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322)
322 – 넌 할 수 있어. (1)
322화 넌 할 수 있어. (1)
“퀸 그렉스……가 뭐임요?”
“저놈들 우두머리야. 종족을 유지하는 핵심 중의 핵심이지.”
“그놈이 어디 있는데요?”
“내가 알고 있어. 날 따라오면 돼.”
“그러면 그냥 가서 죽이면 안 돼? 요? 왜 납치를 함?”
카오르의 말에 지셀이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여왕을 납치해서 그놈들이 구하러 오게 해야 해.”
그제야 사람들은 지셀의 계획을 이해했다. 하지만 이해하는 것과 동의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그…… 꼭 그래야 합니까? 그냥 가서 죽이면 안 돼? 뭐, 요새를 끼고 싸우는 게 안전하긴 하지만 쫄 필요도 없을 거 같은데.”
건방진 카오르의 말에 지셀이 피식 웃었다.
“가서 싸우면 우리가 다 죽을 거다.”
“그놈들 엄청나게 약하던데…….”
카오르는 입을 삐죽댔다. 아무리 봐도 이번에는 영주가 좀 쫀 거 같았다.
그렉스는 정말 약해서 숙련된 병사 혼자서도 잡을 수 있을 정도다. 만약 자신이라면 수백 수천 마리도 홀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오우거 때 망신을 조금 당한 카오르는 자신의 실력을 사람들 앞에서 보여 주고 싶었다. 그렉스는 딱 좋은 제물이었다.
‘만만한 놈들이라 아주 폼 나게 많이 잡을 수 있는데 말이야.’
전에 당한 굴욕을 떨쳐 낼 각오로 카오르가 단호하게 말했다.
“애들 몇 명만 붙여 주쇼. 내가 가서 다 쓸어버리고 올 테니까.”
“가면 진짜 죽는다. 여왕이나 같이 잡으러 가.”
“하! 진짜! 내가 다 쓸어버릴 수 있는데!”
카오르가 다리 하나를 달달 떨며 답답하다는 듯 외쳤다. 또 삐딱해지는 그를 보며 벨린다가 인상을 썼다.
“도련님 말대로 해요. 마수의 숲에서는 방심하면 안 되는 거 몰라요? 뭐가 나올 줄 알고 가서 싸우자고 해요?”
“뭐야? 왜 영주 편을 들어? 원래 뭐 하자고 하면 반대하잖아?”
“제가 언제요? 저 안 그러거든요? 항상 도련님 편이거든요?”
두 사람이 또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카오르가 입술을 실룩이며 벨린다를 노려봤다.
‘아오, 진짜 확 패 버릴까? 싸우면 내가 질 거 같기도 하고……. 영 실력을 모르겠단 말이야.’
벨린다도 비슷한 표정으로 카오르를 바라보았다.
‘네가 말하면 다 반대할 거야. 그냥 무조건 반대할 거야.’
두 사람이 한두 번 이러는 것도 아니다. 영지에서도 꼭 마주치면 이렇게 신경전을 벌이곤 했다.
길리언이 아무 말 없이 중간에 껴서 둘을 갈라놓자 그제야 두 사람은 고개를 픽 돌렸다.
지셀이 고개를 몇 번 젓고는 말을 이었다.
“최대한 조용히 잡아 와야 하니 몇 명만 추릴 거야. 일단 여기 있는 사람들하고 기사 몇 명, 그리고…… 알포이도 데리고 가도록 하지.”
그 말에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알포이가 나이에 비해 재능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에 비하면 실력에 살짝 손색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위험한 작전에 마음 놓고 데려갈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뜻이다.
“알포이를 데려간다고요? 바네사가 아니라 알포이 맞아요?”
마법사가 필요하다면 알포이가 아니라 바네사를 데리고 가야 한다. 그게 당연한 거다.
하지만 지셀은 고개를 저었다.
“바네사는 여기서 대기하고 있어야 해. 할 일이 있거든.”
“그러면 꼭 알포이를 데리고 가야 하나요? 이 인원이면 굳이 알포이가 필요 없을 거 같은데요.”
벨린다가 그 사실을 지적하자 지셀이 씨익 웃었다.
“미끼로 써야지.”
“미끼요? 그 실력이면 죽을 거 같은데요?”
“아냐, 걔는 안 죽어.”
“그걸 어떻게 알아요?”
“그놈한테는 이상한 운이 있는 거 같아. 난 그런 걸 놓치지 않거든. 운도 실력이라고 생각해서 말이지.”
