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486)
486 – 거의 다 왔다. (1)
486화 거의 다 왔다. (1)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널 왜 데리고 가!”
포리스코가 당황하며 되물었다. 지셀은 태연하게 답했다.
“저도 폐하 좀 만나 뵈려고 그러죠.”
“그러니까 그걸 왜 나한테 부탁해! 브랜포드 후작한테 부탁하면 되잖아!”
“당장은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아, 안 돼, 안 돼. 널 데리고 가면 그날이 폐하께서 승하하시는 날이 될 거야.”
“…….”
“넌 분명 폐하 성질 긁어서 화병으로 돌아가시게 할 게 분명해.”
“아니, 날 어떻게 보고…….”
“있는 그대로 본 거야!”
가뜩이나 국왕은 몸이 너무나도 약해 다들 그를 대할 때 조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꼴통이 들어가서 성질 건드리는 통에 국왕이 죽었다? 그러면 지셀을 데리고 간 포리스코도 그날로 끝나는 거다.
포리스코가 하소연하듯이 물었다.
“내 입으로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솔직히 반은 시체야. 아무런 영향력도 없어. 굳이 네가 만날 필요가 없다니까. 도대체 왜 만나려고 하는데?”
“그냥 궁금한 거 이것저것 물어보려고?”
그간의 정황을 보면 델파인 공작가가 왕실을 집요하게 노리는 건 확실했다. 그들의 목표는 전쟁에서 승리하는 게 아닌 거 같았다.
그런데 굳이 전쟁을 벌인 이유를 아무도 몰랐다. 브랜포드 후작도 모르고 있었다. 다들 단순히 공작가가 왕국을 차지하려고 한다고만 알고 있었다.
물론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진짜 이유가 따로 있을 거 같았다.
그래서 그냥 국왕이 뭔가를 좀 알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을 뿐이다. 덤으로 그림자 기사단에 관해서도 묻고 말이다.
포리스코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그냥 뭐 좀 궁금해서 만나 봐야겠다? 큰 이유는 없고?”
끄덕끄덕.
포리스코가 울먹이며 말했다.
“왕이 네 친구니? 그냥 뭐 좀 궁금하다고 만나고 싶을 때 만나게? 그것도 오늘내일하고 있는 사람인데?”
“…….”
“제발 나 좀 그만 괴롭히면 안 돼? 네가 하자는 대로 다 했잖아. 어? 피오테도 주고 성물도 줬잖아? 내 재산도 다 너한테 기부했잖아!”
“…….”
“나도 화장품 사업 투자자라고. 성금까지 몰래 다 끌어와서 투자해 줬는데 왜 자꾸 나 곤란하게 하는데?”
“…….”
“그리고 나 따라와도 국왕은 못 만나.”
“왜요?”
“브랜포드 후작이 직접 확인하거든. 보조 사제들까지 전부 말이야. 그러니까 나한테 부탁해도 소용없다고.”
“음…….”
확실히 그렇다면 포리스코를 몰래 따라가도 걸릴 게 뻔했다. 그 정도로 철저하게 검문을 할 줄이야.
왕실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삼는 브랜포드 후작이라면 그럴 만하지만 말이다.
실컷 하소연을 한 포리스코가 다시 주변 눈치를 보더니 속삭이듯이 말했다.
“그런데…… 설사 네가 만난다 해도 폐하는 너 안 좋아할 거야.”
이번에는 지셀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날 언제 봤다고 만나기 전부터 싫어합니까?”
“브랜포드 후작이 밀어주잖아. 폐하는 브랜포드 후작을 엄청나게 싫어하거든.”
“이유가 있습니까?”
브랜포드 후작은 비록 모든 권력을 쥐고 있으나 왕실에는 충성스러운 사람이었다. 그가 다른 마음을 먹었다면 진작에 왕이 바뀌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을 싫어한다니 궁금함이 앞섰다.
포리스코는 왜 그것도 모르냐는 표정으로 말했다.
“당연히 브랜포드 후작이 모든 권력을 쥐고 있으니까 그렇지.”
“어차피 폐하께서는 국정을 운영할 만한 건강 상태가 아니시지 않습니까?”
“어휴, 그래도 사람 마음이 그런 게 아니지. 다들 쉬쉬하고 있지만 갈 때마다 브랜포드 후작 욕을 한다니까.”
“뭐라고 욕을 합니까?”
