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342)
342 – 돌아갈 때는 쉽게 가자고. (1)
342화 돌아갈 때는 쉽게 가자고. (1)
두 사람은 지금 무척 피곤한 상태였다. 잠깐이지만 무려 200여 명과 싸웠다.
실력 차이 때문에 쉽게 잡긴 했지만 마나를 쓰면 쓸수록 이들의 몸 상태는 안 좋아진다.
솔직히 이제 집에 가고 싶었다. 그리고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이제…… 적들이 너무 많이 오는 거 같은데요?”
저택에 있던 경비대가 모두 움직였고, 도시 수비군까지 몰려오고 있었다.
병사들의 수는 전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늘어났다. 거기에 기사들도 끼어 있다.
세 사람이 저들을 뚫고 가려면 상당히 힘들 터였다.
“그래도 가야 해. 한 사람도 놓칠 수 없다.”
그들을 구하지 못하더라도 도미닉은 이해할 것이다. 피해가 전혀 없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지셀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가족을 잃는 슬픔을 그는 누구보다 사무치게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 혼자 가면 인질들을 구하기 힘들어진다. 빨리 따라와라.”
도미닉의 가족은 노모와 아들 둘뿐이다. 자신이 쉽게 길을 뚫으려면 다른 사람이 안전하게 인질들을 업고 움직여야 한다.
지셀은 더 말하지 않고 바로 뛰쳐나갔다.
싸움은 기세다. 많은 적을 상대할 때는 초반에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콰앙!
“으아아악!”
지셀이 검을 휘두르자 선두의 병사들이 단번에 터져 나갔다.
물론 이들도 그냥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수의 이점을 살려 지셀을 향해 동시에 창을 내질렀다.
지셀은 피하지도, 막지도 않았다.
타타타타탕!
강철을 때리는 듯한 느낌에 병사들이 깜짝 놀랐다. 아무리 기사라고 해도 이렇게 대놓고 공격을 당하면 상처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찌르는 부위에 붉은빛이 번뜩이며 아예 무기가 들어가지 않았다.
“뭐, 뭐야…….”
병사들이 당혹스러워하며 움직임을 멈췄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넋이 나가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게 그들의 인생 마지막 말이 되었다.
콰앙!
지셀의 검에서 마나가 폭발하며 주변을 다 날려 버렸다.
“이놈!”
한 기사가 뛰어들며 지셀에게 검을 휘둘렀다. 온 힘을 쏟아부은 듯, 검신에 마나가 일렁였다.
아무리 지셀이라도 마나가 담긴 검은 맞아 줄 수 없었다. 대신 피하지도 않았다.
지금 그가 보여 주어야 할 건 혼자서도 여기 있는 모두를 죽일 수 있다는 위세다.
콰아앙!
지셀이 마주 검을 휘두르자 기사의 검이 그대로 박살이 났다. 압도적인 힘의 격차에 기사의 눈빛이 떨렸다.
스각!
지셀의 검이 붉은 선을 그리고 기사의 목이 떨어졌다.
지셀은 그런 식으로 수많은 적을 베며 중앙을 돌파했다.
뒤따르던 고든과 루카스는 그 모습을 보며 질린 표정을 지었다.
“어째…… 전보다 더 강해진 거 같지?”
“우리가 뭐 할 게 있나?”
정말 혼자서 이 도시의 모든 병력을 없애 버릴 것만 같은 기세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알고 있다. 마나라는 건 무한하지 않다. 저 무지막지한 방어력도, 공격당할 때마다 마나를 소모하며 유지하는 것이다.
자신들보다야 지속 시간이 길지만, 영주도 폭발하는 힘을 오래 쓸 수는 없다는 것도 이제 잘 알고 있었다.
기사들의 마나 연공법은 지셀의 마나 연공법과 그 근본 구조가 같기 때문이다.
단지 기사들이 안전하게 수련할 수 있게 조금 더 부작용을 줄였을 뿐이다.
그래서 두 사람도 빠르게 전투에 끼어들었다.
콰앙! 콰앙!
