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530)
530 – 정말 오랜만이야. (1)
530화 정말 오랜만이야. (1)
카아악!
균열인은 무척 많았다. 대부분 엘레나의 망치질에 터져 나갔지만, 살아남은 몇 마리는 그녀의 몸에 달라붙었다.
콰아아앙!
하지만 그놈들도 그녀가 휘두른 망치에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엘레나의 몸에는 상처 하나도 나지 않았다.
신력을 가졌다는 건 근육의 밀도와 구조가 일반인과 다르다는 뜻이었다. 신력이 늘어날수록 육체의 내구성도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마나 연공법까지 익힌 그녀의 몸에 균열인들은 제대로 상처조차 내지 못했다.
“으아아아아!”
엘레나는 섬세한 기술은 익히기 싫어했다. 이상하게 그쪽에는 재능이 별로 없었다.
그녀도 이제 자신의 몸이 상당히 특별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지간한 공격은 그냥 맞으면서 망치를 휘둘렀다.
콰앙! 콰앙! 콰앙!
거대한 망치가 휘둘러질 때마다 균열인들은 미친 듯이 터지고 날아갔다.
파괴 전차가 지나간 자리라 해도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 경이로운 파괴력에는 산전수전 다 겪은 펜리스의 기사들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스트레스 좀 풀리네!”
엘레나가 험악하게 외치자 주변에서 그녀를 호위하며 싸우던 기사들이 질린 표정을 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엘레나는 아렐을 바라보며 씨익 미소 지었다.
‘어때, 누나 멋있지? 엄청 세지?’
아렐은 눈을 내리깔고 슬쩍 거리를 두었다. 조금 무서웠다.
날이 갈수록 엘레나의 전투 방식은 파르니엘을 닮아가고 있었다. 파르니엘은 그녀를 향해 흡족해하는 미소를 지었다.
벨린다가 엘레나를 지켜보다 고개를 저었다.
“아네트 님은 저렇게 싸우지 않으셨는데.”
신력은 엘레나에게 갔는데 전투 센스는 지셀에게 간 모양이었다.
만약 한 사람이 두 가지 다 가져갔다면 정말 대륙 최강자가 되었을 텐데. 그 부분이 참 아쉬웠다.
콰앙! 콰앙! 콰아앙!
언제나처럼 루타니아군은 균열을 쉽게 밀어버렸다. 엘레나가 강해지는 만큼 루타니아군의 전력도 상승하는 셈이었다.
전투가 끝나자 펜리스의 기사들이 엘레나를 에워싸고 외쳤다.
“파괴 공주! 파괴 공주!”
“그렇게 부르지 마!”
엘레나가 흉악한 표정으로 외치자 다들 도망갔다.
언제나 우아한 귀부인을 꿈꾸던 엘레나였다. 그런데 지금은 이상한 별명까지 붙어서 꿈과는 아주 거리가 멀어지고 말았다.
오히려 그 우아함은 레이첼이 가져갔다.
길리언의 딸인 그녀는 이제 아프기만 했던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몇 년이 지나 훌쩍 커 버린 그녀는 누구 못지않은 멋진 기사가 되었다.
빛나는 하얀색의 갑옷을 입고 싸우는 그 모습은 마치 우아한 백조와도 같았다.
그래서 붙은 별명은 ‘백조의 기사’.
성품이 바르고, 언제나 조용한 미소를 띠고 있는 그녀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별명이라 할 수 있었다.
“백조의 기사! 백조의 기사!”
기사들이 다시 레이첼을 보며 외쳤다. 그녀는 난감하다는 웃음을 지으며 손사래를 쳤다.
그 모습을 본 ‘파괴 공주’ 엘레나는 시무룩하게 시선을 내리깔았다.
엘레나와 다르게 레이첼은 신력이 없었다. 그러니 부족한 힘을 기술로 메꿔야 했다.
그래서 레이첼은 더욱더 열심히 수련에 매진했다. 다행히 유연함에는 재능이 있었는지 무척이나 훌륭한 기술을 구가할 수 있게 되었다.
