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528)
528 – 난 다 알아. (1)
528화 난 다 알아. (1)
아트로데 왕국.
대륙에서 손꼽히는 강국 중 하나인 이곳은 구원교의 중심지였다.
왕의 동생이자 왕국의 실세인 라인스터 공작은 구원교의 독실한 신도로서 은신처를 제공했다.
가트로스는 라인스터 공작이 왕자였던 시절부터 그를 담당했던 궁정 학사였다. 그는 아주 오랜 시간을 들여 라인스터 공작을 회유하고 구원교의 사상을 주입했다.
그리고 물밑 작업을 벌여, 후계 순위에서 밀렸던 라인스터 공작을 왕국 최고의 실세로 키워 내기까지 했다.
그러니 라인스터 공작이 가트로스를 깊이 신뢰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라인스터 공작은 가트로스가 루타니아 일에 실패하고 돌아오자 깜짝 놀랐다.
“스승님께서 이런 곤욕을 치르실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송구하옵니다, 전하. 루타니아 왕국에 큰 변수가 있었습니다.”
“소식은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펜리스 백작…… 아니, 이제는 대공의 자리에 올랐다지요? 그런 자에게 그 강대한 델파인 공작이 패할 줄이야.”
“그자의 성장 속도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변수가 저희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가트로스는 말을 하면서도 분을 누르느라 고생했다. 정말 별별 놈들이 나타나 자신들을 방해했다.
그는 꿈에도 모를 것이다. 지셀이 전생에 그와 똑같은 기분을 느꼈다는 걸.
라인스터 공작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다시 시작하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 왕국도 이제 끝이 보이고 있으니까요.”
실제로 아트로데 왕국의 대부분은 라인스터 공작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이제 수도 인근만 남았을 뿐이다.
저항이 격렬하기에 피해를 아끼기 위해 조심하고 있을 뿐, 왕국을 완전히 손에 넣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어차피 라인스터 공작에게 루타니아 왕국은 나중에 점령해도 되는 곳이었다. 가트로스가 꼭 성물을 먼저 얻어야 한다기에 허락했을 뿐이다.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사제들을 다시 이곳으로 모이라 했습니다. 정비를 하고 루타니아군의 공격을 막아 내야 합니다.”
“흐음, 루타니아군이 그렇게 강합니까?”
“알 수 없는 기술로 무장한 자들이옵니다. 절대 방심하면 아니 되옵니다.”
“그래요. 스승님께서 곤욕을 치르실 정도면 보통 놈들은 아니겠지요. 어서 왕국을 차지하고 대비해야겠습니다.”
라인스터 공작의 야망은 단순히 이 왕국을 차지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구원교의 힘을 이용해 대륙을 제패하고 제국을 세우는 것이 그의 꿈이었다.
처음에는 그리 어렵지 않아 보였다. 대륙에 있는 왕국 대부분이 구원교로 인해 전란에 빠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펜리스 공작이 돌아다니며 하나씩 정리해 가는 중이었다. 라인스터 공작으로서는 곤란한 일이었다.
“어서 빨리 성물을 찾아야겠군요. 이 상태라면 다른 곳이 금세 밀리게 될 겁니다. 아니, 오히려 저희가 당할 수도 있습니다.”
“으음…….”
가트로스도 고민에 빠졌다.
현재 다른 성물은 그림웰 왕국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문제는 그곳도 상당한 강국이라는 것이었다.
그림웰 왕국은 내전 중임에도 연합군에 병력을 보낼 만큼 여유도 있었다. 그렇다 보니 구원교에서도 그림웰 왕국을 치기 위해 사제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평형 상태를 이루고 있는 지역에서 사제들이 빠져나가면 구원교 측 세력이 쉽게 밀릴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가트로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골치가 아픕니다. 그림웰 쪽으로 전력을 집중하면 다른 지역에서 연합군에 쉬이 밀릴 테고. 어쩌면 우리가 그림웰 왕국을 점령하기 전에 도우러 올 수도 있을 테지요.”
그렇다고 연합군을 우선 처리하자니 언제 그림웰 왕국을 점령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결국 전력을 나눠 연합군의 발목을 잡으면서 그림웰 왕국을 무너뜨려야 했다. 열세로 접어든 지금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놈만 아니었어도…….’
가트로스는 다시 치솟는 울분을 애써 참았다.
방해 요소는 여럿 있었지만 역시 펜리스 공작의 활약이 가장 큰 패인이었다.
그놈한테 복수를 해야 하는데 지금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다.
두 사람이 며칠간 앞으로의 일에 관해 고민하고 있을 때, 아이던이 병력을 이끌고 아트로데 왕국에 도착했다.
복귀 중에 루타니아 왕국의 내전이 끝났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오오, 나의 충성스러운 검이 드디어 돌아왔구나.”
라인스터 공작은 아이던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그는 아이던이 혁명단을 포섭하고 헬게니크까지 회유했다는 소식은 서신으로 미리 받은 상태였다.