“으아아악! 이놈들 도대체 뭐야!”
세 사람이 돌파를 시도하자 병사들은 도저히 그들을 막지 못했다.
고든과 루카스는 조금씩 상처를 입어 갔지만, 지셀이 무지막지한 힘으로 앞을 뚫어 주니 그들이 상대해야 할 적은 무척이나 적었다.
적 기사들도 분전했지만 세 사람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들은 거친 북부의 기사들보다 약했다.
실력은 개개인의 재능과 노력에 따른 차이도 있지만, 지내 온 환경의 영향도 큰 탓이었다.
콰아아앙!
지셀이 마나를 아끼지 않고 폭발시키니 수백의 병사들은 허무할 정도로 쉽게 무너졌다. 단숨에 마르틴의 저택까지 도착한 지셀은 그대로 밀고 들어갔다.
“막아라!”
저택에는 바깥보다 훨씬 더 많은 기사가 있었다. 얼핏 봐도 20명은 넘어 보였다.
과연 서부 최대 부호인 후작가의 아들다웠다.
“하, 그래도 아들이라는 건가? 기사를 이렇게나 많이 붙여 주다니.”
고작 공자의 신분에 이만한 기사들을 직접 거느릴 수 있을 리가 없다. 전부 제 아비인 로드리크 후작이 지원해 줬으리라.
“병사들을 맡아라!”
지셀은 뒤따라오던 두 사람에게 말한 뒤 바로 저택의 기사들과 싸움에 돌입했다.
차앙! 차앙! 차앙!
순식간에 수십 번의 공방이 이루어졌다. 확실히 지금까지 상대했던 기사들과는 달랐다.
후작가가 마르틴을 보호하기 위해 신경 써서 보내 준 기사들이 분명했다.
지셀은 즉시 3단계의 코어를 활성화했다.
콰아앙!
“크윽!”
가장 앞서 싸우던 기사는 지셀이 힘을 폭발시키며 찌른 검에 그대로 가슴이 뚫렸다.
양옆에서 달려들던 기사 두 명은 붉은 빛이 번쩍이자 목이 날아갔다.
“어? 어?”
뒤쪽에 있던 기사는 갑작스럽게 더 강해진 지셀에게 미처 적응하지 못하고 몸이 굳었다.
그의 눈에 보인 것은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다가오는 붉은 선뿐이었다. 도무지 어느 방향으로 검이 다가오는지 예측조차 할 수가 없었다.
스각!
붉은 선은 순식간에 지셀의 주변에 있던 기사들을 베고 뒤쪽에 있는 기사마저 베었다.
세 사람의 앞을 막고 있던 기사들의 절반이 사라졌다. 지셀은 이들과 계속 싸울 생각이 없었다.
이미 3단계의 힘을 활성화했다. 돌아갈 때까지 버티려면 힘을 잘 분배해야만 한다.
“무시하고 따라와라!”
지셀이 앞을 막고 있는 남은 병사들을 뚫으며 위층으로 올라갔다. 고든과 루카스도 최대한 피할 수 있을 만큼 피하며 지셀의 뒤를 따랐다.
콰앙! 콰앙! 콰앙!
지셀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병사들은 제대로 대응도 못 하고 터져 나갔다. 그렇게 몇 번 더 병사들의 벽을 뚫고 드디어 지셀은 마르틴을 만날 수 있었다.
강퍅하게 생긴 마르틴은 지셀에게 손가락질하며 외쳤다.
“너, 너! 뭐야! 뭔데 감히 이곳까지 들어왔단 말이냐!”
그의 옆에는 병사 두 명이 각각 인질의 목에 검을 가져다 대고 있었다.
남은 기사들은 모두 마르틴을 지키려고 그의 앞을 막아섰다.
“후…….”
드디어 전투를 멈춘 지셀이 피를 뒤집어쓴 채 숨을 골랐다.
곧바로 도착한 고든과 루카스도 지셀의 옆에서 주변을 경계했다.
다다다다다다!
