어’라 불리는 몸이다. 오우거를 상대할 때는 당연히 자신이 나서야 했다.
“와! 오우거 슬레이어 카오르다!”
“이번에도 실력 한번 보여 주세요!”
“고작 한 마리 정도에 당하진 않겠지?”
사람들이 환호하자 카오르가 콧대를 세우고 으쓱거렸다.
다들 가벼운 여흥을 즐기러 나온 것처럼 굴었다.
기사들도 딱히 긴장하지 않았다. 그들은 혼자 오우거를 잡을 수 없지만, 이곳에는 오우거를 홀로 잡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카오르뿐만 아니라 벨린다와 길리언, 바네사도 충분히 오우거를 홀로 잡을 수 있는 실력자다.
영주인 지셀은 말할 것도 없다. 아마 혼자서 여러 마리도 쉽게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 오면서 긴장이 풀어질 대로 풀어진 사람들은 재미있는 구경거리라도 되는 듯 카오르와 오우거를 바라보았다.
오직 마법사들만이 표정을 굳힌 채 오우거를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앞에 나선 카오르에게 지셀이 물었다.
“정말 혼자 잡겠다고?”
“아, 당연히 ‘오우거 슬레이어’인 이 몸이 잡아 줘야죠. 내가 오우거 혼자 잡는 거 다들 못 봤을 거 아냐?”
카오르가 어깨를 빙빙 돌리며 조금 더 앞으로 나섰다. 그때까지만 해도 오우거는 그저 으르렁거리며 사람들을 노려볼 뿐이었다.
흉포하기로 소문난 오우거답지 않은 모습. 원래의 성정대로라면 적이 많건 적건 간에 무조건 돌진하고 봐야 했다.
“봐봐, 저거 쫄았네. 벌써 내 몸에 흐르는 피의 냄새를 맡은 거지. 동족의 피를 말이야.”
카오르가 낄낄거리다가 갑자기 표정을 굳혔다. 뭔가 이상하다. 동시에 벨린다와 길리언도 살짝 표정을 굳혔다.
쿠웅! 쿠웅!
나무를 박살 내며 오우거가 한 마리 더 튀어나왔다.
“으음…… 두 마리라…….”
두 마리는 솔직히 조금 힘들다. 카오르의 등에서 살짝 식은땀이 났다. 그래도 쪽팔리게 못 잡겠다고 물러날 수는 없었다.
기사들과 헌터들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고 사람들은 더 환호했다.
“와아아아! 두 마리다!”
“두 마리도 잡아 보세요!”
“할 수 있다! 카오르!”
사람들의 응원에 카오르는 호기롭게 외쳤다.
“좋아! 내가 오늘 내 숨겨진 힘까지 발휘해 본다!”
두 마리는 힘들지도 모르지만, 위험하면 빠질 생각이었다. 정 위험하면 영주든 누구든 도와줄 것이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라면 오우거 두 마리야 금방 찜 쪄 먹을 수 있을 테니까.
카오르가 조금 더 앞으로 나가려 할 때, 또다시 오우거 하나가 뛰쳐나왔다.
쿠웅!
“세 마리?”
이건 무리다. 목숨을 걸어도 이길까 말까다. 실수 한 번만 해도 죽을 수가 있다. 여기서 나서면 그냥 객기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쿠웅! 쿠웅!
“다섯?”
카오르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벨린다와 길리언도 무기를 움켜쥐었다.
드드드드드드!
마치 땅이 울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사방에서 광포한 포효가 들려왔다. 무언가가 이쪽으로 더 달려오는 게 느껴졌다.
[오우거는 자신만의 영역을 가지고 무리 생활을 하지 않는 몬스터다. 그렇기에 우리는 마수의 숲에서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착각이었다. 이곳의 몬스터들은 우리의 상식으로 재단할 수 없었다.]“크오오오오!”
쿠웅! 쿠웅! 쿠웅! 쿠웅!
오우거들이 곳곳에서 거칠게 포효하며 뛰쳐나왔다.
아홉 마리…… 열 마리…… 열다섯 마리…….
하나둘씩 늘어날 때마다 사람들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 갔다. 기사들은 무기를 급히 뽑아 들고 자세를 낮췄다.
쿠웅! 쿠웅! 쿠웅! 쿠웅! 쿠웅……!
드디어 울림이 끝났다. 그렇게 나타난 오우거의 수는 무려 20여 마리였다.
오우거가 이 정도나 모였다면 작은 영지 하나 정도는 지도에서 지워 버릴 수 있을 터였다.
역시 마수의 숲은 보통이 아니다. 강력한 몬스터들이 즐비하다 보니 독립성이 짙은 오우거들조차도 무리 생활을 하게 진화한 모양이었다.
