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349)
349 – 이게 확실하거든. (2)
349화 이게 확실하거든. (2)
“나갈 수 없다고?”
“그래, 없다……. 나도 나갈, 생각이 없지만……. 이 아이도, 날, 내보낼, 생각이 없으니까……. 그르륵…….”
모브레이 백작은 침중한 표정을 지었다.
악령의 말을 다 믿을 수도 없지만, 아들이 악령을 내보낼 생각이 없다는 말에 가슴이 무거워졌다.
정말 자신 때문에 정상으로 돌아오기가 싫다는 걸까?
정말 저 악령을 아들의 몸에서 떼어 낼 방법이 없다는 말인가?
‘신성력과 마법으로도 저 악령을 털끝만큼도 건들지 못했다. 도대체 저건 뭐란 말인가?’
마법사들을 불러 별별 방법을 써 봐도 해결하지 못했다.
모브레이 백작은 심지어 다른 영지에서 붙잡혔던 흑마법사를 데리고 와 치료를 시도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흑마법사도 에드윈이 어떤 마족과 계약을 했는지, 어떤 증상인지 전혀 모르겠다고 했다.
사제를 부르면 안 된다. 그들은 악령을 쫓아내기보다는 불태우자고 할 자들이었으니까.
불러봐야 소용도 없었다. 애초에 사제들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다면 이미 초기 증상이 나타났을 때 신성 치료로 해결이 됐을 터였다.
최후의 방법으로 몸을 바꿔준다고 하는데도 거절을 하는 것이다.
에드윈은 새로운 몸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 혀를 날름거리며 말했다.
“어서, 날, 풀어 줘. 그러면, 얌전히 지내도록 하지. 어때? 여기 너무 답답하군, 네 아들도, 불편해하고, 있다.”
“아니, 그럴 수는 없다.”
“크르륵…… 감히 위대한 존재인 나를, 이렇게, 가둬 놓다니…….”
“위대한 존재라기에는 너무 하찮아 보이는군.”
정말 위대한 존재였다면 이렇게 갇혀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오래전에 마기를 마구 뿜어내며 탑을 부수고 탈출했겠지.
마법도, 신성력도 전혀 통하지 않으니 도통 어떤 존재인지도 알 수 없었다.
잡혀 왔던 흑마법사는 대충 이렇게 추측했다.
― 어쩌면 영혼 자체는 격이 높으나 인간계에서 힘을 잃었을 수도 있습니다. 높은 격 때문에 어떤 것도 통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고요.
모브레이 백작은 흑마법사가 했던 말을 곱씹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딴 말이 지금 무슨 의미가 있는가? 왜 이렇게 됐는지 원인도 모르고 쫓아내지도 못하고 있는데.
악령은 아무에게나 붙는 게 아니다. 그게 쉬웠다면 세상은 에드윈 같은 자들로 넘쳐났을 것이다.
아주 까다롭고 복잡한 조건이 필요한데 하필이면 그게 심성 곱고 나약한 아들이었을 뿐이다.
“잘 감시해라. 식사는 제때 넣어 주고.”
모브레이 백작은 문을 지키는 병사에게 그 말을 남기고 몸을 돌렸다.
“벌써 가나? 오랜만에, 아들 얼굴 좀 더, 보고 가지, 그래?”
모브레이 백작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괴로운 표정으로 그 자리를 떠났다.
도무지 아들을 고칠 방법이 없었다. 그저 최대한 소문이 나지 않도록 감추며 이렇게 목숨만 붙여 놓을 수밖에.
모브레이 백작이 우울한 표정으로 자리로 돌아왔을 때, 기사 하나가 다가와 보고를 올렸다.
“영주님을 뵙고 싶다는 귀족이 하나 찾아왔습니다.”
“누구냐. 난 아무도 만나지 않는다고 했을 텐데?”
“동부에서 온 더글리 남작이라고 합니다.”
모브레이 백작은 생소한 이름에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동부에서? 더글리 남작? 난 그런 사람을 모른다.”
“자신을 퇴마사라고 소개했습니다.”
“퇴마사……?”
