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495)
495 – 잠깐 할 일이 있거든. (2)
495화 잠깐 할 일이 있거든. (2)
사람들은 예전처럼 바로 반발하지 않았다.
첫 번째는 지셀이 미리 언질을 줬었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어차피 말려 봤자 안 들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뭐라고 하는지 한번 들어나 보자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설명은 해 준다고 했으니까.
지셀은 그런 반응에 뭔가 조금 섭섭한 기분이 들었다.
“크흠, 어쨌든 설명해 줄게. 잘 들어 봐. 왕하고 공작가는 서로 뭔가를 교환하려고 하고 있어.”
수도로 보낸 첩자들에게서 정보가 무지막지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다른 가신들은 잘 모르지만, 그 보고를 받는 지셀과 클로드는 수도가 대략 어떤 상황인지 알고 있었다.
지셀은 자신이 그동안 생각해 온 것과 이번에 얻은 정보들을 정리해서 말해 주었다.
“어때? 이상하지 않아? 공작가와 구원교가 계속 왕실만 집요하게 노린 것도 그렇고, 갑자기 전쟁을 멈추고 협상을 한다는 것도 그렇고. 왕이 뭔가를 받기로 했다는 것도 그래.”
사람들은 지셀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먼저 클로드가 욱신거리는 얼굴을 비비며 말했다.
“확실히 이상하군요. 북부군이 빠진 이상, 공작가와 구원교의 전력으로 왕실을 뒤엎는 건 쉬운 일일 텐데요. 그 구원교의 사제라는 놈은 언제든 왕을 암살할 수 있을 테니까요.”
“맞아, 하지만 그놈은 여전히 왕 옆에서 알랑대고 있어. 왕한테 아직 받을 게 있다는 뜻이지. 감출 생각도 없는 건지, 귀족들도 다들 알더라.”
“그리고 굳이 자신들과 손잡은 왕을 칠 필요도 없겠죠.”
“그것도 그렇지. 공작가로서는, 나랑 싸워야 하는데 굳이 왕실과도 싸울 이유가 없을 테니까.”
지셀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사실 지금 바로 왕과 싸워도 돼. 하지만 난 왕이 놈들에게 준다는 게 뭔지 확인하고 싶다. 그게 이 전쟁이 시작된 근본적인 이유일 테니까. 또 구원교가 왕에게 줄 것이 뭔지도 궁금하고.”
양쪽 다 무척 중요한 물건을 교환하는 것일 테다. 지셀은 그게 뭔지 알고 싶었다.
클로드는 지셀의 말뜻을 확실하게 알아들었다.
“그러니까…… ‘확인’하겠다는 건 그 물건을 ‘강탈’해 오겠다, 그 뜻인 거죠?”
“……그렇지. 잘 알아들었어.”
뭔지 알아내기만 하는 건 성에 차지 않았다.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뺏어서 확인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싶으면 일단 뺏는다. 과연 지셀다운 방법이었다.
“복면…… 쓰고 가실 건가요?”
“그러면 그놈들이 물건을 꺼내지 않겠지.”
“어떻게 하시게요?”
“잠입해서 협상 자리까지 따라갈 생각이야. 그 전에 털 수 있으면 털고.”
“……그게 돼요?”
“되게 하면 다 되지. 불가능한 게 어디 있어?”
“…….”
다들 입을 다물었다. 저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었다.
지셀을 지금까지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외친 일을 전부 해낸 사람이니까 말이다.
침묵 속에서 벨린다가 나섰다.
“그러면 제가 같이 갈게요.”
벨린다도 이제 초인이었다. 특히 잠입과 암습에서는 영지 최고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셀은 고개를 저었다.
“안 돼. 난 위장하고 따라갈 계획이라고. 사람이 많아질수록 정체를 감추기 힘들어.”
“그래도 너무 위험하잖아요. 에레네스 님이나 파르니엘 님은 어때요?”
두 사람은 북부군 최고의 전력이었다. 둘 중 한 명만 따라가도 수도를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지셀은 고개를 저었다.
“위장하고 협상 자리에 따라갈 거라니까? 저 두 사람이 정체를 감출 수 있을 거 같아?”
“…….”
사람들이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에레네스는 귀가 뾰족하고 파르니엘은 덩치가 너무 크다. 위장하기에는 둘 다 외모가 범상치 않았다.
누가 따라가든 사람이 많아질수록 정체를 숨기기가 힘들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결국 정체를 숨기고 따라가기에는 지셀 혼자 가는 게 가장 좋았다.
