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384)
384 – 너도 서클 좀 올리자. (1)
384화 너도 서클 좀 올리자. (1)
수도에 숨어 있던 공작가의 비밀 단체들은 대부분이 박멸되었다.
일부 성 밖으로 도망친 자들이 있었으나, 모두 대기하고 있던 왕국군과 길리언이 이끄는 지셀의 병력에 잡혀 죽었다.
명분이 없음을 걱정하던 귀족들도 괴물들이 나타난 걸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공작가가 사교와 손을 잡고 그딴 걸 만들었을 줄이야. 이번에 치길 잘했습니다.”
“아주 잘된 일입니다. 왕국이 들썩일 겁니다.”
“본 사람이 너무 많으니 공작가도 할 말이 없을 겁니다.”
귀족들은 앞으로의 일을 논의하면서도 연신 웃음꽃을 피웠다.
종교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하다. 공작가를 사교와 엮은 이상, 어지간한 명분은 무시하고 공작파 귀족들을 압박할 수 있었다.
이러니 지셀의 명성은 또다시 높아졌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역시 성자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물론 그 소문을 들은 포리스코는 연신 입을 삐죽거렸지만 말이다.
‘뭐? 그놈이 성자라고? 어이구, 그런 놈이 성자면 난 여신이다.’
세상 막 나가는 놈이 성자는 무슨 성자란 말인가.
그래도 덕분에 교단의 힘을 크게 키울 기회를 얻었다. 이런 건 다른 교단보다 더 먼저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명성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빨리, 빨리! 전역의 신전 기사들을 모아라! 사제들도 돌아오라고 해! 브랜포드 후작과 상의해서 다시 배정해 주겠다! 아, 펜리스에 있는 애들은 내버려 두고.”
루타니아에 있는 쥬아나 교단은 이미 포리스코가 장악한 상태다. 그는 허수아비가 된 대주교를 대신해 모든 일을 지휘했다.
그렇게 다들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때, 지셀의 손에 드디어 드래곤 하트가 들어왔다.
브랜포드 후작은 조금 찝찝해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에게나 주는 물건이 아니니 꼭 필요한데 쓰도록 해라.”
“걱정하지 마십시오. 분명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지셀이 씨익 웃으며 드래곤 하트를 살펴봤다.
온전한 드래곤 하트가 아니기에 크기는 상당히 작았다. 고작 어린아이 주먹 정도의 크기.
하지만 이 안에 담겨 있는 힘은 누구라도 탐낼 만큼 강대했다.
이걸 사용한다면 펜리스의 전력은 전보다 훨씬 더 빨리 강해질 것이다.
“역시 후작님이십니다. 이렇게 빨리 일을 처리해 주시다니요.”
무려 왕실의 보물이다. 재상과 상의해서 꺼냈다고는 하지만, 브랜포드 후작이 결정하면 누구도 반대할 수 없을 것이다.
국왕은 병에 걸려 누워서 겨우 목숨만 연명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니 왕국의 대소사는 모두 브랜포드 후작의 손에 달려 있었다.
실상 이번 내전은 브랜포드 후작과 델파인 공작의 싸움이나 마찬가지였다.
인사를 하고 나가던 지셀은 문득 궁금한 게 생겨 물었다.
“후작님은 왕이 될 생각이 없으십니까?”
이자가 진작에 왕이 됐다면 왕국은 어쩌면 더 평화로웠을지도 모른다. 전생에 페르디움이 멸망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물론 전생에서 내전 과정을 모두 지켜봤기에 후작이 어떤 대답을 할지는 알고 있었다. 그래도 지셀은 브랜포드 후작의 입으로 직접 듣고 싶었다.
그의 물음에 브랜포드 후작이 피식 웃었다.
“실없는 소리 말거라. 왕실을 지키는 것이 내 소임이다.”
“그렇게 말씀하실 거 같았습니다.”
지셀도 마주 보고 웃은 뒤, 몸을 돌렸다.
누구나 자신의 일생을 다해 지키고 책임지고 싶은 게 있는 법이다.
브랜포드 후작에게는 그것이 이 왕국과 왕실이리라.
