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380)
380 – 네놈이 여기 있을 줄이야. (2)
380화 네놈이 여기 있을 줄이야. (2)
“크아아아악!”
제프리는 창에 꿰뚫린 채 그대로 뒤로 날아갔다.
콰아앙!
창에 실린 힘이 어찌나 강한지 제프리는 아예 벽까지 밀려가 꽂히고 말았다.
“크르르륵!”
그럼에도 그는 죽지 않았다. 붉은 눈을 빛내며 짐승 같은 괴성을 지를 뿐이었다.
“크아아아!”
제프리는 곧바로 자신의 몸에 꽂힌 창을 박살 내며 바닥으로 내려왔다.
로잘린이 깜짝 놀라며 바로 뒤를 돌아보았다. 창을 던진 이는 혀를 차며 그녀 앞을 막아섰다.
“쯧쯧, 여기도 이럴 줄 알았다.”
“백작님!”
“잘 지내셨습니까.”
여유 있는 걸음으로 나타난 자는 바로 지셀이었다.
위기에 빠진 영애를 구해 주는 건 지독할 정도로 흔하고 인기 있는 소재다. 대부분의 귀족 영애들은 어릴 때 그런 이야기책을 한 번쯤은 보고 자란다.
멋진 기사가 자신에게 충성을 바치며 사악한 용을 무찌르는 이야기.
지금 로잘린은 어릴 때 읽었던 동화의 한 장면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가 붉어진 눈시울을 적시며 다시 한번 지셀을 불렀다.
“펜리스 백작님!”
“공격도 안 당했는데 눈이 왜 그러십니까? 눈병 나셨습니까?”
“…….”
이 새끼는 로맨스를 모르는 놈이 분명하다. 로잘린은 표정이 일그러지려는 것을 참으며 심호흡을 크게 하고 물었다.
“어떻게 오신 거죠?”
“달려왔는데요.”
“……아니, 어떻게 상황을 알고 오신 거냐고요.”
“지금 수도 곳곳에서 저런 놈들이 난리를 피우고 있습니다.”
그 말에 로잘린은 깜짝 놀랐다.
그렇다는 건, 친왕파에서 습격한 곳에는 전부 저런 괴물들이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정말 지셀이 알려 준 대로 공작가의 개들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셀은 로잘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튼 다행입니다.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이곳으로 달려왔습니다. 저놈들을 처음 보면 당황할 수밖에 없거든요. 몸도 엄청 튼튼하기도 하고요.”
“그, 그러면 저를 구하기 위해 가장 먼저 이곳으로 온 건가요?”
지셀이 예의 그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이 수도에서 당연히 아가씨를 가장 먼저 구해야죠.”
“배, 백작님…….”
두근!
로잘린은 거세게 뛰는 심장을 부여잡고 얼굴을 붉혔다.
수도의 유력 귀족들을 제치고 자신을 가장 먼저 구하러 오다니. 정말 이야기 속의 공주님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백작님이 저를 그렇게 연모…….”
“우리 화장품 상단의 자금 관리도, 판매도 맡고 계신 분이신데 당연한 거죠. 어휴, 큰일 날 뻔했네. 아가씨 안 계시면 그 많은 돈이 다 날아가잖아요.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네놈 새끼는 나랑 돈 얘기 말고는 할 게 없냐!’
로잘린의 얼굴이 단번에 일그러졌다. 역시 이 새끼는 돈 말고는 관심이 없는 새끼다. 착각한 게 너무 분했다.
“표정이 왜 그래요? 어디 아파요? 아, 저놈부터 빨리 처리해야겠네. 다른 곳도 가 봐야 하거든요. 바쁘다, 바빠.”
지셀은 여전히 여유로운 걸음으로 제프리를 향해 갔다.
후작가의 병사들 또한 지셀의 소문을 들었기에 모두 거리를 벌려 공간을 내주었다.
“크아아아아!”
제프리는 자신을 방해한 지셀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바로 포효를 내뱉으며 달려들었다.
