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553)
553 – 많이도 털어 왔네. (2)
553화 많이도 털어 왔네. (2)
“얘 누군데?”
지셀이 짠 내 나는 표정으로 묻자 기사들이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타림한테 물어보니 혁명단 부단장 중 한 명이래요.”
“그래?”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타림이 옆에 와 있었다. 이놈은 행동이 너무 빠르다.
“자렌이란 놈입니다. 부단장 네 명 중 한 명이고요.”
“부단장이 올 거라는 말은 없었잖아?”
“그…… 제가 다른 대대를 누가 이끌고 있는지까지 다 알 수는 없어서 말입니다.”
확실히 점조직다운 행태였다. 이곳에 모일 때까지는 누가 병력을 이끌고 있는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타림이 변명하듯이 급히 말을 이었다.
“이놈은 꼭 전쟁 때문에 온 것만은 아닐 겁니다. 부단장들은 잘 안 움직이거든요. 오히려 행정 업무를 더 많이 봅니다.”
“흐음, 그래?”
타림은 혁명단의 구조에 관해 자신이 아는 대로 열심히 설명했다.
“네, 네. 부단장들은 그래도 조금 배운 놈들이거든요.”
혁명단도 나름대로 거대한 단체였다. 당연히 돈과 식량, 병력을 관리할 사람들이 필요했다.
못 배운 약탈자 놈들에게 그런 업무를 맡길 수는 없으니 부단장들이 처리하는 것이었다.
특히 반란으로 자리를 차지한 래너드는 부단장들을 정말 행정 관리로만 썼다고 한다.
자렌이란 이름의 부단장은 열심히 설명하는 타림을 노려보았다.
“으…… 이 배신자 새끼…… 네놈이 밀고했구나…….”
기습 작전이 실패하고 이 마을이 갑자기 털린 건 혁명단에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었다.
타림이 배신하고 정보를 흘렸다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그 예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지셀은 타림과 만나기 전에도 이미 기습 작전을 알고 있었으니까.
타림은 바로 자렌에게 발길질을 하며 외쳤다.
“어디 감히 성자님을 속이려고 해! 성자님은 이미 계시를 받아 다 알고 계셨다! 나는 그저 여신의 뜻에 따랐을 뿐이다!”
퍼억! 퍼억! 퍼억!
타림은 일단 열심히 발길질을 해 댔다. 왠지 그래야만 할 거 같았다.
터업.
지셀이 그런 그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
“자꾸 멋대로 내 마음에 공감하지 마. 이 새끼 신기하네. 공감 능력 뭐야. 너 공감왕이야?”
“……넵.”
타림이 뒤로 빠졌다. 지셀이 손도끼를 든 채로 어깨를 빙빙 돌렸다.
패는 건 자신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콰직!
“끄아아악!”
“요새 이거 쓸 일이 많네. 너도 나랑 공감해 줬으면 해. 넌 왜 왔어?”
“크흑, 크흐흑……. 알고 있잖아! 저놈한테 다 들었을 거 아냐! 우리는 연합군의 뒤를 치려고 했다!”
“그런데 내부에서 행정 관리 한다는 놈이 굳이 여기까지 올 필요는 없었잖아?”
“중요한 일이니까! 나도 싸움을 좀 하니까!”
“거짓말 같아. 내 마음이 공감하지 않고 있어.”
“무슨 거짓말…….”
콰직!
“크아아악!”
“솔직하게 말해. 왜 왔어?”
“나, 나는…….”
콰직!
“끄아아아! 마, 말하겠습니다! 돈! 돈하고 식량을 가지러 왔습니다!”
“그걸 어디서 가져가? 네놈들이 무슨 징수관이야?”
이 인근은 모두 연합군이 관리하는 지역이고, 심지어 전쟁 중이다. 그런데 약탈이나 하는 놈들이 무슨 돈과 식량을 가지러 왔다는 말인가.
자렌은 헐떡이면서 힘겹게 말을 이었다.
