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443)
443 – 역시 해낼 줄 알았어. (2)
443화 역시 해낼 줄 알았어. (2)
평원은 피로 물들었다. 강에는 야만인 전사들의 시체가 수북하게 쌓여 물길이 막힐 정도였다.
6만의 대군은 그렇게 이곳에서 몰살당했다.
“와아아아! 이겼다!”
“역시 영주님이다!”
“레이폴드 만세!”
감정이 없는 듯 싸우던 레이폴드군도 이 순간만큼은 무기를 들어 올리며 환호를 내뱉었다.
이들에게 아멜리아는 정말 최고의 지휘관이었다.
어떤 특정한 인물이 수천의 적을 때려잡으며 엄청난 활약을 한 것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그녀의 전략과 전술에 따라 평범한 병사들이 움직여 대승을 거머쥔 것이다.
그러니 이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옆에서는 조금 다른 환호가 울렸다.
“와아아아! 우리가 이겼다!”
“역시 북부 최강!”
“우리 펜리스가 최강이다!”
자부심이라면 펜리스도 최고다. 이들은 레이폴드군의 함성에 맞서 더 크게 소리를 질렀다.
뒤따라온 페르디움군도 같이 환호해 줬다. 어차피 지셀이 페르디움을 물려받을 테니 펜리스의 편을 드는 것이 당연했다.
양쪽에서 그렇게 소리를 지르자 갑자기 어색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뭔가 서로가 상당히 거슬렸던 것이다.
곧 두 진영은 야만인들의 시체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노려보았다.
쌍검을 어깨에 턱 걸친 채 건들거리던 카오르가 포문을 열었다.
“뭐? 왜! 뭘 노려봐? 여기서 오늘 레이폴드도 쓸어버릴까?”
거대한 체구의 울칸이 이를 드러내며 사납게 웃었다.
“이 건방진 빨강 머리 새끼. 몸을 좀 다져 줘야 하나?”
“너 산적이지? 예전에 네 이름 들은 적이 있어. 내가 잡으러 가려고 했는데 여기 붙어 있었네. 운 좋은 줄 알아.”
“나는 너 모르는데? 약한 새끼는 알고 싶지 않거든.”
“하, 이 새끼 오늘 죽어야 정신 차리겠네.”
한쪽은 용병 출신이고 한쪽은 산적 출신이다. 둘 다 성질이 더럽기로 유명하니 말이 곱게 나오지 않았다.
양측의 기사들도 험악한 인상을 지으며 무기에 손을 가져다 댔다.
양쪽 다 싸워서 질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울칸이 사나운 기세를 피워 올렸다.
“너희 영주 믿고 지금 까부는 거냐? 그런데 지금 잘 싸울 수 있겠어?”
아무리 지셀이 마스터라 해도 균열과 싸우자마자 바로 여기까지 와서 싸웠다. 힘이 상당히 떨어졌을 것이다.
거기에 자신들의 영주인 아멜리아는 보통 전략가가 아니다. 당장 싸우면 피해는 크겠지만 수도 이쪽이 더 많으니 질 거 같지 않았다.
물론 질 생각이 없는 것은 펜리스도 마찬가지였다.
카오르가 양손에 검을 쥐고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어디 한번 해볼래? 우리가 그간 어떤 싸움을 해 왔는지는 알고 덤비는 거야?”
북부에 틀어박혀 있던 레이폴드는 자신들보다 경험이 부족하다. 자신들은 불패의 군대다.
영주까지 있으니 그냥 밀어붙이기만 해도 이길 거 같았다.
“당장 붙어 볼래? 이 비루한 용병 새끼야.”
“좋지, 이 덩치만 크고 허접한 산적 새끼야.”
양쪽에서 가장 사고뭉치인 두 사람이 앞으로 나서자 모두가 무기를 뽑았다. 정말 명령도 없이 싸울 참이었다.
“그만.”
아멜리아가 말을 타고 나타나자 레이폴드군은 바로 한발 물러났다. 그녀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화가 난 울칸만 남아서 괜히 떼를 썼다.
“아, 영주님! 이 새끼가 먼저 시비 걸었다니까요!”
“뒤로 물러나.”
차가운 그녀의 명령에 울칸은 카오르를 조금 노려보더니 뒤로 물러났다.
카오르는 신이 나서 울칸에게 손가락 욕을 던졌지만 곧 흑왕을 타고 다가온 지셀에게 뒤통수를 얻어맞았다.
“아! 왜 때려! 요!”