“걱정하지 말라고. 내가 또 위장의 달인이거든. 대신 다들 내 퇴각로를 만들어 줘야 해.”
왕실과 공작가에서 쟁쟁한 인물들이 올 게 분명했다. 지셀 혼자서 그들을 다 상대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니 그를 도울 아군이 필요했다.
“협상 장소를 알아내도 북부군을 전부 끌고 가는 건 무리야. 최고 정예만 준비하자고.”
지셀과 사람들은 머리를 맞댔다.
협상 장소가 실내인지 실외인지, 양측에서 몇 명이나 올지 모르기에 여러 상황에 맞춰 작전을 미리 수립해 둬야 했다.
다들 머리를 짜내 작전을 짜면서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반대할 핑계도, 겨를도 없었다. 지셀은 한번 정한 일에 관해서는 자신의 생각대로 밀고 나가는 성격이니까.
결국 벨린다가 걱정 어린 말투로 당부했다.
“진짜 조심하셔야 해요. 위험하면 그냥 도망치세요. 그까짓 거 정체가 뭔지 몰라도 되잖아요? 나중에 다시 기회가 올 수도 있고요.”
“알았어, 너무 걱정하지 마. 요새 엄…… 벨린다 기술도 꽤 익혀 놨으니까.”
파악!
지셀의 몸이 흐릿해지며 어둠이 퍼졌다. 지셀의 어머니, 아네트의 기술이었다.
지셀은 시간이 날 때마다 어머니의 기술을 익혔다. 이미 한번 경지에 올랐던 그이기에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아직 벨린다만큼 숙련되진 않았지만 숨어다니는 데 쓸 만큼은 됐다.
‘이거 묘하게 마나 흐름이 비슷하단 말이지.’
역시 최고 수준에 오르면 결국 하나로 귀결되는 모양이었다. 어머니의 기술들은 지셀이 전생에 영감을 얻었던 마법서와 어딘가 조금 닮은 구석이 있었다.
응용 방식이 달라 구현되는 결과는 정반대였지만 말이다.
지셀이 기술을 보여 준 덕분에 벨린다는 조금 마음을 놓았다. 저 정도면 어지간한 기사들의 눈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나 먼저 출발할 테니까 북부군은 1차 거점으로 이동해. 협상 장소를 알아내면 다크를 보낼 테니까 확실하게 준비해 주고.”
지셀은 말을 타고 바로 수도로 출발했다. 중간에 말을 버려야 했기에 흑왕은 북부군에 남았다.
지셀은 최대한 빠르게 말을 몰았다. 조금이라도 빠르게 도착해야 원활하게 계획을 짤 수 있기 때문이다.
변장을 한 채 몰래 수도에 잠입한 지셀은 모습을 숨기고 한 귀족을 찾아갔다.
바로 예전에 북부에 친왕파의 지원 물자를 전달해 주었던, 왕실 서기관 앤디 쉐어 남작이었다. 그에게 작은 뇌물을 받은 적이 있었다.
“다, 당신은?”
집무실에 지셀이 나타나자 쉐어 남작은 깜짝 놀랐다. 이미 왕국의 반역자로 찍힌 그가 수도에 나타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지셀이 반갑다는 듯 손을 흔들며 웃었다.
“여어, 잘 지내셨습니까?”
“이,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백작님은 이곳에 계시면 안 됩니다.”
쉐어 남작은 자신의 집무실임에도 주변을 둘러보았다. 걸리면 자신도 죽기 때문이다.
예전에 잘 좀 부탁한다며 뇌물을 준 것도 걸릴까 봐 마음을 졸였는데.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거 확인하고 왔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죠.”
“아니, 아무리 그래도…….”
쉐어 남작은 황당해하며 입을 벌렸다. 예전부터 간이 큰 인물인 건 알았지만 이렇게 대놓고, 혼자서 수도에 올 줄이야.
지셀은 집무실에 있는 소파에 털썩 앉으며 여유롭게 말했다.
“브랜포드 후작님하고 다들 잘 지내시죠?”
“그…… 잘 지낸다고 하지는 못하겠지만 아직은 안전하십니다.”
“그래, 그래야죠. 안 그러면 큰일 날 테니까. 아니, 큰일은 조만간 나려나?”
뭔가 스산한 지셀의 눈빛에 쉐어 남작이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무, 무슨 일로 저를 찾아오신 겁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저 좀 도와주시죠.”