“우리 은신처에 모아 둔 것들을 말하는 겁니다.”
“호오. 그런 게 아직 많은가 봐?”
“이번 작전이 성공하면 한동안 경계가 심해지지 않겠습니까…… 또 주변을 뒤지다 보면 이 마을이 발각될 수도 있고…….”
“그러니까 그 전에 빼 가려고 했다? 그래서 네가 직접 온 거고?”
자렌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네…… 저는 그 명령을 받고 온 겁니다. 전쟁이 끝날 때까지 이 지역에 있는 물자는 쓰기 힘들 테니 군자금으로 쓰려고 말입니다.”
연합군도 같은 수에 두 번은 당해 주지 않을 게 뻔했다. 그리고 분명 주변 지역에 강도 높은 수색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래서 이 근방의 은신처에 숨겨 둔 재화를 옮기려 한 것이었다.
지셀이 타림을 돌아보자, 타림은 고개를 마구 저으며 외쳤다.
“저는 정말 모르는 일입니다! 애초에 은신처들도 전부는 몰라요! 제가 아는 건 위에서 알려 준 은신처뿐입니다!”
아무리 기습이라 해도 보급은 필요하다. 이들의 보급 방식은 각 은신처에 건조 식량을 쌓아 두고 그걸 가져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은신처조차도 딱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알려 주는 식이었다. 타림 또한 자신이 알고 있는 은신처만을 통해서 이곳까지 왔었다.
지셀이 지도를 꺼내 자렌에게 건네주었다.
“표시해.”
“그, 그러면 살려 줄 겁니까?”
콰직!
“끄아아악! 표, 표시하겠습니다!”
자렌은 고통에 못 이겨 허겁지겁 지도에 표시를 했다.
어차피 이들에게 충성이니 의리니 하는 건 없었다. 혁명군은 그저 래너드에 의한 공포 정치로 돌아가는 단체였으니까.
그리고 그건 더 큰 공포를 만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지셀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사들에게 말했다.
“이놈은 당분간 끌고 다니면서 확인을 좀 해야겠다. 나머지는 마을 정리해.”
기동군이 무너진 마을을 뒤지기 시작했다. 건물의 잔해에 깔려 죽은 혁명단도 많았지만 부상을 입고 쓰러져 있는 자들도 많았다.
푸욱!
“커억!”
기동군은 아무렇지도 않게 쓰러져 있는 자들을 죽이고 마을을 뒤졌다.
어차피 포로로 데리고 가 봤자 식량만 축나고 관리하느라 피곤할 뿐이다.
자렌은 그 광경을 보고 벌벌 떨었다. 자비 없는 놈들인 줄은 소문으로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직접 보니 실감이 났다.
‘다 말했는데 더 말할 거 없나?’
그는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살기 위해서는 아는 게 생각날 때마다 다 불어야 할 거 같았다.
잔해를 치우며 마을을 뒤진 기동군은 지하 공동으로 가는 입구들을 발견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과연 어마어마한 건조 식량과 재화가 쌓여 있었다.
지셀이 그걸 보고 피식 웃었다.
“많이도 털어 왔네.”
수년간 약탈을 하며 모은 것들이었다. 이런 보물 창고가 대륙 곳곳에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자렌이 알고 있는 은신처는 꽤 많았다. 지금은 가지러 가기 곤란한 지역도 있었다.
물론 자렌이 아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했다. 부단장마다 맡은 지역이 달랐기 때문이다.
은신처를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은 오직 래너드뿐이었다.
“하여간 음흉한 놈이라니까.”
지셀은 다크를 보내 클로드와 다른 기동군의 지휘관들에게도 은신처의 위치를 알렸다.
기동군이 은신처를 박살 내면 클로드가 그걸 수거할 병력을 보낼 것이다.
“그럼 나머지도 털러 가 볼까.”
이런 의외의 소득을 놓칠 지셀이 아니었다. 먼 곳까지는 가기 힘들어도 주변 은신처는 전부 털어 올 생각이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으니까.
