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538)
538 – 이제 저놈을 죽이자고. (2)
538화 이제 저놈을 죽이자고. (2)
콰직!
헬게니크는 자신의 가슴을 뚫은 창을 부수고 일어났다. 그의 가슴에서는 검은 연기가 쉼 없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신성력?”
여자가 휘두른 단검뿐만이 아니라 창에도 신성력이 담겨 있었다.
헬게니크가 이를 갈았다.
“이놈들이……!”
분노한 그가 자세를 잡기도 전에, 눈앞에 거대한 메이스가 보였다.
“뭣??”
콰아아앙!
“커억!”
엄청난 힘에 직격당한 헬게니크가 뒤로 주욱 밀려났다. 메이스와 닿은 그의 팔 부분이 마구 타오르기 시작했다.
쿠웅! 쿠웅! 쿠웅!
어느새 시체들을 헤치며 달려온 파르니엘이 성난 표정으로 헬게니크에게 달려들었다.
그녀는 수많은 시체들을 보고 분노했다.
“감히 여신께로 갈 영혼들을 이렇게 붙잡아 두다니!”
콰앙! 콰앙! 콰앙!
산이라도 부술 기세로 내리치는 그녀의 공격에, 헬게니크는 정신을 못 차리며 뒤로 물러났다.
실드를 펼치며 막았지만, 메이스의 파괴력이 어마어마한 탓에 한 대 맞을 때마다 실드가 그냥 깨어졌다. 공격 하나하나에 엄청난 신성력마저 담겨 있었다.
무지막지한 괴력에 헬게니크는 경악하며 외쳤다.
“성녀인가!”
이런 신성력을 아무나 보일 수는 없었다. 소문의 그 성녀임이 확실했다.
그가 반격을 하려는 찰나, 수십 개의 단검이 공간을 에워쌌다.
파악!
헬게니크는 어쩔 수 없이 공간을 이동하며 손을 휘저었다.
그어어어어!
제롬에게 당해 파괴됐던 데스나이트들이 부활했다. 그것들은 바로 파르니엘과 벨린다를 향해 달려갔다.
그 외에 주변에 있던 어마어마한 시체들도 그들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벨린다는 그대로 몸을 빼며 제롬을 안아 들고 전장에서 벗어났다.
파르니엘 하나만 남아 겨우 한숨을 돌리려는 찰나.
스각!
앞을 막은 시체들의 목이 한꺼번에 떨어졌다.
파앗!
그리고 그 뒤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한 남자가 검을 휘둘렀다.
분명 상당히 거리가 있었을 텐데.
스각.
헬게니크의 몸이 또다시 베였다. 조금 전 자신의 가슴을 베었던 놈이 분명했다.
이번에도 몸을 피해 치명상은 피했지만, 헬게니크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정말 전조가 없다.’
아무리 속도가 빠르다 해도, 이렇게 거리를 무시하고 공격하기는 불가능했다.
저것은 의지가 닿는 곳을 베는 검이었다. 법칙을 아예 무시하고, 원하는 곳에서 결과를 나타내도록 검을 휘두르는 것이었다.
헬게니크 정도쯤 되는 실력자이기에 공격의 정체도, 그 허점도 파악할 수 있었다.
‘격의 차이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는군.’
만약 자신이 지금보다 약했으면 단숨에 목이 베였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은 대륙에서 손꼽히는 강자. 그 때문에 상대의 의지가 자신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었다.
과연 상대도 그걸 알았는지 더 이상 그 기술을 쓰지는 않았다.
그래도 섬뜩한 기분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만약 상대의 경지가 조금만 더 높았다면 큰 부상을 입을 뻔했다.
정말 상식을 벗어나는 검술이었으니까.
드드드드득!
공격을 피하는 찰나의 순간, 헬게니크는 온 힘을 다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조치를 다 했다.
땅에서 튀어나온 뼈 무더기가 그의 앞을 막았고 수많은 시체가 적들을 향해 몰려갔다.
20만이 넘는 시체들이 모두 적을 막으러 몰려왔다. 워낙 수가 많아 적들도 잠깐 움직임이 묶였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헬게니크는 계속 뒤로 물러났다.
“후, 위험한 놈들이군. 자리를 피해야겠어.”
