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328)
328 – 어때? 내 말 맞지? (2)
328화 어때? 내 말 맞지? (2)
전에 얻은 룬스톤만으로도 북부 최강이 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정말 이리저리 알차게 쓰긴 했다. 경작지도 만들고, 마탑과 거래도 하고, 마나 집속진도 만들고…… 그냥 마법이 들어가는 건 다 썼다.
펑펑 써 댔기에 룬스톤을 벌써 다 써 버렸지만, 바꿔 얘기하면 영지를 발전시킬 수 있을 정도로 룬스톤이 많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때 얻은 것보다 더 많은 룬스톤이라니! 거기에 값어치만큼은 룬스톤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 요정의 축복까지 발견했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다들 어안이 벙벙해졌다.
“꺄아아아악!”
벨린다가 뒤늦게 상황을 인지하고 신이 나서 소리를 질렀다. 룬스톤이 진짜 많이 있는지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눈앞에 보이는 요정의 축복만으로도 기뻐하기는 충분했다.
그녀가 이렇게 기뻐하는 건 다름 아닌 클로드 때문이었다.
‘총관 이 새끼! 이제 돈 없다고 괴롭히지 않겠지!’
영지의 큼직한 일은 모두 지셀이 지시하는 것이니 무조건 시행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영지의 모든 일이 지셀의 명령으로 돌아가는 건 아니다. 자잘한 일들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런 자잘한 일들까지 지셀이 신경 쓸 수는 없었다. 그러니 다들 각자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일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돈을 내주는 자가 바로 총관인 클로드였다.
그는 절대 재무 관리 권한을 남에게 넘기지 않았다.
‘매일 돈 없다고 빡빡하게 줬었지? 두고 보자!’
벨린다는 성의 집사장이다. 당연히 사용인들을 관리하고 성의 살림을 꾸리는 데 돈이 필요하다.
집사장 권한으로 운용하는 가문 비자금이 있긴 하지만, 그걸 공적인 용무에 쓸 수는 없다. 그러니 클로드에게 매일 아쉬운 소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아쉬운 소리를 하는 건 벨린다뿐만이 아니다.
수천의 군대와 홀로 맞설 수 있는 강심장을 자랑하는 길리언도, 세상을 뒤집는 이적을 행사하는 바네사도, 위대한 대장장이인 갈바릭도, 여신의 기적을 일으키는 피오테도, 자연과 함께하며 세상사에 초탈해진 루미나도.
모두가 돈을 받으러 갈 때는 클로드에게 굽실거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새끼는 자신의 힘을 너무나도 적절하게 잘 이용할 줄 알았다.
“이제 고생 끝이야아아아아! 돈이 넘쳐 나!”
벨린다의 외침에 다른 이들도 모두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간 클로드에게 너무 치사하게 당했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총관인 그가 자금을 집행하겠지만 이제 돈 없다고 깐깐하고 치사하게 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 벨린다가 정말 온몸에 바람구멍을 내버릴 테니까.
사람들은 기쁜 표정으로 주변의 나무를 베고 목책들을 세우기 시작했다. 행여나 꽃을 밟을까 봐 멀찍이서 구경만 하고 조심스러워했다.
공사 현장을 감독하던 길리언이 지셀에게 말했다.
“요새를 정비하던 인부들도 도착했습니다.”
“그래? 그러면 우리는 다음 장소로 이동하자. 다들 준비시켜.”
“알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지셀은 차근차근 영토를 확보하며 움직였다.
인부들이야 넘쳐나니 시간은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퀸 그렉스의 영토가 워낙 방대하여 몬스터도 많이 나오지 않았다.
가끔 나오는 떠돌이 몬스터들도 압도적인 수로 밀어붙이니 순식간에 다진 고기가 되었다.
이미 큰 고비를 넘긴 그들에게는 거칠 것이 없었다. 그렇게 한동안 이동하던 개척대는 마침내 목적지인 룬스톤 산출지에 도착했다.
