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398)
398 – 기술의 차이를 보여 줘라. (2)
398화 기술의 차이를 보여 줘라. (2)
성을 직접 점령하기 힘들 때 쓰는 대표적인 방법은 성을 포위하고 그 안의 병력을 굶기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지금은 쓰기 어려웠다. 그랬다간 정작 자신들이 굶어 죽게 생긴 상황이다. 로드리크군에게 보낼 보급품이 전부 저 안에 있었다.
주변 봉신 영주들은 거지가 됐다. 약탈할 곳도 없었다. 어떻게든 저 성을 다시 뺏어야 원활하게 보급을 할 수 있었다.
“방법을 찾으란 말이다! 방법을!”
“이, 일단 저희도 공성 병기를 구해야 할 거 같습니다. 성벽 위의 병력과 투석기를 공격하고 이미 뚫린 곳을 더 넓게 만들면 대군의 이점을 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떻게 구하겠다는 거냐!”
“주변 영지들을 돌면 분명 남은 게 있을 겁니다. 그곳에서 차출해 오고, 그래도 부족하면 이곳에서 자원을 구해 만들어야 할 거 같습니다.”
“으으으…… 그딴 게 저 성에 통하겠냐?”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어떻게든 해 봐야 할 거 같습니다.”
어쩔 수 없이 글래스고 백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되든 안 되든, 뭐라도 다 해 봐야 할 상황이었다.
“일단 주변 영지들을 돌면서 공성 병기와 식량도 얻어 와라. 나중에 후작가에서 충분히 보상해 주겠다고 하도록.”
글래스고 백작의 명령에 따라 일부 병력이 주변 영지로 흩어졌다.
며칠 뒤 돌아온 그들은 고작 3대의 투석기와 한 대의 충차만 구해 왔을 뿐이었다.
글래스고 백작은 숨을 씩씩 내쉬며 물었다.
“이게 전부라고? 식량은?”
“대부분이 펜리스군과 도적 떼에게 파괴되었고…… 멀쩡한 것들은 우리가 차출한 상태였습니다. 식량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다른 영지들도 굶고 있었습니다.”
“으으…… 으으으으…….”
글래스고 백작은 이만 갈며 어떠한 말도 하지 못했다. 실제로 후작가에서 병력과 함께 물자까지 어마어마하게 징발한 것도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펜리스군이야 전부터 서부 영지들을 약탈하고 돌아다녔기에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완전히 토벌하지 못한 도적 떼가 아직도 문제인 모양이다.
“이, 일단 가져온 투석기로 공격해 봐라.”
충차는 쓸 필요도 없었다. 끌고 가는 중에 집중 공격을 받고 박살 날 게 뻔했다.
로드리크군은 그나마 구해 온 투석기로 공격을 시도했다.
파아아앙!
쿠웅! 쿠웅! 쿠웅!
돌은 성에 닿지도 못하고 떨어졌다. 좋은 건 진작에 다 1군단이 가져갔으니 남은 건 오래되고 성능이 떨어지는 것뿐이었다.
“조금 더 가까이 가고 돌을 가벼운 걸로 바꿔 봐라.”
아쉬운 마음에 다시 시도해 보았다. 과연 거리를 좁히고 가벼운 돌을 쓰자 성벽까지 날아가긴 했다.
하지만 성벽에 닿는 것만으로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콰아아앙!
성을 향하던 돌은 어디선가 날아온 창에 맞아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무게도 가볍고 작은 돌 따위는 펜리스의 기사들도 부술 수 있었다.
하물며 달랑 3개씩 날아오는데 그게 무슨 위협이 된단 말인가.
“으으으…….”
글래스고 백작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을 때, 지셀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기술의 차이를 보여 줘라.”
끼이이익…….
펜리스 기동군 병사들이 투석기에 가벼운 돌을 장전하고 쏘아 대기 시작했다.
퍼엉! 퍼엉! 퍼엉!
돌들은 높이 포물선을 그리며 로드리크군이 대기하고 있던 진영까지 떨어졌다.
콰앙! 콰앙! 콰앙!
“으아아악!”
“저놈들이 투석기 공격을 시작했다!”
“군사를 더 뒤로 물리셔야 합니다!”
뜬금없는 투석기 공격을 받고 병사들이 또 죽어 가기 시작했다.