헬게니크는 그의 앞을 시체들의 대군이 막아설 즈음에야 겨우 한숨을 돌렸다.
지금까지 모은 시체들을 모두 불러왔다. 정말 하늘을 날아서 오지 않고서야 뚫고 오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너무 급박한 상황이라 그는 잠시 중요한 걸 잊고 말았다.
바로 하늘에서 떨어진 창에 대해서 말이다.
쐐애애액!
거대한 까마귀로 변한 다크의 등 위에서, 지셀이 마나를 폭발시키며 뛰어내렸다.
떨어지는 지셀의 속도는 빛과 같았다.
헬게니크는 급하게 뒤로 물러나 시체들을 움직이는 중이었다. 경황이 없어 위에서 떨어지는 자를 조금 늦게 발견했다.
“음?”
지셀은 헬게니크가 있는 곳으로 떨어지며 크게 검을 휘둘렀다.
콰직!
“크아아악!”
헬게니크의 몸이 어깨부터 옆구리까지 길게 베였다. 베인 상처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콰아앙!
거대한 구덩이를 만들며 착지한 지셀이 씨익 웃었다.
“아, 이걸 피하네. 역시 대단해. 헬게니크.”
지셀의 검 또한 신성력으로 빛나고 있었다. 파르니엘과 피오테가 모두의 무기에 신성력의 축복을 걸어 주었기 때문이다.
심한 타격을 입은 헬게니크가 뒤로 물러나며 외쳤다.
“크으으윽! 누구냐! 네놈들은 누구냔 말이다!”
“보면 몰라?”
“흐으으으…….”
헬게니크는 금세 상대가 누구인지 파악했다.
이렇게 많은 강자가 몰려 있는 군대는 대륙에 단 하나뿐이었다.
“네놈이 루타니아의 펜리스 공작인가?”
“그래. 궁금한 게 있으면 뭐든 물어봐. 대답해 줄게. 시간은 많거든.”
“크흐흐…….”
헬게니크가 몸을 들썩이며 웃었다. 이놈들이 여기에 왔다는 건 구원교의 작전이 성공했다는 뜻이다.
“멍청한 놈들. 네놈들이 이곳에 왔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아느냐?”
“알아.”
“뭐?”
“우리 유인하려고 한 거잖아? 상관없어. 어차피 다 쓸어버리려고 했거든. 특히 너.”
지셀에게는 헬게니크 또한 위험 요소였다. 지금껏 그를 내버려뒀던 건 전생에는 독자적인 행동을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구원교와 손을 잡은 지금은 누구보다 빨리 처리해야 하는 놈이 되었다.
다른 손해를 보더라도 오히려 저놈을 여기서 죽이는 게 더 이득인 것이다.
지셀의 여유로운 태도에 헬게니크는 이를 깨물었다.
“허세 부리지 마라……. 네놈들이 이 많은 시체들을 감당할 수 있을 거 같으냐?”
무려 20만이 넘어가는 시체들이었다. 비록 이지는 없지만, 그냥 쓰러뜨리기만 하려 해도 엄청나게 많은 힘을 소모해야 할 것이다.
그 증거로 처음에 나타났던 초인들도 시체의 벽을 뚫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지셀이 이번에도 피식 웃었다.
“누가 우리끼리 왔대?”
“뭐?”
두두두두두두!
저 멀리서 기마병 한 무리가 접근했다.
지셀은 기동군과 함께 움직였다. 바네사의 마법으로 제롬이 위기에 처한 것을 확인하고, 그를 구하러 먼저 움직였을 뿐이었다.
“전부 쓸어버려라!”
선두에 선 길리언의 외침을 신호로, 빛나는 신성력에 감싸인 기동군이 돌격을 시작했다.
콰아아아아앙!
신성력으로 무장한 기동군은 단숨에 시체들을 찢어발겼다.
시체들은 기동군의 공격에 허무할 정도로 쉽게 쓸려나갔다.
애초에 대열도 뭐도 없고 그저 생명을 향한 적의만 가지고 있는 것들이었다. 정교하게 공격을 감행하는 기동군을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어어어어!
그래도 수가 너무 많았다. 파르살리 왕국군에도 사제들이 있건만 지금껏 밀린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그들의 신성력으로는 이 많은 시체들을 다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마어마한 수의 시체들이 다시 기동군을 향해 달려들었다.