* * *
“그놈들이 단순히 조력자가 아니라 배후일 수도 있겠고…….”
지셀은 영지로 돌아가는 길에 계속 머릿속으로 상황을 정리했다.
만약 이번에 라비에르를 만나지 못했다면 여전히 공작가가 마나 연공법을 개량해서 뿌리는 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라비에르는 자신이 직접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이던이 말했던 놈들이 구원교 놈들일 가능성이 크군.”
전생에 자신의 목을 베었던 아이던은 타국의 사람이다. 그가 루타니아까지 올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 또한 구원교 소속이라면 대충 그림이 맞아떨어진다.
구원교는 단순히 전쟁 때만 델파인 공작가를 도와준 게 아니라 이미 배후에서 움직이고 있었다는 뜻이다.
“도대체 그놈들이 뭘 노리는 걸까?”
단순히 왕국을 엎는 것뿐이라면 구원교가 끼어들 필요도 없다. 공작가가 가진 힘만으로도 진작에 가능했었다.
그렇다는 건 다른 목적이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지셀은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몇 가지 사실을 유추할 수 있었다.
“마수의 숲에 뭔가 있군.”
처음 마수의 숲을 건드렸을 때 해럴드는 바로 반응을 보였다. 공작가의 명령 없이 그럴 리는 없었다.
그리고 또 하나. 전생에 구했던 정보에도 이상한 점이 있었다.
“마수의 숲 지도에는 가려 놓은 부분이 있었지.”
어지간한 고위 관리자도 접근하지 못했던 정보라 지셀도 알아내지 못한 부분. 바로 마수의 숲 지도에 까맣게 칠해져 있던 부분이었다.
전에 그렉스들을 잡을 때도 뭔가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었지만, 지금은 확실히 그 부분이 구원교와 관련이 있다는 감이 왔다.
“마수의 숲이 필요한 놈들과 왕국을 전부 차지하고 싶은 놈들이 손을 잡았다고 해야겠군.”
하지만 지금 마수의 숲은 자신의 손에 있다. 결국 그놈들도 자신과 결판을 내야 그곳을 차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어차피 내전이 코앞이니 싸우다 보면 줄줄이 엮어 나올 게 분명해. 굳이 먼저 찾아다닐 필요는 없겠군.’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지셀은 영지에 도착했다. 영지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바로 가신들을 소집했다.
“새로운 마나 집속진을 만든다.”
클로드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마나 집속진은 영지에서 넘쳐나는 룬스톤을 이용해 계속 만들고 있었다.
기사들과 마법사들의 실력을 조금이라도 더 늘리는 데 필요한 일이다. 당연히 아낄 리가 없었다.
“새로운 마나 집속진이 뭡니까?”
“바로 이것을 조금씩 추가해서 만들 거야.”
지셀이 작은 덩어리를 꺼내자 다들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마나를 느낄 수 있는 몇몇만이 표정을 굳혔다.
마나는 개미 눈곱만큼도 느낄 줄 모르는 클로드가 이리저리 그것을 살펴보다 다시 물었다.
“그게 뭔데요?”
“드래곤 하트.”
“푸훕!”
클로드가 거하게 비웃음을 터트렸다.
그도 드래곤 하트가 뭔지는 안다. 드래곤을 잡아야 얻을 수 있는 보물이 드래곤 하트다.
그리고 지셀은 드래곤을 잡은 적이 없다. 아무리 영주가 강해도 드래곤과 싸우면 피떡이 될 거라 확신했다.
“아이참, 그건 또 무슨 장난이에요. 웬디야, 봐 봐. 저게 드래곤 하트래.”
클로드가 안 속겠다는 마음으로 웬디를 부르며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그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이상해서 주변을 둘러보니, 마나를 다룰 줄 아는 인물들은 다 같은 표정이었다.
오직 지셀을 따라 수도에 갔던 길리언만 별 표정 변화가 없었다.
“지, 진짜 드래곤 하트예요?”
“그렇다니까?”
“우, 우와아아! 그거 뭐예요! 어디서 얻은 거예요?”
“왕실의 보물을 받아 온 거야. 대단하지?”