“이야, 역시 그 아버지에 그 딸이라니까.”
지셀도 레이첼의 활약에 무척이나 흡족해했다.
레이첼의 기술은 날이 갈수록 성장했다. 환경의 영향도 있겠지만 그만한 열정과 재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셀은 레이첼에게 고급 검술과 마나 연공법을 아끼지 않고 퍼 주었다. 그녀의 아버지인 길리언도 시간이 날 때마다 자세를 봐주었다.
지셀은 시무룩한 엘레나를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
“어후, 몸치도 저런 몸치가 없어. 누굴 닮은 거야, 도대체?”
엘레나의 기술 습득 능력은 최악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그게 신력과 기묘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었다.
아무 생각도 안 하고 마구잡이로 패 버리니, 박력 하나만큼은 전쟁의 성녀인 파르니엘에 버금간다 할 수 있었다.
괜히 고민한다고 멈추는 일이 없었다. 일단 갈겨 버리고 생각한다. 사기적인 육체가 그걸 가능하게 해 주었다.
자신보다 수준이 높은 적을 상대하기는 힘들겠지만, 대량 학살에는 저만한 장점이 없었다.
“파괴 공주! 파괴 공주!”
“백조의 기사! 백조의 기사!”
루타니아군 전체가 두 사람의 별명을 연호했다. 두 사람의 활약을 칭찬함과 동시에 그 성장을 기뻐하는 외침이었다.
엘레나와 레이첼뿐만 아니라, 기사와 병사들도 전투를 거듭할수록 더 강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강해진 만큼 그들이 보이는 잔혹성도 커졌다.
덤벼드는 적을 하나도 남김없이 몰살하다 보니, 적들은 루타니아군을 두고 악마의 군대라 부르기 시작했다.
콰직!
“크르르륵…….”
지셀의 도끼가 반란군 수장의 목을 갈랐다.
이 왕국에서도 구원교 사제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아니, 반란군 병력도 점점 빠지는 추세였다.
피에 전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기며 지셀이 중얼거렸다.
“이놈들, 무슨 생각인 거지?”
구원교 놈들이 전력을 하나로 모을 것은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정보원들이 보낸 정보도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반란군 병력까지 줄어드는 건 말이 안 된다. 구원교 놈들이 주요 전력을 한데 모으는 동안은 아이러니하게도 반란군이 버텨 줘야 한다.
연합군은 반란군이 차지한 지역을 되찾을수록 힘을 모으기가 더 쉬워지기 때문이다.
지금도 연합군의 이동이 더 빨라지고 있었다. 구원교와 반란군이 줄어든 만큼, 다른 지역으로 향한 연합군이 내전을 끝내는 게 훨씬 더 쉬워졌기 때문이다.
“설마 단기 결전을 노리는 건가?”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세계 대전 규모로 사태가 커진 지금은, 한두 번 싸워 이긴다고 끝날 일이 아니었다.
지금 조금 열세라고 병력을 다 빼는 건 오히려 불리함을 자초하는 일이었다. 결국 거점이 될 만한 지역을 다시 차지하고 보급로를 새로 만들어야 하니까.
차라리 반란군은 버티게 두고, 주력을 모아 다른 지역을 지원하는 게 낫다.
“후…… 분명 수작질을 부릴 텐데.”
본래 지셀은 미래의 정보를 이용해 그들에게 도전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제 미래가 달라졌다. 지셀에게 크게 패한 그들이 도전자의 입장으로 바뀌었다.
이번에는 지셀이 그들의 수작을 막아 내야 하는 것이다.
“다음 왕국으로 이동한다. 남은 놈들을 조금 더 빠르게 쓸어버리자.”
적들의 속셈을 아직 모르는 지금은, 조금이라도 더 많이 구원교의 세력을 없애는 것이 최선이었다.
연합군을 모으면 대규모 병력으로 그놈들의 근거지를 칠 수 있을 것이다.
점점 더 강해지는 루타니아군은 빠르게 여러 왕국의 반란군들을 정리하며 움직였다.
