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546)
546 – 경로를 바꾼다. (1)
546화 경로를 바꾼다. (1)
제롬과 마법사들, 사제들과 드워프들이 작업 때문에 따로 떨어지자 기동군의 속도는 더욱더 빨라졌다.
두두두두두!
이동하는 중에도 지셀은 구원교 소식을 가져온 전령에게 계속 물었다.
“혁명단이 참가한 거 확실하지?”
“맞습니다. 숨어 있던 놈들이 다 기어 나온 게 분명합니다.”
“그놈들도 그림웰 왕국으로 함께 갔나?”
“네, 대부분 같이 갔다고 합니다.”
“그래, 그놈들도 다 모이면 수는 꽤 많으니까.”
그간 혁명단은 대륙 곳곳에서 암약해 왔다. 하지만 딱히 큰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왕과 귀족들이 그들을 강력하게 탄압하기도 했고, 혁명단의 이름을 걸고 약탈을 자행하며 사람들의 지지도 잃었기 때문이다.
처음 세웠던 뜻이 완전히 변질된 그들은 대규모 산적 떼와 다를 게 없었다.
여기에 구원교가 균열을 열고 여러 나라에서 내전까지 일으키니 더욱더 그들이 활개 치기 좋은 환경이 되었다.
지셀이 피식 웃었다.
“그나저나 구원교도 급했나 보군. 그런 놈들하고 손까지 잡다니.”
전생에는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구원교는 혁명단을 방해 요소로 여겼다.
열심히 포교 활동을 해야 하는데 혁명단이 약탈을 하니 싸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두 골칫덩이가 서로 손을 잡았다. 이게 다 자신 덕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가 많이 바뀌긴 했군.’
처음 회귀했을 때는 모든 것이 자신의 예상 범위 안에 있었다. 일어날 사건을 죄다 비틀어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바꾸었다.
미래에 관한 지식은 여전히 쥐고 있지만, 상황이 크게 바뀐 이상 앞으로는 미래와 똑같은 사건이 일어날 거라고 확신할 수 없게 되었다.
‘뭐, 이걸 노린 거긴 하지만.’
이제는 미래 지식에만 의존할 필요가 없었다. 힘이 없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대륙에서 가장 강한 군대를 이끌고 있다.
이 힘을 얻기 위해 미래의 지식을 이용한 것이었다. 결국 지셀은 전생과 비슷한 힘을 전생보다 훨씬 빠르게 쌓았다.
앞으로는 힘으로 다 깨부수면 된다.
‘그렇다고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이제 쓸모없어진 건 아니지.’
지셀은 전생에 혁명단과도 몇 번 싸워 봤다. 누가 그 단체를 이끌고 있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균열의 괴수들과 싸우느라 혁명단을 괴멸시키지는 못했다. 인류 연합이 크게 신경을 못 쓴 것도 맞지만 혁명단장이 그만큼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놈이 아주 용의주도한 놈이긴 했지.’
오랜 세월 약탈로 단련된 놈이다. 평범하게 움직일 리가 없었다.
다른 건 몰라도 그놈이 이끄는 직속부대의 기동력과 기습은 그 어떤 군대보다 뛰어났다.
지셀이 웃음을 짓더니 말 위에서 지도를 펼쳤다.
“경로를 바꾼다.”
지셀이 바꾼 목적지는 그림웰 왕국과 아트로데 왕국의 사이였다. 양국을 이동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왕국이기도 했다.
지셀은 다크를 통해 클로드에게 새로운 명령을 보냈다.
“기습에 대비하라고 전해 줘. 내가 도착하는 대로 진격을 시작할 테니 우선 점령할 거점과 보급로도 미리 확인하라고 해.”
― 하, 멀리 가기 힘든데. 매일 나만 왔다 갔다 해.
다크는 몇 번 투덜거리더니 까마귀로 변해 날아갔다.
기동군은 이유를 묻지 않았다. 그저 지셀이 방향을 틀자 그대로 따를 뿐이었다.
율리엔과 파르니엘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전쟁에 관해서는 지셀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었다.
