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440)
440 – 너희들이 포위된 거지. (1)
440화 너희들이 포위된 거지. (1)
워로카는 6만의 전사들을 끌고 왔다. 북부를 모두 휩쓸기에는 충분한 수였다.
그 앞을 막은 아멜리아의 레이폴드군은 고작 1만이었다.
하지만 워로카는 한 번의 접전으로 무려 1만이나 되는 전사들을 잃고 말았다. 반면 상대는 거의 피해를 보지 않았다.
워로카는 바로 쫓아가서 공격을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저게 함정인지 진짜 물러나는 건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
“으으으…… 저 계집이…… 저 계집이 감히!”
전사로서의 수치다. 북방의 기나긴 역사에서 여자한테 이리 큰 피해를 당한 자는 자신밖에 없을 것이다.
눈앞에는 전사들의 시체만 가득했다. 레이폴드군의 시체는 거의 보이지도 않았다.
완벽할 정도의 전술에 말려들었으니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
전사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수군거렸다.
“우리가…… 지금 진 거야?”
“저쪽은 여자가 대장이라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이렇게 죽었다고?”
“도대체 뭐에 당한 거야?”
전사들이 수치스럽다는 표정으로 워로카를 힐끗 바라보았다. 그의 능력을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차피 부족들은 식량 때문에 강제로 연합한 상태였다. 워로카에 대한 충성심이 있을 리 없다.
워로카도 그런 분위기를 느끼고 크게 성을 내었다.
“뭣들 하냐! 일단 전장을 수습하고 숙영지를 꾸려! 그리 큰 피해도 아니잖아! 결국 우리가 훨씬 더 많아서 이길 수밖에 없다! 저쪽도 계속 싸우기 힘드니까 후퇴한 거잖아!”
사실 엄청난 피해다. 하지만 워로카는 별거 아니라고 계속 전사들을 억눌러야 했다.
전장 정리도 크게 할 건 없었다. 시체를 다 치울 수 없으니 쓸 만한 무기나 살아남은 말을 챙기는 정도였다.
아군의 시체를 뒤로하고 야만인 군대는 조금 더 전진했다. 주변에 시체를 가득 쌓아 놓고 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충 천막을 치고 말들을 묶은 뒤 쉬기 시작했다.
“어으, 피곤하다.”
“이제 조금 쉬자.”
“오늘은 푹 자자고.”
전사들은 단순한 만큼 아군이 잔뜩 죽은 건 금세 잊었다. 워낙 많은 부족이 연합한 상태라 어차피 반쯤은 남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큰 전투였으니 다들 금세 피로가 몰려올 수밖에 없었다. 직접 싸움에 참여하지 않은 전사들도 긴장감으로 몸이 굳어 있었다.
다들 쉬느라 경계 상태가 개판이었지만 아무도 별달리 걱정하지 않았다. 북부에 군대가 남지 않았다는 건 다들 알고 있었으니까. 유일하게 남아 있던 레이폴드군도 퇴각했다.
“어차피 우리 칠 놈 없잖아?”
“그렇지, 좀 앉아서 쉬자고.”
“아까 싸운 놈들도 도망갔잖아.”
워로카도 딱히 군기를 잡지는 않았다. 괜히 지금 전사들의 불만을 살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젠장, 그 계집 때문에 내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군.’
그저 이만 갈며 아멜리아를 욕하는 게 전부였다.
이들은 숙영 경험도 별로 없었고, 숙영지를 제대로 꾸려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애초에 소수 단위로 움직이며 약탈만 하던 자들이라 숙영지를 세울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개판인 채로 마음 편히 쉬던 전사들은 새벽쯤 갑자기 들려온 말발굽 소리에 황급히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두두두두두두!
“일어나!”
“적이다! 적이 습격해 온다!”
“뭐야! 어디서 오는 거야!”
늘어지게 자고 있던 야만인 전사들이 다급하게 무기를 들고 일어났다.
습격당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하고 있었기에 다들 우왕좌왕하기만 했다.