“평안하셨습니까, 전하.”
아이던이 우아하게 예를 올렸다. 그가 이끄는 백은 기사단은 라인스터 공작이 만들어 준 것이었다.
어느 한 나라에 묶인 세력이 아니기에 아이던은 자유롭게 여러 왕국을 돌아다닐 수 있었다.
“그래, 일을 무사히 마쳤다는 소식은 들었느니라.”
“곧 혁명단주가 병력을 이끌고 합류할 것입니다.”
“힘든 와중에 그대가 좋은 소식을 전해 주어 무척이나 기쁘도다.”
라인스터 공작은 껄껄 웃으며 아이던의 공을 치하했다.
그는 아이던의 옆에 있는 헬게니크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대가 세간에 유명한 ‘망자들의 주인’인가?”
“그렇소.”
고개만 살짝 까닥이는 헬게니크를 보고 라인스터 공작이 눈을 찌푸렸다. 하지만 헬게니크가 얼마나 강한지 잘 알고 있기에 무례를 참고 넘어갔다.
지금은 강자가 하나라도 더 필요한 때였으니까.
가트로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마음 같아서는 사제를 죽인 헬게니크를 찢어 죽이고 싶었지만, 지금은 서로 싸워서 좋을 게 없었다.
지금 가장 급한 문제는 하나로 모이는 연합군과 펜리스 공작이 이끄는 군대다. 그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방법을 찾아야 했다.
공작가와 구원교의 주요 인물들이 모인 자리에서 여러 의견이 나왔다.
“연합군부터 처리하는 게 어떻습니까? 지금보다 더 강해지기 전에 일전을 벌이는 게 맞습니다.”
“연합군만 처리하면 어디든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 그 뒤에 성물을 찾아도 되는 거 아닙니까?”
“어허, 가장 중요한 일은 성물을 되찾는 것인데 어찌 그걸 뒤로 미룬다는 말이오!”
“성물이 있어야 균열을 통제하고 교의 목적을 이룰 거 아니오!”
“만약 연합군에 패한다면 우리는 완전히 끝장이오. 재기할 수 없소. 전쟁이 끝나려면 몇 년이 걸릴지 모르니 방어하며 성물부터 찾는 게 맞소이다!”
“하지만 성물을 먼저 찾으려다가 각개격파 당한다면 그것도 문제 아니겠습니까?”
두 의견 다 일리가 있었다. 대륙의 정세가 점점 자신들에게 불리해지고 있으니 신중하게 결정해야 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헬게니크가 말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림웰 왕국을 차지하기 전에 연합군이 모이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는 것 아닌가? 그러면 성물이란 것도 찾고 전력도 그림웰 왕국 쪽으로 모을 수 있지 않겠는가.”
가트로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하지만 펜리스 공작의 힘은 상당하네. 어지간한 전력으로는 발목조차 잡지 못할 걸세.”
가트로스는 루타니아의 북부군에 얼마나 많은 강자가 모여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 정보는 이미 자리에 함께한 모두에게 전해진 상태였다.
문제는 펜리스 공작만이 아니었다. 튜리안 왕국에서도 엄청난 강자가 새로 등장했다. 그들 외에도 각 왕국의 실력자들이 힘을 합하려 하고 있었다.
“아무리 우리가 강해도 전력을 나눠서는 당해내기 힘들걸세. 그래서 지금 어느 쪽을 우선할지 고민하고 있는 게 아닌가.”
설명을 들은 헬게니크가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이거 참 재미있는 상황 아닌가.
“그 강력한 군대를 한번 만나 보고 싶군. 나에게 약간의 병력만 지원해 다오. 내가 시간을 끌어 보지. 그 사이에 그림웰을 함락해라.”
“가능하겠는가?”
“곳곳을 시체 군단으로 덮어 버리면 될 것 아닌가. 충분한 시간을 끌 수는 있을 것이다. 내가 말하는 것들만 그대들이 준비해 준다면.”
“그 말은…….”
가트로스가 눈을 빛냈다. 헬게니크가 네크로맨서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로 홀로 연합군을 상대할 수 있다는 말인가?
헬게니크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다들 잘 모르는군. 전장이야말로 내가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다.”
* * *
바이런 왕국의 균열과 반란군을 모두 처리한 루타니아군은 잠깐의 휴식에 들어갔다.
다음 왕국으로 이동하기 전 식량을 확보하고 무장도 재정비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지셀 덕분에 겨우 살아난 바이런 왕국 또한 일부 병력을 지원해 주기로 했다. 이런 식으로 왕국을 이동할 때마다 병력을 늘릴 계획이었다.
정비가 끝나기를 기다리며 쉬고 있던 지셀에게 튜리안 왕국의 전령이 찾아왔다.
“흠, 튜리안 왕국군이 이쪽으로 오겠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대공 전하께서 괜찮으시다면 사르디나 왕국을 연합군의 중심 지역으로 삼는 게 좋을 듯합니다.”
“나쁘지 않군.”