글래스고 백작이 이를 갈았다. 이쪽은 공격을 못 하는데 저쪽은 공격을 한다. 미칠 것만 같았다.
“뒤로 물러나라! 더 뒤로 물러나라!”
로드리크군은 미처 정신도 차리지 못하고 혼비백산해서 물러났다. 그나마 가져온 3대의 투석기는 이미 박살이 나고 말았다.
글래스고 백작은 그제야 깨달았다. 전쟁은 단순히 초인과 기사들만으로 하는 게 아니라는 걸.
기술의 격차로도 이런 압도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글래스고 백작은 손톱을 마구 물어뜯었다.
“어떻게 하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처음 출정할 때만 해도 이런 상황이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이 대군을 이끈다는 자부심과 자신감이 무한히 치솟았다.
펜리스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머릿속엔 오직 공작가와의 싸움에서 큰 공을 세워 왕국에 자신의 이름을 날릴 생각만 가득할 뿐이었다.
그런데 그 펜리스군에 1만이나 되는 병력을 잃고도 이길 방도가 보이지 않았다.
포기할 수도 없었다. 여기를 탈환하지 못한다면 자신들의 본대도 끝이리라.
“아니, 아니지. 펜리스는 식량이 많다고 들었어. 본대는 쉽게 그곳을 점령할 수 있을 거야.”
그나마 다행인 일이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자신만 펜리스 따위에 병력을 잃어버린 한심한 놈이라고 망신당하게 된다. 자칫하다간 명예도 잃고 목숨도 잃을 수 있었다.
어떻게든 여기를 되찾아야 했다.
글래스고 백작은 단단히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기마병과 방패병을 앞세워 모두 성을 향해 달려라. 기마병들도 모두 방패를 착용하도록.”
“위험합니다!”
“어떻게든 투석기의 사정거리만 돌파하면 된다. 앞서가는 기마병들과 방패병이 화살 공격을 막는다. 그사이 다른 병력이 밀고 들어가면 된다.”
“피, 피해가 엄청날 겁니다.”
“그게 아니면 방법이 있나! 전군이 전부 돌격하면 돼! 1만의 피해를 보더라도 2만이 들어가면 우리가 이길 수 있다!”
참모는 침을 꿀꺽 삼켰다. 2만이 들어가도 이긴다는 보장이 없었다. 펜리스 백작 홀로 수천의 병사는 상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한번 당했으니 병사들도 전처럼 당황하지 않을 거다. 저번처럼 주춤하지 말고 전력을 다해 달려라. 이 인원이 다 달리면 투석기가 100대라도 막을 수 없다. 알겠나?”
“아, 알겠습니다.”
부우우우웅!
전투 나팔이 울리고 로드리크군은 다시 진형을 갖췄다.
명령을 전달받은 병사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저 무시무시한 공격이 쏟아지는 성으로 죽을 각오를 하고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살려면 어떻게든 빨리 성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게 그나마 살아남을 가능성이 컸다.
그렇게 로드리크군이 진형을 갖추고 돌격을 준비하는 걸 보고 지셀이 혀를 찼다.
“쯧쯧……. 쓸데없이 병사들을 소모하는군.”
그가 봤을 때는 최악의 방법이었다. 차라리 물러났다가 다른 방법을 찾아왔어야 했다.
그 마음은 이해가 갔다. 시간이 갈수록 보급 문제로 시달릴 테니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와 이렇게 된 거 더 열심히 뛰어오게 해 줘야지. 성문을 열어라.”
끼이이익…….
지셀의 명령에 린더스타인의 거대한 성문이 열렸다.
단단한 성문은 동시에 수백 명도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컸다.
갑자기 성문이 열리자 글래스고 백작은 당황했다.
“뭐야? 저걸 왜 열어? 설마 나와서 싸우겠다는 건가?”
그러면 더 좋다. 직접 맞서 싸우면 자신들이 이길 수 있다. 아무리 상대 쪽에 마스터가 있다 해도 이 많은 병력이라면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성벽 위의 펜리스군은 미동도 없었다. 대신 지셀이 화살 하나를 쏴 로드리크군의 진영에 떨어뜨렸다.
글래스고 백작은 이게 뭔 일인지 몰라 눈만 껌뻑거렸다.
“뭐야? 저거 뭐야?”
“화살에 쪽지가 묶여 있습니다.”
“가져와 봐라.”