적당히 둘러대는 것만 같은 대답에, 벨린다는 답답해져서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알포이는 여신의 힘도 이겨 낸 놈이다. 이상한 운이 있다는 말은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런데 정말 지셀이 그런 이유로 움직일까? 언제나 말도 안 되긴 하지만 나름의 근거로 움직이던 사람이?
그리고 클로드의 꼬임에 빠져 노예로 잡힌 사람이 정말 운이 좋다고 할 수 있을까?
진심이라고는 전혀 믿기지 않지만, 지셀이 저리 나오는데 따지기도 어려웠다.
‘저렇게까지 데려가고 싶다는데……. 그래도 실력이 너무 떨어져.’
잠시 고민하던 벨린다가 말했다.
“어차피 안전하게 납치해야 한다면 차라리 열기구를 사용하는 건 어때요? 페르디움에 예비로 남겨 둔 게 있으니 금방 가져올 수 있잖아요.”
“오, 그런 생각을 다 하다니. 역시 벨린다는 똑똑해.”
“저 왕립 아카데미 나온 여자예요.”
“안 믿어. 아무튼 열기구도 안 돼. 마수의 숲에서는 하늘에 뭐가 떠 있으면 위험하거든. 바로 공격당할 거야. 그것도 아주 멀리서. 그래서 이 마수의 숲에 새가 거의 없는 거야.”
“네? 뭐에 공격당해요?”
“그런 게 있어. 아직 우리가 상대할 만한 놈은 아니야. 상당히 위험한 놈이거든.”
벨린다가 되묻기 전에 지셀이 바로 말을 돌렸다.
“자, 어쨌든 빨리 움직이자고. 오래 대기할수록 병사들도 지치는 법이니까.”
그렇게 해서 퀸 그렉스를 잡기 위한 납치조가 결성됐다.
지셀, 벨린다, 카오르 외에 고든, 루카스 등 몇 명의 기사들과 알포이가 포함되었다.
알포이를 제외하면 다들 펜리스군에서 실력이 뛰어나기로 손에 꼽히는 사람들이었다.
길리언은 지셀이 요새의 지휘와 전투 준비를 맡겼기에 따라갈 수가 없었다.
알포이는 자신이 포함됐다는 걸 통보받고 난리를 쳤다.
“뭔데! 왜 내가 그런 위험한 곳에 가야 하는데! 싫어! 싫다고!”
“넌 신을 이긴 남자잖아? 실력자만 가는 건데 당연히 너도 가야 하지 않겠어?”
자존심 하나만큼은 영지에서 누구 못지않은 알포이다. 실력자들은 가야 한다는 말에 그는 입술만 잘근잘근 깨물었다.
가고 싶다. 가서 훌륭하게 작전을 성공시켜 사람들에게 우러름을 받고 싶다.
‘그런데 가서 죽기도 싫다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자 지셀이 은근하게 속삭였다.
“네가 빠진 거 알면 클로드가 엄청나게 놀릴 텐데.”
클로드의 이름을 듣자 알포이의 이마에 핏대가 섰다.
그 새끼 때문에 인생이 다 꼬였다. 그런데 놀림까지 받는 건 도무지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 간다! 가! 가면 되잖아!”
그렇게 실력자들과 조금 모자란 사람이 포함된 납치조가 출발했다.
요새의 문을 없앴기에 이들은 밧줄을 타고 내려갔다. 다시 돌아올 때도 밧줄을 타고 올라갈 것이다.
도로처럼 뻗은 공터를 지나가자 금세 다시 빽빽하게 붙어 선 나무들이 보였다.
빛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을 만큼 거대한 나무로 가득 찬 모습이 음침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지셀과 일행들은 빠르게 움직였다. 다들 한 실력 하는 사람들이라 이동 속도가 상당히 빨랐다.
“끼에엑?”
안으로 들어갈수록 그렉스들이 많이 보였다. 지셀에게 미리 언질을 받은 일행들은 보이는 족족 그것들을 무기로 꿰뚫었다.
푸욱!
“케에엑!”
그렉스들은 갑자기 나타난 지셀 일행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수가 많다고 해도 기껏 수십 마리 정도다. 고작 몇 마리뿐일 때도 있었다. 하나하나의 힘은 일반 병사와 별다를 게 없는 그렉스들이 이 인원을 막을 수는 없었다.
벨린다 혼자서 한 번에 십여 마리의 그렉스들을 죽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녀는 여유롭게 어깨를 으쓱였다.
“별로 어렵지 않네요? 이 지역에는 이놈들밖에 없나 봐요.”