“그냥…… 지가 왕인 줄 안다느니…… 왕실을 우습게 본다느니…… 또 뭐라더라? 자기는 평생 허수아비 왕이었다느니…… 감시만 당하고 살았다느니…… 아무튼 맛 갔어. 치매 온 거 같더라고.”
“흠.”
“그런데 뭐 어쩌겠어.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데. 브랜포드 후작이 아니었으면 국정이 더 혼란스러워졌을걸? 그 인간이 힘으로 다 누르고 있으니 겨우 왕국이 돌아가는 거지. 솔직히 귀족들 다 개판이잖아.”
자신도 개판이라는 건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포리스코였다.
지셀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듣고 보니 국왕도 참 피곤하게 살았던 거 같다.
어느 정도는 이해되었다. 어설프게 접한 정보로도, 그림자 기사단이 강력한 권력을 쥐고 있었다는 것은 짐작이 갔으니까.
그런데 왕이 저렇게 말할 정도면 권력이 생각보다 더 컸던 모양이었다.
왕은 평생 그 부분에 관해 불만을 품은 게 분명했다. 몸져누운 뒤에도 브랜포드 후작을 싫어하는 걸 보면 말이다.
스스로 몸도 제대로 못 가누면서 아직도 권력에 대한 욕심을 놓지 못하다니.
그것이 권력의 속성이자 무서운 점이리라.
지셀은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때 뵙는 수밖에요.”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안전하게 국왕을 만날 방법 말이다.
포리스코가 환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 잘 생각했어. 너는 공신이나 마찬가지니 분명 기회가 생길 거야. 그러니까…….”
말을 하다가 만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설마 복면 같은 거 쓰고 몰래 만나려는 건 아니지?”
“……저를 어떻게 보고.”
“아니야, 넌 그럴 거 같아. 정말 그러면 안 돼. 진짜 난리 난다. 심장마비로 죽을 수도 있어. 너 바로 역적 되는 거야.”
“…….”
모두가 한결같이 말하는 걸 보면 조금만 건드려도 죽을 상태이긴 한 모양이다.
“어휴, 안 그럽니다. 나도 바쁘다고요.”
지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지간한 일은 모두가 반대해도 밀어붙여 온 지셀이지만, 국왕은 자칫 잘못하면 그냥 죽는다고 하니 제 마음대로 밀어붙이기도 참 애매했다.
‘흠, 몸에 좋은 거라도 찾아봐야 하나.’
사실 엄청 중요하고 급한 용무는 아니니 조금 더 생각해 봐도 된다. 여차하면 공작가와 구원교의 인물들을 잡아서 고문해도 되니까.
어쩔 수 없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만나 보는 수밖에.
“저, 그럼 가 봅니다. 잘 지내세요.”
떠나는 지셀을 포리스코가 불안해하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제발 사고 좀 안 쳤으면 좋겠다는 눈빛이었다.
본인도 엄청나게 사고 치고 다니는 주제에 말이다.
지셀은 떠나면서 슬쩍 로잘린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귀족 아가씨들에게 둘러싸여 열심히 팔찌를 자랑하고 있었다. 저렇게 행복해 보이는 모습은 처음 본 거 같았다.
지셀은 쓴웃음을 짓고는, 메리엘에게 다가가 팔찌를 주며 작게 말했다.
“이거, 비밀로 해 주세요. 로잘린 아가씨가 자기한테만 준 줄 알아요. 잘 숨기고 다니세요.”
메리엘은 한껏 웃더니 팔찌를 잘 숨겼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소매가 넓은 드레스만 골라 입어야 할 거 같았다.
그녀는 언제나 로잘린을 응원하는 사람이었으니까.
* * *
공작가에서 소식을 들은 라울은 침중한 표정을 지었다.
4개 군단이 모두 전멸했다. 그것도 북부군 하나에 당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보고서에 적힌 전쟁 과정을 복기하며 그는 처음으로 질린 표정을 지었다.
“펜리스 백작…….”
대단하다. 어찌 한 인물이 이 정도로 싸울 수가 있다는 말인가.
뛰어나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에 맞춰 초인까지 미끼로 썼다.
그 틈을 이용해 왕국군을 밀어 버렸다. 혹시나 지셀이 돌아와 2군단이 패배할 것까지 예상해 군단을 나눴다.
비대한 북부군으로는 전부 상대하지 못하게 말이다.
그렇게 해서 빠르게 수도를 점령하고 국왕을 사로잡으려 했다. 목표만 이룰 수 있다면 나머지 군단은 모두 다 버려도 상관없었다.