사람들은 룬스톤을 보고서는 요정의 축복을 발견했을 때처럼 놀라지도 못했다. 그냥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입만 벌리고 있을 뿐이었다.
오직 지셀만이 여유로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때? 내 말 맞지?”
산출지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었기에 근처에는 아직도 나무들이 빽빽해 상당히 어두웠다.
그런 어두운 숲속에서도 산출지는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루, 룬스톤이 이렇게 많다니…….”
“저번에도 엄청 많았는데 말이야. 이건 거의 그때의 두 배는 되는 거 같은데. 아니 세 배인가?”
“미쳤다! 미쳤다는 말밖에 안 나와.”
바깥에서는 구하기도 힘들고 부르는 게 값인 룬스톤이 지천으로 깔려 있었다.
이미 지셀을 따라 룬스톤을 얻어 본 경험이 있는 기사들마저 놀랄 정도였다.
마법사들은 그냥 덜덜 떨기만 했다. 그들에게 룬스톤은 최고의 보물이다.
“왜 이 숲이 비정상적인지 알겠어.”
“그냥 마력의 보고야, 여기는.”
“이러니 죄다 괴상망측해지지.”
다른 이들은 모르겠지만 마법사들은 저릿할 정도로 농도 진한 마력을 느끼고 있었다. 특정 지역에 이렇게 마력이 몰려 있으니 기괴한 현상이 벌어지는 것도 당연했다.
“와아아아아아!”
사람들은 뒤늦게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 믿기지 않는 결과를 자신들이 얻어 낸 것이다.
물론 이 룬스톤들이 그들의 것은 아니지만, 다들 알고 있다. 영주가 쏠 때는 또 확실히 쏜다는 것을.
과연 지셀은 그들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그는 무언가를 베풀 때 쪼잔하고 꼼꼼하게 계산하지 않는다. 그가 빡빡하게 구는 건 거래를 할 때뿐이다.
지셀은 대충 ‘이 정도 벌었으면 이 정도는 줘야겠지?’ 하고 질러 버렸다.
“너희들 덕분에 이곳까지 올 수 있었다. 영지를 위해 고생을 했으면 응당 그 대가가 있어야 하는 법. 돌아가서 3년 치의 급여를 추가 수당으로 지급하겠다.”
“우와아아아아!”
“역시 돈 자랑은 영주님이 최고다!”
“감사합니다!”
다들 무기를 집어 던지고 환호를 내지르기 바빴다.
하지만 벨린다는 안색이 창백해졌다.
“아악! 그럼 또 돈이 엄청 나가고 총관이 엄살을 부릴 거 아냐!”
무려 4천이 넘는 병력을 끌고 왔다. 그들의 3년 치 급여를 맞춰 주려면 상상도 못 할 정도로 지출이 커질 것이다.
클로드가 엄살을 부리면 또 돈 타내기가 힘들어진다.
그래도 어쩌랴. 저게 도련님의 매력인 것을.
뒤늦게 도착한 인부들도 3배의 추가 수당을 약속받고 자지러지듯이 기뻐했다. 그동안 벨린다의 주름이 하나 더 늘어 버렸다.
알포이는 그 모습을 보고 속으로 쫑알거렸다.
‘저거 진짜 3에 뭐 꽂힌 게 분명해. 뭐 받아낼 때도 3배씩 받아 내더니 줄 때도 3에 맞춰 주네.’
병사들과 인부들은 신이 나서 작업에 전념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길리언이 나서서 엄포를 놓았다.
“부스러기 하나라도 건드리지 마라. 걸리면 군율에 따라 다스릴 것이다.”
몇몇 마법사들과 용병 출신 기사들이 살짝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숲에 들어온 적 있는 기사들은 이미 겪어 봤다고, 별 반응 없이 작업에만 전념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고든이 구석에 끌려가서 기사들에게 맞기 시작했다.
“악! 나는 그냥 미리 보너스를 받으려고! 악! 그만 때려!”
아무래도 또 사타구니에 몰래 숨겨 넣었다가 걸린 모양이었다. 그 뒤로 알포이와 아스콘, 마법사들 몇 명이 밧줄에 묶여 끌려갔다.