부웅! 부웅! 부웅!
상급 기사에 버금가는 속도로 제프리가 검을 휘둘렀지만 지셀은 가볍게 피했다.
바로 공격을 안 하는 것이 마치 무엇인가를 관찰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크아아아!”
제프리는 자신의 공격이 통하지 않자 짐승 같은 울음소리만 계속 내었다.
몇 번 더 공격하는 걸 본 지셀이 중얼거렸다.
“흠, 확실히 해럴드보다는 약하네.”
해럴드가 변신했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공격 속도도 느리고, 공격의 정확도도 낮았다. 아무래도 본신의 실력에 따라 변화된 뒤 낼 수 있는 힘도 다른 모양이었다.
“그래도 폭주해서 미치는 건 똑같군.”
아무리 봐도 그냥 미쳐 버린 짐승 수준이다.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는 목표 외에는 모든 사고 능력을 잃어버리는 것 같았다.
만약 그 목표가 없다면 전생의 바네사처럼 무차별적인 학살을 벌이는 듯했다.
“그러면 이제 처리를 해 볼까.”
화르륵.
지셀의 주먹에 이글거리는 검붉은 기운이 맺혔다.
퍼억!
“크아악!”
제프리는 지셀의 주먹에 얼굴을 한 대 얻어맞고 비틀거렸다. 그 틈을 타 지셀의 주먹이 폭풍처럼 날아들었다.
퍼퍼퍼퍼퍼퍽!
“크아아아악!”
제프리는 제대로 반격도 못 하고 두들겨 맞았다. 맞을 때마다 그의 몸 곳곳이 부러졌다.
그 모습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제대로 검도 안 통하던 놈이 겨우 주먹질에 당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콰아아앙!
몸의 뼈가 다 박살이 나 흐물거리는 제프리의 머리에 지셀의 주먹이 강하게 꽂혔다.
“커어억…….”
바닥에 쓰러진 제프리가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이, 이 무슨…… 왜 내가……?”
그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한번 폭주하면 이성을 잃고 싸우다가 죽을 수밖에 없었다. 분명 다른 실험체를 봤을 때는 그러했다.
그런데 몇 대 맞고 나니 정신이 돌아와 버린 것이다.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줄이야…….”
최악의 경우에나 사용할 만한 힘이다. 어떻게든 로잘린이라도 죽여 혼란을 만들려고 했는데 막히고 말았다.
지셀이 죽어 가는 제프리를 보며 중얼거렸다.
“흠, 이건 똑같네.”
강한 충격을 주면 역시 효과가 사라진다. 아직 공작가가 개량을 끝내지 못했다는 뜻이다.
“하긴, 시기가 너무 차이가 나니까.”
완전히 폭주할 정도로 개량된 것을 본 건 그가 용병왕에 오르고 난 후다. 지금과는 상당히 시간 차이가 있었다.
몸이 점점 쪼그라들며 급속도로 노화하기 시작한 제프리가 물었다.
“너, 넌 도대체 뭐냐…….”
하지만 제프리는 물음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코어가 파괴되고 생명력까지 전부 소모됐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미라처럼 변한 그는 제대로 된 대답조차 듣지 못하고 죽어 버렸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떠올랐다.
“도대체 이게 뭐지?”
“죽기 직전에 괴물이 되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로잘린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지셀에게 다가와 급하게 물었다.
“이놈은 뭐죠? 이런 게 수도 곳곳에서 날뛰고 있다고요?”
“네, 공작가에서 만든 마나 연공법입니다.”
“공작가에서 이런 끔찍한 걸 만들었다고요?”
“평범한 기사도 원래보다 몇 배나 강한 힘을 낼 수 있습니다. 물론 쓰면 반드시 죽지만, 그사이에 피해가 커지겠죠.”
지셀은 자신이 아는 걸 로잘린에게 전해 주었다.
