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341)
341 – 그냥 지금 시작하자. (2)
341화 그냥 지금 시작하자. (2)
퍼억!
“커억!”
퍼억!
“크악!”
퍼억!
“으아악!”
지셀이 한번 손을 휘저을 때마다 병사들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기사도 없는 이곳에서 그를 막을 수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뭐, 뭐야! 왜 이런 괴물이 여기에 있는 거야!”
병사들은 감히 그에게 덤벼들 엄두도 내지 못하고 뒤로 물러났다. 딱 봐도 자신들이 덤빌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이런 인물은 마나 구속구를 채워서 기사들이 감시해야만 했다.
“이놈 진짜 혁명단 놈이야!”
“일부러 여기 잡혀 들어온 게 분명해!”
“간부야! 혁명단 간부가 왔다고!”
처음에는 그냥 혁명단 끄나풀이나 술 취한 정신병자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실력을 보니 이 도시를 엎으려고 보낸 간부급 인사인 것만 같았다.
혁명단은 잔인하기로 대륙에 소문난 단체다. 혁명에 성공하면 그 성에 사는 귀족들뿐만 아니라 귀족들을 따르던 병력까지 모두 몰살한다.
병사들은 혹시나 자신들도 그런 꼴이 될까 두려워하며 머뭇댔다.
병사들이 알아서 착각해 주니 지셀은 연기를 계속하기로 했다.
“혁명이다! 이 더러운 세상!”
지셀이 그렇게 외치자 병사들은 혼비백산하며 무기를 집어 던졌다.
“으아아악! 도망가!”
“우리가 절대 못 이겨!”
“빨리 기사님들을 불러!”
지셀은 달아나는 병사들을 그냥 내버려 두었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검 하나를 들고 감옥의 철창들을 모두 베었다.
“다들 도망가고 싶으면 나를 따라와라. 알겠나?”
갇혀 있던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지셀을 바라만 보았다.
“뭐 해? 따라오라니까?”
그제야 사람들은 정신을 번쩍 차렸다. 어차피 감옥에 갇히면 십중팔구는 여기서 죽어 나간다.
죄가 있든 없든 상관없었다. 억울하게 잡혀 들어온 사람도 그냥 존재 자체가 잊혀서 감옥에서 썩을 때도 많았다.
마르틴의 행정 능력은 개판이라는 말이 칭찬일 정도로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네, 네! 따라가겠습니다!”
사람들은 지셀이 움직이자 바로 그의 뒤를 따랐다.
저 중에는 억울한 사람도 있을 테고 실제 죄인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당장 구분할 수 없으니 지셀은 일단 다 풀어 주었다.
감옥에서 벗어난 갈바릭이 물었다.
“영주! 이제 어떻게 할 거요? 저 사람들도 다 구해 줄 거요?”
“빠르게 땅굴로 가야지. 기사들을 데리고 와야 하니까. 저들은 그냥 가는 김에 겸사겸사 데리고 가는 거야.”
지셀과 사람들은 바로 땅굴 쪽으로 향했다.
이미 주변은 난리가 난 상태였다. 감옥을 가득 채웠던 사람들이 탈출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사방에서 고성이 오가며 병사들이 움직였다. 외곽에서 경계를 서던 병사들과 경비대가 움직인 듯했다.
땅굴 쪽에도 몇 명의 병사가 경계를 서고 있었다. 아직 드워프들이 어디서 왔는지 확인이 안 되었으니 땅굴을 메우지 않고 나무판자만 덮어 놓고 지키는 상태였다.
“죄수들이 탈출했다!”
곳곳에서 이런 소리가 들리니 땅굴을 지키던 병사들도 무기를 들고 잔뜩 긴장해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지셀과 사람들을 보고 외쳤다.
“죄수들이 이쪽으로 온다!”
촤악!
“커억!”
지셀은 단숨에 병사들을 처리했다. 아직 난리 통이라 당장 이곳에 병사들이 오진 않았지만 곧 더 많은 병력이 모여들 것이다.
드워프들은 잽싸게 땅굴로 들어가서 막아 놓았던 문을 조작했다.
철컥! 철컥! 철컥!
문은 마치 퍼즐처럼 나무 조각들을 맞춰야 열리는 구조다. 걸릴 때를 대비해서 만든 것도 맞지만, 적을 막고 땅굴을 무너뜨리는 데 쓰려는 의도가 더 컸다.
“영주님!”
문 너머에서 대기 중이던 기사들은 문이 열리자 바로 들어왔다.
“도시 수비군이 오기 전에 인질들을 구출해야 한다. 빨리 가자.”
