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321)
321 – 아주 위험한 놈들이지. (2)
321화 아주 위험한 놈들이지. (2)
사람들은 황당해하는 표정으로 지셀을 바라보았다.
지금도 영역을 확보하면서 목책을 세우고 방어벽을 만들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요새를 세운단 말인가?
숲 안에 요새를 세우는 일은 없다. 백 보 양보해서 간혹 나타나는 몬스터들을 방어하는 용도로 세운다 쳐도 여기서는 아니었다.
아직 목표했던 위치에는 가지도 않았다. 요충지도 아니고 진군로도 아닌 이곳에 요새를 짓는 건 너무 과했다.
길리언이 확인차 다시 물었다.
“아직 목적지까지는 거리가 좀 남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정말 방어벽이 아니라 요새입니까?”
“그래, 임시긴 하지만 그래도 요새 수준으로 지어야 해. 모두 빠짐없이 참여하도록 해.”
“요새를 지으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겁니다.”
“빠르게 해야지? 이정도 인원이면 충분할 거야.”
“……알겠습니다.”
사람들은 일단 지셀의 명령대로 움직였다. 이 숲에서는 무조건 영주의 말을 따르는 게 낫다는 걸 몸으로 깨우쳤기 때문이다.
반대해 봤자 어차피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라는 이유도 있었다.
수천의 병력과 인부들이 움직이자 금세 요새는 그럴듯한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다.
쿵! 쿠웅! 쿵!
사람들이 벌목하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렸다. 영토 확장을 겸해 움직이다 보니 주변은 순식간에 공터가 되었다.
그래도 목재는 차고 넘쳤다. 지금까지 오면서 엄청난 수량을 벌목했고, 지금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마수의 숲에 자라는 나무는 다른 곳에서 자라는 나무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크고 단단하다. 그걸 몇 겹으로 쌓으면 목책이라도 어지간한 돌벽과 내구력이 맞먹을 정도였다.
지셀은 조금씩 형태를 갖추는 요새의 외각 쪽을 보며 드워프들을 불렀다.
“화살 공격을 할 수 있게 망루를 만든다.”
갈바릭이 고개를 끄덕였다. 목재를 써서 요새를 만들면 방어벽을 세울 수는 있지만 그 위에 올라가 싸울 수는 없다.
단을 올려 성벽과 비슷한 역할을 하게 할 계획이지만, 아무래도 성벽보다는 효용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감시탑 등의 망루를 만들어 외부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당연히 요새에는 그런 게 있어야지. 정석대로 사방에 감시탑들을…….”
“아니, 그런 식이 아니야. 벽 뒤에 아예 빽빽하게 붙을 정도로 세워야 해. 지금 크기로 보면 대충…… 백 개는 지어야겠군.”
“백 개……?”
그 말에 갈바릭의 얼굴이 해쓱해졌다.
신비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영주가 괜히 이런 일을 벌일 리가 없었다.
어지간하면 직접 박살 내는 걸 선호하는 영주다. 그런데도 이렇게 요새를 짓고 방어에 신경을 쓰다니.
도대체 어떤 놈들이랑 싸우려고 이러는 걸까? 벌써 예감이 안 좋았다.
지셀의 말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투석기도 만들어. 그것도 수십 개는 되어야 해. 정교함은 필요 없어. 사거리가 뛰어나지 않아도 돼. 무조건 이 근처를 공격할 수 있기만 하면 돼. 이번만 쓰고 버려도 상관이 없으니까. 알겠어?”
“아, 알겠소.”
물러나려던 갈바릭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영주…… 이번에 싸울 적이 많이 위험하오? 내 지금껏 영주가 이 정도로 준비하는 건 본 적이 없는 거 같소이다.”
다른 이들은 이런 준비를 해도 조금 긴장할지언정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영주는 지금까지 뭐든 해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갈바릭은 지셀과 함께 가장 많은 일을 해 온 사람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지금의 준비가 예사롭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 숲에 위험하지 않은 놈은 없다.”
지셀은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 벌써 말해서 사람들을 동요하게 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목표가 있는 이상 방해하는 것들과는 부딪칠 수밖에 없으니까.
지금 알면 인부들은 눈치를 보고 빠지려고 할 수도 있다. 요새가 다 지어진 뒤 말해도 늦지 않다.
“준비가 끝나면 얘기해 주도록 하지. 그전까지는 사람들에게 불안감이 퍼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알겠소.”
다소 무거운 지셀의 말에 갈바릭이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렸다.
갈바릭이 자리를 벗어나기 전 지셀이 그를 다시 불렀다.
“갈바릭.”
“……?”
“아주 튼튼하게 만들어야 해. 알지?”
그 말에 갈바릭이 씨익 웃었다.
“나 드워프요. 뭐 만드는 건 대륙 제일이지. 엘프들도 나한테는 안 돼.”
자신만만한 갈바릭의 말에 지셀도 마주 웃었다. 아무래도 엘프들의 활약에 드워프들의 자존심이 조금 구겨진 모양이었다.