오직 단 한 사람.
가장 후열에서 힘겹게 말을 몰고 있던 엘레나만 입을 삐죽 내밀었다.
“아, 진짜 여기저기 오래 달리지 말자니까.”
그녀가 투덜대는 건 단순히 지셀에게 쌓인 불평불만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의 소중한 말 때문이었다.
히히힉…….
엘레나가 타고 다니는 말은 언제나 힘겨운 상태였다. 기동군 중에서도 한 손에 꼽힐 정도로 체격과 힘이 좋은데도 그랬다.
바로 그녀가 들고 다니는 거대 망치의 어마어마한 무게 때문이었다.
그래서 엘레나는 보조로 세 마리의 말을 더 끌고 다녀야 했다. 다른 말보다 포션을 더 많이 먹이는데도 그랬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엘레나는 몇 번이나 지셀에게 요구했었다.
― 빨리 레이피어로 바꿔 달라니까! 이제 나도 잘 싸우잖아!
― 안 돼. 전투력이 저하되면 너도 인생 손해 보는 거야. 뭐 하러 일부러 약하게 해?
― 이미 손해는 보고 있다고! 지금 오빠 너 때문에 내 사회적 평가와 인식이 바닥을 기어! 내 별명이 뭔지 알아?
― 모를래. 어쨌든 잘 들어. 네 전투력이 저하되는 건 국가적 손실이야. 그러니까 절대 안 돼. 아버지한테 말해서 법으로도 명시할 거야. 엘레나는 가벼운 걸 들 수 없다고 말이지.
― 으아아악! 짜증 나!
아무리 외쳐도 지셀은 무기 변경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니 엘레나는 항상 화가 잔뜩 나 있었다.
물론 그녀가 그냥 포기할 사람은 아니었다. 제 오빠와 같은 핏줄은 어디 안 간다. 그녀도 나름대로 계획이 있었다.
‘언제까지 네놈의 세상일 거라 생각하지 마라.’
악당 같은 대사를 속으로 내뱉은 엘레나가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엘레나는 파르니엘에게도 종종 전투 기술을 훈련받았다. 파르니엘의 전투 기술이 엘레나에게 가장 적합했기 때문이다.
엘레나가 봤을 때 파르니엘은 지셀과 호각으로 싸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하나였다.
그래서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자신도 파르니엘과 같은 신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두고 보자. 장기전으로 끌고 가면 결국 내가 이길 거야.’
현재 그녀의 맷집은 파르니엘처럼 인간을 벗어난 무언가가 되어가고 있었다.
물론 지금 당장은 무리라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대로 실전 경험을 계속 쌓고 열심히 수련한다면.
언젠가는 저놈의 머리통에 망치를 휘갈길 날이 올 것이리라.
‘그 뒤에는 우아하게 레이피어만 쓰는 거야.’
그렇게 엘레나는 자신만의 야망을 불태웠다.
* * *
그림웰 왕국.
이 나라는 그간 훌륭하게 균열을 저지하고 반란군을 밀어붙였던 강국이었다.
그 덕분에 병사들의 사기는 상당히 높았다. 지금껏 많은 승리를 거둬 왔기 때문이다. 이 전란도 얼마 안 있으면 끝날 거라 믿고 있었다.
“겁먹지 마라! 언제나처럼 우리가 승리할 것이다!”
지휘관이 외치자, 요새의 병력은 가슴을 활짝 폈다.
눈앞에 보이는 병력은 꽤 많았다. 수는 약 10만 정도.
요새에 있는 2만의 군대보다 다섯 배나 많은 수였다.
그럼에도 병사들은 여전히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번에도 이길 수 있어.’
‘우리는 계속 승리했으니까.’
‘다른 곳도 충분히 막을 수 있겠지.’
세 개의 군단으로 나뉜 아트로데군은 그림웰 왕성을 포위하듯이 진군하고 있었다.
전쟁이란 건 무조건 진격해서 눈앞의 상대를 때려잡는다고 끝나지 않는다. 대군인 만큼 보급로도 확보해야 한다.