그런데 펜리스 백작 하나에 전부 다 패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돼……. 어떻게 이런 기동력을 보일 수 있는 거지?”
보고를 들어도 믿기지 않았다. 펜리스 백작으로 위장한 군대들이 사방에서 나타났다는 게 더 신빙성이 있었다.
참모들도 다들 침묵만 지켰다. 그들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역시 그때 죽였어야 했다.”
오래전 연회에서 만났을 때 죽였어야 했다. 어떤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말이다.
상대를 그저 제법 뛰어난 젊은이로 생각한 게 큰 실수였다. 알고 보니 상상을 초월한 괴물이었다.
침중한 분위기 속에서 가트로스가 입을 열었다.
“예전에는 ‘그림자’들이 막아서더니 지금은 펜리스 백작이 우릴 막아서는구나. 참으로 왕실의 명줄이 끈질기도다.”
라울이 힐끗 가트로스를 바라보았다. 그 당시 라울은 젊어서 지금처럼 정국을 지휘할 위치가 아니었다.
그래서 대략적인 상황만 알고 있었다.
“너무 과하게 몸을 사려서 실패한 것 같습니다. 차라리 그냥 대놓고 밀어 버릴 걸 그랬습니다.”
“됐다. 그림자 기사단장이 살아 있을까 봐 숨을 죽였던 게 아니냐. 그때 입은 피해가 너무 커서 우리도 다시 힘을 길러야 했고.”
구원교는 아주 오래전부터 대륙 곳곳에서 암약해 왔다. 오랜 시간 숨죽이며 기어코 힘을 기른 그들이 처음 움직인 곳은 바로 이곳 루타니아 왕국이었다.
‘그리고 시작하자마자 실패를 맛본 곳이기도 하지.’
구원교는 루타니아에 그림자 기사단이라는 단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만큼 철저하게 대비했음에도 패배했다.
그렇기에 구원교는 그림자 기사단장에 대해 큰 두려움을 품고 있었다. 가트로스도 그랬고 멜키르도 그랬다.
‘도대체 얼마나 강하길래…….’
라울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강해도 한 사람일 뿐이다. 그럼에도 그자가 무서워 무려 10여 년 동안 행방을 찾겠다고 숨을 죽였다.
정말 사라졌다는 걸 확신한 뒤에야 왕국을 다시 차지하기 위해 준비를 시작했다.
라울도 실제로 구원교의 고위 사제들이 떼로 죽어 나갔다는 건 알고 있다. 그래서 자신도 덩달아 조심했던 면이 있었다.
그런데 보라. 몸을 사리며 시간을 끈 결과 펜리스 백작이라는 괴물이 탄생했다.
그 점이 아쉬워서 혀끝에 계속 같은 말이 맴돌았다.
“너무 전력을 아끼려고만 한 거 같습니다.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빠르게 전쟁을 일으킬 걸 그랬습니다.”
“아니다. 마수의 숲은 위험한 곳이다. 마수의 숲이 우리가 찾는 성지가 맞다면 수호자들이 지키고 있지 않겠느냐. 당시에 전력을 보존하려는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가트로스가 괜찮다는 듯 몇 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또한 우리의 정체도 숨겨야 하지 않았느냐. 그러니 그때는 참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단지 펜리스 백작이라는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나타났을 뿐이다. 우리라고 모든 걸 알 수는 없는 법이지.”
한 번 실패했기에 최대한 안전하게 왕국을 차지하려 했다. 어차피 기다림은 그들에게 익숙한 일이었다.
가트로스가 양팔을 펼치며 웃었다.
“그때보다는 낫다. 봐라. 세상에 점점 차오르는 신의 기운이 느껴진다. 결국 우리가 승리할 것이다.”
“…….”
라울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자신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니까.
하지만 부정할 수도 없었다. 실제로 균열을 여는 속도는 날이 갈수록 빨라졌고 구원교의 고위 사제들도 점점 늘어나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자신은 느끼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기는 한 모양이었다.
가트로스가 열망 어린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어서 ‘왕’을 찾아야 할 텐데. 그분만 찾는다면 우리의 염원을 더 빨리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라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차라리 모든 힘을…… 그 ‘왕’이란 분을 찾는 데 쏟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럴 순 없다. 왕을 찾아도 ‘성물’이 없다면 염원을 이룰 수 없다. 그러니 반드시 루타니아 왕실부터 함락해야 한다.”
“…….”
라울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저들이 말하는 ‘성물’이 도무지 무슨 의미인지, 무엇에 쓰는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그는 고개를 저으며 포기했다는 듯이 말했다.