협상하자는 건가 싶어 조금 기대하며 쪽지를 펴 보았다.
[성문을 열어 놓고 싸우겠다. 자신 있으면 들어와 보든가.]“이, 이이익! 이 새끼가 감히!”
엄청난 자신감에서 비롯된 조롱이었다. 글래스고 백작은 열이 올라 얼굴이 시뻘게졌다.
“감히! 북부의 촌놈 새끼가 감히!”
사실 지금은 명성으로도, 실력으로도 글래스고 백작은 펜리스 백작에게 안 된다. 하지만 오랫동안 북부를 무시했던 글래스고 백작으로서는 이런 조롱을 참을 수가 없었다.
“당장 돌격해라! 충분히 할 만하다! 방패병들은 전력을 다해 화살을 막아라!”
“와아아아아!”
병사들은 두려움을 던져 버리려는 듯 크게 함성을 내지르며 달려 나갔다.
두두두두두!
가장 먼저 기마병들이, 그 뒤를 이어 방패병들이 달려 나갔다. 이들이 어떻게든 자리를 잡고 화살 공격을 막아야 했다.
콰아앙! 콰앙! 콰아앙!
성에서 다시 투석기 공격이 시작됐다. 달려오던 병사들이 무수하게 터져 나갔다.
그래도 전과 달리 주춤거리지 않자 꽤 많은 인원이 살아남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거기다 전군이 이를 악물고 달리고 있다. 투석기만으로는 3만에 가까운 수를 막을 수가 없었다.
병사들이 개미 떼처럼 성에 달라붙으려 하자 다시 활 공격이 시작되었다.
파아아아앗!
“으아아아악!”
1만에 가까운 화살을 맞고 죽어 가는 병사들이 더 많았다.
겨우겨우 도착한 기마병들과 방패병들이 진형을 갖추고 방패를 들어 올렸다.
타앙! 타타탕! 타앙!
타고 온 말들은 죽었지만 방패를 올린 자들은 살아남았다. 그리고 뒤이어 들어온 보병들이 그들의 보호를 받으면서 두 명, 세 명씩 짝지어 전진했다.
그 모습을 본 글래스고 백작이 충혈된 눈으로 웃었다.
“봐라! 가능하잖아! 저대로 들어가면 되잖아!”
화살 공격이 분산되니 살아남는 병사들이 확실히 더 많아졌다. 하지만 참모들의 표정은 어둡기 그지없었다.
‘벌써 수천이 죽었다.’
‘들어간다 해도 이길 수 있을까?’
‘펜리스 백작이 아직 안 움직였어.’
만약 상대측에 마스터가 없다면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천의 용병들만으로 2만의 군대와 싸워 이긴 적도 있는 펜리스 백작이다.
병사들을 밀어 넣는다고 끝난 게 아니라는 뜻이다.
과연 참모들의 불길한 예상을 실현해 주려는 듯, 성벽 위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셀이 창을 이리저리 몇 번 흔들더니 말했다.
“기사들은 날 따라와라. 화살 공격은 뒤쪽에만 하도록.”
이대로 가만히 있어도 승리할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구경만 하고 있기에는 몸이 근질근질했다.
지셀은 단숨에 성벽 위에서 뛰어내렸다.
콰아아아앙!
“으아아아악!”
지셀이 땅에 창을 꽂으며 마나를 폭발시키자 모여있던 로드리크군이 전부 몸이 터지며 튕겨 나갔다.
번쩍!
그의 창이 움직일 때마다 붉은 선이 번뜩였다.
화살 공격만 막으며 성문으로 들어가려 했던 병사들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할 수밖에 없었다.
콰앙! 콰아아앙!
지셀은 주변에 있던 적들을 빠르게 죽여 나갔다. 그의 갑작스러운 난입에 로드리크군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으아아악!”
“적이 나왔다!”
“싸워라! 어서 싸워라!”
언제부터인지 투석기와 화살 공격은 뒤쪽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어떻게든 싸워 보려고 방패까지 집어 던지고 덤벼들었지만 지셀의 상대가 될 리 없었다.
지셀이 미친 듯이 적들을 죽여 나가자 이번에는 새로운 자들이 다가왔다.
“적은 하나다! 모두 다 덤벼라!”