지셀이 20여 명의 기사들을 이끌고 다시 땅굴 밖으로 나갔다. 드워프들은 문을 닫은 뒤 준비해 뒀던 무기를 들고 대기했다.
사람들도 모두 문 안으로 안전하게 들어왔다. 분명 이들 중에는 흉악한 놈도 있을 테지만, 괜한 짓을 했다간 드워프들에게 도끼질을 당할 테니 경거망동하지 못할 것이다.
드워프들은 무척이나 훌륭한 전사이기도 했으니까.
여전히 밖은 풀려난 사람들 때문에 난리였다.
“땅굴 쪽으로 갔다!”
“반항하는 놈은 모두 죽여라!”
“빨리 잡아!”
병사들이 성난 기세로 몰려왔다. 가까이 있던 기사들도 몇 명 합류한 상태였다.
지셀은 검에 묻은 피를 한번 털고 말했다.
“갑옷들 잘 챙겨 왔지?”
그러자 기사들이 로브를 옆으로 젖히며 씨익 웃었다. 도시 밖에 숨겨 뒀던 갑옷들을 다 챙겨입고 온 상태였다.
“그럼 가자.”
지잉―!
이번 작전은 속도가 생명이다. 기사들은 처음부터 갑옷의 힘을 활성화했다.
콰앙!
가장 먼저 지셀이 눈을 붉게 빛내며 움직였다. 땅굴 쪽으로 달려오던 선두의 병사들은 단번에 비명을 지르며 날아갔다.
콰앙! 콰앙!
뒤를 이어 기사들이 난입하니 순식간에 병사 수십 명의 목이 날아갔다.
적들 사이도 기사 몇 명이 섞여 있었지만 지셀 일행을 막지는 못했다.
수준이 낮기도 했고 수도 다섯 명이 채 안 됐기 때문이다.
“으아아악! 이놈들 뭐야!”
선두에 서 있던 기사들과 병사들이 단번에 죽어 나가자 나머지 병사들은 비명만 질러 댔다.
이들은 제대로 된 전투를 해 본 경험이 없는 자들이다. 마르틴이 정예군을 키울 생각 없이 돈과 권력으로 숫자만 부풀렸으니 당연한 일이다.
사실 병사들 본인도 훈련에 제대로 참여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서부에서 로드리크 후작가에게 대항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 그렇기에 병사들은 나태해질 수밖에 없었다.
콰앙! 콰앙! 콰앙!
지셀과 펜리스 기사들에게 덤벼드는 병사들은 부딪치는 족족 날아갔다. 덤벼들지 않는 병사도 지나가는 길에 있으면 그냥 얻어터졌다.
지셀과 기사들은 빠르게 목표로 삼았던 건물에 도착했다.
[에메랄드 회랑]귀족 손님들이 묵고 연회를 즐기기 위해 지어진 건물. 하지만 실상은 드레이크 용병단의 가족들을 가둬 두는 데 쓰이는 곳이었다.
실제로 가끔 귀족 손님들이 사용하기도 한다. 인질들이 같은 건물에 갇혀 있는 걸 모를 뿐.
“여기다, 들어가자.”
기사들은 지셀이 어떻게 아는지 묻지 않았다. 영주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다.
경비병을 처치하고 들어가자 어두운 공간만이 이들을 반겼다.
손님들도 없고 연회도 열리지 않아서 건물은 텅텅 빈 것 같았다.
‘여기가 맞나?’
지셀을 따라 계단을 올라가던 기사들은 의문을 표했다. 정말 아무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곧 그게 더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아무도 없는 게 말이 안 되지.’
아무리 빈 건물이라 해도 성대하게 꾸며진 건물이다. 건물을 관리하는 사용인들이 없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는 건…….
덜컥! 덜컥! 덜컥!
사방에서 문이 열리며 병사들이 튀어나왔다. 바깥에 있는 병사들과는 다르게 절도 있고 정예병다운 기세를 풍겼다.
몇몇 이들은 기존 병사들과는 무기도, 옷차림도 확연하게 달랐다.
통일되지 않은 그들의 복장을 확인하고 기사들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저렇게 제 마음대로 입고 다니는 놈들은 보통 산적이나 도적 떼, 혹은…….
“용병인가?”
기사들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봐도 이들은 용병에 가까웠다.
여기에는 용병 출신 기사들도 있기에 더 쉽게 알아보았다.
지셀이 적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드레이크 용병단의 배신자들이지.”
“이놈들이요?”
“그래, 이미 오래전부터 마르틴의 돈을 먹은 추잡한 놈들이다. 그래서 더 불안하니 여기를 지키는 거야.”
