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459)
459 – 이제 빛날 수 있어. (3)
459화 이제 빛날 수 있어. (3)
벨린다는 드디어 자신만의 세계를 완전하게 정립했다.
그 세계의 기반은 지셀과 엘레나를 향한, 조건 없는 무한한 사랑과 헌신이다.
그녀가 정립한 세계가 이곳에 구현되고 있었다.
새로운 초인의 탄생이었다.
파파파파파파팍!
빛의 궤적은 수도 없이 멜키르를 가르며 지나갔다.
“크아아아악!”
공간 안에 갇힌 멜키르는 비명을 지르며 난도질당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지셀도 순간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 저 안에 갇히면 그 누구도 공격을 쉽게 피하거나 막을 수 없을 것이리라.
파악!
빛에 휩싸인 단검들이 다시 사방으로 흩어졌다. 멜키르의 붕대는 이미 다 피에 젖고 찢어져 그 안을 내보이고 있었다.
“크르륵…….”
붕대가 모두 벗겨진 멜키르의 모습은 무척이나 흉악했다. 얼굴부터 몸까지 상흔으로 가득해 성한 곳이 없었다.
이미 상처와 고름으로 빽빽하게 덮여 있던 몸은 단검에 베이며 생긴 상처로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자신의 몸을 내려다본 멜키르가 허망한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아네트……. 아네트……. 네가 다시…….”
그의 몸에 난 상처들은 대부분 아주 오래전 아네트에게 당한 것들이었다. 그 상처들은 지금도 흉하게 짓무르고 터져 고름을 쏟아 내고 있었다.
이미 마나 코어가 깨지고 생명력을 잃은 탓에 상처를 제대로 회복시키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런 몸으로 어떻게 움직이고 싸울 수 있었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사아아악!
비틀거리는 멜키르의 앞에 진한 어둠이 몰려들었다. 바로 앞에서 일그러지는 어둠을 보면서도 멜키르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파악!
어둠이 찢어지며 그 안에서 벨린다가 튀어나왔다.
그녀는 온 힘을 다해 두 개의 단검을 멜키르의 몸에 박아 넣었다.
하나는 심장에, 그리고 하나는 목에.
푸욱! 푸욱!
“끄르륵…….”
이미 크게 상처를 입고 비틀거리던 멜키르는 그것을 막지 못했다. 몸의 힘줄은 죄다 끊긴 지 오래였다. 강대한 기운으로 몸을 지탱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벨린다가 한 줄기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그녀의 눈은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
“난 네가 정말 죽은 줄 알았어.”
멜키르는 얼마 남지 않은 기운을 끌어모아 힘겹게 입을 열었다.
“크륵…… 큭.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지. 지금 내 꼴을 봐라.”
“난 그것도 모르고 도련님과 아가씨만 잘 키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네가 살아 있는 줄 알았으면 그러지 않았을 거야.”
멜키르는 벨린다가 속한 단체를 무너트리고 스승마저 죽인 원흉이었다. 만약 그가 살아 있는 걸 알았다면 그녀는 복수로 점철된 괴로운 인생을 살았을 것이다. 어쩌면 몰랐던 게 벨린다에게는 다행일 수도 있었다.
멜키르는 몸을 들썩거리며 웃었다.
“크흐흐흑…… 저놈이 그년의 아들이었을 줄이야. 그걸 20년이나 넘도록 모르고 있었다니…… 크크큭……. 이미 그날부터 모든 일이 꼬여서…… 공작가가 궁지에 몰린 것이겠지……. 이런 우연이 있을 수가 있다니…….”
“우연이 아니야. 필연이지.”
그래, 이것은 필연이다. 아주 오래전의 악연이 이렇게 나타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멜키르는 공작가와 구원교 덕분에 숨을 붙인 게 분명했다. 그에게 당했던 아네트의 자식은 어느새 장성하여 공작가와 구원교를 위협하는 최대의 적이 되었다.
그들과 지셀의 악연은 지긋지긋할 정도로 오래전부터 이어져 있었던 것이다.
벨린다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가 말을 이었다.
“이번에는 되살아나지 못할 거야. 확실하게 목을 베어 줄 테니까. 이번에는 널 도와줄 자들도 없어.”
