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339)
339 – 내가 해결해 줄 테니까. (3)
339화 내가 해결해 줄 테니까. (3)
저택의 순찰 당번인 피핀은 하품을 하며 숙소 밖으로 나왔다.
“아, 짜증 나. 졸려 죽겠는데.”
이 저택의 단점은 순찰을 해야 할 곳이 너무 많다는 점이었다. 거의 요새 수준으로 넓기 때문이다.
병력이 500명이나 있으면 뭘 하는가? 죄다 외곽과 본채 주변에만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데.
그러니 소수 병사만으로 이 넓은 저택의 부지를 다 돌아야만 했다.
“후후, 오늘도 나의 비밀 장소로 가야겠군.”
피핀은 요령을 잘 피웠다. 그는 저택에서 남들 눈에 잘 안 띄고 경계도 없는 사각지대를 알고 있다.
언제나 그곳에서 한숨 자고 난 뒤 순찰을 하고 온 척했다. 걸리면 크게 혼이 나겠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걸린 적이 없었다.
순찰 당번이 자신인데 누가 누구한테 혼이 난다는 말인가? 저택 부지가 너무 넓어서 걸리기가 더 어렵다.
피핀은 그렇게 자신만의 비밀 공간으로 가 바닥에 그냥 누워 버렸다. 워낙 험하게 자라서 땅에 뒹구는 건 아무렇지도 않았다.
두두…….
“응?”
바닥에 귀를 대니 묘한 소리가 들렸다.
“뭘까? 왜 이런 소리가 들리는 걸까?”
아주 미약하긴 하지만 분명 무슨 소리가 들린 것만 같았다.
“에이, 잘못 들었나 보지.”
잘 들리지 않았기에 그는 그대로 누워서 휴식을 취했다. 너무 깊이 잠들면 안 되니 살짝 조는 정도로 휴식을 취한 것이다.
이미 몇 번이나 해 봐서 익숙했다. 그는 한참이나 그렇게 쉬다가 돌아갔다.
내부 순찰 인원이 적어서 이틀 뒤 다시 순찰 당번이 된 그는 비밀 장소에 가 휴식을 취했다.
다시 땅에 눕자 전에 들었던 그 소리가 들려왔다.
두두두…….
“으음?”
고개를 드니 들리지 않는다. 땅에 귀를 대야 겨우 들리는 수준이었다.
“밑에 뭐가 사나? 물이 흐르나?”
그날도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돌아갔다. 하지만 세 번째로 그 소리를 들었을 때는 강한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두두두…….
“뭔가 있어.”
며칠 전부터 들려오던 소리다. 땅에 귀를 가져다 대면 소리가 날이 갈수록 커지는 것이 확실히 들렸다.
그는 열심히 고민했다.
“땅에서 왜 이런 소리가 들리는 걸까?”
몬스터가 살고 있다면 그 위에 건물을 짓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오래전에 정체가 알려졌을 테고.
물이 흐르는 소리도 아니다. 궁금함이 생긴 그는 귀를 아예 바닥에 붙이고 집중해 보았다.
쿠웅, 쿠웅…….
뭔가 부수고 파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삽을 하나 가져와 땅을 조금 파 보았다.
정말 땅 밑에 뭔가 있다면, 아래쪽에서 소리가 더 잘 들릴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과연 땅을 파고 귀를 가져대자 소리는 조금 더 크게 들려왔다. 한참 소리를 듣던 그는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땅굴?”
무심코 떠오른 생각이었지만 강한 확신이 들었다. 며칠 전부터 들리던, 갈수록 더 커지는 소리. 이제는 미묘하게 땅도 흔들리는 것만 같았다.
“확실해, 이거 지금 밑에서 누가 땅을 파고 있는 거야. 여기로 몰래 들어오려고.”
피핀의 눈빛에 강한 열망이 어렸다. 이걸 보고하기만 한다면 큰 보상을 받을 것이다. 아무도 오지 않는 장소에서 발견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다.
사실은 그냥 쉬려고 땅바닥에 누웠을 뿐이지만.
그는 헐레벌떡 달려가 상급자에게 보고했다. 자신이 아니었으면 이걸 발견하지 못했을 거라고 공을 엄청나게 강조하면서 말이다.
병사 몇 명이 더 와서 땅을 파고 귀를 대 보며 확인했다.