워로카가 천막 안에서 튀어나와 크게 외쳤다.
“정신들 차려! 진형을 갖춰! 싸울 준비를 해라!”
전사들이 허겁지겁 어설프게나마 대열을 갖췄다.
그런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분명 말발굽 소리를 들었는데……?’
모두 침묵을 지킨 채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두두두두두…….
소리가 멀어졌다. 이 주변을 도는 거 같기는 한데 도무지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었다.
전사들은 모두 긴장한 채로 주변만 둘러볼 수밖에 없었다. 어두운 밤이라 멀리까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동이 틀 때까지 긴장하고 있던 전사들은 밤새 아무 일이 없자 그제야 주저앉았다.
“시발! 뭐야!”
“그냥 왔다가 돌아간 거야?”
“우리가 일어나서 안 친 거 아니야?”
다들 피곤한 기색으로도 좋다고 떠들었다. 누구는 자신들이 무서워서 피한 거라고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뜬눈으로 밤을 새운 워로카는 이를 갈 수밖에 없었다.
“이년이 감히…….”
의도야 뻔했다. 그냥 자신들을 긴장시키기 위해 온 게 분명했다.
이런 수작으로 신경을 거슬러 자신들이 쉬지 못하게 하려는 속셈인 것이다.
이 상태로는 진군을 계속할 수가 없다. 다들 전투를 치르고 제대로 쉬지 못했다.
“내가 두 번 당할 수는 없지.”
워로카는 과감하게 진군을 멈추고 낮에 전사들을 쉬게 했다.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낮에 쉬고 밤에 움직일 생각이었다.
자신들은 시야가 밝으니, 낮이라면 멀리서 오는 군대를 빨리 발견할 수 있을 터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좋은 걸 알려줬어. 우리도 밤에 기습을 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상대방도 쉬지 못하게 하면 된다.
병력은 이쪽이 월등하게 많다. 인원을 나누어 돌아가면서 적을 쉬지 못하게 방해하면 상대는 금세 지칠 것이다.
“정찰조를 먼저 보내도록. 분명 우리를 막기 위해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을 테니까.”
워로카의 명에 야만인 정찰조가 주변을 돌아 꽤 멀리 있는 레이폴드군의 진영을 찾아냈다.
낮에 충분히 휴식을 취한 야만인 전사들 중 1천 명이 레이폴드군의 진영을 기습하기 위해 움직였다.
물론 이들도 실제로 충돌을 일으키려는 건 아니었다. 자신들이 당한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상대를 지치게 할 속셈이었다.
두두두두두두!
“끼야아아아앗호우!”
“일어나라 이 새끼들아!”
“으하하하! 우리가 왔다!”
야만인 전사들은 약탈과 비슷한 이런 일에 오히려 익숙했다. 그들은 레이폴드군의 진영을 발견하자 조금 떨어진 곳에서 주변을 돌며 시끄럽게 떠들었다.
당연히 레이폴드군의 진영에서도 약간의 소요가 일어났다.
금세 횃불이 늘어나고 병사들이 나와 전투 준비를 마쳤다.
두두두두두두!
“으히히히, 이대로 쳐들어가고 싶네.”
정신 나간 전사 몇 명이 몸을 들썩였다. 1천 명은 적은 수가 아니다. 이대로 돌격만 해도 상대에게 제법 피해를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저 상대가 긴장한 상태로 잠을 못 자게 하는 것만이 그들의 목표였기에 딱히 다른 시도를 하진 않았다.
야만인들은 여전히 레이폴드군을 보고 비웃었다.
“야야, 쟤네 쫄았나 보다.”
“엄청 딱딱한 애들이라니까.”
“우리만 당하고 있을 줄 알았냐!”
레이폴드군은 진형을 갖춘 채 딱히 그들을 쫓거나 추격하지는 않았다. 야밤에 추격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야만인 전사들은 마음 놓고 주변을 돌며 시끄럽게 떠들었다.
적당히 신경만 거슬리게 한 그들은 돌아가기 위해 말머리를 돌렸다. 아직 어두운 밤이라 달빛에만 의지해야 했다.