워낙 시체들의 벽이 두껍다 보니 기동군의 돌파력도 금세 떨어졌다. 이제부터는 난전에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이곳에는 난전에 무척이나 특화된 인재가 한 명 있었다.
“이야아아아아!”
말에서 뛰어내린 ‘파괴 공주’ 엘레나가 거대한 망치를 휘둘렀다.
콰아아아앙!
그어?
시체들은 달려드는 족족 터져 나갔다. 엘레나가 무지막지한 괴력을 휘두를 때마다 길이 뻥뻥 뚫렸다.
균열인과의 싸움에 단련된 엘레나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홀로 달려 나갔다. 그녀는 요새 언제나 화가 나 있었다.
길리언이 그걸 보고 크게 웃으며 외쳤다.
“공주님을 따라간다! 계속 밀어 버려라! 하나도 남기지 마라!”
“와아아아아! 파괴 공주!”
콰앙! 콰앙! 콰앙!
어느새 엘레나가 선두에 서서 망치를 휘두르는 모양새가 되었다. 아군도 그 범위를 피해 가야 했다.
레이첼만이 최대한 가까이에서 엘레나를 살필 뿐이었다.
엘레나가 시원하게 길을 뚫고는 있었지만, 옆에서 몰려드는 시체들이 순식간에 빈자리를 다시 채웠다.
그때 기동군 뒤쪽에서 큰 외침이 울렸다.
“여신이시여!”
쩌엉!
기동군을 따라온 피오테의 머리카락이 은발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가 모든 신성력을 끌어내자 밝은 빛이 넓게 퍼져 나갔다.
그어어어!
빛에 닿은 시체들이 부들거리며 타올랐다. 어둠과 상극인 신성의 빛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피오테의 뒤를 따르던 사제들도 힘껏 신성력을 뿜어내며 아군을 보호했다.
기동군은 그렇게 무력화된 시체들을 그대로 짓밟으며 진군했다.
애초에 시체들이 무서운 것은 죽이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없앨 수만 있다면 수가 아무리 많아도 정규군의 상대가 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곳에는 피오테만 있는 게 아니었다.
중앙으로 몰려들던 시체들은 파르니엘이 맡았다.
“사라져라! 이 사특한 것들!”
콰아아앙!
파르니엘이 땅에 메이스를 강하게 꽂자, 엄청난 신성력의 폭풍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어어어어어!
데스나이트마저도 몸 곳곳이 찢어지고 좀비나 구울 등의 하급 언데드들은 그대로 재가 되어 소멸해 버렸다.
콰앙! 콰앙! 콰앙!
다른 초인들도 신성력이 머금은 무기를 휘두르며 시체들을 쓸어버리고 있었다.
멀리서 시전되는 광역 마법들도 시체들을 뭉텅이로 터뜨리고 있었다.
시체들의 수가 워낙 많기에 여전히 몰려들고는 있지만 이런 식이면 시체들의 군단은 금세 전멸할 터였다.
사실 적당히 강한 자들이었다면 문제없을 것이다. 헬게니크의 기운으로 신성력을 막아 내고 시체들을 계속 부활시키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때? 네가 아무리 강해도 우리를 감당하기는 조금 힘들 거 같은데.”
지셀이 서늘한 웃음을 지었다. 헬게니크는 대답하지 못하고 이를 갈았다.
시체들을 위해 힘을 쓸 수는 없었다. 그러다가는 자신이 눈앞에 있는 놈한테 죽는다.
헬게니크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나에 대해 알고 있나?”
“왜 그렇게 생각하지?”
“이상하니까.”
지원군이 올 것은 예상했다. 시체들의 군단이 있으니 사제들도 올 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상식을 초월한 강자들이, 그것도 무척이나 빠르고 정확하게 이곳으로 달려왔다.
이 많은 시체들을 향해 고작(?) 2만 정도의 병력만 끌고 온 것도 이상했다. 보통은 왕국군과 합류해 막아 낼 생각을 할 것이다.
그게 가장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니까.
하지만 상대는 오히려 대범하게 움직였다. 소수의 강자와 정예병만 이끌고 이 수많은 시체 군단을 향해 공격을 감행했다.