“크크큭……. 그년에 이어 너한테도 당하다니……. 그 비기를 내가 익혔어야 했는데…….”
“너같이 비열한 놈이 익힐 수 있는 게 아니야.”
파악!
벨린다는 그 말을 끝으로 두 개의 단검을 휘둘렀다.
오러 블레이드를 머금은 두 개의 검날이 교차하며 멜키르의 목을 베었다. 아니, 베려고 했다.
카아아앙!
단검은 멜키르의 상처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기운에 막히고 말았다.
“응?”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벨린다가 순식간에 뒤로 물러났다.
파아아아아아아!
멜키르의 상처 곳곳에서 검은 기운이 미친 듯이 새어 나왔다. 그 기운은 금세 그의 몸을 단단하게 감쌌다.
드드득.
멜키르의 근육이 부풀며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이를 드러내고 웃던 그가 말했다.
“내 마지막을 이렇게 장식하는구나. 그래도 이곳에 펜리스 백작이 있어서 다행이야.”
벨린다의 눈매가 꿈틀거렸다. 저 현상은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바로 구원교의 ‘성전사’라 불리는 존재다.
멜키르의 두 눈이 환희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는 마치 환상을 보는 듯 허공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 힘 덕분에 겨우 목숨을 붙일 수 있었지. 하지만 정말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다. 이제 안식을 취할 수 있겠구나.”
그의 시선이 다시 벨린다를 향했다.
“아네트의 후인이었던 네년과 펜리스 백작. 너희 둘을 죽이는 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결국 내 승리일 테니까.”
콰아아아아앙!
멜키르의 몸에서 거대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의 눈은 이제 완전히 뒤로 넘어가 흰자위만 남았다.
몇 번 몸을 꿈틀거린 멜키르의 입에서 침이 새어 나왔다.
“그어어……. 아네트…… 반드시 널 죽여…….”
“목표는……. 펜리스 백작……. 페르디움 후작……. 엘레나…….”
“아네트……. 벨린다…….”
초인에 이른 그도 정신이 망가져 버리는 걸 피하지 못했다. 성전사의 힘은 그만큼 강하고, 대가도 컸다.
“칫.”
벨린다가 뒤로 물러나며 단검들을 다시 허공에 띄웠다. 상처도 심하고 마나도 바닥을 보이고 있었지만 더 강해진 멜키르와 싸우려면 어쩔 수 없었다.
그때, 지켜만 보던 지셀이 드디어 앞으로 나섰다.
“그만, 벨린다.”
“도련님.”
“이제 내가 처리하지.”
“하지만 저놈은!”
“저건 더 이상 벨린다가 알던 놈이 아니야. 그놈은 끝났어. 이제는 그냥 다른 존재지.”
“…….”
“차라리 성으로 가서 길리언을 도와주는 게 어때? 다크로 확인한 바로는 별문제는 없을 거 같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괜찮겠어요?”
지셀이 피식 웃었다.
“걱정 좀 그만하라니까.”
그 말에 벨린다도 미소 지었다.
지셀이 아무리 강해지고 아무리 큰 권력을 얻는다 해도 그녀에게는 언제나 어린아이였다.
아마 지셀이 늙어 죽을 때까지 그럴 것이다. 원래 그런 것이니까.
벨린다는 뒤로 물러났다. 지금은 지셀을 믿어야 한다. 엘레나도 그녀에게는 정말 소중한 존재다. 지켜 줘야 했다.
“먼저 갈게요. 빨리 처리하고 오셔야 해요.”
“그래, 마음 놓고 가도록 해. 나머지는 끝나고 나서 얘기하자고. 궁금한 게 꽤 많거든.”
“크아아아아!”
변이가 완전히 끝난 멜키르가 벨린다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둘 사이에 지셀이 끼어들었다.
콰아아앙!
지셀이 사나운 웃음을 지었다.
“이제 나랑 어울려 보자.”
파악!
지셀의 눈이 붉어지며 검은 기운이 그의 몸을 감쌌다. 멜키르가 뿜어내는 기운보다 더 강하고 짙은 기운이었다.
드드드드득!
멜키르의 거대한 손이 지셀의 검을 잡고 부러뜨리려고 했다. 하지만 지셀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지셀은 바로 검을 놓고 주먹으로 멜키르의 얼굴을 후려쳤다.