저 괴물들은 무시무시한 전력이지만 힘을 내는 데 시간제한이 있다. 정보를 알고 상대하면 못 잡을 리가 없었다.
“이놈들이 날뛰면 병사들의 피해가 커질 겁니다. 원래의 실력에 따라 낼 수 있는 힘이 다르긴 하지만, 기사들로 침착하게 상대한다면 상대 못 할 정도는 아닙니다.”
익숙해지면 그냥 좀 강한 기사가 미쳐 날뛰는 수준에 불과하다. 기사들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정도다.
물론 이런 놈들이 수백 수천이나 날뛰면 상당히 곤란하겠지만 말이다.
“일단 이놈 수습을 부탁드립니다. 저는 다른 곳도 도와주러 가야 해서요. 다들 지금 놀라고 있을 테니까요.”
“아, 알겠어요.”
“그리고 준비할 게 많으니 이번 달 정산은 좀 서둘러 주세요.”
“너는 나랑 돈 얘기 말고는 할 게 없냐!”
로잘린이 사자와 같이 우렁찬 외침을 내지르자 지셀이 깜짝 놀랐다.
“뭡니까? 지금 그 목소리?”
“앗,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속마음이 그만…….”
그녀는 부채를 촤악 펼치며 얼굴을 가렸다. 물론 살기가 이글거리는 눈빛은 그대로였다.
‘어우, 저 성격은 여전히 종잡을 수가 없네. 빨리 피해야겠다.’
지셀이 꺼림칙한 표정을 지으며 씩씩거리는 로잘린을 피해 바로 자리를 떴다.
콰앙! 콰아앙!
“으아악! 괴물이다!”
“미친놈이 나타났다!”
“도망가!”
로잘린이 있던 후작가 저택 외에도 수도 곳곳에서 난리가 난 상태였다.
폭주한 괴물들을 피해 사람들이 도망가고, 기사들과 병사들이 날뛰는 괴물들을 쫓았다.
“잡아라!”
“빨리 죽여!”
“어서 포위해라!”
수도 곳곳에서 기사들과 병사들이 바삐 움직였다.
이미 그들에게 잡혀 죽은 괴물들도 있었지만, 병사들을 죽이고 사방으로 흩어진 괴물들도 있었다. 그 괴물들은 목표도 없이 보이는 것들을 마구잡이로 공격하고 있었다.
물론 살아남은 괴물보다 죽은 것들이 훨씬 더 많다. 수도 기사들은 어지간한 영지의 기사들보다 실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별거 아니라 생각하고 소수의 인원만 간 곳이 문제였다. 갑작스럽게 폭주한 괴물들을 막지 못하고 놓치고 만 것이다.
지셀은 건물들 위를 뛰어다니며, 난동을 부리는 괴물들의 수를 빠르게 파악했다. 다행히 대부분이 그 자리에서 잡혀 죽었는지 많지는 않았다.
화르르륵!
그의 주변으로 검붉은 마력의 창들이 생성되었다.
“가라.”
콰아아아앙!
엄청난 굉음을 내뿜으며 쏘아져 나간 마력의 창이 괴물의 머리를 박살 냈다.
지셀이 건물들 사이를 누비며 괴물들을 죽이기 시작하자 많은 사람이 그 모습을 보게 되었다.
“펜리스 백작님이다!”
“북부의 마스터께서 오셨다!”
“와아아아아! 성자님이다!”
지셀이 나타난 것만으로도 기사들과 병사들의 사기는 올라갔다. 도망가던 사람들도 걸음을 멈추고 환호를 내질렀다.
콰앙! 콰앙! 콰아앙!
괴물들은 마력의 창에 허무할 정도로 쉽게 머리가 터지며 죽어 나갔다.
수도에서 암약하던 놈들이 꽤 많았기에, 괴물을 죽여도 죽여도 어디선가 또 기어 나왔다.
하지만 이곳이 괜히 수도가 아니다.
“당장 저놈들을 잡아 죽여라!”