“정말 지금 밑에서 누가 땅을 파고 있는 거 같습니다.”
다른 병사들의 증언이 이어지자 기사들까지 와서 확인했다. 마나를 쓰는 기사들이라 병사들보다 소리를 더 잘 들었다.
“이곳에 병력을 대기시켜라.”
어떤 간도 큰 놈이 땅굴을 파는 걸까? 위쪽에 보고가 올라가고 기사와 병사들이 대기했다.
과연 하루가 지난 뒤, 땅이 조그맣게 들썩이더니 사람 머리 하나가 쏙 올라왔다.
이미 횃불까지 옆에 세워 놓고 대기하던 기사와 병사들은 상대의 모습을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드워프?”
누구도 드워프가 들어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다들 몇 번이나 눈을 껌뻑이며 확인했다.
겨우 정신을 차린 기사가 갈바릭의 목에 검을 가져다 대며 으르렁거렸다.
“너희는 뭐냐? 여기까지 어떻게 굴을 판 거지?”
갈바릭은 눈알만 뒤룩뒤룩 굴리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도…… 도둑일까?”
“이 미친 드워프가…….”
한참 동안 그를 노려보던 기사가 병사들에게 외쳤다.
“이놈들을 당장 감옥으로 끌고 가서 가둬 놔! 내가 공자님에게 보고하겠다! 일단 땅굴이 어디로 이어졌는지부터 확인해!”
그렇게 갈바릭과 드워프들은 줄줄이 잡혀 끌려갔다.
그들은 끌려가면서도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자신들이 조금 긴장감이 풀어졌었다지만 어떻게 이리 쉽게 걸릴 수 있었을까?
분명 공사도 아주 조용하게 진행했고, 목표 지점도 사각지대일 거라 확신했는데 말이다.
드워프들은 생각보다 이곳의 경계가 대단했던 모양이라고 투덜댔다. 아주 빈틈없이 꽉꽉 채워서 감시했던 게 아니라면 절대 들킬 리가 없다고.
실상은 그냥 요령 피우던 병사 하나가 운 좋게 찾아낸 것이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드워프들은 굴만 파 놓고 바로 감옥에 갇혀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보고를 받은 마르틴은 무척이나 분노해서 말했다.
“어디서 들어온 거야! 당장 찾아!”
“지금 확인하고 있습니다. 다만 시간이 조금 걸릴 거 같습니다.”
“왜? 그냥 어디로 연결됐는지 땅굴 안을 확인하면 되잖아?”
“병사들을 보냈는데 문에 막혀서 확인이 어려웠습니다.”
“뭐? 땅굴에 문을 만들어?”
“네, 무척이나 두꺼운 문입니다. 그런데 그게 구조가 이상해서…… 열리지 않았습니다. 안에서 잠긴 거 같기도 하고…….”
“그게 말이 돼? 그러면 드워프들은 어떻게 돌아가려고 그랬겠어? 아니, 안 열리면 그냥 부수면 되잖아!”
“그 문이…… 지지대 역할도 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강제로 열거나 부수면 그 부분이 무너지고 길이 막힐 거 같아서…….”
“이익!”
만약에 굴이 무너지면 어디서 들어왔는지 확인할 길은 영영 사라질 것이다. 과연 도둑놈들이 드워프들이라더니 별 괴상한 걸 만들어 놓았다.
걸렸을 때를 대비해 만들어 둔 게 확실했다.
잠깐 고민하던 마르틴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당장 도미닉 그 새끼 창고부터 털어 봐. 거기 얼마 전부터 공사한다고 했었지? 거기서 들어온 게 분명해. 인질들을 구하려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기사와 병사들이 바로 도미닉의 창고로 향했다.
창고 주변을 지키던 용병들은 기사의 험악한 엄포에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그들은 안에서 뭘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거침없이 안으로 들어가려던 기사와 병사들은 곧 한 사람에게 막히고 말았다.
바로 드레이크 용병단의 단장 도미닉이었다.
“무슨 일이지?”
도미닉이 서늘한 안색으로 묻자 기사가 비웃으며 검을 들었다.
“이 밤에 왜 여기에 있나? 안에 뭘 숨기고 있나 보지?”
“여기는 내가 개인적인 용무를 보는 곳이다. 아무리 기사라지만 멋대로 들어오는 건 용납할 수 없다.”