“배신자가 이렇게 많다고요? 도미닉이란 놈은 그것도 모르는 겁니까?”
“속이려면 충분히 속일 수 있지. 서로 일이 없을 때 돌아가면서 지키면 되니까. 그런데…… 오늘은 어째 꽤 많이 모인 거 같네?”
지셀이 웃으며 말하자 험상궂게 생긴 용병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넌 뭐냐? 어떻게 그걸 다 알고 있는 거지? 분명 처음 보는 얼굴인데?”
“그러는 너는 누군데?”
“드레이크 용병단의 부단장, 햄프턴이다. 다시 한번 묻지. 너 뭐냐?”
“드레이크 용병단의 새 주인.”
“뭐?”
“내가 이제 용병단을 거둘 테니까.”
“하, 이거 미친놈 아니야. 설마 네놈이 도미닉에게 용병들을 소집하라고 시킨 건가?”
“그래. 너희는 왜 안 가고 여기에 있는 거지? 단장이 불렀으면 바로 가야 하는 거 아냐? 배신자들이라서 말을 안 듣는 건가?”
그러자 햄프턴이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여기를 치려는 게 아니었나? 병력을 다 모아 놓고 고작 여기엔 이 정도만 보냈다고? 너희들은 미끼인가?”
햄프턴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거 같았다. 그는 도미닉이 최후의 발악으로 이곳을 칠 줄 알고 배신자들을 모은 것이다.
도미닉이 용병단을 모두 소집하면 무려 3천에 가까운 병력이 모인다. 도시 수비군을 전부 소집하고 저택을 끼고 싸워도 이기기는 쉽지 않다.
내부에서 분란을 일으키기도 힘들었다. 도미닉이 갑자기 병력을 소집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도미닉은 용병단을 처음부터 키워 낸 사람이라 용병들에게 막대한 지지를 얻고 있기에 이간질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인질들을 이용하기 위해 배신자들과 자신을 따르는 단원들만을 데리고 온 것이다.
지셀은 금세 상황을 파악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잘됐군. 알아서 착각해서 이렇게 모여 준 거네. 쓰레기들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겠어.”
“까불지 마라. 인질들이 우리 손에 있는 이상 네놈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고작 그 정도 수로 여기를 뚫을 수 있을 거 같냐?”
이곳을 지키는 인원은 용병들까지 포함해 무려 200여 명이었다. 병사들은 그 절반도 채 되지 않았지만, 용병단의 배신자들이 모두 모이니 무시할 수 없는 숫자가 되었다.
고작 20여 명의 침입자를 못 막아 낼 리 없었다.
햄프턴은 거대한 철퇴를 빙빙 휘두르며 외쳤다.
“다 죽여!”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철퇴가 지셀을 향해 날아들었다.
스윽.
콰아앙!
“어?”
그러나 철퇴는 애꿎은 바닥만 부쉈다. 그 자리에 있던 지셀은 순식간에 모습을 감춘 뒤였다.
“그르르륵…….”
의아함을 내뱉으며 고개를 돌리려던 햄프턴은 곧 피거품을 뿜어내며 쓰러졌다.
깔끔하게 베인 그의 목에서 흘러나온 피가 순식간에 바닥을 붉게 물들였다.
모두가 놀라서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지셀은 어느새 병사들을 뚫고 지나가 있었다.
마나를 쓰지 못하는 이들은 그의 움직임을 제대로 느끼지도 못했다. 그들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햄프턴의 시체와 지셀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뭐야? 해, 햄프턴이 단칼에 죽었다고?”
“보, 보이지도 않았어.”
“어떻게 한 거지? 아무리 기사라 해도…….”
햄프턴은 마나도 쓸 수 있는 초급 기사 정도의 수준이다. 그래서 용병단의 부단장을 맡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설령 상대 모두가 기사라 해도 이 정도 인원을 쉽게 당해 낼 수는 없다고, 자신들이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게 햄프턴의 목을 베고는, 이 인원까지 뚫고 지나가다니!
평화로운 서부의 도시에 살던 이들은 이런 실력을 구경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
지셀은 차가운 눈빛으로 기사들을 힐긋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다 죽여라. 먼저 올라갈 테니.”
아무리 훈련이 잘되어 있다 하더라도 고작 저택 경비병과 용병들일 뿐이다. 펜리스 기사들에게는 어려울 게 전혀 없었다.
지셀의 명령을 받은 기사들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들은 바로 마나를 뿜어내며 병사들과 용병들의 틈으로 파고들었다.
콰앙! 콰앙! 콰앙!
“으아아악!”
기사들이 움직이자 사방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들의 모습은 마치 양 떼에 뛰어든 늑대들 같았다. 펜리스의 늑대들은 너무나도 쉽게 병사들과 용병들을 학살했다.