그들의 최우선 목표는 왕을 사로잡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거점은 점령하며 진군해야 했다.
그리고 가트로스는 루타니아 왕국에서 겪은 패배로 인해 달라졌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지 않고 더욱더 조심스럽게 굴게 되었다.
“목표는 왕성이다. 다만 최대한 빨리 가야 한다. 나는 군사를 다룰 줄 모르니 너에게 전권을 주겠다. 힘이 필요하면 나를 어느 곳에든 쓰도록 하라. 전장의 가장 앞이라도 마다하지 않겠다.”
가트로스는 눈앞에 있는 냉담한 인상의 중년인을 향해 말했다.
“맡겨 주십시오. 가장 빠른 방법으로 진행하겠습니다.”
총사령관직을 맡은 비펜벨트 백작이 가트로스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는 아트로데 왕국을 점령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명장이었다. 또한 라인스터 공작이 가장 신뢰하는 가신이기도 했다.
과연 비펜벨트 백작은 순식간에 병력을 배치한 뒤,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병사들은 사다리를 준비하라. 성벽 위를 무력화한 뒤 바로 접근한다. 마법사들은…….”
아트로데 왕국군의 머릿수는 압도적이었다. 그리고 구원교의 고위 사제들과 함께했던 비펜벨트 백작은 그들의 힘을 잘 알고 있었다.
“사제분들께서 먼저 움직여 주시오.”
초인인 고위 사제들이 무려 다섯 명이나 이곳에 있었다. 그들은 비펜벨트 백작의 말에 겁도 없이 요새를 향해 날아갔다.
“뭐야, 저놈들?”
“날아오는 걸 보니 구원교의 초인인 거 같은데…….”
“아무리 초인이지만 고작 다섯 명만 온다고? 설마 항복하려고 오는 건가?”
요새의 병력은 처음에는 구경만 하고 있었다. 초인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이곳에는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꽤 많았다.
아무리 초인이더라도 요새를 끼고 싸우는 자신들을 다섯 명만으로 상대하는 건 무리였다.
그러니 다들 어안이 벙벙했던 것이다.
“뭘 멍청히 보고 있는 거냐! 쏴라! 어서 공격해라!”
파아아앗!
요새에서 수많은 화살이 날아왔다. 하지만 검은 기운으로 몸을 보호한 사제들은 화살을 그대로 흘리며 멈추지 않고 나아갔다.
요새 가까이 도착한 그들은 그대로 모든 기운을 개방했다.
콰아아아아!
그들의 몸에서 수천 가닥의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며 사방으로 퍼졌다.
저주받은 빛, 심연의 절규.
다섯 명이나 되는 고위 사제들이 동시에 쓰니 요새 위의 하늘을 덮을 정도로 공격 범위가 커졌다.
그 엄청난 광경에 요새의 병사들은 두려움에 순간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어, 어째서 저걸…….”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그들도 지금 사제들이 쓴 기술이 뭔지 알고 있었다. 반란군에 속한 구원교의 고위 사제가 쓴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작 사제 한 명이 행한 공격에 큰 피해를 보았었다. 강력한 공격임은 분명했다.
하지만 저게 정말 위급한 상황에서나 쓰는 최후의 비기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함부로 쓰면 사제들의 목숨도 위험해진다.
그런데 그걸 고작 다섯 명이 무작정 달려와서 쓴다니.
그들이 의문을 채 풀기도 전에 비처럼 쏟아진 검은 기운이 요새를 강타했다.
콰콰콰콰콰콰콰쾅!
“으아아아악!”
병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죽어 나갔다.
초인들도 방어에만 신경 써야 할 정도로 강한 공격이었다. 일반 병사들은 이 어마어마한 공격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요새 지휘관이 크게 외쳤다.
“마법사! 마법사들이 상대해라! 어서!”
상대는 마력 봉쇄를 시도하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덕분에 아군 마법사들이 마법을 쓸 수가 있었다.
콰아아아아!