“공자님의 명이다. 저택에 도둑놈이 들었는데 안을 조금 확인해 봐야겠다.”
“나는 모르는 일이니 그냥 돌아가라.”
기사는 고개를 삐딱하게 하며 말했다.
“도미닉, 시건방지게 굴지 말고 비켜라. 용병 주제에 공자님이 대우를 좀 해 주니까 뭐라도 된 거 같아?”
“아무리 공자님이라도 내 사적인 영역까지 침범할 수는 없다.”
“개소리 말고 비켜! 공자님이 이 도시를 다스리는 분이다!”
기사가 외치자 병사들이 무기를 강하게 쥐고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밖에서 경계를 서던 용병들도 모두 무기를 들고 들어왔다.
어쨌든 단장이 막고 있으니 그들도 끼어들 수밖에 없던 것이다.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언제든 양쪽이 붙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주변을 슬쩍 둘러본 기사가 이죽거렸다.
“어이, 이렇게 나와도 되는 거야? 여기서 내가 다치거나 물러나면 어떻게 될지 몰라서 그러는 거야?”
은근한 협박에 도미닉이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의 실력이라면 눈앞에 있는 기사와 병사들은 당장 치워 버릴 수 있다.
하지만 그 이후의 일을 감당할 수 없었다.
“후우…….”
한숨을 크게 내쉰 도미닉은 한 발자국 옆으로 물러났다.
“대충 확인하고 빨리 사라져라.”
“진작 그럴 것이지.”
기사는 건방지게 웃으며 도미닉을 한번 훑어본 뒤 문을 열었다.
끼익…….
두근!
문이 열리자 도미닉의 숨이 조금 가빠졌다. 심장이 마구 뛰고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것만 같았다.
기사는 안에 들어가자마자 외쳤다.
“바닥을 확인해 봐! 분명 땅굴이 연결되어 있을 거다!”
‘걸렸구나!’
설마 했던 도미닉은 도둑이란 소리에 드워프들이 잡혔다는 걸 확신했다.
첩자가 용병단 안에 숨어 있다. 그놈은 창고 건도 수상하다고 보고를 올렸을 게 분명하다.
그러니 마르틴은 사건이 벌어지자마자 바로 이곳으로 사람을 보냈고, 자신을 감시하던 이들이 함께 창고를 확인하러 온 것이다.
창고 안은 집무실처럼 꾸며져 있었지만, 기사와 병사들은 거침없이 바닥을 확인했다.
카펫을 치우고 무기로 마구 찍고 누르며 수상한 곳을 한참 동안 찾았다.
하지만 그들은 목적한 바를 이루지 못했다.
“뭐지? 여기가 아닌가?”
아무리 뒤지고 확인해 봐도 땅굴 입구를 찾을 수가 없었다. 기사는 마나까지 사용하며 아예 바닥을 깨부쉈지만 소용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변 공터도 뒤져 봤지만 마찬가지였다.
몇 번 더 주위를 확인한 기사는 도미닉을 노려보며 말했다.
“무슨 짓 하는지 모르겠지만 조심해. 계속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기사는 그렇게 경고를 남긴 뒤 병사들을 데리고 돌아갔다.
그들이 돌아간 뒤에도 도미닉은 한참을 서 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야 겨우 식은땀을 닦으며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휴…… 당장은 살았구나.”
입구는 이 건물이 아니었다. 이 건물조차도 적들의 정보에 혼선을 주기 위해 공사를 하는 척했을 뿐이다.
실제로 공사를 진행한 곳은 도시 밖이었다. 어차피 드워프들에게는 도시 안이든 밖이든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도시 밖이 자재를 옮기기도 쉽고 초반에 크게 작업을 하기도 좋았다.
그렇게 위기를 넘겼지만, 이렇게 있을 때가 아니다. 드워프들이 잡혔다면 언제 걸릴지 몰랐다.
드워프들은 자존심이 무척 강하다고 하지만 고문을 당하면 입을 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침이 밝자 도미닉은 변장을 하고 바로 지셀을 찾아갔다. 이미 도시에는 시장 저택에 드워프 도둑놈들이 들었다고 소문이 쫙 퍼진 상태였다.
소식을 들은 지셀은 머리를 긁적였다.
“아, 세상일이 그래. 하다 보면 별일이 다 생길 수 있어. 그래서 재미있는 거지.”