“제가 무슨 힘이 있다고…….”
쉐어 남작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말끝을 흐렸다. 지셀이 도와달라는 일이 뭔지는 몰라도, 보통 일이 아닐 게 뻔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요새 수도의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목이 날아갈까 봐 쉐어 남작도 몸을 사리는 중이었다.
게다가 그는 귀족이지만 정말 작위만 가지고 있는 몰락 귀족이었다. 그저 왕실의 말단 서기관 중 한 명이었을 뿐이다.
기껏해야 북부까지 군수 물품이나 지원하고 명령서나 전달하는 게 그의 업무였다.
겁먹은 쉐어 남작을 보며 지셀이 너털웃음을 지었다.
“정말 별거 아닙니다. 왕하고 공작가가 협상한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 날짜와 장소 좀 알려 주시죠.”
“아직,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정말입니까?”
“네, 폐하께서 무척이나 신중하게 장소와 시간을 고심하고 계십니다. 지금 모든 고위 관료가 그 부분에만 매달려 있는 상태입니다.”
지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만도 하다 싶었다. 서로 뒤통수를 맞지 않으려면 준비에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제가 늦지 않게 왔군요. 그래도 협상에 따라갈 병력은 준비되어 있겠죠?”
“네, 네. 양측에서 동원하는 병력 규모는 이미 합의를 봤습니다. 각 5만씩이며 왕실 기사단도 함께할 예정입니다.”
그 말에 지셀이 눈을 빛냈다.
“잘됐네요. 따라갈 군대에 저 좀 넣어 주시죠. 정체 좀 숨기고 거기 있으려고요.”
“네?”
“아무리 말단 서기관이라도 병사 하나 정도 넣는 건 할 수 있지 않습니까?”
쉐어 남작은 황당함에 미간을 좁혔다. 북부 최강이라 불리는 펜리스 백작이 일개 병사로 위장하겠다니, 어째서?
지셀이 그간 한 짓을 생각해 본 쉐어 남작은 금세 그의 목적을 눈치챘다.
“서, 설마…… 협상 자리에 따라가서 사고…… 치시려고요?”
“네.”
너무나도 당당한 지셀의 대답에 쉐어 남작이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곧 정신을 차린 그가 고개를 마구 저었다.
“그러면 저 죽습니다! 사고가 난 뒤에는 백작님을 거기 넣은 게 저인 줄 금세 발각될 거 아닙니까!”
“도망치세요.”
“네?”
지셀이 소파에 편하게 등을 기대며 말을 이었다.
“협상이 시작되기 전에 기회 봐서 수도를 뜨세요. 남작님 업무상 여기저기 갈 곳 많지 않습니까? 수도 밖으로 나가는 건 어렵지 않을 테니까요.”
“어디로 도망을…….”
“제가 줄 때는 확실히 주는 거 알고 계시죠?”
뜬금없는 말에 쉐어 남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짠돌이로 유명하지만 쏠 때는 또 확실히 쏘는 게 펜리스 백작이었다.
지셀이 손가락으로 동그라미 표시를 만들며 말했다.
“펜리스로 오시죠. 좋은 자리 하나 드릴게요. 좋은 봉급, 좋은 집, 원하시면 그냥 은퇴 자금까지 드리죠. 평생 놀고먹을 수 있을 정도로 두둑하게.”
쉐어 남작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렇지 않아도 요새 수도 분위기가 너무 무서워서 걱정이 많았다.
자신이 살아남은 건 중요 귀족이 아니어서다. 딱히 어느 계파에 깊게 선을 대고 있다고 할 수도 없었다.
‘대신 수틀리면 언제든 목이 날아갈 하루살이나 마찬가지란 뜻이지.’
그야말로 시키는 대로만 하는 평범한 행정관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남자였다.
그런데 왕국 최고의 부자인 펜리스 백작이 자신의 영지로 오라고 한다. 두둑하게 챙겨 주겠다면서.
‘이건 기회다!’
쉐어 남작은 가족도 없었다. 몰락 귀족이라 어쩌다 보니 계속 혼자 살게 되었다.
왕이 권력을 잡은 뒤에는 꿈도 희망도 사라졌다. 그냥 지금은 하루하루 죽지 못해 사는 상황이었다.
이거 거절하면 바보다.
쉐어 남작이 목을 몇 번 가다듬더니 책장을 뒤져 하나의 서류를 가져와 건넸다.
