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395)
395 – 그냥 부숴 버리자. (2)
395화 그냥 부숴 버리자. (2)
린더스타인은 왕국에서도 한 손에 꼽힐 정도로 무척이나 크고 견고한 성이다. 서부 사람들은 왕국의 수도인 카르데니아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또한 로드리크 후작은 서부의 병력을 싹싹 긁어 오면서도 봉신들의 반란과 도적들을 견제하기 위해 2만이나 되는 수비군을 린더스타인에 두고 왔다.
그렇기에 테넌트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린더스타인은 거대한 성입니다. 아무리 펜리스 백작이 마스터라 해도 홀로 점령할 수 없는 크기입니다. 수비군도 2만이니 지원군이 갈 때까지 충분히 버텨 낼 수 있을 겁니다. 펜리스 백작은 현재 제대로 된 보급선도 갖추지 못했습니다.”
로드리크 후작과 다른 가신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의 본진이 얼마나 버티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어차피 보급선이 긴 것은 서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펜리스 백작의 군대도 1만이나 되니, 주변을 약탈하며 보급을 채우기도 힘들 것이다.
얼마 전에 약탈당했기 때문에 봉신 영지에는 남은 재산이 거의 없다. 약탈당하지 않은 영주들도 후작에게 병력을 보내며 식량 대부분을 딸려 보냈다.
로드리크 후작이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전에도 2만이나 보냈는데 펜리스 백작을 잡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는 1만의 군대까지 이끌고 있다. 이번에도 당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있나?”
테넌트가 전혀 문제가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쪽의 병력은 2군단의 4만과 후작령의 수비군 2만, 총 6만입니다. 이 정도 수로는 지고 싶어도 질 수가 없습니다. 공성 중인 펜리스 백작의 뒤를 치면 됩니다.”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강해지는 게 군대다. 병력이 6배나 차이가 나는 이상, 아무리 마스터라 해도 당해 낼 수 없을 것이다.
테넌트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펜리스 백작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결국 싸움을 피할 겁니다. 지금 그는 우리를 흔드는 게 목표일 테니까요.”
“흐음…….”
“펜리스 백작이 물러나면 2군단으로 하여금 보급선을 지키게 하면 됩니다. 펜리스 백작의 병력은 고작 1만. 보급선을 끊지 못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 사이 저희가 펜리스를 점령하면 그는 갈 곳도 잃게 됩니다.”
로드리크 후작이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2군단을 후작령으로 돌려보내라. 이번에야말로 펜리스 백작을 잡아 죽이도록.”
전부 우르르 몰려가서 펜리스 백작에게 끌려다니는 것은 하책이다. 본진을 지키면서 펜리스를 점령하면 된다.
마스터인 펜리스 백작만 잡으면 전쟁은 끝난 것과 마찬가지다. 친왕파에 대한 군사 지원은 조금 더 나중에 해도 된다.
그렇게 로드리크군의 2군단이 철군을 시작했고 1군단의 진군 속도가 더 빨라졌다.
* * *
두두두두두두!
펜리스의 1만 기동군은 엄청난 속도로 움직였다. 이미 약탈을 당할 대로 당하고 도적들까지 들끓는 서부에서 이들을 막을 자는 없었다.
“더 빨리 움직인다! 슬슬 소식이 들어갔을 것이다!”
지셀의 외침에 모두가 이를 악물고 말을 몰았다. 펜리스군은 이제 기마 민족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기마술이 뛰어나다.
처음에는 엘프들의 도움을 받아 기술을 익히고, 이후 화살 배송 등의 업무와 강도 높은 훈련을 이어 온 덕분이었다.
그들은 짧은 기간 동안 벌써 몇 개의 성과 요새를 뚫었다. 그럼에도 쉬지 않고 달렸다.
“오늘은 저기다!”
저 멀리 가까운 요새가 보인다. 후작령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작은 요새였다.
열심히 지셀을 쫓던 카오르가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 카오르 정도 되는 실력자도 피곤함을 느낄 정도의 강행군이었다.
“오늘은 저기 먹고 좀 쉬죠?”
하지만 지셀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안 돼, 빨리 후작성을 점령해야 보급을 끊을 수 있어.”
“그러면 그냥 우회해서 거기로 가면 안 됩니까?”