“너는 참 분위기 파악을 못하더라.”
발끈하려는 카오르를 길리언이 끌고 갔다. 알포이가 옆에서 혀를 찼다.
“어휴, 교양 없는 놈.”
당장 싸움이 벌어지는 것은 피했지만 양측 다 분위기가 미묘했다.
지셀과 아멜리아가 아무 말 없이 서로 노려만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옛 약혼자를 오랜만에 만나 감상에 젖은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다. 서로 보기 싫은데 억지로 본 듯한 분위기였다.
지셀이 아멜리아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역시 해낼 줄 알았어.’
아멜리아 덕분에 가장 피해를 덜 보고 빠르게 야만인들을 막을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보다 월등한 수의 적을 맞이해 훌륭하게 막아 내었다. 역사에 남을 만한 전투라 할 수 있었다.
아니, 반드시 역사에 남을 것이다. 루타니아 왕국의 북부를 괴롭히던 야만인 전사들이 모조리 사라졌으니까 말이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지셀이 피식 웃으며 드디어 입을 열었다.
“덕분에 북방의 골칫거리들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게 되었군. 이번만큼은 고맙다고 해 두지.”
“어차피 서로 필요해서 한 일 아닌가? 내가 뭘 원하는지 알고 있는 거 같은데.”
“그래, 잘 알고 있지. 그게 지금 나한테 도움이 되는 거니까 내버려두는 거고.”
그러자 아멜리아가 코웃음을 쳤다.
“자신만만하네. 언제까지 네 뜻대로 날뛸 수 있을 거 같아?”
“내 뜻대로 안 돼도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놈들보다는 낫겠지. 안 그래?”
그 말에는 아멜리아도 반박하지 않았다.
구원교는 진심으로 미친놈들이다. 대륙 이곳저곳에 괴물을 뿌리는 놈들보다는 차라리 자신이 왕이 되어 지배하는 게 낫다.
서로 말이 없자 다시 어색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아멜리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본론만 마저 얘기하고 빨리 돌아가는 게 나을 거 같았다.
“이번 전리품하고 동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즈발터가 허겁지겁 달려와 외쳤다.
“아멜리아!”
아멜리아도 말을 멈추고 살짝 가슴에 손을 얹고 고개를 숙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페르디움 후작님.”
“고맙다, 정말 고맙다.”
즈발터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평생을 북방 요새에 살며 편히 쉬어 본 적이 없는 그다. 어떻게 하면 야만인들을 막고 북부를 편하게 할지만 고민하며 살아왔다.
가문의 선조들이 모두 그런 책임감을 지고 살았다. 즈발터 또한 그 족쇄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네 덕분에 영지민들이 피해 보지 않고 북부의 염원을 이룰 수 있었다.”
지금까지 야만인들을 토벌하지 못했던 건, 그들이 부족 단위로 너무 멀리 떨어져 지내기 때문이었다.
지셀 또한 그런 문제 때문에 당시에는 협약을 맺고 말만 뜯어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처음으로 야만인들이 알아서 모였고, 그 대군을 몰살시켰다. 이제 저 북방에 남은 야만인들은 노인과 여자, 어린아이들뿐이다. 전사들은 없다.
승자에게 모든 걸 바치는 풍습이 있는 그들은 루타니아 왕국에 금세 융화될 것이다.
지셀의 힘도 컸지만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은 역시 아멜리아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녀에게 연신 고마움을 건넸다.
아멜리아도 즈발터의 심정이 어떨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저 감사를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나도 필요해서 한 일이지만…….’
사실 그녀는 북방의 야만인들이 어떻게 설치든 관심이 없었다. 야만인들이야 언제든 자신이 토벌하면 된다고 생각했었으니까.
예전에도 가난한 페르디움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일이었다.
이번에도 단지 자신의 야망에 필요하기에 지셀의 협박 같은 제안을 따랐을 뿐이다.
그래서 즈발터의 저 순수한 눈빛을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즈발터는 그녀도 인정하는 몇 안 되는 인격자다. 그의 책임감과 심성을 알고 있기에 그만큼 불편함이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아닙니다. 저도 필요해서 한 일입니다.”
“아니다, 아니야. 아무리 필요하다 해도 누가 저 많은 대군에 맞서 싸울 용기를 낼 수 있겠느냐. 고맙다, 정말 고마워. 게다가 이렇게 대승을 거두다니. 정말 대단하구나.”
여기까지만 했으면 분위기가 훈훈하게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란돌프가 너무 기분이 좋아 주접을 떨어 버렸다.