지셀이 자랑스럽게 말하자 가신들은 모두 경악했다.
드래곤 하트는 일국의 왕이라도 내어주길 아까워하는 보물이다. 도대체 무슨 일을 했길래 저런 걸 받아 올 수 있었을까?
지셀은 가신들에게 수도에서 있었던 일을 적당히 설명했다. 가신들은 들으면서도 믿기가 힘들었다.
갑자기 엉뚱한 사교가 튀어나오고 괴물들도 나오고. 그냥 지어낸 이야기 같았다.
물론 지셀은 가신들이 믿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아무튼 그런 일들이 있었으니까 우리도 준비할 게 많아. 빨리 마법사들 전부 모아서 새로 마나 집속진을 만들도록 해. 마법진마다 들어갈 양은 내가 정해서 쪼개 주겠다.”
손톱보다 작은 조각이라도 어마어마한 마력을 품고 있는 게 드래곤 하트다. 분명 기사들의 수련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수도에서 있었다는 일이 진짜였든 영주의 허풍이었든, 영주가 드래곤 하트 조각을 얻어 온 건 사실이었다. 다들 흥분해서 왁자지껄 떠들며 대전에서 나갔다.
그 틈을 타 지셀이 바네사를 따로 불렀다.
“7서클에 대한 깨달음과 지식은 충분하지?”
“그, 그게…… 그렇게 생각은 하는데, 마력이 부족해서 잘 모르겠어요.”
바네사가 안절부절못하며 답했다.
7서클 마법서는 적염의 마탑에서 잔뜩 얻어왔다. 예전처럼 룬스톤으로 실험도 잔뜩 거쳤다.
하지만 마력은 현재 3서클도 채 되지 않으니 확신할 수가 없었다.
지셀은 작게 쪼갠 드래곤 하트를 꺼내며 말했다.
“괜찮아. 이걸 흡수하면 확실히 오를 수 있을 거야.”
“여, 영주님. 그럴 수는 없어요. 그런 보물은 여러 사람을 위해서 쓰여야…….”
“아니. 우리 영지에는 강한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해. 바로 시작할 테니까 준비해.”
바네사가 거절해도 지셀은 전혀 들어 주지 않았다. 애초에 그녀를 위해 이걸 얻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언제까지 다른 마법사들의 마력을 빨아먹으면서 싸우게 할 수는 없었다. 다른 마법사들은 그들 나름대로 할 일이 있었다.
지셀의 강권에 못 이겨 바네사는 어쩔 수 없이 연무장에 가 자리에 앉았다.
“이번에는 내가 도와줄 필요는 없을 거야. 그래도 혹시 모르니 옆에 있어 줄게.”
“네…….”
바네사는 크게 심호흡을 하며 드래곤 하트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지셀이 알려 준 마나 연공법을 이용해서 흡수만 하면 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으읏!”
이 작은 조각에서 엄청난 마력이 그녀의 몸으로 흘러 들어갔다.
보통 마나 연공은 대기 중에 있는 마나를 조금씩 흡수해 자신의 마나를 늘리는 방식이다. 한 번에 흡수할 수 있는 양도 한계가 있다.
하지만 드래곤 하트의 마력은 조각에 있는 그대로 전부 몸 안에 파고 들어갔다. 그걸 버틸 수 있느냐 없느냐는 사용자의 의지와 실력에 달려 있다.
대기 중에 있던 마나와 비교도 안 되는 높은 밀도의 마력이 몰려 들어오니 버티기가 힘들었다.
“으으으…….”
그래도 바네사는 이를 악물며 참아 냈다.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면 마나가 다시 빠져나갈 것이다.
‘할 수 있어.’
‘버텨야 해.’
‘내가…… 내가 더 강해져야 해.’
처음 이곳에 왔을 때와는 달랐다. 그녀는 이제 영지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전력이자 마법사들의 스승이었다.
하지만 바네사는 단순히 그런 의무감만으로 버티는 게 아니었다.
‘영지를…… 지켜야 해…….’
이 영지에 와서 자신의 인생이 바뀌었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이곳이 누군가에게 짓밟히는 건 원하지 않았다.