어쩌다 걸렸는지는 지셀도 모른다. 드워프들이 실수했을 수도 있고, 저쪽 경계가 의외로 치밀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운 좋게 누군가가 발견했을 수도 있는 거고.
세상 모든 일에는 이렇게 변수가 존재한다.
이런 일은 전생에도, 회귀한 후에도 자주 벌어졌다. 그래서 지셀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느긋했다.
하지만 지셀만 믿고 있던 도미닉으로서는 그럴 수 없었다.
“아, 아니…… 지금 그렇게 태연할 때가 아닙니다. 드워프들이 잡혔다니까요? 마르틴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괜찮아. 그놈도 귀족이라서 드워프 비싼 거 알거든. 당장은 함부로 다루지 못할 거야. 아마 회유하려고 하겠지?”
도미닉은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금 계획이 들통났다는데 왜 저렇게 태평스럽고 무책임하게 군다는 말인가!
그런데 지셀이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계획은 계획일 뿐이야. 언제든 상황에 따라 중간에 바뀔 수 있는 거지. 중요한 건 과정이 아니야.”
“그럼 중요한 게 뭡니까?”
“결과만 원하는 대로 나오면 된다는 거지.”
“네? 지금 일이 다 망했는데 어떻게 하시려고요?”
“어떻게 하긴. 내가 들어가서 드워프들도 구하고 사람들도 구해 와야지.”
“……?”
도미닉이 어리둥절해하자 지셀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병력은 바로 모을 수 있지?”
“네, 네……. 모두 무장을 하고 대기하라고 일렀습니다.”
“중요한 짐도 다 빼 놨고?”
“네, 모든 재산을 가져갈 수는 없지만 중요한 것들은 따로 빼 놨습니다.”
“그럼 준비 다 됐네. 이제 시작하자. 너는 이제 약속한 장소에서 병력을 이끌고 기다려라.”
“아, 아니……. 도대체 어떻게 하시려고.”
지셀은 그 물음엔 대답하지 않고 도미닉의 어깨를 붙잡고 말했다.
“내가 해결해 줄 테니까 지금 당장 준비해. 이제 절대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된다. 알겠어?”
그 박력에 밀려 도미닉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겠습니다.”
도미닉이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마르틴이 그를 의심하고 있다. 차라리 병력을 모아 놓았다가 지셀이 실패하면 바로 저택을 치는 게 나을 것이다.
“만약 실패하면 그대로 마르틴을 짓밟겠습니다.”
“그러면 인질들도 죽을 텐데?”
“실패하면 결국 다 죽을 목숨 아니겠습니까? 어차피 죽을 바에는 그 새끼라도 데리고 가는 게 나을 거 같습니다.”
도미닉의 눈에 살기가 어렸다. 그간 참고 참았던 분노가 지셀을 만나고 깨어난 것이다.
지셀은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
“훨씬 더 보기 좋아졌네. 용병이라면 그 정도 강단은 있어야지.”
“바로 준비 시작하겠습니다.”
“좋아, 나도 이제 움직여야겠네. 어이, 너희들은 땅굴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어라.”
지셀은 자신이 데리고 온 20명의 기사들에게도 새로운 지시를 내렸다. 이제 이들은 드워프들이 막아 놓은 문 앞에서 지셀을 기다릴 것이다.
도미닉과 기사들이 움직이자 지셀은 술로 입을 헹군 뒤 뱉어 냈다.
그 뒤에 몸 곳곳에서 술을 조금 뿌렸다.
곧 그의 몸에서 술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되겠네.”
그는 술 냄새를 펄펄 풍기며 마르틴의 저택으로 향했다.
“정지! 너 뭐야?”
문 앞을 지키던 경비병이 지셀을 막았다. 지셀은 살짝 비틀거리며 게슴츠레한 눈으로 경비병을 바라보았다.
“너 뭐냐니까?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와? 어휴, 술 냄새. 어서 안 꺼져?”
병사가 소리를 지르며 지셀의 어깨를 밀쳤다.
“어? 쳤어?”
지셀이 살짝 비틀거리며 물었다. 그러자 병사가 성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쳤다. 어쩔래?”
병사의 말에 지셀이 픽 웃었다.
그러고는 바로 달려가 병사의 얼굴에 날아 차기를 시전했다.
퍼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