사제라면 몰라도 보통 퇴마사라 하는 것들은 죄다 사기꾼이다. 실제로 흑마법의 상극은 신성력이기 때문이다.
간혹 지역에 따라 진짜 주술사들이 있긴 하지만 퇴마사는 거의 우매한 민중들 사이에서나 통하는 존재였다.
“네. 영주님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러 왔다고 말했습니다.”
“어려움?”
“네, 에드윈 공자님의…… 정신병을 치료해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에 모브레이 백작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동부에 있는 귀족에게까지 그런 소문이 났다는 말인가?
이 시대에는 정신병에 걸린 사람을 두고 보통 악령이 씌었다고 말한다.
물론 진짜 악령이라면 신성력에 버티지 못할 테니, 사제를 부를 수 있는 귀족이라면 두 가지가 전혀 다르다는 걸 다 알고 있다.
“흐음…… 정신병을 치료할 수 있다면서도 퇴마사라고 자칭한다고? 뭔가 알고는 있는 건가?”
모브레이 백작은 턱을 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에드윈이 보였던 초기 증상은 여러 사람이 봤다. 확실하게 통제하긴 했지만, 어쩌면 그때 증상이 소문났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병이라는 소문까지는 그냥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악령에 씌었다는 소문은 용납할 수 없었다. 그런 소문이 났다면 알고 있는 자들을 전부 죽여야 했다.
“들여보내라.”
잠시 후 지셀과 아렐이 들어왔다. 모브레이 백작 옆에 있던 집사가 나긋하게 말했다.
“정식으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아렐은 전의 실수를 만회하려고 잽싸게 쪽지를 하나 꺼냈다.
쪽지는 클로드가 써 준 ‘모브레이 백작을 만났을 때 영주님을 소개하는 법’이었다.
클로드는 위장 신분을 만들 때, 지셀이 퇴마사 행세를 하고 백작가 인물의 정신병을 치료하러 간다는 것만 들었다.
그래서 그 설정에 맞게 소개 문구를 써 주었다.
아렐은 쪽지를 힐끗 살펴보고 말했다.
“이, 이분은 16년 동안 정신병만을 치료해 오신…… 정신병 치료의 달인 ‘광기’ 더글리 남작님이십니다.”
“…….”
주변이 어색한 침묵으로 물들었다. 지셀도 아렐을 힐끗 보고 속삭였다.
“너 그건 누가 써 줬어? 클로드? 벨린다?”
“초, 총관님이…….”
지셀은 잠시 눈을 감았다. 다른 놈들과 달리 역시 몇 번 패는 걸로는 절대 통하지 않는 놈이다. 정말 근성 하나는 대단하다.
갑자기 은근한 승리욕이 올라왔다. 돌아가면 조금 더 힘을 써야 할 거 같았다.
“그래, 알았다.”
입맛을 다신 지셀은 직접 나서서 모브레이 백작에게 이름을 밝혔다. 그러고는 상대방이 자세하게 캐묻기 전에 바로 본론을 꺼냈다.
“이곳의 후계자인 에드윈 공자에 관한 소문을 얼핏 들었습니다. 제가 한번 치료해 보려고 합니다.”
모브레이 백작은 서늘한 눈빛으로 지셀을 노려보고 말했다.
“소문이라……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왜 퇴마사가 왔는지 모르겠군. 퇴마사가 정신병도 치료한다는 말이오?”
“그렇습니다.”
“그걸 어떻게 치료한다는 말이오?”
“보통 악령에 씌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뭐라?”
모브레이 백작이 인상을 쓰자 주변에 있던 기사들과 병사들도 무기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에드윈의 증상은 영지의 비밀이다. 절대 소문이 나선 안 됐다.
정신병까지는 그렇다 칠 수 있다. 초반에는 많은 사제와 사용인들이 에드윈을 보았고 소문이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상이 심각해진 뒤로는 철저하게 소문을 통제했다. 그런데도 굳이 악령 운운하며 찾아오다니, 어디서 새어 나간 게 분명했다.
모브레이 백작이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자 주변에 있던 병사들이 거리를 좁혔다.