“으하하하! 이제 보니 아가씨가…… 아니, 레이폴드 백작님이 군사 능력도 아주 뛰어나셨군요. 이왕 이렇게 된 거 이 기회에 다시 약혼을 진행하심이…….”
그 말에 지셀과 아멜리아가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란돌프를 노려보았다. 눈치 없는 란돌프도 뜨거운 살기를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아니, 뭐……. 그냥 농담으로…… 싫으면 말고…….”
도무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뭔가 잘못했다는 건 알았다.
분위기가 영 엉망이 되자 아멜리아가 고개를 저었다. 이 불편한 자리를 그냥 빨리 뜨고 싶었다.
그녀는 잠깐이라도 성에서 쉬었다 가라는 즈발터의 만류를 뿌리치고 지셀에게 말했다.
“약속은 지키겠지? 전리품 반. 그리고 내가 동부로 이주할 때 지지하는 것.”
“그래, 그 부분은 걱정할 필요 없어.”
“흥, 누가 걱정 따위를 한다고. 이만 돌아가도록 하지.”
아멜리아가 몸을 돌리자 지셀이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 물었다.
“동부로 가고 남은 건 내가 가져도 되나?”
그러자 아멜리아가 얼굴 한가득 비웃음을 띠며 답했다.
“마음대로 해. 어차피 다시 뺏어올 거니까.”
그 말에 지셀도 비슷한 웃음을 지었다.
한번 자신의 손안에 들어온 건 단 하나도 그냥 내어준 적이 없다.
다시 찾아가려면 아멜리아는 많은 걸 걸어야 할 것이다.
멀어지는 그녀를 일별하고 돌아서려던 그때, 아멜리아가 걸음을 멈추고는 홱 뒤돌아보며 손가락으로 지셀을 가리켰다.
“너희 총관 말이야.”
“음? 클로드가 왜?”
“전리품 분배나 거래로 사람을 보낼 때 가급적 우리 사람들하고 마주치지 않게 해 줬으면 좋겠네.”
“왜?”
“매번 1골드씩 뜯어가는 게 무척 거슬리거든. 그것도 뇌물이랍시고 받는 건가?”
그 말에 지셀이 이마를 잡고 웃었다.
아무래도 아멜리아를 짜증 나게 하는 사람은 자신 말고 또 있었던 모양이다.
* * *
대륙의 서쪽 끝에는 롬바르스 왕국이 있다.
그리고 그 왕국의 서쪽 끝에는 죽음의 땅이라 불리는 대지가 있다.
그곳에는 그 누구도 접근하지 않는다. 롬바르스 왕실에서조차 버려두고 간섭하지 않는다.
바로 그곳에, 대륙에서 아주 유명한 인물이 하나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벅, 저벅.
밑단이 다 해진 짙은 회색의 로브를 입은 자가 그 땅에서 나왔다.
가슴에는 해골로 만든 목걸이를 걸고, 몸 곳곳에도 무언가 주술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장신구들을 차고 있었다.
깊게 눌러 쓴 로브의 두건 안쪽으로는 검은 어둠이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좋구나.”
무슨 마법을 썼는지 목소리가 웅웅 울렸다. 그래도 그가 진실로 기뻐하고 있음은 잘 드러났다.
그는 여유롭게 주변의 풍경을 구경하며 걸었다.
한참을 걷다가 어느 도시에 도착한 그가 숨을 크게 들이켰다.
“……향기롭도다.”
전염병에 걸린 사람들이 죽어 가고 있었다. 주변에는 시체가 가득했다.
이 도시는 버림받았다. 아니, 다른 도시들도 마찬가지였다.
루타니아 왕국과 다르게 다른 왕국들은 전염병과 균열로 심각할 정도의 타격을 받았다.
세상은 멸망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곳곳에서 죽음의 향기가 피어올랐다.
그는 이런 분위기가 너무나 좋았다.
“……진작에 이런 재료들이 더 많았다면 좋았을 것을.”
시체들을 보며 웃은 그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천천히 걷고 있는 거 같은데도 그의 몸은 쭉쭉 앞으로 나아갔다.
그가 갑자기 속도를 올린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균열이라.”
전 대륙을 강타한 재앙을 보러 가는 것이다.
그는 한 무리의 군대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추었다. 균열을 저지하고 있는 롬바르스 왕국군이었다.
그들은 무척이나 지친 기색의 패잔병과 같은 모습이었다. 균열을 막지 못하고 계속 뒤로 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계를 서던 병사들이 그를 발견하고 다가와 말했다.