확실히 그렉스들의 영역인지 다른 몬스터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평소에 보기 쉬운 떠돌이 몬스터들도 안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건 기껏해야 그렉스들이 옮기는 시체 정도였다.
“끼에에엑!”
그렉스들은 일행이 나타날 때마다 더듬이를 움직이며 덤비려 했다. 하지만 일행에게 작은 상처조차 주지 못했다.
쉬워도 너무 쉽다. 사람들은 슬슬 왜 지셀이 그렇게 요란하게 요새까지 지었나 궁금해졌다.
이 정도로 약하면 그냥 병사들을 이끌고 와서 초토화해도 된다. 수가 좀 많긴 했지만, 며칠 시간을 들이면 못 잡을 정도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지셀은 여전히 신중한 표정으로 움직였다.
“다 왔다. 이제부터 천천히 다가가자.”
일행은 의아해하며 지셀을 따랐다. 분명 이곳에 처음 왔을 텐데도 조금 둘러보는 것 외에는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다.
정말 퀸 그렉스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 듯한 모양새였다. 도대체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물어봐도 제대로 말은 안 할 게 뻔해 아무도 묻진 않았지만.
“오…….”
뒤따르던 루카스가 살짝 감탄을 내뱉었다.
지셀이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가니 확실히 지형이 달라졌다. 빽빽하게 서 있던 나무들이 점점 줄어들고 나무 사이의 공간이 넓어졌다.
그리고 일행은 저 멀리 우글거리는 그렉스들을 발견했다.
“히익…… 저게 뭐야…….”
“어우…… 징그러워…….”
“도련님, 저거 정말 납치해도 돼요?”
일단 수백 마리나 우글거리는 그렉스도 징그러웠지만, 그 가운데 있는 놈은 더욱더 징그러웠다.
꽤 멀리 있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은 그 정도는 자세히 볼 안력이 있다.
보통의 그렉스보다 몇 배나 큰 존재였다.
크기만 큰 게 아니었다. 눈이 퇴화하다시피 한 그렉스들과 달리 여러 개의 눈이 달려 있었고, 배는 알을 품었는지 울퉁불퉁한 주머니처럼 튀어나왔다.
더듬이도 몇 개나 더 붙어 있고 머리는 훨씬 더 길게 뒤로 뻗었다.
그 징그러운 모습에 다들 눈을 찌푸리고 있을 때, 지셀이 씨익 웃었다.
“저놈이 퀸 그렉스야. 이제 저걸 데리고 요새로 돌아가자고. 저놈도 전투력은 별거 없거든.”
“으윽, 저걸 어떻게 데리고 가죠? 그냥 여기서 처리하는 게 나을 거 같은데.”
벨린다가 인상을 구겼다.
데리고 가는 건 문제가 아니다. 그렉스보다 크기가 크다고 해도 평범한(?) 오우거 정도 크기일 뿐이다.
튼튼한 밧줄도 여러 개 준비했으니, 여기 있는 사람들 정도면 충분히 묶어서 데리고 갈 수 있다.
하지만 저 징그러운 걸 들고 가는 짓은 정말 하고 싶지 않았다.
카오르도 몇 번 침을 삼키더니 벨린다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냥 죽이고 가면 안 될까? 솔직히 여기 있는 놈들 많아 봤자 몇백 마리인데 다 죽일 수 있잖아?”
두 사람의 의견이 일치하는 건 드문 일이다. 그런 기념비적인 상황에도 지셀은 고개를 저었다.
“안 돼. 그러면 우리가 위험해진다. 어떻게든 생포해서 끌고 가야 하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다들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생포해서 끌고 가면 저 많은 다리로 발버둥을 치고 소리를 지를 텐데 정말 혐오스러울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고든도 조금 부담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면 어떻게 납치하죠? 일단 주위에 있는 그렉스들을 다 죽여야 하지 않나요?”
수백 마리나 있긴 하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 실력이면 금방 없앨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지셀은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여기서 싸우면 안 된다.”
“그러면 어떻게 납치해요?”
“이제 미끼가 활약할 시간이다. 퀸 그렉스를 여기까지 유인해 와야 해. 그러면 우리가 바로 생포해서 자리를 뜬다.”
그러자 사람들이 바로 알포이를 바라보았다. 알포이는 사색이 되어서 말했다.
“내, 내가 저, 저 괴물을 어떻게 여기까지 유인해 와?”
“그냥 가서 신기한 마법들 좀 보여 줘. 그리고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면 쫓아올 거야.”