콰아아아앙!
멜키르의 고개가 단숨에 돌아갔다. 지셀이 손을 한번 털고 웃었다.
“내가 무기 종류를 가리지 않고 뭐든 잘 쓰는 편이긴 한데. 사실 내가 가장 먼저 익힌 건 무기술이 아니야.”
크아아아악!
멜키르가 괴성을 지르며 고개를 제자리로 돌렸다. 그 사이 지셀이 다시 주먹을 뒤로 당겼다.
“내가 가장 먼저 익힌 게 체술이야. 어렸을 때부터 주먹질하는 게 제일 좋았거든.”
그의 주먹이 빛처럼 쏘아져 나갔다.
콰아아앙!
“크륵?”
멜키르의 고개가 다시 뒤로 넘어갔다. 괴물이 된 그는 지금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어째서 자신이 맞고 있는지를 말이다.
벨린다는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이번에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 같았다.
‘하여튼 성질은 어릴 적 그대로라니까. 그래도…….’
지셀은 어릴 때부터 제 맘대로 안 되면 주먹질부터 하던 망나니였다. 주변에서 다들 곤란해하고 미워했다.
그럼에도 벨린다는 포기하지 않고 언제나 사랑으로 그를 감싸 주었다. 언젠가는 변할 거라고 믿었다.
그리고 지금.
지셀은 정말로 변했다. 그의 주먹은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는 횡포가 아니라 많은 사람을 지키는 희망이 되었다.
‘아네트 님, 보고 계시죠?’
벨린다는 영주성으로 향하며 미소 지었다. 애써 지우고 있었던 추억을 떠올려서일까. 아니면 지셀에게 숨겨 왔던 어머니에 관한 얘기를 하게 되어서일까.
오늘따라 자꾸 눈물이 날 거 같았다.
‘정말, 나도 나이가 들었나. 주책이라니까.’
그래도 이번 일이 끝난다면, 옛 추억에 취해 마음껏 울 수 있을 거 같았다.
멜키르는 정신이 나간 와중에도 떠나는 벨린다를 쫓아가려 했다. 무의식만 남은 상태로도 더 죽이고 싶은 목표를 찾는 것이다.
하지만 그걸 그냥 두고 볼 지셀이 아니었다.
“어디 가?”
콰아아앙!
원래보다 두 배 가까이 커진 멜키르의 복부에 지셀의 주먹이 꽂혔다.
콰콰콰쾅!
멜키르의 몸이 바닥을 구르며 저 멀리까지 튕겨 나갔다.
“크아아아악!”
벌떡 일어난 멜키르가 지셀을 보며 괴성을 질렀다. 방해하는 놈부터 치워야 움직일 수 있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지셀이 손을 털며 고개를 저었다.
“후, 되게 터프한데?”
그가 봤을 때 멜키르는 초인의 힘을 완전히 발휘할 수 없는 상태였다. 마나 코어가 깨지고 구원교가 집어넣은 기운이 생명을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벨린다와 싸울 때도 온전하게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멜키르는 자신과 벨린다를 보고 여유를 부렸다. 믿는 수가 있었던 것이다.
“이걸 믿고 자신만만해한 건가?”
성전사가 되면 본신의 힘이 몇 배나 강해진다. 제대로 힘을 쓸 수 없는 멜키르도 중요한 순간에는 기운을 폭발시킬 수 있는 것이다.
지셀은 그제야 왜 공작가가 이 작전을 과감하게 실행했는지 알 수 있었다.
“어차피 한 번밖에 못 쓰는 초인이니, 버리는 패로 써도 아깝지 않았겠지.”
멜키르 또한 마지막 목숨을 불태우기에는 이곳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저놈들 뜻대로 되진 않겠지만.
“크아아아아!”
멜키르는 목표를 다시 정했다. 눈앞에 있는 마음에 안 드는 놈부터 치워 버리기로.
콰앙!
멜키르가 땅을 박차자 그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가 지셀의 앞에 나타났다. 마치 공간이동을 한 것처럼 빠른 속도였다.
콰아아앙!
멜키르의 주먹이 지셀의 몸에 내리꽂혔다. 지셀은 급히 팔을 교차해 막았지만 몸이 뒤로 밀려나 버렸다.