“요새들을 내버려두면 나중에 움직일 때 귀찮아진다. 전쟁은 확실하게 해야 해.”
“에이…… 피곤해 죽겠네.”
투덜거려도 방법은 없다. 영주가 하자고 하면 하는 거다.
“바로 친다!”
두두두두두두!
펜리스군은 그대로 요새 앞까지 다가갔다. 당연히 요새에서도 난리가 났다.
“적이다! 적이 쳐들어왔다!”
병사들이 소리를 지르며 전투 태세를 갖췄다. 하지만 펜리스군을 보는 요새의 지휘관은 사색이 되어 있었다.
이전에 점령당한 영지들의 소식이 속속 들어오는 중이었다. 하나같이 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전부 무너졌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주변에는 병사 500명이 전부였다. 정말 말 그대로 도적들 정도나 막을 수 있는 인원이었다.
지휘관은 덜덜 떨리는 손을 꽉 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 전원 전투 준비…….”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성벽 위로 누군가가 올라왔다.
“누, 누구십니까?”
“펜리스 백작.”
“히이이익!”
뭔가 해 보기도 전에 그 유명한 펜리스 백작이 올라왔다. 고작 500명 가지고는 마스터를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 항…….”
스각!
지휘관은 항복을 외치기도 전에 목이 날아가 버렸다. 그 뒤로 펜리스 기사들 200명이 단숨에 벽을 타고 올라왔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그들을 보고 병사들은 사색이 되어 벌벌 떨었다.
“으아아아! 도망가자!”
“살려 줘!”
“항복입니다!”
어떤 병사들은 소리를 지르며 도망가고 어떤 병사들은 무기를 버리고 바닥에 엎드렸다.
지셀의 위명은 이제 너무나 널리 퍼져 있었다. 특히 서부에서는 거의 악마나 다름없는 취급을 받았다.
“흠.”
지셀은 도망가거나 엎드린 병사들을 보며 외쳤다.
“전부 이 요새를 벗어나 도망간다면 살려 주겠다. 멋진 도적들이 되도록!”
그 외침은 절망 속에 내려온 한 줄기 빛이나 마찬가지였다. 엎드린 병사들이 모두 벌떡 일어났다.
“감사합니다!”
“복 받으실 겁니다!”
“꼭 서부를 점령하십시오!”
로드리크 후작은 악명 높은 영주였다. 병사들에게 충성심이란 전혀 없었다.
그들은 죽다 살아난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자신들의 무기를 챙겨 도망가기 바빴다.
지셀은 굳이 이들을 죽이지도, 요새에 남겨 두지도 않았다.
어차피 나중에는 자신의 병사가 될 이들이니 죽이는 건 손해다. 그렇다고 요새에 남겨 두면 로드리크의 추격군이 데리고 갈 게 뻔했다. 밖으로 몰아내는 것이 최선책이었다.
지셀이 피식 웃더니 기사들에게 말했다.
“쉽지? 잠깐 쉬었다가 다음 장소로 이동하자고.”
요새 하나 점령하는 데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숫자 차이가 너무나도 명백하니 적들은 감히 싸울 엄두도 내지 못했다.
물론 끝까지 덤비는 적들은 깡그리 몰살했다. 그러니 악명은 더 치솟고, 다들 지셀과 싸우기를 더 꺼리게 되었다.
펜리스군은 전투보다는 오히려 이동하느라 더 지친 상태였다.
요새를 점령한 이들은 잠깐이나마 편하게 쉬면서 요새에 비축되어 있던 식량을 전부 거덜 냈다.
당연히 이 요새에 있는 식량만으로는 1만이 배를 채우기는 부족했다. 그렇기에 오는 동안 쓸어 온 식량을 모두 털어먹고, 그러고도 부족해 가루로 된 전투 식량까지 챙겨 먹었다.
잠깐 쉬는 동안 정찰을 나갔던 다크가 지셀에게 다가왔다.
까마귀로 변한 다크는 지셀의 어깨에 앉아 수다스럽게 떠들었다.
“주인, 주인. 추격군이 움직이고 있다.”
“위치는?”
“아직 서부 인근에도 도착하지 못했어. 그런데 엄청 많아.”
“얼마나 되는 거 같은데?”
“어…… 몇만은 되는 거 같아. 아무튼 그냥 많아. 진짜 많아. 우리 몇 배는 되는 거 같아.”