한쪽에선 그런 난리가 일어났지만 룬스톤 채취 작업은 전반적으로 순조롭게 이뤄졌다.
당장은 예전처럼 수레에 잔뜩 채워 끌고 나갈 것이지만, 곧 여기도 방어벽이 세워지고 제대로 된 영토로서 기능할 것이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며 지셀이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이곳을 차지하는구나.”
예전에는 도전할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길만 겨우 내고 룬스톤을 캐 가는 게 전부였다.
아직 마수의 숲을 전부 차지한 건 아니지만, 작은 영지 하나 정도는 되는 땅을 확보했다.
이제 페르디움은 이곳에서 어마어마한 식량을 확보하고 일자리를 창출해 낼 것이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지.”
룬스톤과 요정의 꽃을 비롯한 다양한 자원들을 얻었다. 두 가지가 너무 가치가 커서 조금 빛이 바랬지만, 그 외에도 수많은 약초와 목재도 잔뜩 얻었다.
이것들은 모두 영지를 키우는 밑바탕이 될 것이다. 지셀은 재력 하나만큼은 이제 공작파의 어느 귀족에게도 지지 않을 수준이 되었다.
그리고 그 힘은 공작가와 계속 싸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줄 게 분명하다.
지셀이 이번에도 마수의 숲 개척에 성공했다는 소문은 금세 페르디움에 퍼졌다.
“아이고! 우리 대공자님이 또 큰일을 해내셨네! 내가 이럴 줄 알았다! 이럴 줄 알았어!”
“여기 우리한테 빌려주기로 하신 거 잊으면 안 됩니다? 공짜죠? 공짜 맞죠?”
페르디움의 총관인 호메른과 재무관인 알버트가 찾아와 지셀에게 아부를 떨며 약속을 재확인했다.
페르디움의 사람들도 모두 모여 지셀을 칭송하기 바빴다.
“역시 우리 대공자님이라니까!”
“마수의 숲을 이렇게 밀어 버리는 날을 보게 되다니……. 정말 대공자님이 북부 최강이라는 말이 맞았구나.”
“100서클 마법사님도 같이 왔다며? 그런 대단한 분이 우리 대공자님을 따르는 거지?”
다들 신이 나서 지셀에 관한 얘기만 떠들었다. 작업에 참여한 인부들이 양념을 치고 허풍을 떠니 소문은 더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다.
그에 따라 지셀의 명성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갔다.
지셀은 몇 명의 관리들을 상주시키고 개척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나머지 자잘한 일들을 맡겼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자신이 이미 해결했다. 단순히 영역을 확보하고 방어벽을 세우는 건 관리들도 해낼 수 있는 일이다.
경작지로 이용하는 사업 또한 페르디움에 일임했으니 알아서 할 것이다. 자신은 거기서 나는 소출의 일부만 받아 갈 계획이었다.
필요한 재원을 확보했으니 이제 다음 일을 준비할 차례였다.
지셀은 흡족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제 영지로 돌아간다.”
* * *
공작가의 두뇌, ‘절름발이의 악마’라 불리는 라울은 새로운 보고를 받았다. 바로 펜리스에 관한 조사 내용이었다.
그중 그가 가장 첫 번째로 조사하라 지시한 것은 펜리스 영지의 주요 인물들에 관한 정보였다.
라울은 인물에 대한 정보를 중요시한다. 상대의 성향과 능력을 알아야 자기가 원하는 대로 상대를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친왕파를 상대하느라 바쁘긴 하지만 북부의 최강자로 떠오른 펜리스를 그냥 내버려 둘 수도 없었다.
내전이 일어나면 빠르게 쓸어버려야 하니 미리미리 준비해 둬야 했다.
“흠…… 생각보다 빠르게 알아 왔군.”
라울의 말에 참모 하나가 고개를 숙였다.
“네, 주요 인물에 관한 정보는 딱히 숨기지 않아 알아보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이미 영지민들 사이에서도 유명해진 인사들도 있었습니다.”