이건 마치…….
“사실은 나를 노린 거군. 맞지?”
“그래, 맞아. 말했잖아. 널 죽이러 왔다고. 아, 겸사겸사 저기 누워 있는 귀여운 마법사 친구도 좀 구하러 왔고.”
“…….”
역시 상대의 목표는 자신이었다. 유인에 당해 주는 대신 자신의 목을 취하겠다는 뜻인가.
그어어어어!
시체들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헬게니크가 도와주지 않으니 속절없이 밀릴 뿐이었다.
지셀의 주변에도 시체들이 몰려왔지만 지셀은 움직일 필요조차 없었다.
화르르륵.
그의 주변에 생성된 마력의 창들이 알아서 시체들을 박살 내고 있었으니까.
헬게니크가 기운을 끌어올렸다.
어떻게 자신에 대해 이렇게 잘 알고 있었는지는 궁금했지만, 지금은 의문을 해소할 때가 아니다.
“너무 여유가 넘치는군. 펜리스 공작.”
헬게니크는 일부러 대화를 하며 시간을 끌었다. 상대의 방심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자신은 이 자리에서 싸울 생각이 없었으니까.
파아아악!
지셀이 서 있는 곳 바닥에서 수십, 수백 개의 뼈 창살이 튀어나왔다.
‘지금은 너무 불리하다. 작전은 성공했으니 일단 물러난다.’
이 많은 시체를 포기하기는 아깝지만 어쩔 수 없었다. 계속 싸워 봤자 당하는 건 자신일 테니까.
지셀이 뼈 공격에 멈칫한 틈을 타 헬게니크가 뒤쪽으로 블링크를 시전했다. 아니, 하려고 했다.
스각!
어느새 시체들을 뚫고 온 율리엔이 그 흐름을 끊지 않았다면 말이다.
덜컥!
“커헉!”
마력의 흐름이 끊기자 그 반동은 헬게니크에게 직접적으로 충격을 주었다.
헬게니크는 비틀거리며 앞을 바라보았다. 블링크는 실패했다.
의지가 향하는 곳을 베는 자였다. 공간을 거스르는 방식은 저자에게 통하지 않는다.
결국 공간 이동을 통해 도망갈 수는 없다는 뜻이었다.
“네놈은 누구냐.”
“율리엔.”
잠시 기억을 더듬자 기억이 났다. 최근 튜리안 왕국의 반란을 진압한 신성.
하필이면 마법사들의 도주를 막기에 무척이나 효과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콰아아앙!
뼈의 감옥이 산산조각이 나며 지셀이 걸어 나왔다.
지셀이 율리엔을 보며 웃었다.
“뭐야, 왜 이렇게 늦었어. 하, 이놈 도망가면 피곤할까 봐 계속 대화했다니까. 클로드를 데리고 올 걸 그랬어.”
아무리 지셀이라 하더라도 헬게니크 정도의 실력자가 대놓고 도망가면 잡기가 힘들다. 끊임없는 추격전을 펼쳐야 한다.
짧은 거리라도 공간을 이동하는 마법을 쓰면 금세 거리를 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율리엔이 있으면 도주를 막을 수 있다. 그는 보이지 않는 흐름을 벨 수 있으니까.
그래서 율리엔이 올 때까지 기다린 것이었다. 이미 이런 상황에 대비해 얘기가 된 상태였다.
“……그래.”
싱글벙글 웃는 지셀과 다르게 율리엔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헬게니크가 이번에는 지셀을 바라보았다.
시간을 끈 건 자신이 아니라 저놈이었다. 오히려 자신이 저놈한테 말려든 것이었다.
“이놈들이…….”
결국 싸울 수밖에 없다. 다른 자들이 도착하기 전에 이 두 사람을 죽여야 한다.
헬게니크는 난생처음으로 전력을 다해 정면 승부를 해야 할 때가 왔음을 깨달았다.
콰아아아아아!
“내게 단순히 시체들을 움직이는 재주만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그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기운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목숨을 걸지 않으면 이곳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처억.
율리엔이 검을 세워 들며 자세를 낮췄다.
지셀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이제 저놈을 죽이자고.”
콰아아앙!
지셀과 율리엔, 두 사람이 헬게니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