그리고 놀랍게도 튜리안 왕국군 또한 율리엔의 활약에 힘입어 루타니아군에 못지않은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 * *
사르디나 왕국 또한 반란군에게 밀려 위기 상황에 빠져 있었다. 대륙의 중심에 가까운 왕국이니만큼 구원교에서도 상당히 신경을 썼던 것이다.
그런 와중에 지셀의 루타니아군이 반란군의 뒤를 쳤다.
균열을 피해 전선을 꾸렸던 반란군은 아예 균열을 뚫고 나타난 루타니아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사르디나의 반란군은 결국 루타니아군을 피해 한 곳에 모였다.
반란군의 수장 알드레드 후작은 이를 갈았다.
“이익, 거의 끝나 가는 참이었는데! 그 미친놈들이 균열을 뚫고 올 줄이야!”
구원교의 초인들이 갑자기 철수했지만 문제없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자신의 세력이 이 왕국에서 가장 강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전에 집중하느라 주변 소식에 어두웠던 게 문제였다. 루타니아군이 날뛰고 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그리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 결과는 참혹하게 돌아왔다. 모든 전선이 단숨에 밀려 버렸고 이제는 작은 요새 하나만 남은 상태였다.
“각하! 후퇴하셔야 합니다!”
“구원교에서 아트로데 왕국으로 오라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현재 전력으로는 루타니아군을 당해 낼 수 없습니다!”
참모들의 말에 알드레드 후작은 도망갈 결심을 했다. 아직 8만의 병력이 남긴 했지만 도무지 루타니아군과 맞서 싸울 엄두가 나지 않았다.
상대방 측에 초인이 너무 많았다. 알드레드 후작이 데리고 있는 초인 한 명만으로는 그들을 막을 수 없었다.
알드레드 후작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나는 1만의 정예병을 데리고 이 왕국에서 탈출하겠다. 남은 병력은 이곳에서 루타니아군을 막는다.”
무려 7만의 병사들을 희생양으로 삼고 도망가기로 한 것이다.
7만이 요새를 끼고 버텨 주면 도망갈 시간을 벌 수 있다. 남들이야 죽든 말든 자신만 살아남으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영문도 모르는 7만 병력은 요새에 남았고, 알드레드 후작은 적을 요격하겠다는 핑계로 요새를 빠져나갔다.
두두두두두두!
그들은 동쪽 방면에서 나타난 루타니아군을 피해 열심히 말을 달렸다.
다행히 아트로데 왕국은 사르디나의 남서쪽 방향에 있었다. 몇 개의 왕국만 거치면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알드레드 후작이 도망간 지 하루 뒤, 루타니아군이 요새를 포위했다.
“그냥 부숴라.”
지셀이 고민하지 않고 명령했다. 곧 수백 대의 투석기에서 돌이 날아갔다.
콰앙! 콰앙! 콰앙! 콰앙!
펜리스의 투석기는 엄청난 사거리와 위력을 자랑한다. 요새 안의 적들은 제대로 대응도 하지 못하고 막기에만 급급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루타니아군의 마법사들도 사정없이 마법을 뿌려 대었다.
알드레드 후작이 마법사들까지 데리고 도망갔기에 마법을 막을 수도 없었다.
콰앙! 콰앙! 콰앙!
“으아아아악!”
요새 안에서는 끊임없이 적들의 비명이 울렸다. 그들은 감히 밖으로 나갈 싸울 엄두도 내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기만 했다.
콰앙! 콰앙! 콰앙!
수도 없이 날아오는 돌과 마법 때문에 요새는 순식간에 부서져 갔다.
하지만 반란군을 이끌던 알드레드 후작은 돌아오지 않았다.
곧 요새 위에서 백기가 올라왔다.
“흠, 공격을 멈춰라.”
지셀의 명령에 공격이 멈추었다. 잠시 후 성문이 열리고, 요새에 남아 있던 병력이 모두 무장을 해제한 채 나왔다.
자신들이 버림받은 걸 알자 완전히 전의를 잃고 만 것이었다.