로드리크의 기사들이 크게 외치며 지셀에게 달려들었다. 기사답게 투석기 공격을 피하고 화살 공격까지 쳐 내며 다가온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도 지셀의 공격을 막지 못하고 덤비는 족족 죽어 나갔다.
그사이 성벽 위에서도 기사 200명이 줄을 잡고 급하게 뛰어내렸다.
쿠웅! 쿠웅! 쿠웅!
“아야야야!”
“너무 급하게 뛰었어!”
“젠장! 팔 나간 거 같아!”
성벽이 너무 높다 보니 기사들은 지셀처럼 멋지게 뛰어내리지 못했다. 대부분이 낙법을 써서 구를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높아도 너무 높았다. 너무 아파서 비명이 나올 정도였다.
지셀을 막기 위해 다가오던 로드리크 병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그들에게 달려왔다.
“다 넘어져 있다!”
“저놈들이라도 먼저 죽여라!”
“지금이 기회다!”
어떻게든 적을 하나라도 줄여야 하는 로드리크군의 입장에서는 정말 좋은 기회였다.
저 높은 성벽에서 뛰어내리다니 미친놈들이 분명했다. 충격이 클 테니 자신들만으로도 죽일 수 있으리라.
스각! 스각!
하지만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어느 순간 벌떡 일어난 카오르가 미친개처럼 날뛰었기 때문이다.
“빨리 일어나라! 이 병신들아! 누워 있다가 죽을 거야?”
카오르의 검이 움직일 때마다 다가오던 병사들이 우수수 죽어 나갔다. 그의 실력은 실전을 겪을수록 더 날카로워졌다.
그 틈을 타 벌떡 일어난 기사들이 로드리크군에게 덤벼들었다.
“으아아악! 이놈들 멀쩡하잖아!”
로드리크군은 펜리스 기사들의 공격을 받고 비명을 내질렀다.
투석기와 화살 공격을 피해 겨우 여기까지 왔다. 이미 그것만으로도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뒤에서 달려오는 아군들은 여전히 원거리 공격에 죽어 나가고 있었다. 그러니 빠르게 인원이 모이지도 못했다.
그런데 200명이나 되는 펜리스 기사들이 날뛰니 도무지 막을 방법이 없었다.
콰앙! 콰앙! 콰앙!
“으아아아악!”
로드리크군의 비명이 사방에서 울렸다. 죽어 가면서 달려왔는데 도착하면 도착하는 대로 또 죽는다.
보다 못한 참모들이 글래스고 백작에게 외쳤다.
“후, 후퇴하셔야 합니다! 펜리스 백작이 앞을 막고 있습니다!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으으으으……. 성공했잖아! 앞까지 다가갔잖아! 저놈만 뚫으면 다 들어갈 수 있잖아!”
“안 됩니다! 이 방법으로는 절대 안 됩니다! 대군으로 포위하지 않는 이상, 가는 족족 펜리스 백작에게 죽고 말 겁니다!”
“으아아아아아! 펜리스 백작!”
글래스고 백작은 피눈물을 흘렸다. 얼핏 봐도 순식간에 1만이 넘는 인원을 또 잃었다. 그리고 지금도 계속 빠른 속도로 병력이 줄어들고 있었다.
정말 공성탑이라도 여러 대 가져오지 않는 이상 저 성을 공략하기는 불가능했다.
“후퇴하라! 후퇴해!”
그가 비명처럼 후퇴 명령을 외쳤다.
뿌우우우우!
후퇴 나팔이 울리고 로드리크군은 살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몸을 돌렸다.
다시 투석기 공격과 화살 비를 뚫으며 도망가야 하지만 앞으로 돌격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도망가는 적들을 펜리스의 기사들이 쫓으려 하자 지셀이 소리 질렀다.
“멈춰라!”
그 한마디에 기사들이 걸음을 멈췄다. 성벽 위에서 쏘아 대던 투석기와 화살 공격도 멈췄다.
피범벅이 된 지셀이 크게 심호흡을 한 뒤 외쳤다.
“펜리스!”
지셀이 창을 앞으로 뻗었다. 대열이 다 망가진 채 도망가는 로드리크군이 보였다.
“전원 돌격하라!”
그의 외침은 그 어떤 때보다 전장에 크게 울렸다. 동시에 성벽 위에 있던 병사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두두두두두!
말에 올라탄 펜리스의 병사들이 열린 성문과 뚫린 성벽을 통해 뛰쳐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