카아아아아!
멜키르가 가슴을 펴고 괴성을 질렀다. 승리의 포효를 내뿜는 짐승과도 같았다.
지셀도 웃음을 지었다. 팔이 떨어질 것 같이 저릿했지만, 지금 상황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오랜만에 아주 시원하게 힘을 쓸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그동안 이렇게 힘쓸 일이 없었지.”
무기 없이 주먹질만 하는 상대는 찾기 힘들다. 그것도 초인의 경지에 오른 자라면 말이다.
멜키르는 아주 훌륭한 상대였다. 정신이 나가 기술은 떨어지겠지만 힘과 맷집은 일반적인 초인보다 훨씬 더 강할 터.
그 정도 상대라면 온 힘을 다해 치고받을 수 있다. 꽤나 만족스러운 싸움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크아아아아!”
멜키르는 자신의 주먹에도 멀쩡한 지셀을 보고 심기가 매우 불편해졌다.
다시 공격하려는 찰나, 지셀이 한발 빠르게 움직였다.
엄청난 속도로 다가간 지셀이 멜키르의 얼굴에 똑같이 주먹을 내리꽂았다.
콰아아아앙!
“크아아악!”
무언가가 폭발하는 듯한 굉음과 함께 멜키르는 비명을 지르며 나동그라졌다.
지셀은 주먹을 쥐었다 폈다 했다. 엄청난 힘을 집중해서 쳤지만 상대는 박살 나지 않았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오랜만에 피가 끓었다.
“크아아아!”
멜키르가 벌떡 일어나 지셀에게 달려들었다. 지셀도 피하지 않고 같이 마주 나아갔다.
콰아아앙!
두 사람의 주먹이 서로를 강타했다. 검은 기운이 서로를 잡아먹을 듯이 넘실거리며 엮여 들어갔다.
서로에게 타격을 입힌 둘은 조금씩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크아아아!”
끊임없이 분노의 괴성을 지르는 멜키르를 보며 지셀이 웃었다.
“다시 와라.”
콰아아앙!
콰아앙!
콰앙!
주먹이 수도 없이 오갔다. 두 괴물의 힘이 맞부딪칠 때마다 주변이 충격파로 터져 나갔다.
콰아아앙!
다시 멜키르의 주먹이 휘둘러진다. 지셀은 피하지 않고 막았다. 막는 순간 뼈가 박살 나는 것 같은 고통이 느껴졌다. 과연 엄청난 힘이었다.
하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고 똑같이 주먹을 휘둘렀다.
콰아앙!
멜키르도 맞으면 다시 반격했다. 그러나 주먹이 오갈수록 그의 몸은 조금씩 뒤로 밀렸다.
“조금만 더 힘을 내 봐라!”
콰아앙!
지셀이 악마 같은 웃음을 지으며 주먹을 휘둘렀다. 얼굴을 얻어맞은 멜키르가 뒤로 나동그라졌다.
시간이 갈수록 밀리는 건 멜키르였다. 어느 순간부터 그는 제대로 반격하지 못하고 얻어맞기만 했다.
“크아아악!”
짐승이 된 멜키르는 그래도 벌떡 일어나 다시 주먹을 휘둘렀다. 확실히 힘과 속도는 어마어마했다.
콰아앙!
드드득!
지셀의 발이 땅에 강한 고랑을 만들며 버텨 낸다. 그의 몸은 이제 공격을 맞아도 쉽게 밀리지 않았다.
“고작 이 정도냐?”
콰아아앙!
반대로 멜키르는 지셀의 주먹에 맞을 때마다 뒤로 비틀거리며 물러나거나 나동그라졌다. 맞은 부위가 터지고 부어오르기까지 했다.
“무작정 기운만 폭발시킨다고 강해지는 게 아니야.”
지셀은 비웃음을 지으며 다시 주먹을 휘둘렀다.
콰아아앙!
멜키르의 몸이 다시 뒤로 나동그라졌다. 너무나도 강렬한 공격에, 이성을 잃은 그의 눈이 당혹감으로 물들 정도였다.
지셀은 오만하게 멜키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슬슬 끝을 내자.”
쿠웅!
검은 기운에 감싸여 붉은 눈을 빛내는 지셀이 멜키르에게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