아렐은 긴장한 채로 검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오직 지셀만이 여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이었다.
모브레이 백작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어디서 들었소?”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제가 치료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하지요.”
“치료를 할 수 있다고? 혹시 신성력이나 마법을 쓸 줄 아시오?”
“아니요. 하지만 그 증상은 무척 잘 알고 있습니다.”
“말해 보시오.”
“눈이 검게 변하고 하는 짓은 미친 짐승처럼 변했으며 마기를 뿜어내고 있지 않습니까? 정말 악령에 씌었다는 것이지요.”
그 말에 모브레이 백작과 주변인들이 눈을 크게 떴다. 너무나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셀의 이어진 말에 더 놀라고 말았다.
“전 이미 그것을 쫓아낸 적이 있습니다.”
“저, 정말이오? 그것을 쫓아낸 적이 있다는 말이오?”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증상을 알고 있는 것이지요.”
모브레이 백작은 살짝 떠보듯이 물었다.
“그것의 정체를 알고 있소?”
그러자 지셀이 섬뜩하게 눈을 빛내며 말했다.
“저와 악연이 있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제가 여기까지 추적해 온 것이지요. 더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결정하시지요. 싫다 하시면 돌아가겠습니다.”
모브레이 백작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에 빠졌다. 이놈이 사기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그냥 돌아가라고 할 수도 없었다. 너무나 정확하게 증상을 알고 있다. 게다가 악령을 추적해 왔다는 말이 그럴듯했다.
어차피 다른 방법은 없었다. 정말 성녀라도 찾아와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정도였으니까.
사기꾼이라 해도 믿고 맡겨 보는 수밖에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아비의 심정이다.
만약 고치지 못하면 소문이 퍼지지 않게 죽이는 수밖에.
모브레이 백작이 살기 어린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시간은 얼마나 걸릴 거 같소?”
“며칠은 걸릴 것입니다. 퇴마 의식은 무척 고단하고 위험하고 힘든 일이거든요.”
“필요한 것은?”
“제가 가져온 도구 외에는 없습니다.”
이러니 더욱더 의심이 간다. 하지만 진실을 알아낼 방도가 없으니 모브레이 백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실패한다면 나도 남작을 곱게 보내드리진 못하오.”
“그 정도야 감당하지요.”
“좋소, 한번 맡겨 보겠소.”
모브레이 백작은 바로 지셀과 아렐을 데리고 움직였다.
도망도 못 가게 하려는지 백작가의 병사들이 뒤에 바짝 붙어 따라왔다.
그 모습을 본 아렐은 긴장해서 계속 검을 매만졌다. 손에 땀이 차 손잡이가 손안에서 미끄러질 정도였다.
‘침착하자, 영주님은 반드시 성공하실 거야.’
얘기만 들으면 무슨 악마를 잡으러 가는 거 같았다. 자신이 그 일에 도움이 되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탑에 도착하자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 최상층으로 오를수록 그 기운은 더 강해졌다.
지셀은 무척이나 진지한 표정으로 모브레이 백작에게 말했다.
“이 치료는 아무나 볼 수 없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에드윈 공자의 목숨이 위험해질 것입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사제와 마법사들도 내쫓지 못하는 악령입니다. 저만의 퇴마 의식이 필요합니다. 만약에 일이 잘못되면 다른 이들에게 그놈이 옮겨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더 최악의 상황이 올 것입니다. 에드윈 공자를 죽이고서 말이지요.”
협박이라도 하는 듯한 지셀의 말에 모두의 표정이 어두워져 갔다. 지셀은 거침없이 말을 이었다.
“탑에는 아무도 있으면 안 됩니다. 오직 저와 제 제자만이 들어가서 악령을 퇴치할 것입니다.”
“그, 그러면 식사는?”
“제 제자가 받으러 갈 것이니 밑에 준비해 두시지요.”
모브레이 백작은 잠깐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불안하기는 했지만 당장은 믿고 맡겨 보는 수밖에 없었다.
지셀은 뒤따라온 모브레이 백작가의 집사에게 말했다.
“내 물건을 주시오.”
“그…… 이게 정말 필요한 겁니까?”