드워프들의 호언장담대로 요새는 나무로 만들었다고 믿기지 않을 만큼 단단하게 만들어졌다.
마법사들 또한 이제 공사에는 대륙의 누구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실력자들이다. 재료를 다듬고 마법진을 새기는 등 시간이 걸리는 작업은 모두 마법사들이 도맡아 했다.
그들이 힘을 합하자 작업 속도는 무척이나 빠를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시간이 걸린 건 투석기 제작이었다. 드워프들은 간이 투석기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지금까지 잡은 몬스터 힘줄을 전부 모아야 해.”
“최근에 잡은 오우거들이 적당하겠어.”
“정교함은 떨어져도 된다고 했어. 최대한 많이 만드는 게 목표야.”
투석기는 인부들을 갈아 넣어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아무래도 공학적 지식이 필요하다 보니 대부분은 드워프들이 만들어야 했다.
인부들이나 병사들은 그저 옆에서 잡일을 돕는 정도밖에 할 수 없었다.
드워프들은 몬스터의 힘줄과 목재들을 박박 긁어모아 수십 대의 간이 투석기를 완성했다.
갈바릭은 만들어진 투석기를 보며 턱을 긁적였다.
“으음…… 이정도로 정말 괜찮은가?”
솔직히 전쟁에 쓰기에는 힘들 정도로 조악했다. 사거리나 정확도가 정식 투석기에 비해 상당히 떨어졌다.
기본적으로 투석기는 성벽을 공격하기 위한 병기다. 적의 화살 사거리보다 사거리가 훨씬 더 길어야 하고 정확도와 파괴력도 높아야 한다.
하지만 이것들은 급하게 재료를 긁어 만든 탓에 기존 투석기 성능의 절반 정도나 겨우 갖췄다.
그나마 이 정도도 드워프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작업이었지만, 갈바릭은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총관에게 제대로 된 투석기를 보내 달라고 하는 게 어떻소? 페르디움에 요청해도 되고.”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 어차피 몇 대 되지도 않잖아? 지금 중요한 건 숫자거든.”
“이게 성능이 조금 떨어져서 그러오.”
갈바릭의 말에 지셀은 간이 투석기를 시험해보았다. 제대로 된 투석기보다는 성능이 부족하긴 하지만 파괴력이 썩 괜찮았다.
절반 정도의 성능이라 해도 인간이 맞으면 납작해지는 건 똑같다.
지셀은 만족감 가득한 웃음을 지으며 갈바릭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 정도면 충분해.”
“정말 괜찮단 말이오?”
“응, 중요한 건 숫자라니까? 압도적으로 두들겨야 하거든.”
주문자가 괜찮다는데 할 말이 뭐가 있겠는가? 갈바릭과 드워프들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였다.
그렇게 모든 사람이 맡은 일에 전력을 다하자 며칠 사이에 대부분의 준비가 끝났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만든 웅장한 요새를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우와…… 이렇게 보니 엄청나네.”
“진짜 오우거들이 몰려와도 막을 수 있겠는데?”
“숲에 있기는 아까울 정도야.”
비록 제대로 된 내부 시설은 없었지만 무언가를 막기에는 과할 정도로 견고했다.
높이도 지셀이 원한 대로 무척이나 높았고, 벽도 목재를 여러 번 겹쳤기에 어지간한 성벽보다 두꺼웠다.
거기에 감시탑과 투석기가 수도 없이 배치되어 있다. 이 정도면 몇만의 군사도 막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물론 불화살에는 꼼짝없이 당하겠지만, 만약 불을 쓰는 몬스터를 상대하는 거라면 영주가 이런 걸 만들 리 없었다.
요새를 몇 번이나 점검한 지셀은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요새 앞을 모두 공터로 만들어라. 우리의 시야가 확보되도록 말이야.”
공사를 진행하는 동안 주변에 있던 나무는 거의 다 베었다. 하지만 조금만 나아가도 다시 빽빽하게 나무가 들어차 있다.
이렇게 나무가 많으면 몬스터들을 공격할 때 효과가 떨어진다. 빽빽한 나무들이 화살과 투석기 공격을 막아 주기 때문이다.
길리언도 그것을 알기에 시야에 들어오는 거리를 가늠하며 물었다.
“얼마나 확보해야 할까요?”
“우리가 불을 써도 숲이 번지지 않을 만큼.”
“알겠습니다.”
그 정도면 엄청난 공간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바로 병사들과 인부들이 요새 밖으로 나가 나무들을 벌목했다.
쿠웅! 쿵! 쿠웅!
거대한 나무들이 쓰러지고 요새 안으로 옮겨졌다. 상당한 영역을 무차별적으로 비우고 있으니 몬스터를 안 만날 수가 없었다.
“크아아악!”
이곳에 오면서 만났던 몬스터도 있고 새로 만난 몬스터들도 있었다. 하지만 병사들은 압도적인 수를 바탕으로 나타나는 몬스터들을 쉽게 처치했다.