뒤이어 저택의 남은 기사들과 병사들이 모두 몰려왔다. 모든 공간이 빽빽하게 들어찰 정도였다.
그들은 무기를 들고 지셀을 포위했다. 저택이 꽉 차 들어오지 못한 수비군은 바깥에서 진을 치고 대기했다.
숫자 차이가 어마어마하니 자신감을 얻은 마르틴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네놈! 감히 인질들하고 죄수들을 탈출시켜? 도미닉이 보낸 놈이 분명하군! 감히 용병 나부랭이들 주제에 나에게 반항을 해? 감히 개새끼들 주제에 주인을 물어?”
지셀이 그런 마르틴을 보며 이죽거렸다.
“‘감히’라는 말을 몇 번이나 쓰는 거야? 네가 그렇게 대단하냐?”
“닥쳐라! 쓰레기 같은 용병 새끼 주제에! 감히 내가 누구인 줄 알고!”
마르틴은 들끓는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드레이크 용병단은 자신이 부릴 수 있는 중요한 무력 단체 중 하나였다. 앞으로 그들을 이용해서 빠르게 세력을 불릴 생각이었다.
후계 다툼을 하는 그로서는, 이들처럼 언제든 쓰다 버릴 수 있는 패를 많이 쥐고 있을수록 좋았다. 자신의 기사와 병사들을 위험한 일에 투입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근시안적인 생각이었지만 마르틴은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실제로 드레이크 용병단이 위험한 일을 대신해 줬기에 짧은 기간 내에 많은 이득을 볼 수 있었다.
마르틴은 지셀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발광해 댔다.
“인질들을 탈출시킨다고 네놈들이 안전할 거 같으냐? 드레이크 용병단은 아버지가 나에게 선물로 준 놈들이다! 그러니까 그 목숨도 내 것이나 마찬가지다! 감히 주인을 배신하다니, 전부 죽여 버리겠다!”
로드리크 후작은 자식들에게 여러 힘을 선물해 주었다. 드레이크 용병단도 그중 하나였다.
하지만 인질들을 뺏긴 이상 이제는 마르틴 마음대로 다룰 수 없게 되었다.
길길이 날뛰는 마르틴을 보고 지셀이 피식 웃었다.
“그렇게 중요한 거면 소중하게 대했어야지.”
“뭐? 지금 감히 나한테 훈계를 하는 거냐?”
“그래. 중요한 사람일수록 소중하게 대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 나는 그런 사람이거든.”
그 말에 고든과 루카스가 짠 내 나는 표정으로 지셀을 바라보았다. 영지 사람들이 들었으면 전부 목뒤를 잡았을 것이다.
특히 클로드가 말이다.
여유 있는 지셀의 모습에 마르틴이 폭발했다.
“너!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이면 인질들을 죽이겠다! 도미닉 그 새끼의 엄마랑 아들인 거 알지? 당장 무기를 버려라!”
지셀은 여기까지 수많은 병사를 쳐 죽이고 왔다. 이곳에서 싸움이 벌어지면 마르틴 자신도 안전하다고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니 인질들을 붙잡고 협박을 한 것이다.
인질들은 겁을 먹고 떨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눈빛에는 단단한 심지가 보였다. 용병단장의 가족다운 모습이었다.
도미닉의 어머니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신경 쓰지 말고 도망가세요. 아들한테는…… 이제 자유롭게 살라고 꼭 전해 주세요……. 더 이상 이 못난 어미 때문에 그렇게 살 필요 없다고…… 꼭 네가 원하는 대로 살라고.”
그러고는 옆에 있는 소년을 바라보고 슬픈 미소를 지었다.
“아가, 미안하구나……. 하지만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단다. 이제 이 할머니랑 가자꾸나…….”
눈물을 흘리며 말하는 그녀를 보고 소년은 눈을 꼭 감았다.
잠시 울먹거리던 소년은 갑자기 지셀을 향해 말했다.
“아빠한테 전 괜찮다고 전해 주세요……. 그리고…… 그리고…….”
소년은 곧 붉게 충혈된 눈으로 마르틴을 노려보며 크게 외쳤다.