“그렇소, 그게 내 퇴마 의식에 쓰이는 도구요.”
이곳에 올 때 지셀은 큰 가방에 몇 개의 물건을 챙겨 왔다. 당연히 검문 과정에서 무엇이 들었는지 내보일 수밖에 없었다.
짐을 달라는 지셀의 말에, 가방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아는 집사는 조금 곤란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이게 왜 필요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빨리 주시오. 당신들은 이해할 수 없는 나만의 퇴마 도구니까.”
지셀이 재촉하자 집사는 어쩔 수 없이 가방을 건네주었다.
집사는 철수하기 전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저와 사용인들은 아래에서 대기할 테니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불러 주십시오.”
“알겠소.”
지셀은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절대, 절대 아무도 탑으로 들여보내면 안 되오. 알겠소? 그러면 일이 실패할 것이오.”
“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탑에 있던 모든 병사와 사용인들이 철수하고 지셀과 아렐만이 남았다.
지셀은 아렐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 들어가자. 앞으로 무얼 봐도 놀라면 안 된다. 알겠지?”
“알겠습니다.”
아렐은 결의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런 초자연적인 존재와 싸워 본 적이 없다.
마계의 악한 존재들과 싸우는 건 흔히 말하는 용사와 성녀의 역할이다. 그런 장대한 자리에 영주와 함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다.
쿠르릉!
두꺼운 철문이 열리고 지셀과 아렐이 드디어 에드윈이 갇힌 방으로 들어갔다.
“크르르르…….”
에드윈은 누군가 들어오자 바로 위협적인 울음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그의 몸에서 끔찍하리만큼 진한 마기가 퍼져 나왔다.
차앙!
아렐은 순간 놀라며 검을 뽑았다. 그러자 지셀이 손을 들어 제지한 뒤 말했다.
“에드윈.”
에드윈도 지셀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르륵, 너는, 누구냐.”
“너를 치료하러 온 사람이다.”
“사제, 인가? 나는, 신성력이, 통하지 않는, 위대한, 존재다.”
“아니, 나는 사제가 아니다.”
“그런데, 나를 치료하겠다고? 나를 여기서, 내쫓을 수 있을 거라, 생각, 하는가?”
“그래, 내가 방법을 잘 알고 있으니까.”
“크르르륵…….”
에드윈은 짐승 같은 비웃음을 내보였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감히 내쫓는다는 말인가?
그러거나 말거나 지셀은 가방을 한쪽에 내려놓고 고개를 좌우로 꺾었다.
“자, 그럼 의식을 시작해 볼까?”
“네가 어떤 의식을 치르든…… 날 내쫓지는 못할 것이다……. 차라리, 이 몸을 죽이는 게, 더 빠를 것이다.”
에드윈은 여전히 지셀을 비웃었다. 그 안에 있는 존재는 평범한 의식으로는 절대 내쫓을 수 없는 존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말 이 몸을 죽이지는 못할 것이다. 이 몸은 모브레이 백작가의 유일한 후계자였으니까.
그러니 백작가에서도 쉬쉬하면서 이렇게 가둬만 두고 있는 게 아닌가.
에드윈이 노려보는 동안 지셀은 쭈그리고 앉아 가방에서 도구들을 꺼냈다.
아렐은 잔뜩 긴장한 채 검을 들어 에드윈을 겨누고 있었다. 혹시나 저 끔찍한 마기로 기습이라도 할까 봐 긴장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힐끗 곁눈질로 지셀이 꺼내는 물건들을 보고 아렐은 놀라서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이게 뭔……?”
가방에서 뭔가 이상하게 생긴 것들이 가방에서 나오고 있었다.
아렐은 눈앞에 있는 악령의 존재도 잊고 저도 모르게 물었다.
“여, 영주님? 그게 뭡니까?”
“이거? 내 퇴마 도구인데.”
“그, 그게 퇴마 도구입니까?”
지셀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어, 퇴마에는 이것만큼 확실한 게 없거든.”
가방에서는 망치와 몽둥이 등 누군가를 때리기 딱 좋은 도구들만 줄줄 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