그간 수많은 전투를 경험한 이들에게 평화와 나태에 찌든 자들은 상대 같지도 않았다.
기사들이 그렇게 적들을 학살하는 동안, 지셀은 위층을 지키고 있던 병사들까지 순식간에 모두 죽였다.
그리고 갇혀 있던 사람들을 구출하기 시작했다.
“모두 나와라! 빨리 탈출해야 한다!”
지셀이 소리를 지르며 방문을 열자 갇혀 있던 사람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도미닉이 보낸 사람이다! 어서 나와라!”
그의 외침을 들은 다른 방에서도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나왔다. 그들은 병사들이 죽어 있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지만 금세 상황을 파악하고 복도 한쪽에 모여 섰다.
모든 방의 문이 열리자 무려 50여 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지셀은 꼼꼼하게 남은 방들을 모두 확인한 뒤 외쳤다.
“따라와라! 병사들이 모이기 전에 여기를 빠져나간다!”
사람들은 바로 움직이지 못했다. 병사들의 시체를 보고 상황은 파악했지만, 그간 쌓인 두려움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마르틴은 그 정도로 이들에게 두려운 존재였다.
콰앙!
정신을 못 차리는 이들을 보고 지셀이 혀를 차며 바닥을 발로 밟았다.
바닥이 깨져 나가며 사람들이 비틀거렸다. 두려움 섞인 시선이 지셀에게로 향했다.
이들을 일일이 설득하고 달래 줄 시간이 없었다. 무조건 따라야 한다. 지셀은 단호하게 말했다.
“당장 움직이지 않으면 목을 베겠다.”
사람들은 두려운 기색으로 지셀의 뒤를 따랐다. 병사들을 혼자 죽이는 엄청난 실력자다. 방금 보여 준 한 수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원래 협박받고 살던 사람들이라 그런지 협박이 무척 잘 통했다.
지셀이 위층에서 사람들을 모으는 사이 이미 아래층도 정리가 되어 있었다. 피투성이가 된 기사들과 가득 쌓인 시체들을 보고 사람들은 눈을 질끈 감았다.
일행이 건물 밖으로 나오자 사방에서 병사들이 몰려왔다. 지셀은 가장 먼저 앞으로 나가며 외쳤다.
“내가 길을 뚫겠다! 사람들을 지켜라!”
콰앙!
지셀이 돌파를 시도하자 병사들은 속수무책으로 뚫렸다. 제대로 진형도 안 갖추고 마구잡이로 덤벼드는 병사들이 그의 상대가 될 리 없었다.
물론 마르틴의 병사들이 진형을 짜 봤자 거기서 거기였겠지만.
“으아아악!”
“이 새끼 뭐야!”
“막아라!”
병사들은 어떻게든 대항하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스각!
지셀의 검이 한번 휘둘러질 때마다 한 사람의 목이 날아간다. 그걸 보고는 달려오던 병사 중 몇몇은 오히려 뒤로 물러났다.
지셀은 그렇게 순식간에 병사들을 뚫고, 금세 땅굴 입구까지 사람들을 데리고 왔다.
“빨리 들어가라!”
지셀의 기세에 압도된 사람들은 순순히 땅굴로 들어갔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였다.
지셀이 이제 끝났나 한시름 놓으려던 그때, 한 여자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 단장님의 가족이 보이지 않아요.”
“뭐?”
“도미닉 단장님의 가족이 보이지 않아요!”
가족별로 다른 방에 갇혀 있었으니 어찌 된 영문인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지셀은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적들은 지금 도미닉이 병력을 모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도미닉의 가족만 따로 빼돌려 두었을 수도 있다.
다른 인질도 가치가 있지만, 단장의 가족은 훨씬 더 가치가 크니까.
그리고 만약 따로 데려갔다면 그들이 지금 있는 곳은 마르틴의 옆일 것이다.
지셀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이번 일은 쉬울 거라 생각했는데 참 뭔가 잘 안 풀리네.”
갈바릭이 운 나쁘게 잡힌 것부터, 뭔가 자꾸 꼬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언제는 쉬운 일이 있었던가?
지셀은 주위를 슬쩍 둘러보았다. 아까보다 훨씬 더 많은 병사가 몰려오고 있었다. 저택에 있는 기사들도 대부분 땅굴 쪽으로 모인 듯했다.
크게 숨을 한번 내쉰 지셀이 몸을 돌리며 말했다.
“루카스, 고든, 따라와라. 빠진 이들을 다시 구하러 간다.”
호명된 두 사람이 화들짝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