처음 전쟁에 나섰을 때처럼.
바네사는 누군가의 부탁과 명령이 아니라 스스로의 의지로 이곳을 지키고 싶어 했다.
구오오오오!
흡수된 마력이 그녀의 몸에서 뛰쳐나가려고 날뛰기 시작했다. 바네사는 온 힘을 다해 그것을 통제하려고 했다.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몸이 부풀어 올라 터질 것만 같았다.
‘할 수…… 있어…….’
마나 연공으로 자연스럽게 마력을 모을 때와는 달랐다. 보물을 이용해 억지로 마력을 늘리는 데는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녀의 몸 곳곳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지난한 과정에 정신이 꺼져만 가는 거 같았다. 버티려고 했지만 도무지 버티기가 힘들었다.
‘실패…… 인가…….’
역시 드래곤 하트 같은 보물은 아무나 흡수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그렇게 정신을 잃어 가기 시작할 때.
지셀의 목소리가 그녀의 정신을 깨웠다.
“잘 버텼어. 바네사.”
쩌엉!
바네사의 눈이 번쩍 뜨였다. 동시에 엄청난 마력이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그 마력은 연무장 밖까지 퍼져 나가 다른 이들까지 깜짝 놀라게 했다.
“아…….”
바네사는 자신이 달라졌다는 걸 깨달았다. 힘이 넘치다 못해 폭발할 것만 같았다.
그간 다른 사람의 마력을 흡수하며 마법을 시전했다.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마력의 순도가 그리 높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몸 안에서 꿈틀거리는 이 힘은 다른 사람의 마력을 흡수할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순수하고 깨끗했다.
마력의 순도는 효율과도 연관이 있다. 순도가 높을수록 더 빠르게 마력을 움직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게…… 내가 얻은 힘…….”
혼자 중얼거리던 그녀가 살짝 손을 들어 올리자.
지잉―! 지잉―! 지잉―!
수십 개의 마법진이 허공에 단번에 만들어졌다. 마법진 하나하나에 들어간 마력은 최소 4서클 이상이었다.
그걸 본 지셀이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역시 전생과 같군.’
그간 마력이 부족해서 제대로 쓰지 못했던, 그녀의 장기인 다중 영창이 드디어 제대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저서클 마법 정도는 수십, 수백 개를 동시에 시전할 수 있는 재능이다.
한 마디로 바네사 혼자서 수십 명의 마법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주님…….”
바네사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지셀을 바라보았다.
지셀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3일이나 걸린 거 알아?”
“네? 3일이나요?”
그녀가 깜짝 놀랐다. 상당히 시간이 많이 지난 거 같기는 했는데 앉은 자리에서 3일이나 지났을 줄이야.
거의 무아지경에 빠져 있어서 시간이 그렇게 지난 줄도 몰랐다.
그런데 지셀이 계속 옆에서 지켜 주고 있었을 줄이야.
“죄, 죄송해요. 바쁘실 텐데 저 때문에…….”
“괜찮아. 이 영지에 새로운 초인이 탄생하는 일인데 그 정도 해 주는 건 어렵지 않지.”
지셀은 정말 기분이 좋았다. 이제 명실공히 바네사는 이 왕국의 초인이 되었다.
그리고 이 힘은 앞으로의 전쟁에 무척이나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이 기분 좋게 웃고 있을 때, 사람들이 연무장으로 달려왔다.
“도련님! 뭐예요? 뭐가 어떻게 된 거예요?”
“누가 혼자 좋은 거 다 먹은 거야!”
“바네사! 정말 7서클이 된 거야?”
벨린다와 카오르, 알포이 등이 허겁지겁 찾아왔다. 소름 끼칠 정도로 강력한 마력이 퍼지는 걸 느끼고 달려온 것이다.
지셀은 그들을 보고 마침 생각난 게 있다는 듯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엄지손톱보다 더 작은, 자투리처럼 남은 드래곤 하트의 조각이었다.
그리고는 성큼성큼 알포이에게 다가가 말했다.
“알포이.”
“응?”
“너도 서클 좀 올리자.”
“엑?”
알포이가 멍청한 얼굴로 지셀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