주변이 휑해질 정도로 나무를 벤 병사들은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다시 그것들을 만났다.
“끼에에엑!”
혐오스러운 외형을 가지고 있는 그렉스들이었다. 몇 마리 되지 않는 그것들은 병사들을 발견하자 빠르게 다가왔다.
손톱을 바짝 들고 거미 다리를 마구 움직인다. 그 모습을 본 병사들의 표정이 썩어 갔다.
“어우씨, 살아 있는 건 더 징그럽잖아?”
“그렇게 세지 않다고 했어.”
“빨리 죽이고 일이나 하자고.”
피잉!
그렉스들은 병사들에게 접근하지도 못했다. 뒤에서 대기하던 엘프들의 활에 몸이 뚫려 쓰러졌기 때문이다.
“와, 이놈들 진짜 약하네?”
“그냥 사람하고 다를 거 없어 보이는데?”
“그래도 손톱은 땅을 팔 정도로 단단하고 날카롭다고 하니 조심하자고.”
이제 병사들은 적이 약해도 우습게 보지 않았다. 그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조금씩 벌목하며 전진했다.
“끼에에에엑!”
소름 끼치는 비명을 내지르며 그렉스들이 또 나타났다. 나타나는 빈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이번에도 몬스터들을 쉽게 처리한 병사들은 그렉스가 있던 곳에서 새로운 것들을 발견했다.
“이게 뭐지?”
“구멍인데?”
“땅을 판 건가?”
병사들이 바닥에 있는 몇 개의 구멍을 보고 호기심을 품었다. 이 숲에서 구멍이 파인 건 처음 봤기 때문이다.
“물러서세요!”
병사들이 구멍 가까이 다가가자 루미나가 엘프들과 급히 달려왔다.
그녀와 엘프들은 바로 구멍 안을 향해 화살을 쏘아 댔다.
파파파팟!
“끼에에에엑!”
땅속에서 소름 끼치는 비명이 울린다. 어찌 된 일인지 구멍 안에는 그렉스들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렉스들은 공격을 당하자 구멍 안에서 기어 나왔다. 하지만 나오는 족족 엘프들의 화살을 맞고 죽어 나갔다.
“이제 됐어요. 구멍을 메우고 물러나죠.”
루미나의 말에 병사들은 질린 표정으로 후다닥 구멍들을 메우고 돌아갔다.
해당 일을 보고 받은 지셀은 길리언에게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더 전진하는 건 여기까지다. 이제 요새의 문을 없애라.”
“문을 말입니까?”
“문으로 만든 곳은 내구도가 떨어질 테니까. 그곳도 아예 두껍게 채워 버려. 보급을 받을 뒤쪽 문만 내버려 둬라.”
“그러면 앞으로 나가지는 않을 생각이십니까?”
“이제 모든 인원은 안에서 대기한다. 필요한 사람은 밧줄을 타고 나갔다 올 것이다.”
숲 안에서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도대체 얼마나 강력한 놈이 오길래 이렇게 방어적인 태세를 취하는 걸까?
최근에 그림자 산맥에서 몬스터를 많이 상대해 본 카오르가 물었다.
“지금 무슨 몬스터 웨이브가 오는 것처럼 대비하는데, 마수의 숲에도 그런 게 있습니까?”
“비슷해. 많은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서 요새를 지은 거다.”
“으음, 그러면 언제 시작되는 겁니까?”
“그건 이제 우리가 결정해야지. 준비는 다 끝났으니까.”
“몬스터 웨이브를 우리가 결정한다고요?”
카오르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이쪽에서 무슨 재주로 몬스터 웨이브를 일으킨다는 말인가?
[우리는 그렉스를 조사하는 동안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멸한 정찰조 중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온 마법사가, 그렉스들의 우두머리가 있는 곳을 알아낸 것이다. 우두머리는 영역 안쪽, 가장 안락한 공간에 있었다. 우리는 그것을 ‘여왕’이라 불렀다.여왕은 그렉스들이 가지고 온 먹이를 먹으며 알만 낳았고 그렉스들은 그 알을 땅속 깊은 곳에 숨겨 두었다.]
지셀은 방법이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가 결정할 수 있어. 강제로 일으키면 되는 문제야.”
“아니, 그걸 어떻게 강제로 일으켜요? 몬스터가 우리 말을 들어요?”
[여왕은 언제나 평화롭게 먹이만 먹을 뿐이었다. 그렉스들의 호위를 받고 있다지만, 전투력도 약한 놈들만으로 이 험한 곳에서 도대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우리는 여왕에게 어떤 특별한 능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세웠다.]카오르의 물음에 지셀이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다.
“안 들으면 듣게 해야지.”
“어떻게요?”
“방법이 있거든.”
[그래서 우리는 실험을 하기로 했다. 마법사들과 뛰어난 기사들이 여왕을 납치해서 캠프로 끌고 왔다.]지셀이 서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퀸 그렉스를 납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