“야, 이제 돌아가자. 다음 조랑 교대해야지.”
그들이 그렇게 레이폴드군 진영에서 멀어지던 그때.
화르르륵!
갑자기 양옆에 수많은 불빛이 보였다.
“어? 어? 뭐야?”
전사들이 당황할 때, 어두운 하늘에 불화살 수백 개가 날아올랐다. 곧 그것들은 유성처럼 야만인 전사들의 대열에 떨어졌다.
퍼퍼퍼퍽!
“으아아악!”
히이이잉!
화살에 맞은 전사들과 말들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뒹굴었다.
분명 올 때만 해도 주변에서 전혀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그 말은 어딘가 멀리 숨어 있다가 다가왔다는 뜻이다.
“빨리 움직여!”
“저 새끼들 뭐야!”
“도망가! 도망가라고!”
야만인 전사들이 갑작스러운 공격에 우왕좌왕했다. 어두운 밤에 양쪽에서 화살 공격이 날아오니 제대로 대응조차 할 수 없었다.
결국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빨리 이 지역을 벗어나 돌아가는 것뿐이었다.
패잔병 꼴로 나타난 전사들을 보고 워로카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으으으…….”
완전히 아멜리아의 손바닥 위에서 놀았다. 자신이 따라 할 걸 예측하고 매복한 것이 확실했다. 생각해 보니 그쪽은 이미 하루를 푹 쉬었다.
분노가 치밀어 이대로 전군을 이끌고 바로 쳐들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원래부터 다른 야만인들보다는 생각이 많았던 워로카다. 사기까지 떨어진 상태에서 또 무슨 함정에 걸려들지 모르니 모험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다른 부족장들이 워로카를 찾아왔다.
“또 하루가 지났다. 북부 진입로까지 오는 데 이틀이 걸렸으니 벌써 사흘을 썼다는 말이다.”
“지금쯤이면 북방의 늑대가 균열과 싸우고 있을 게 아닌가.”
“계속 작전이 실패하는데 어떻게 할 거야! 우리가 압도적인데 그냥 이대로 밀어 버리자고!”
부족장들의 재촉에 워로카가 으르렁거렸다.
“이미 한번 붙어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와? 또 어떤 함정을 파 놨을지 모르는데!”
“그러면 이렇게 시간을 끌자는 거야?”
“조금 더 조심하면서 가자는 말이다.”
워로카도 초조해진 건 마찬가지였다. 빨리 페르디움과 펜리스의 기반 시설들을 파괴하고 거점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상대를 초조하게 하기 위해서 양동 작전을 펼친 건데 자신들이 초조해질 줄이야.
“일단 날이 밝으면 상대 진영을 다시 확인하고 결정하지.”
워로카의 결정에 부족장들은 불만 어린 표정으로 자리를 떠났다. 애초부터 사이가 나쁜 이들의 신뢰는 금세 흔들렸다.
날이 밝고 다시 정찰을 보내 보니, 레이폴드군은 이미 숙영지를 옮긴 상태였다.
“후…….”
워로카는 입술을 짓씹으며 고민했다. 첫 접전에서 당한 피해가 너무 뇌리에 박혀 버렸다.
상대가 어떤 의도로 움직이는지 알 수 없으니 불안한 것도 당연했다.
처음과 같은 함정이 있는지 확인하느라 진군 속도까지 느려졌다.
천천히 진군하며 다시 하루를 쉬었다. 이제 닷새째. 시간이 점점 지나가고 있었다.
‘핏빛 악마 그놈이 균열에 먹히면 다행이지만…… 만약에 균열을 막아 낸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어서 빨리 페르디움과 펜리스를 짓밟고 거점을 확보해야 했다.
그 와중에 한 부족장이 새로운 의견을 내었다.
“따로 부대를 좀 보내 보는 게 어떤가?”
“부대를 나누자고?”