“이 새끼 꼭 죽여 달라고 전해 주세요!”
인질들은 이미 죽음을 각오한 모습이었다. 마르틴은 그게 무척이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닥쳐라! 이 천한 것들이 어디서 감히!”
마르틴이 성을 내자 병사들이 인질들의 목에 검을 더 깊숙하게 대었다. 피부가 살짝 베여 피가 흘러나왔다.
인질들을 가만히 보던 지셀이 천천히 검을 내려놓고 손을 들었다.
마르틴은 화색을 띠었다. 검을 내려놓은 걸 보니 반항은 포기한 모양이었다.
그래도 방심할 수는 없었다. 마나를 쓰는 실력자들은 주먹만으로도 사람을 때려죽일 수 있으니까.
그는 갑자기 좋은 생각을 떠올리고 히죽 웃었다.
“너, 실력이 대단한 거 같은데 내 밑으로 올 생각이 없나? 최고의 대우를 해 주도록 하지. 어때?”
수많은 병사가 죽었음에도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탐욕이 가득한 마르틴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던 지셀이 소년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훌륭하다. 네 뜻은 내가 꼭 전달해 주마.”
마음에 든다. 무릇 거대 단체를 이끄는 용병단장의 아들이라면 저래야 한다.
그렇다고 여기에서 허무하게 죽게 놔둘 생각은 없었다.
살짝 허공에 들려 있던 지셀의 양손이 주먹을 쥐었다.
덜컥!
“어?”
인질들을 붙잡고 있던 병사들은 갑자기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자 깜짝 놀랐다.
드드득!
“크아아악!”
곧 병사들의 몸이 뒤틀리며 인질들이 풀려났다. 병사들은 인질들을 다시 잡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고통스러운 비명만을 질러 댔다.
지셀이 양손을 뒤로 당김과 동시에 인질들이 끌려오듯이 순식간에 지셀 쪽으로 날아들었다.
그렇게 다가온 인질을 고든과 루카스가 바로 품에 안았다. 드디어 인질을 뺏은 것이다.
“뭐, 뭐야!”
마르틴은 깜짝 놀랐다. 어떻게 손짓으로만 인질들을 뺏어 갔는지 그의 실력으로는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호위 기사들은 순식간에 주변을 장악한 마나의 흐름을 느끼고 표정을 딱딱하게 굳혔다.
이런 기술은 구경조차 해 본 적이 없다. 눈앞에 있는 상대는 자신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강자였던 것이다.
“주, 죽여! 당장 저놈들을 다 죽여라!”
마르틴이 고함치며 발악했지만 기사들과 병사들은 쉽게 지셀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긴장한 그들을 둘러본 지셀이 조금 전 바닥에 떨어트린 검을 주워 들었다.
“고든, 루카스. 인질들을 잘 지켜라.”
“알겠습니다!”
“돌아갈 때는 조금 쉽게 가자고.”
지셀이 붉은 눈을 빛내며 앞으로 튀어 나갔다. 수많은 기사가 지키고 있는 마르틴을 향해서였다.
“쳐라!”
다가오는 지셀을 향해 기사들이 크게 외치며 검을 휘둘렀다. 그들 또한 온 힘을 다했는지 검에서 푸른 빛이 강하게 퍼져 나왔다.
파앗!
하지만 지셀은 그들과 맞붙지 않았다. 순식간에 허공에 뛰어오른 그는 기사들을 휙 넘어서 마르틴의 앞에 착지했다.
“어, 어…….”
마르틴은 자신의 앞에 선 지셀을 보고 몸이 굳어 버렸다. 피로 범벅이 된 악마를 마주한 것 같았다.
상황을 파악한 기사들이 다급하게 몸을 돌렸지만, 지셀의 움직임이 조금 더 빨랐다.
“멈춰라.”
지셀이 마르틴의 목에 검을 가져다 대고 경고하자 모두가 움직임을 멈췄다.
그는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주변을 한번 둘러본 뒤, 마르틴을 향해 말했다.
“이제 네가 인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