다크는 아직도 병력 규모를 잘 파악하지 못했다. 수가 적으면 눈대중으로 대충 읽지만, 수가 많으면 그걸 하나하나 일일이 세곤 했다.
몇 번이나 가르쳐 주어도 영 익히지 못하고 있었다.
지셀이 혀를 차며 다크를 타박했다.
“아니, 왜 아직도 그걸 몰라?”
“내가 숫자에 약해.”
“어휴……. 그러면 진군 속도는 어떻지? 언제쯤 서부에 도착할 거 같아?”
“우리보다 느려.”
“……그래.”
정찰과 통신 수단으로 굉장히 편리하긴 한데 정교함이 상당히 떨어진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다크의 분신체에 다시 마나를 조금 주입한 지셀이 말했다.
“계속 위치 확인하고, 우리가 쳐부순 곳에 도착하면 알려 줘. 그 정도면 내가 속도를 예측할 수 있으니까.”
“알겠어!”
다크는 다시 하늘을 날아 추격군을 감시하러 떠났다.
지셀은 모두를 둘러보며 외쳤다.
“자, 다시 이동!”
두두두두두!
속도 하나만큼은 이제 왕국 제일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펜리스군이다. 이들은 비슷한 방식으로 각 성과 요새들을 순식간에 쓸어버리며 움직였다.
얼마 전에도 지셀이 와서 한번 난리를 치고 갔던 데다, 로드리크 후작이 병력을 죄다 차출해 갔으니 도무지 그들을 막을 자가 없었다.
간혹 도적들이 정찰을 나왔다가 펜리스의 깃발을 보고 기겁했다.
“북부의 악마가 또 왔다!”
“이번에는 군대까지 끌고 왔어!”
“모두 피해라!”
도적들 대부분이 저번 전투 때 지셀에게 단단히 혼이 난 자들이었다. 그들은 깃발을 보자마자 숨거나 도망가기 바빴다.
아무도 앞을 막는 자가 없으니 고작 며칠 만에 펜리스군은 목표로 하던 곳에 도작할 수 있었다.
로드리크 후작의 본거지이자 서부 최고의 성, 린더스타인.
지셀은 성을 바라보며 웃었다.
“저 성만 점령하면 놈들의 보급이 끊기고 굶어 죽는 거다.”
“우와…….”
기사들과 병사들은 린더스타인 성을 보고 입을 벌렸다.
정말 수도인 카르데니아 못지않게 거대한 성이었다. 저런 성은 지금까지처럼 그냥 넘어서 점령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런 거대한 성은 꼼꼼할 정도로 곳곳에 방어 마법을 새겨 놓곤 한다. 대대로 성을 증축할 때마다 많은 돈을 들여 계속 마법진을 새기는 것이다.
서부 최대의 부호인 로드리크 후작가의 성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저 정도면 마법으로 부수기는 쉽지 않겠지.”
6서클 마법까지는 충분히 막을 수 있을 테고, 7서클 마법사인 바네사가 마법을 난사해도 위력이 반감될 것이다.
그래서 지셀은 바네사를 영지에 두고 몇몇 보조 역할을 할 마법사들만 데리고 왔다.
그녀가 있으면 더 편하긴 했겠지만 아직 영지에 초인이 하나 더 있다는 사실을 공개할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바네사가 없어도 저 성 정도는 충분히 부술 수 있으니까.
린더스타인의 지휘관, 레이넌은 저 멀리 펜리스군이 진을 치는 걸 지켜보았다.
“마법사들은 곳곳에 대기해라! 펜리스에는 6서클 마법사가 있다! 방어 마법으로 막을 수 있겠지만 혹시 모르니 디스펠 마법을 준비하도록!”
그는 이 성의 방위 사령관을 맡을 정도로 능력이 출중한 자였다.
펜리스군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수성 준비를 단단히 해 둔 상태였다.
“적의 수장은 마스터지만 겁먹을 필요 없다! 저들은 공성 병기를 가져오지 않았다! 기사들과 함께 성벽을 넘지 못하게만 하면 된다!”
성벽을 넘는 데 필요한 갈고리와 사다리를 쉽게 걸지 못하도록 경사진 구조물을 추가로 성첩에 배치했다.
또한 적들이 올라오는 도중 화살을 쏘거나 창을 찌를 수 있는 틈 뒤에는 병사가 아니라 기사들을 배치했다.