“협상에 따라갈 군단 중에 2군단이 있습니다. 2군단에 속한 제3보병 중대로 내일 바로 입대 처리 해 드리겠습니다.”
“이 서류는 뭡니까?”
“별거 아니지만 현재 수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한 정보들입니다. 제가 아는 건 이게 전부예요. 말단 서기관이라…… 헤헤.”
“크, 역시 우리 남작님은 일 처리가 빨라서 참 좋아요.”
“변장은 확실히 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협상 자리에 가실 때까지는 절대 사고 치시면 안 돼요. 요새 군단장님들이 교체된 뒤에 분위기가 아주 안 좋습니다.”
“걱정마시죠. 제가 막내 생활도 많이 해 봤습니다.”
전생에 용병단에 가입한 뒤 정말 오래 해 봤다.
절대 믿지 못할 말이었지만 쉐어 남작은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때를 봐서 도망가면 그만이었다.
“저는 조만간 죄수 호송 현황을 파악하러 나가 봐야 합니다. 협상 날짜와 장소는 입대하면 아실 수 있겠지만, 제가 나가기 전에 뭔가 정해지면 나오면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수도에서 베르헴이 사람을 잡아먹고 있다는 정보는 이미 지셀의 귀에도 들어왔다.
그 수를 채우기 위해 여러 관리가 움직이고 있었다. 쉐어 남작은 그 중에서도 죄수가 제대로 들어오고 있는지 파악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
지셀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도망갈 날 잡으면 말해 주세요. 제가 따로 기사들을 불러 드리죠. 빠르게 연락할 방법이 있거든요.”
그 말에 쉐어 남작이 환하게 웃었다.
현황 파악은 병사 몇 명만 끌고 가면 되다 보니 도망가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그 병사들은 영문도 모른 채 그냥 자신을 따라올 테니까.
문제는 곳곳에 들끓는 도적들이었다. 병사들만으로는 도적들을 처리하기 어려웠다.
펜리스 기사들이 호위해 준다면 안심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제가 이 왕국을 위해!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했다. 도망가기로 결심하자마자 쉐어 남작은 입장을 싹 바꾸었다.
‘솔직히 북부군이 이길 거 같아.’
개작살이 난 왕국군을 구하고 공작가의 20만이 넘는 대군을 쓸어버린 펜리스 백작이다.
인생을 걸어 볼 거면 이쪽에 걸어야 한다.
물론 왕국군과 공작가가 힘을 합하면 어찌 될지 모른다. 그쪽에는 왕국제일검도 있고 왕실 기사단장도 있으니까.
‘북부군이 지면 도망가야지.’
펜리스에서 다른 왕국으로 넘어가기는 쉬울 것이다. 어디든 수도보다는 마음이 편할 거 같았다.
“저기 그런데……. 변장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별로 어렵진 않죠. 바뀐 얼굴 잘 기억하세요.”
두두둑.
지셀은 마나를 이용해 얼굴 근육을 조정했다. 마나를 계속 주입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소모가 그리 크지는 않았다.
곧 지셀의 인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쉐어 남작은 그걸 보고 입을 떡 벌렸다.
‘진짜 별걸 다 할 줄 아는구나.’
이 정도면 지셀을 아는 사람이 봐도 그를 알아볼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지셀은 2군단의 말단 병사로 입대했다.
어차피 왕실에서도 북부군을 노리고 병사들을 계속 모집하고 있었다.
정확하게 원하는 부대에 들어가는 게 어려웠던 것이지, 어디든 입대하기는 쉬웠다.
입대가 확정된 지셀은 기분 좋게 소속 부대의 막사에 들어가 신고했다.
“이번에 새로 입대한 더글리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오, 신입 왔네.”
“목소리도 우렁찬 게 기합이 가득 차 있어.”
“아주 좋은 자세다.”
고참들이 앉아서 히죽거리며 웃었다. 군대에서 막내가 들어오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었다.
그리고 지셀은 오자마자 상당히 곤욕스러운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다.
“야! 막내야! 빨래 좀 해 와라! 요새 분위기가 안 좋으니까 신고식은 이걸로 대신해 줄게! 이거 끝나면 우리 장비들도 닦아 놓고.”
선임 병사들이 쉰내가 나는 옷들을 지셀에게 마구 집어던졌다.
“…….”
“뭐해? 빨리 안 가고? 혼나 볼래? 군 생활 어떤지 체험시켜 줘?”
“…….”
지셀은 병영 부조리를 온몸으로 겪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