“다른 곳에서라도 빨리 찾으면 좋겠군요.”
그가 알기로는 성물은 하나가 아니었다. 다른 왕국에서도 구원교의 사제들이 성물을 찾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어디서든 하나만 찾으면 된다. 그러면 ‘성지’로 들어갈 수 있다.
그저 루타니아 왕국에 성물이 하나 있는 것이 확실하기에 가트로스가 이곳에 온 것이었다.
라울도 빨리 성물을 찾기를 바라고 있었다. 구원교를 위해서가 아니라 이 답답한 상황을 참을 수가 없어서였다.
‘그래야 이 말도 안 되는 짓을 빨리 끝내지.’
초점이 성물을 찾는 데 맞춰져 있으니 전략을 짜는 데도 제한이 걸렸다. 이번에도 그랬다.
왕실을 목적으로 한 게 아니라 왕국 전역을 차지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차근차근 영토를 확장하며 나아갔을 것이다.
구원교의 이상한 고집 때문에 이상한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라울로서는 이 종교 놀음을 빨리 끝내고만 싶었다.
그러려면 빨리 성물을 찾아야 했다.
“다른 왕국도 지금 문제입니다.”
구원교의 사제들이 루타니아로 몰려올수록 다른 곳에서 움직일 수 있는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최근에 골치 아픈 일이 또 하나 생겼다.
“웬 이상한 네크로맨서가 설치고 있습니다. 사제들을 잡아서 실험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 소식은 들었다. 참으로 불경한 놈이더구나.”
처음에는 구원교의 적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놈은 구원교뿐만이 아니라 왕국의 사람들도 무차별적으로 건드리고 있었다.
그냥 이 혼란을 틈타서 제 욕망을 채우는 미친놈이었다. 그런데 미친놈이 강하기까지 하다.
초인인 구원교의 고위 사제를 붙잡아 실험을 한다니 말이다.
가트로스가 심유한 눈빛으로 말했다.
“아이던을 보냈으니 해결될 거다.”
“그자가 이번 전쟁에 투입되지 않은 건 아쉽군요.”
집행관 아이던은 무척이나 강했다. 왕국제일검인 발자크 백작도 인정할 정도였다.
그런 그를 웬 미친놈 때문에 다른 곳에 보내야 했던 것이다.
가트로스도 그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지. 다른 쪽도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지 않으냐.”
공작가에서는 이번 전쟁은 고위 사제들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펜리스 백작을 유인해서 떼어 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전략은 완전히 실패했다. 그러니 전투에 뛰어난 집행관 아이던의 부재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가트로스는 아이던을 보낸 걸 후회하지 않았다.
“루타니아 왕국을 차지하더라도 모든 왕국과 교단이 전력을 정비하고 이쪽으로 오면 힘들어진다. 그러니 다른 왕국들도 계속 살펴야 한다.”
성물을 찾고 목적을 이룰 때까지는 팽팽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뛰어난 실력자인 아이던이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라울도 그 말에는 동의했다. 이쪽에는 아직 고위 사제들이 남아 있었다.
이제 어떻게 전쟁을 이끌어갈지 다시 고민할 시간이었다.
“아직 병력은 충분합니다. 다만 펜리스 백작과 북부군의 힘이 생각보다 강합니다. 새로운 초인도 합류했다고 하는군요.”
“보고는 나도 들었다. 우리도 그에 못지않은 준비를 해야겠구나.”
“네, 최대한 피해를 줄일 수 있게…….”
라울이 가트로스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던 그때, 갑자기 회의실의 문이 벌컥 열렸다.
들어온 자를 보고 라울이 흠칫 놀랐다.
“발자크 백작.”
사자와 같은 기세와 철탑과 같은 풍채를 지닌 자, 바로 왕국제일검 카이엔 발자크 백작이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라울을 바라보며 말했다.
“요제프 자작, 이제 머리를 굴릴 필요는 없다. 피해를 줄이는 건 포기해라.”
“자네…… 그게 무슨 말인가?”
“어차피 펜리스 백작 때문에 모든 일이 꼬이지 않았는가. 봉신들에게 전해 남은 병력을 모두 소집하라. 남부군 사령관은 내가 맡겠다. 이미 전하의 명령이 떨어졌다.”
“설마…….”
“그래, 내가 직접 움직여 수도를 점령하겠다. 그리고…….”
카이엔이 흉흉하게 눈을 빛내며 사나운 미소를 지었다.
“북부군도 내가 쓸어버리도록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