사르디나 왕국은 대륙의 중앙에 자리 잡고 있었다. 어느 방향으로든 쉽게 뻗어 갈 수 있다.
바이런 왕국에서 그곳까지 가려면 몇 개의 왕국만 거치면 된다. 물론 튜리안 왕국 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륙 전역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지셀이 움직이며 도와주고는 있지만, 연합군이 하나로 모일 장소가 필요하긴 했다.
클로드가 옆에서 물었다.
“저희가 그쪽까지 가는 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바이런에서 사르디나까지는 구원교의 세력이 강한 지역이 없으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튜리안 왕국군이 무사히 올 수 있겠습니까?”
그쪽도 최소 두 개 왕국의 반란을 진압해야 루타니아군과 만날 수가 있다.
하지만 연합군에 참가할 튜리안 왕국군은 5만이 채 안 된다고 했다.
이제 막 내전이 끝난 나라에서 내보내기엔 큰 전력이지만, 다른 나라의 내전을 정리하기에는 적은 수였다.
클로드의 걱정에 지셀이 피식 웃으며 전령 대신 말했다.
“그 정도는 어렵지 않지. 안 그래?”
지셀의 말에 전령은 가슴을 크게 폈다. 그 얼굴에는 자부심이 넘치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그 부분은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튜리안 왕국군에는 무려 균열을 혼자 처리한 율리엔이 존재한다. 튜리안 사람들에게 율리엔은 신앙의 대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좋아, 그렇게 하도록 하지.”
전생에도 사브리나 왕국은 연합군의 중심지였다. 연합의 모든 기구가 사브리나 왕국을 중심으로 세워졌다. 그 일을 주도한 사람이 율리엔이었다.
어차피 지셀도 그렇게 하려고 했기에 딱히 반대할 생각은 없었다. 각지에 지원을 나간 연합군이 모일 장소는 꼭 필요했으니까.
흔쾌한 지셀의 허락에 전령은 기쁜 표정으로 돌아갔다.
“현황은 파악됐나? 어떻지?”
전령이 돌아가자마자 지셀이 클로드에게 물었다. 현재 루타니아의 정보원들은 쉴 틈 없이 움직이며 정보를 전달하는 중이었다.
“확실히 반란군의 기세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구원교의 사제들이 갑자기 줄어들어서 그렇습니다.”
“사제들이 모이는 장소는?”
“현재 경로를 보면 영주님 말씀대로 아트로데 왕국일 확률이 가장 높습니다……. 아니, 근데 어떻게 아셨어요?”
“난 다 알아.”
“…….”
항상 저런 식이니 할 말이 없었다. 근거는 없는데 결과가 맞으니 따질 수도 없었다.
사실 지셀도 전생에는 구원교의 은신처를 알아내지 못했다. 지셀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균열과 싸우느라 구원교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던이 말했던 ‘우리’가 구원교임을 알게 되면서 지셀은 구원교의 은신처도 쉽게 추측해 냈다.
아이던이 이끄는 백은 기사단은 아트로데 왕국의 라인스터 공작 휘하의 기사단이었으니까.
‘그놈들도 이번에는 조금 다급했던 모양이군.’
그 엉큼한 놈들은 전생에 뻔뻔스럽게도 연합군에 합류하여 활동했다.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반란이 일어나지는 않았기 때문에 전력을 숨길 여유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생에는 구원교의 계획이 어그러지는 바람에 라인스터 공작이 대놓고 반란을 일으킨 상태였다.
“일단 그놈들도 힘을 모으고 있으니 처리할 수 있는 지역은 빨리 처리하는 게 좋겠네. 구원교 놈들이 언제 다시 튀어나올지 모르니까 말이야.”
지셀 자신이 많이 깎아 내긴 했지만, 하나로 모인 구원교의 힘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었다. 아이던과 같은 숨겨진 전력도 존재할 터였다.
한시라도 빨리 다른 왕국들을 구해 줘야 했다. 그래야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있었다.
구원교가 지셀을 경계하는 만큼 지셀도 구원교를 경계하고 있었다.
구원교 놈들이 은밀하게 활동하며 대부분 계획을 성공시켰던 전생을 생각하면 방심할 수 없었다.
“최대한 빨리 정비를 끝마치고 이동한다.”
지셀의 명령에 루타니아군은 바쁘게 움직였다. 바이런 왕국이 적극적으로 협조한 덕분에 보급과 정비는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바이런 왕국은 타국에서 넘어온 피난민들을 파악하는 데도 큰 도움을 주었다.
“찾았습니다.”
바이런 왕국 행정관의 말을 듣고 클로드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입니까?”
“네, 확실합니다. 피난민 인원을 파악하며 신분도 확인했습니다. 현재 피난민 캠프에 병사들을 보내 안전하게 보호 중입니다.”
클로드는 노예지만 루타니아 왕국 북부군의 이인자이기도 했다. 바이런의 관료들은 모두 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그들의 노력 덕분에, 클로드는 마침내 안나의 행방을 찾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