* * *
“후우…… 작전은 완전히 실패했군.”
래너드는 도망치면서 이를 갈았다. 지금까지 실패한 적이 없던 그의 기습 작전이 실패했다.
무려 1만에 달하는 혁명단원이 사라졌다. 끝까지 보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결과였다.
물론 이 정도로 혁명단이 무너지지 않는다. 고작 그 정도 피해로 무너질 단체였다면 대륙을 휩쓸고 다니지 못했을 것이다.
아직 혁명단원은 많이 남았다. 대부분 아트로데 왕국의 3군단을 도와주고 있는 상태였다.
문제는 래너드의 자존심이 큰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었다.
“망신이군.”
자신만만하게 작전을 세우고 출정했는데 일방적으로 당했다. 구원교와 아트로데 왕국에서 자신을 한심하게 볼 것이다.
절로 이가 갈렸다. 도대체 펜리스 공작이 어떻게 알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잠깐이지만 느꼈던 그의 기운.
“일대일로 싸워도 쉽지 않겠어.”
그 정도로 강한 기세를 내뿜는 자는 만나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자신이 힘을 전부 내보여도 이긴다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언제나 힘을 숨기고 있었기에 래너드는 항상 여유로운 태도를 유지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역시 세상에 강자는 참으로 많았다.
“일단 빨리 재화라도 옮겨야겠군.”
스톤브룩 마을에는 부단장 중 한 명인 자렌이 있었다. 싸우다가 죽었으면 차라리 낫겠지만, 만약 사로잡혔다면 은신처를 다 불었을 것이다.
래너드는 다른 은신처로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그는 수하들을 절대 믿지 않았다.
이 지역에 있는 은신처는 총 다섯 개였다. 만약에 자렌이 다 불었어도, 자신이 기동군보다 빨리 움직였으니 적어도 네 곳은 살릴 수 있을 것이다.
파아악!
래너드는 마나를 폭발시키며 뛰었다. 자신의 얼굴은 오직 마을 촌장만이 알고 있다.
그를 은밀하게 만나 재화를 전부 그림웰 왕국으로 보낼 생각이었다. 그걸로라도 체면을 좀 살려야 했으니까.
이후 따로 전령을 보내 인근 지역의 은신처도 정리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콰앙! 콰앙! 콰앙!
“이게 뭔?”
래너드는 황당함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벌써 군대가 도착해서 마을을 쓸어버리고 있지 않은가!
숨어서 지켜보니 펜리스 공작이 이끌던 군대가 아니라 다른 군대였다.
웬 여자가 수십 개의 단검을 사방으로 뿜어내며 마을 사람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어, 어떻게 이게…….”
말이 되지 않는다. 이 은신처의 위치는 부단장인 자렌만 알고 있다.
자렌이 사로잡혀 정보를 분 것까지는 예상했던 일이었다. 문제는 그 정보를 들은 펜리스 공작이 아니라 다른 자들이 왔다는 점이었다.
이렇게 빨리 소식을 전하기는 불가능했다. 래너드는 이 현상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 다른 곳으로 가 봐야겠다.”
어지간하면 싸워 보겠는데 지금은 불가능했다. 마을에는 병력이 없고, 저쪽에는 초인과 정예병들이 즐비했다.
그는 우연이라 생각했다. 무언가 자신이 모르는 우연이 작용한 거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빠르게 다른 마을에 도착하자.
콰앙! 콰앙! 콰앙!
“으아아악!”
웬 거구의 여자가 마을을 건물 채 박살을 내고 있었다. 병사들은 할 일도 없는 듯 보였다.
가만 보니 얘기로만 듣던 성녀, 파르니엘 같았다.
어쨌든 이번에도 다른 군대였다.
“…….”
래너드는 눈만 껌뻑거렸다.
모든 은신처를 아는 자신보다 상대 군대가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군대는 없다.
다크의 존재를 모르는 래너드로서는 계속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다, 다른 곳으로…….”