알포이가 눈을 끔뻑이며 지셀을 바라보았다. 지금 무슨 미친 소리를 하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저놈들…… 사람만 보면 무조건 달려들잖아. 수백 마리나 있다고. 저기를 혼자 가서 마법 좀 보여 주고 데리고 오라고?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응? 제발 정신 좀 차리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줘.”
“괜찮아. 천천히 다가가 봐. 절대 퀸 그렉스는 널 죽이지 않을 거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저기 들어갔다가는 난 바로 죽을 거야. 진짜면 같이 가. 같이 가자고.”
지셀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안 돼. 같이 갈 순 없어. 너 혼자 가야 가능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어떻게 혼자 가라는 거야! 그것도 저렇게 먼 거리를!”
“혼자 가야지 퀸 그렉스가 공격하지 않는다.”
알포이는 여전히 못 믿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싫어, 안 가. 못 가. 안 믿어. 난 사람 믿었다가 뒤통수 많이 맞은 사람이야.”
도박에 빠져 노예가 된 건 본인의 책임이지만 어쨌든 발단은 클로드의 혓바닥이다.
알포이는 자신이 그놈의 감언이설에 속아서 이렇게 됐다고 확신했다.
알포이의 강경한 반응에 지셀이 그의 어깨를 잡았다.
“내 말을 믿어.”
“안 믿어.”
“난 클로드와 달라.”
“으…….”
알포이는 입술을 앙다물었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가슴을 울렸다.
그러고 보니 지셀은 남들이 안 믿는 많은 일을 성공시켰다.
어쩌면 이런 황당한 상황에서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닐까?
은근히 마음이 약한 알포이가 조금씩 흔들렸다.
“왜…… 왜 나여야 하는데?”
“여기서 마법을 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니까. 그리고…….”
“그리고?”
“신을 이긴 남자만이 그런 기적을 보여 줄 수 있으니까.”
쿠웅!
그 말은 알포이의 심장을 세차게 때렸다.
남들이 뭐라 하든 정말 여신의 힘을 이겨 낸 건 사실이다. 그건 그에게 남은 자부심의 원천이자, 아들부터 손자까지 대대로 자랑해도 될 만한 업적이었다.
그 위업을 거론한 이상 알포이는 거부할 수가 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그는 결연한 눈빛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래, 난 알포이. 신을 이긴 남자지.”
“할 수 있지?”
“해 보고 안 되면 바로 도망갈 거야.”
그래도 무섭긴 해서 여지는 남겼다. 지셀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위험하면 바로 나가서 도와줄게.”
“믿는다. 나 버리지 마.”
알포이가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러자 지셀이 씨익 웃었다.
그 언젠가 마수의 숲에서 지셀이 용병들에게 한 말이 있었다. 바로 고든이 잡혀갔을 때.
그때 했던 말을 지금 알포이에게 똑같이 해주었다.
“난 나를 따르는 사람을 단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어,”
그 말에 알포이는 살짝 감동한 듯 눈을 빛내다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뭔가 진짜 노예가 되는 기분이었다.
“흐, 흥! 갔다 올 테니까 잘 지켜보고 있으라고.”
콧김을 한번 내뿜은 알포이가 천천히 걸어 나갔다.
긴장한 표정으로 다가가는 그를 곧 그렉스들이 발견했다.
“끼에에엑!”
“카아아악!”
그렉스들은 괴성을 지르며 알포이에게 달려갔다. 수백의 그렉스들이 몰려오는 건 그 자체로 공포다.
알포이가 사색이 된 표정으로 잽싸게 도망가려던 그때.
퀸 그렉스가 높은 소리로 울었다.
“까아아아아아악!”
그러자 더듬이를 흔들며 다가오던 그렉스들의 걸음이 일제히 멈췄다.
그 모습에 도망가려던 알포이도 놀라고 뒤에 숨어서 구경하던 사람들도 놀랐다.
꿀꺽.
마른침을 한번 삼킨 알포이가 살짝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러자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사아아아악…….
그렉스들이 양옆으로 비켜나며 길을 만든 것이다. 마치 바다가 갈라지는 듯했다.
“이, 이게 뭐야…….”
알포이가 덜덜 떨면서도 다시 걸음을 내디뎠다. 그렉스들은 알포이가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조금씩 옆으로 더 물러났다.
그는 지금.
‘나, 나는 신을 이긴 남자다. 저놈들도 그걸 알아보는 거야! 으하하하하하!’
정말로 기적을 보여 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