“그래. 우리 본대는 식량까지 죄다 끌고 다니느라 속도가 느리니, 일부를 빼서 가까운 다른 영지를 먼저 점령하자는 말이야. 어차피 다 비어 있다며?”
“흠…….”
“아멜리아란 계집이 혼자서 그걸 다 막을 수는 없잖아. 우리 본대를 막는 게 우선일 테니까.”
일리 있는 말이었다. 어차피 페르디움과 펜리스 외에 다른 영지 하나는 차지하고 방어 태세를 갖추긴 해야 했다.
균열과 지셀의 싸움에서 이기는 쪽에 대비를 해야 했으니까.
“좋아, 3천의 전사를 편성해서 보내도록 하지.”
그 정도 수면 비어 있는 영지 정도야 순식간에 점령할 것이다. 더 편성할 수는 있지만 기동력을 유지하려면 그 정도가 최대였다.
그렇게 3천의 부대가 본대에서 떨어져 나왔다. 북부 진입로의 끝부분이라 따로 움직일 공간은 충분히 났다.
워로카는 나름 머리를 굴려 말했다.
“정찰조를 보내서 레이폴드군의 진영을 다시 찾아라. 놈들을 감시하다가, 만약에 그놈들이 우리 별동대를 눈치채고 부대를 나누면 바로 들이친다.”
그들도 꾸준히 정찰을 하고 있을 테니 따로 뺀 부대를 발견할 수도 있다.
3천의 부대를 막으려면 상대도 그만한 병력을 빼야 한다. 병사 수천이 빠지면 무슨 작전을 준비했든 수행하는 데 차질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자신들의 부대 위로 까마귀 하나가 날아다니고 있다는 걸.
반나절 정도가 지나자 정찰조가 돌아와 말했다.
“레이폴드군의 진영을 찾았는데 아무 움직임도 없고 대기만 하고 있어요!”
“확실해?”
“네! 처음 발견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슴다!”
전사의 말에 워로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다른 영지를 일단 차지해 놓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놓였다.
그래도 페르디움과 펜리스를 빠르게 없애야 한다. 그래야 완전히 안심할 수 있었다.
“좋아, 오늘은 쉬고 내일 다시 레이폴드군을 상대한다.”
레이폴드군도 상황은 대충 알고 있을 것이다. 아마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느라 움직이지 못하고 있을 터였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사기가 오른 상태로 다시 한번 결전을 치러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새벽이 됐을 때쯤 워로카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전멸……했다고?”
“네……. 기습을 당해서…….”
따로 출정했던 전사 중 하나가 피투성이로 돌아와 말했다. 어디선가 나타난 군대에 기습을 당해 전멸했단다.
“도대체 어딘데! 북부에 다른 군대는 없잖아!”
“그게…… 레이폴드 문장이었습니다.”
“레이폴드?”
“네, 확실합니다.”
“그놈들은 안 움직였는데 어떻게 나타났냐고!”
전사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들을 공격한 건 레이폴드군이 확실한데 워로카는 그럴 리가 없다고 말하니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으으으으…… 설마 처음부터 짐작하고 몰래 병력을 빼놓았던 건가? 내가 또 당했단 말인가? 그깟 계집한테 또 당했냐는 말이다!”
워로카가 분노로 얼굴이 시뻘게져 연신 고함을 질렀다.
생각해 보니 정찰조는 레이폴드군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보고만 했지, 병력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굴욕적이었다. 북방의 대전사이자 맹주인 자신이 같은 군대에 몇 번씩이나 당하다니!
그것도 왕국에 명성이 자자한 핏빛 악마가 아니라, 명성조차 없는 여자에게 당하고 말았다.
다른 부족장들도 이제는 더 참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할 거면 우리는 빠지겠다. 우리끼리 다른 영지를 차지하러 갈 거야.”
“제대로 맞붙어서 밀어 버리면 되잖아!”
“도대체 왜 이렇게 당하기만 하는 거냐! 벌써 6일이나 지났다고!”
그들로서는 조심스러운 워로카가 이해되지 않았다. 저번에도 저 조심스러움 때문에 핏빛 악마와 굴욕적인 협정을 맺지 않았던가.