평소에 과묵하고 차가운 그가 이렇게 당황한 적은 난생처음이었다.
그는 허겁지겁 다음 은신처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었다.
어떻게든 상대보다 빨리 이동해야 한다. 그는 정말 자신의 힘을 100% 발휘했다.
콰아아앙!
그가 빛살처럼 움직였다. 이번만큼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 두 번 다 우연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야아아아압!”
콰아아앙!
“…….”
세 번째 은신처에서는 웬 여자가 제 몸보다 더 큰 망치를 들고 다 때려 부수고 있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무척이나 화가 많이 난 듯 보였다.
이곳에도 병사가 2천이나 있었다. 하얀 머리의 초인도 끼어 있었다.
“길리언인가.”
그렇다는 건 펜리스 기동군이 확실하다는 뜻이다.
래너드는 이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연락을 한 거군.”
무슨 수를 썼는지 모르겠지만, 펜리스 공작은 다른 부대에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
이건 전쟁에서 어마어마한 강점이었다. 이러니 다들 루타니아군에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마 스톤브룩 마을에 도착하지 않았던 열 개의 대대도, 병력을 나눈 기동군에 당했을 터였다.
“후우…… 안 되겠군.”
래너드는 다음 은신처로 가는 걸 포기했다. 대신 가장 멀리 있는 은신처로 바로 움직이기로 했다.
거리가 먼 만큼 상대도 늦게 올 테니까 말이다.
콰아아앙!
힘을 전부 발휘한 래너드의 속도는 어마어마했다. 그는 마나를 아끼지 않고 달렸다.
그리고 이 지역의 마지막 은신처에 도착했을 때.
“역시.”
거리가 거리인 만큼 아직 기동군이 도착하지 않았다. 그는 잽싸게 마을로 숨어 들어가 촌장을 만났다.
“헉! 단장님! 갑자기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당장 이곳에 있는 재화를 모두 가지고 움직여라. 한시가 급하다.”
“네? 그게 무슨…….”
“어서! 적들이 이곳을 알고 있다! 무장을 갖추고 움직여라!”
“아, 알겠습니다!”
촌장이 마을 사람들을 전부 불러 모았다. 마을 사람들은 바로 무장을 갖추고 지하 창고로 가 재화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언제나 대비하고 있었던 덕분에 행동이 무척이나 빨랐다. 각자 조를 짜서 움직이니 순식간에 수레에 재화를 채울 수 있었다.
래너드는 그걸 보고도 안심할 수가 없었다. 기동군이 곧 이곳에도 들이닥칠 것만 같았다.
“적당히 챙기고 움직여라. 금방 추적당할 테니 병력을 여러 개로 나누도록.”
“알겠습니다.”
마을 사람들이라고 해 봤자 이백여 명 정도였다. 하지만 그들이 관리하는 재화는 수천의 병력도 건사할 수 있을 만한 양이었다.
그러니 어떻게든 챙겨 가야 한다. 이런 경우에 대비해서 가짜 수레까지 준비해 두지 않았던가.
이제 추격에 혼선을 주기 위해 가짜들은 여러 무리로 나뉘어 흩어질 것이다.
준비가 거의 다 끝나갈 즈음, 래너드는 이를 앙다물며 고개를 돌렸다.
“이런…… 벌써 도착했을 줄이야.”
두두두두두!
한 무리의 병력이 엄청난 기세로 달려오고 있었다. 저런 군대는 오직 기동군뿐이었다.
어쩔 수 없이 래너드가 나섰다.
“내가 잠시 시간을 끌 테니 어서 움직여라.”
본격적으로 싸울 생각은 없었다. 그저 재화를 실은 자들이 도망갈 시간만 잠깐 벌 생각이었다.
그럴 생각이었는데.
래너드는 가장 앞에서 말을 타고 달려오는, 차가운 인상의 남자를 보고 표정을 굳혔다.
‘누구지?’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었다. 저 남자가 무척이나 강하다는 걸.
그의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남자가 말 위에서 검을 휘둘렀다.
스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