지셀은 적을 철저하게 짓밟지만 그건 끝까지 덤비는 놈들에 한해서였다. 항복한 자들은 신원을 확실히 조사하고 걸리는 게 없으면 병력으로 받아들였다.
지금 항복한 이들도 큰 문제가 없다면 사르디나 왕국군으로 재편될 것이다.
“사르디나 왕국군에 전령을 보내라. 포로들 조사하고 챙겨 가라고 해.”
지셀이 이들까지 다 챙겨 줄 필요는 없었다. 사르디나 왕국군이 올 때까지만 감시하면 된다.
이렇듯 항복한 자들은 살려 주는 지셀이지만, 항복해도 절대 살려 주지 않는 놈들도 있긴 했다.
바로 구원교와 손을 잡은 반란군의 수뇌부들이었다.
“알드레드 후작을 잡으러 간다.”
알드레드 후작이 전날 이미 요새를 빠져나갔다는 말을 들은 지셀이 바로 기동군을 끌고 추격에 나섰다.
약 이틀 정도의 시간 차이가 있다. 상대도 제법 빠르게 움직일 테니 상당히 거리가 벌어졌을 것이다.
“속도를 높여라! 국경을 넘기 전에 반드시 잡아 죽인다!”
두두두두두!
지셀의 재촉에 기동군이 힘껏 말을 달렸다.
과연 지셀의 예상처럼 알드레드 후작은 그 과감한 판단 덕분에 꽤 멀리 도망을 간 상태였다.
이 상태로 가면 곧 국경을 넘을 수 있다. 그 왕국에도 구원교와 손을 잡은 세력이 있으니, 국경만 넘으면 한시름 돌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국경 너머의 반란군은 이미 완전히 토벌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쪽을 정리하고 사르디나로 진군하고 있던 튜리안 왕국군 2만과 맞닥뜨리고 말았다.
양 군대는 서로가 적인지 아군인지 구분할 수가 없어 잠시 대치 상태를 이어 갔다.
알드레드 후작이 앞으로 나가 외쳤다.
“그대들은 누구인가! 이곳은 사르디나 왕국의 영토다! 정체를 밝혀라!”
튜리안 왕국군의 기디온 후작도 앞으로 나가 외쳤다.
“우리는 연합군에 합류하기로 한 튜리안 왕국군이오! 그쪽은 어디 소속이오!”
기디온 후작의 말에 알드레드 후작이 눈을 찌푸렸다. 괜히 여기서 싸웠다가 발목을 잡히면 곤란했다.
상대 병력도 자신들보다 많았다. 그래서 그는 거짓말을 했다.
“우리는 사르디나 왕국군이오! 현재 도주한 반란군을 급히 쫓고 있으니 어서 길을 열어 주시오!”
그는 그렇게 말하고 상대가 생각할 시간도 주지 않고 군대를 움직였다.
기디온 후작이 당황하며 군대를 물리려 했다. 상대 병력이 너무 거침없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때, 율리엔이 갑자기 말을 몰아 앞으로 뛰쳐나갔다.
두두두두두!
“어? 어! 율리엔 님!”
기디온 후작이 깜짝 놀라 외쳤다. 튜리안 병사들도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율리엔은 차가운 표정으로 앞으로 달려갈 뿐이었다. 이미 그의 검에는 시리도록 푸른 빛이 감돌고 있었다.
“저, 저! 미친놈을 막아라!”
알드레드 후작의 말에 그의 옆에 있던 기사가 뛰쳐나갔다.
그는 반란군의 유일한 초인이었다. 율리엔의 기세가 만만치 않음을 느끼고 나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빠르게 나아갔다. 반란군의 초인은 말 안장에서 뛰어오르며 오러 블레이드를 뿜어내었다.
“죽어라!”
단숨에 적을 죽이기 위한 공격이었다. 어찌나 강렬한지 오러 블레이드 주변의 공기가 일그러지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율리엔은 딱히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말 위에서 우아하게 검을 한번 휘둘렀을 뿐이었다.
스각.
쿠웅!
율리엔에게 달려들던 초인의 몸이 검과 함께 반으로 갈라져 바닥에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