브랜포드 후작가의 기사단장 톨레오가 나타나 단숨에 괴물의 목을 베었다. 그 외에도 고위 귀족들의 기사들이 힘을 보태자 괴물들은 빠르게 죽어 나갔다.
마법사들까지 나서자 오히려 생포당하는 놈들까지 나왔다.
그 모습을 본 지셀이 피식 웃었다.
“하여간. 센 놈들을 다 수도에 모아 놓으면 어쩌자는 거야?”
왕실과 고위 귀족들이 있는 수도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지셀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아쉬운 일이기도 했다.
저 고급 전력들을 최전방에서 싸우게 해야 공작가와 화끈하게 맞부딪칠 텐데 말이다.
“슬슬 다른 쪽으로 가야겠네.”
피해를 줄이기 위해 먼저 움직였지만, 실력자들이 나선 이상 문제는 없을 것이다.
이제 귀족들이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곳을 치러 가야 한다.
지셀은 바로 쥬아나의 신전으로 향했다. 신전 안에는 한 사람이 무장 병력을 주위에 두르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잘 지내셨습니까? 포리스코 주교님.”
“으…… 백작님 오셨습니까?”
신전 기사들을 잔뜩 대동하고 있던 자는 바로 포리스코였다.
그는 현재 성자란 소문 때문에 나쁜 짓도 못 하고 무척이나 심심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명성이 또 싫지는 않아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중이었다.
차기 대주교 자리에 오르는 것은 확정되었으니 괜히 사달을 내고 싶지 않은 면도 있었다.
그는 지셀을 보자마자 슬그머니 다가가 속삭였다.
“진짜…… 쳐도 되는 거 맞지?”
“그렇다니까요. 그놈들 다 공작가가 뿌린 놈들입니다.”
“내 명성에 금이 가거나 그러진 않겠지?”
“오히려 더 올라갈걸요?”
“좋아, 너 믿고 진짜 친다.”
“절 믿지 말고 주교님의 신앙을 믿으세요. 주교님은 수도의 제일 성직자이자 여신이 선택한 성자 아닙니까? 무지몽매한 백성들을 영도할 책임이 있죠.”
“그, 그렇지? 역시 나밖에 없겠지?”
포리스코는 고개를 몇 번 끄덕이더니 호기롭게 외쳤다.
“내가 아니면 누가 지옥에 가랴! 내 오늘 수도에 암약한 어둠을 치워 버리겠다!”
“와아아아아!”
포리스코가 외치자 신전 기사들이 다 같이 크게 함성을 내질렀다.
기세등등하게 움직인 그들이 향한 곳은 수도 외곽에 있는 큰 건물이었다.
[카르데니아 신학 연구회]신학 연구회라 이름 붙었지만 실상은 여러 교단의 사람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여신들의 뜻을 설파하고 봉사하는 곳이다.
귀족들은 그 명성과 위치 때문에 그들을 함부로 칠 수 없었다.
이들은 오랜 시간 수도의 어려운 이들에게 봉사하며 지냈다. 그러니 연구회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엄청나게 많을 수밖에 없었다.
만약 이곳이 공격당하면 민심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릴 것이다. 아무리 명분 없이 친다 해도 이곳만큼은 공격하기가 다들 껄끄러웠던 것이다.
정치와 종교를 철저하게 구분하며 지내는 것은 루타니아 왕국뿐 아니라 대부분 나라의 기조였다.
그런 상황에서 정치적 부담 없이 그들을 쓸어버릴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연구회에 못지않을 정도로 사람들의 민심을 얻은 자. 종교까지 등에 업고 성자라 소문이 난 자.
그런 자가 이곳을 상대해야 했다.
그리고 이 수도에는 그에 부합하는 인물이 한 명 있었다.
“당장 저 이단 새끼들…… 아니, 이단자들을 끌어내라! 재물은 모두 압수하고 화형식을 진행하겠다! 으하하하!”
가짜 성자 포리스코가 광기 어린 웃음을 흘리며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