게다가 시간이 상당히 지났다. 지금쯤이면 결과가 얼추 나왔을 수도 있다.
균열과의 전투는 인간들과의 전쟁과 다르다. 한번 맞붙으면 이기든 지든 빠르게 결판이 난다. 쉬지 않고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어서 빨리 페르디움과 펜리스의 기반 시설들을 모두 파괴해야 해.”
“그래야 마음 놓고 북부를 휘저을 게 아닌가.”
“핏빛 악마가 패배해도 그놈한테는 아직 북부군이 남아 있다고.”
지셀이 살아남아 후퇴한다면 결국 북부군이 이곳으로 올 것이다. 그전에 빨리 모든 일을 마무리 지어야 했다.
“알고 있어! 나도 알고 있다고!”
워로카가 듣기 싫다는 듯 으르렁거렸다. 멍청한 야만인 새끼들이 감히 누구에게 훈수를 둔다는 말인가.
하지만 상황이 급박한 건 사실이다. 결국 워로카는 최후의 일전을 벌이기로 결단을 내렸다.
“바로 페르디움을 친다. 영주성을 아예 허물어 버리자고.”
레이폴드군이 또 길을 가로막고 있을 것이다. 전군을 몰아붙여 박살을 내야 했다.
“가자!”
분노한 워로카와 전사들은 날이 밝자마자 바로 진군했다.
두두두두두!
그들은 쉬지 않고 이동했다. 보급 부대마저 천천히 따라오라고 남겨 두고 갈 정도였다.
레이폴드군은 그새 또 이동한 상태였다. 야만인들은 일단 페르디움을 향해 계속 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평야에 진을 치고 있는 레이폴드군을 마주하게 되었다.
“넓은 게 아주 좋군.”
워로카가 주변 지형을 보고 중얼거렸다.
북부 진입로는 이미 통과했다. 이제 탁 트인 평야에서 싸울 수 있다. 기마병이 활약하기에 좋은 장소였다.
잔망스러운 수로 시간을 끌던 아멜리아도 여기서는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강을 끼고 싸우려는 건가?”
탁 트인 평야 한쪽에는 강이 흐르고 있었다. 야만인 군대가 보기엔 왼쪽, 레이폴드군 진형에서 보면 오른쪽이었다.
그리고 레이폴드군 진형의 왼쪽에는 멀리 관목 숲이 하나 있었다.
평야이기는 하지만 대열을 길게 늘인다면 기마병들에게 포위당하는 건 피할 수 있을 터였다.
워로카는 길게 늘어서 있는 레이폴드군을 보며 비웃었다.
“결국 여기서 어떻게든 버텨 보겠다는 거구나.”
병력 규모는 처음과 비슷했다. 확실히 추가로 온 병력은 없어 보였다.
자신들보다 수가 훨씬 적으니 쓸 수 있는 전략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이런 얄팍한 지형이라도 이용해서 버티려는 것이다.
“저 정도면 깨부술 수 있지. 저번처럼 당하지 않겠다.”
그때보다 전장이 훨씬 더 넓으니 전력도 많이 투입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상대가 무슨 수를 쓰더라도 부숴 버릴 수 있을 것이다.
워로카가 이를 박박 갈며 레이폴드군을 노려보았다.
“오늘 여기서 끝장을 내 주지.”
저 지긋지긋한 놈들은 한 놈도 놓치지 않고 죽여 버릴 생각이었다.
야만인들이 그렇게 전투를 준비하고 있을 때, 의자에 앉아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아멜리아에게 까마귀 하나가 다가왔다.
냐앙!
바스테트의 울음에 살짝 뒤로 물러난 다크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나 왔다……요.”
아멜리아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물었다.
“준비는?”
“다 됐다……요.”
“그래, 수고했어.”
아멜리아가 살며시 눈을 감고 낮게 읊조렸다.
“오늘 끝이 나겠구나.”
그녀 또한 야만인들을 한 놈도 살려 보낼 생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