요새에서 수많은 마법이 사제들을 향해 날아갔다.
콰앙! 콰앙! 콰아앙!
그림웰군의 마법사들도 수준이 꽤 높았다. 게다가 수도 많았다.
구원교의 사제들은 마법을 막으며 다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크읏!”
“어서 자리를 피하게!”
구원교의 사제들이 행한 공격은 최후의 비기나 마찬가지였다. 기운이 모자라면 생명력까지 끌어다 쓸 정도다.
처음 한 번의 공격으로 이미 절반 이상의 힘을 쓴 상태였다. 반쪽짜리에 불과한 초인이 힘까지 빠지면 기사와 마법사만으로도 상대하기 어렵지 않다.
기운이 빠진 탓에 몇 명이 다치긴 했지만, 구원교의 사제들은 남은 기운으로 몸을 보호하며 빠르게 도망쳤다.
요새 지휘관은 생각지도 못한 공격에 이를 갈았다.
“저놈들이 대놓고 선봉으로 달려올 줄이야!”
초인들은 강한 만큼 아군에게 철저하게 보호받는다. 적의 집중 공격에 다치거나 죽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초인들만 따로 움직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보통은 아군과 섞여 움직이며 그 강력한 힘을 최대한으로 활용한다.
그런데 적은 그런 인식의 허를 찔러 버린 것이었다.
“멈추지 말고 공격해라! 어떻게든 부상을 더 입혀야 한다!”
요새 지휘관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마법사들은 사제들을 향해 집요하게 마법을 썼다.
요새 지휘관은 도망가는 사제들을 보며 크게 숨을 내쉬었다.
“하나라도 죽였어야 했는데…….”
그래도 사제들이 꽤 힘을 쓴 채로 물러났다. 다친 자도 있었다.
초인들이 빠지면 적의 수가 아무리 많아도 버티기가 더 수월해진다.
이쪽도 갑작스러운 공격에 큰 피해를 보았지만, 요새 지휘관은 어떻게든 지원군이 올 때까지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트로데군의 진짜 공격은 그때 시작되었다.
“시작하라.”
비펜벨트 백작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트로데군의 마법사들이 바로 마법을 시전했다.
콰아앙! 콰아아앙!
그림웰군은 마력 봉쇄를 풀고 사제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그 빈틈을 이용해 아트로데군의 마법사들이 공격해 들어간 것이다.
“으아아악!”
“마법이다!”
“마, 막아라! 어서 마력장을 다시 펼쳐라!”
그림웰군의 마법사들이 겨우 마력 봉쇄를 시도해 마법을 막아 내었다. 하지만 이미 요새의 병사들은 상당수가 사라진 뒤였다.
“이, 이게 어떻게…….”
요새 지휘관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그 잠깐의 틈을 이용하려고 사제들을 미끼로 썼다는 말인가?
만약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귀한 초인을 잃을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런 작전을 실행하다니!
상대 지휘관은 무섭도록 대범한 자였다.
그 대범한 지휘관, 비펜벨트 백작은 무심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제사장님께서 한 번 더 미끼가 되어 주셔야겠습니다. 기사들을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알겠네.”
남들은 아끼고 아끼며 조심스럽게 사용하는 게 초인이다. 하지만 비펜벨트 백작은 초인을 단순한 미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는 초인마저도 병력을 구성하는 하나의 병종에 불과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이용할 수 있는 건 다 이용해야겠지요.”
“과연 공작 전하께서 총애하실 만하군.”
어찌 보면 무례한 행동임에도 가트로스는 오히려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다.
루타니아군이 강한 건 단순히 지셀의 무력 때문만이 아니었다.
상식을 벗어나는 작전 능력과 그걸 받쳐 주는 강력한 군대 또한 문제였다.
그놈들을 상대하려면 그에 못지않은 뛰어난 지휘관이 필요했다. 그리고 비펜벨트 백작은 그만한 역량이 있었다.
“내 그대만 믿고 있겠네. 가서 그대가 원하는 대로 날뛰어 주지.”
가트로스가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요새를 향해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