“그래? 해럴드가 준 정보와 차이가 크게 나던가?”
공작가엔 이미 해럴드가 조사해 올린 보고서도 있었지만 너무 예전 정보였다. 또한 자존심 강한 해럴드가 정말 중요한 자료는 손에 쥐고 안 내놓았을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라울도 재조사를 명령했던 것이다.
참모는 라울의 생각이 맞았다는 듯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무래도 시간이 꽤 흘렀고, 펜리스 백작이 새로 영입한 인물도 있어서 꽤 차이가 있긴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아, 아닙니다. 일단 직접 읽어 보셔야 할 거 같습니다.”
라울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보고서의 첫 장을 펼쳐 보았다.
“펜리스의 하얀 사자, 길리언이라…….”
첫 장부터 그럴듯한 사람의 이름이 나왔다.
그도 소식을 들어서 알고 있다. 스톤헤이븐 요새에서 데스몬드군의 발목을 잡은 자.
칭호는 곧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함축적으로 나타낸다. 하얀 사자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실력이 뛰어나고 용맹한 자일 거라고 자연스럽게 예상됐다.
과연 보고서에는 그의 활약이 상세하게 적혀있었다.
“호오…… 이자가 허튼 남작과 동수를 이룰 정도의 실력자였단 말이지? 북부제일검에 근접할 정도로?”
“일단 파악한 바로는 그렇습니다. 위르겐이 아멜리아에게 격살당했기에 직접적으로 비교는 할 수 없지만, 허튼 남작의 실력으로 유추해 보면 그리 떨어진다고 할 수는 없을 거 같습니다.”
“그래, 그래. 허튼 남작은 뛰어난 기사였지.”
그렇다면 이 길리언이란 자의 무력을 북부제일검 수준으로 산정하고 상대하면 될 것이다.
실력을 알면 대응하기도 쉬워진다. 확실하게 죽일 수 있는 자를 보내면 되니까.
“용병 출신이라…… 타국에서 활동했었군. 그때도 제법 뛰어난 용병이었다고…… 흠, 펜리스 백작이 좋은 인물을 거뒀구나.”
그 외에도 보고서에는 길리언이 언제부터 지셀을 따랐고 어떤 일들을 해냈는지 적혀 있었다. 무슨 업무를 맡고 있고 어떤 성격인지, 심지어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까지도.
그런 부분은 꽤 유명한지 의혹이 드는 부분은 거의 없었다.
이 정도면 길리언이란 인물에 대해서는 대충 파악이 끝났다고 할 수 있다.
라울은 흡족한 표정으로 보고서를 넘겼다.
그리고 다음 장에 적힌 내용을 본 그의 얼굴이 왈칵 일그러졌다.
[북부의 뇌물왕, 도박중독자, 폭풍의 수사꾼, 입만 열면 거짓말, 실종된 진실, 돈의 추적자, 패배의 승부사, 깡패와 의형제, 종신 노예…….]괴상한 별명이 참 많다. 라울은 몇 번이나 눈을 비비고 그자의 이름을 살펴보았다.
[총관 클로드.]“…….”
라울은 한참 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참모는 안절부절못하는 기색으로 그의 눈치를 살폈다.
이제 북부 최강이라 불리는 곳이 펜리스 영지다. 명실공히 대영지라 불리는 곳의 총관한테 이런 별명이 붙어 있다고?
뒤늦게 정신을 차린 라울이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다.
“이게 뭐지? 대영지의 총관한테 붙은 별명이 이런 거라고? 지금 어디 저잣거리의 건달을 알아 온 건가?”
“아, 아닙니다. 총관이 확실합니다.”
“확실하다고? 이딴 별명이 붙은 자가 총관의 직책을 맡고 있다고?”
“확실합니다! 모든 영지민들이 그렇게 외치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지?”
라울이 차갑게 노려보자 참모는 억울하다는 듯이 외쳤다.
“거기 있는 새끼들 뭔가 다 이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