“이곳은 위험한 곳이니 물러나시오.”
“흐음.”
그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병사는 다시 그를 제지하려다가 멈칫했다.
짙은 회색의 낡은 로브, 해골 목걸이와 여러 장신구, 어둠으로 가려진 얼굴.
어릴 때부터 질리도록 들어온 자의 모습이었다.
“서, 설마…….”
병사가 덜덜 떨며 뒤로 물러났다. 저자는 롬바르스 왕국에서 무척이나 유명한 자였다.
직접 본 적이 없어도 그 외양을 왕국의 모든 이들이 다 알 정도로 말이다.
그 누구도 감히 그 모습을 따라 하지 않는다. 입에 올리지조차 않는다.
그 정도로 그는 공포스러운 인물이었다.
“뭐야? 무슨 일이야?”
경계 지휘관인 기사와 다른 병사들도 다가왔다. 하지만 그들도 몸이 굳고 말았다.
다들 본능적인 공포감에 거리를 벌렸다. 그래서 그는 쉽게 진영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저, 저자는…….”
“정말 죽음의 땅에서 나왔다는 말인가?”
“어째서…… 설마…….”
지휘관뿐만 아니라 병사들마저 그를 알아보고 피했다.
다들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그와는 눈조차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다.
그에게 잡혀 영혼마저 노예가 되는 걸 원하지 않았으니까.
그는 공포에 질린 자들을 무시하고 계속 걸었다. 그에게 이런 상황은 오랜만이지만 익숙하기도 했다.
스르륵…….
균열에 가까워질수록 그의 발밑에서 불길한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푸른 안개로 가득한 영역에 도착했을 때.
카아아아악!
수도 없이 많은 균열인들이 그에게 달려들었다.
“……재미있는 놈들이 많이 생겼군.”
혼자 중얼거리던 그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간 균열과 싸운 수많은 병사들의 시체가 보인다.
해일처럼 다가오는 균열인들을 바라보며 그가 손을 휘저었다.
드득, 드득, 드득.
그러자 주변에 있는 시체들이 몸을 삐걱거리며 하나둘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어어어어!
시체들은 영혼을 울리는 고통스러운 비명 소리를 내질렀다.
곧 그들은 생전에 그랬던 것처럼 각자의 무기를 들고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드드득, 드드득!
땅속에 묻혀 있던 시체들도 땅을 파고 올라오고 있었다. 그간 이 대지 위에서 죽어 간 수많은 사람들의 시체였다.
썩은 시체가, 뼈만 남은 해골들이 모두 일어나 균열인들을 향해 나아갔다.
그어어어어!
카아아아악!
콰아앙!
시체들과 균열인들이 맞붙어 싸우기 시작했다.
시체들은 손쉽게 쓰러졌다. 균열인들의 수도 너무 많았지만 각 개체의 힘도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자신의 마력이 존재하는 한, 시체들은 죽지 않고 계속 일어날 수 있으니까.
그래도 균열인들의 수가 너무 많았다.
“……나오기를 잘했군. 이런 것들이 수도 없이 생겼다니. 그야말로 종말의 때가 아니던가.”
그가 다시 손을 휘저었다.
구우우우웅!
그의 주변에 짙은 어둠을 가진 구멍이 수십 개나 생겨났다.
파앗!
그곳에서 검은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검은 기운으로 일렁거리는 말을 타고 튀어나왔다.
데스나이트와 팬텀 스티드.
오직 고위급의 네크로맨서만이 부릴 수 있는 최고의 언데드들이었다.
부우우우웅!
수십 기의 데스나이트가 합류하자 전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의 뒤에서도 수백, 수천 구의 시체들이 계속 되살아나 균열인들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어어어어!
좀비, 구울, 스켈레톤, 온갖 저주받은 것들이 끊임없이 나타나 균열인들과 싸웠다.
드드드드드득!
땅에서 거대한 짐승의 뼈들이 얽히고설키며 솟아올라 그를 태웠다. 마치 뼈로 만든 옥좌 같았다.
그곳에 앉은 그가 어둠 속에서 눈을 빛냈다.
그는 몰려오는 균열인들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었다.
“역시 너희들은 내 수하로 만들 수가 없구나. 다른 자에게 영혼이 붙잡혀 있군.”
이자가 바로 지셀의 전생에 대륙 7강 중 하나로 꼽혔던 자.
‘망자
‘망자들의 주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