빠르게 올라오는 펜리스 기사들을 노리기 위해서였다.
적들이 가까이 다가왔을 때 공격할 수 있는 대형 발리스타도 배치되어 있었다.
“조금만 기다리면 지원군이 와서 저들의 뒤를 칠 것이다! 우리는 그때까지 버티다가 그때 나가서 싸우면 된다! 남은 투석기도 가져와라!”
투석기는 대부분 본대가 가져갔지만, 방어를 위해 두 대 정도는 남아 있었다.
이 정도면 아무리 펜리스 백작이라도 이곳을 점령할 수 없을 것이다. 자신들은 그저 막기만 하며 기다리면 된다.
아니, 막을 필요도 없을 터였다. 적들은 공성 병기가 없으니 쉽게 다가오지도 못할 것이다.
“경계를 게을리하지 말아라! 야간에 몰래 성을 넘으려고 할 수도 있다!”
레이넌은 정말 최선을 다해 대비했다. 병사들이 긴장감을 놓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격려하고 사기를 북돋웠다.
이 정도면 서부에서 흔치 않은 지휘관이었다.
과연 펜리스군도 방법이 없는지 저 멀리서 대기하고만 있을 뿐이었다.
지셀은 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야, 준비 많이 했네. 성벽을 넘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지가 여기서도 느껴질 정도야.”
이 상태로는 돌격을 해도 투석기와 발리스타 공격에 당할 것이다. 마법으로 견제를 하려 해도 성에 남아 있는 마법사들과 성벽의 방어 마법에 대부분이 막힐 것이다.
피식 웃은 지셀이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돌 좀 구해 와라. 그냥 부숴 버리자.”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200명의 기사 전원과 2천의 병사들이 사방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레이넌이 비웃음을 띠었다.
“식량을 구하러 가는 건가? 제대로 식량도 준비해 오지 못한 모양이군.”
딱 봐도 전원이 전투병이다. 보급 부대가 따라올 만한 속도도 아니었다.
“고민만 하다가 돌아가겠군.”
마스터가 끼어 있다 해도 고작 1만의 군대에 무너질 만한 성이 아니다. 그것도 공성 병기가 없다면 더더욱.
성벽을 몰래 넘어오는 것만 조심하면 된다. 결국 저들은 어쩔 수 없이 퇴각할 것이다.
그렇게 하루가 꼬박 지나고 다음 날이 오자 성의 병사들은 조금 긴장을 놓았다.
정말 공성 병기도 없이 병사들만 계속 왔다 갔다 하니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아무리 펜리스 백작이라도 여기는 어쩔 수 없나 봐.”
“그럼, 다가오기만 해도 다 죽어 버릴걸?”
“맨몸으로 이 성에 돌격하는 건 무모한 짓이긴 하지.”
안심하면서도 그들은 눈을 부릅뜨고 펜리스군을 살펴보았다. 어쨌든 방심하면 순식간에 성에 달라붙을 놈들이니까.
그러던 중 갑자기 한 병사가 중얼거렸다.
“도대체…… 뭐 하는 거지?”
다른 병사들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펜리스군은 무지막지할 정도로 큰 돌을 마구 쌓아 놓고 있었다.
“공성 병기도 없으면서 뭐 하는 거야?”
“설마 여기에 돌성이라도 지으려는 건가?”
“그런 거 해서 뭐 하게?”
그렇게 신기하다는 듯 구경하고 있는데 갑자기 모든 병사가 몇 명씩 조를 짜고는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멍한 표정으로 그걸 보고 있던 병사들의 눈이 점점 커졌다.
“뭐, 뭘 만드는 거지?”
이상한 구조물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창대를 연결해서 계속 높이와 크기를 키우는 것 같았다.
가장 높은 곳에서 그걸 보고 있던 레이넌의 표정에도 의아함만이 가득했다.
그리고 잠시 후, 펜리스군이 만든 물건을 본 로드리크 병사들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저, 저거…….”
“설마 투석기야? 저게 정말 투석기라고?”
“어, 어떻게 갑자기 투석기가…….”
펜리스군의 진영에는 무척이나 거대하고 괴상하게 생긴 구조물이 순식간에 10개나 세워졌다.
그리고 그건…… 아무리 봐도 투석기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