병사들과 인부들은 아직도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 하고 있었다.
“그…… 자이언트 맨티스보다 수가 적잖아?”
“지금까지 다 쉽게 해치웠잖아? 이번에도 쉽게 잡을 수 있지 않겠어?”
“이, 이번에는 아닌 거 같은데?”
분위기가 무척 이상하다. 그동안 여유만만하던 기사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그제야 병사들과 인부들은 깨달았다. 지금 나타난 몬스터는 지금까지 마주쳤던 놈들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라는 걸.
오우거가 숲의 제왕이란 별명으로 불린다는 걸 이제 기억한 것이다.
“모…… 못 잡나?”
“잡기야 잡겠지……. 사람들 잔뜩 죽은 뒤에…….”
“젠장, 정신 차려!”
병사들은 잔뜩 긴장해서 무기를 움켜쥐었다. 만약 병사들끼리만 저 오우거들과 싸운다면 최소 절반은 죽어 나갈 것이다.
마수의 숲에 사는 몬스터가 바깥에 사는 것들보다 더 강하다는 걸 생각하면 전멸할 수도 있었다.
인부들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걸 느꼈다. 그들은 헐레벌떡 뒤로 물러났다. 어찌나 급하게 움직였는지 서로 어깨가 부딪혀 휘청거릴 정도였다.
그리고 그 틈을 타 마법사들이 조금씩 앞으로 걸어 나왔다. 엘프들도 굳은 표정으로 활시위를 당겼다.
“전투 준비! 전투 준비!”
뒤늦게 정신을 차린 지휘관들이 병사들을 독려하며 대열을 갖췄다. 이들은 지셀을 따라다니며 전쟁에 참여한 베테랑 병사 출신들이다.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자율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
병사들이 다급하게 진형을 갖추고 방패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여전히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오우거들은 거대한 나무를 들고 있다. 저걸 한 번만 휘둘러도 병사 수십은 그냥 날아갈 것이다.
그때까지 아무런 말도 없던 지셀이 사람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게 마수의 숲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몬스터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오우거 수십 마리 정도는 우습게 나오는 곳이다. 상상도 못 할 정도로 기괴하고 지독한 놈들이 즐비한 곳이다.”
“…….”
“자만하지 마라. 방심하지 마라. 한 번의 실수로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곳이 마수의 숲이다.”
사람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간 영주를 따라다니며 수많은 위업을 이룬 병사들이다. 그런 그들도 북부 최강이라는 칭호를 얻고 내심 자만하고 있었다. 숫자의 힘을 믿고 방심했다.
뛰어난 기사들과 영주들이 뭐든 쉽게 해결해 줄 거라 믿었다. 자신들이야 그냥 대충 따라다니면 될 거라 생각했다.
지셀은 지금 그 점을 짚은 것이다. 그렇게 살다가는 죽을 수도 있다고.
‘이게…… 마수의 숲…….’
‘미쳤지, 오우거를 보고 여유를 부리다니. 이제 초입을 막 지났는데 중심도 아닌 이런 곳에 오우거가 산다니.’
‘영주님도 예전에 죽을 뻔했다더니 그 말이 사실이었구나.’
사람은 직접 겪어 봐야 실감하는 법이다. 이곳에 처음 온 병사들과 기사들은 드디어 마수의 숲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깨달았다.
헌터들도 이제 여유를 잊고 침만 삼켰다. 오우거는 그림자 산맥에서도 가끔 볼 수 있지만, 그들도 오우거가 무리 지어 사는 건 처음 봤다.
오우거가 이렇게 함께 나타나는 경우는 단 하나뿐이었다.
‘몬스터 웨이브도 아닌데 오우거가 몰려나온다고?’
‘미친…… 이 숲은 언제나 몬스터 웨이브 상태인 건가?’
‘어쩐지 지금까지 너무 쉽게 왔다 했지.’
자신만만하게 앞으로 나서던 카오르는 걸음을 멈췄다.
이제는 입장이 바뀌었다. 처음에 나타났던 오우거가 오히려 잔인한 눈빛을 띠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가만히 오우거를 노려보던 카오르가 갑자기 어색한 미소로 고개를 돌렸다.
그는 지셀과 기사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도와줘.”
쪽팔림은 잠깐일 뿐이다. 원래 강한 놈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놈이 강한 법이다.
쪽팔려도 살아남아야 한다. 도무지 혼자서 저 많은 오우거를 상대할 자신이 없었다.
붙는 순간 온몸이 뼈도 못 추릴 정도로 얻어맞을 게 분명했다.
카오르의 애원이 제법 강렬하게 들린 모양이다.
“그래, 도와줄게.”
지셀이 피식 웃더니 대검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