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556)
556 – 내 꿈에 네가 나왔어. (2)
556화 내 꿈에 네가 나왔어. (2)
“…….”
잠에서 깨어난 지셀이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곧 피식 웃고 말았다.
“역시 개꿈이야.”
아니, 율리엔이 왜 거기서 나온다는 말인가? 그건 말이 되지 않는다.
율리엔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자신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언제인지도 모를 과거의 전쟁에 나타나는 건 말도 안 된다.
“이 목걸이가 요물이긴 하네.”
이 목걸이가 보여 주는 꿈이 진실이라는 보장은 여전히 없었다. 자신의 기억을 섞어 거짓을 보여 주는 것일 수도 있었다.
지셀이 목걸이를 가지고 다니며 꿈을 보는 것은 그저 궁금증을 푸는 단서를 얻기 위해서다.
성물에 집착하는 구원교와 사라진 에른하르트의 진짜 목적을 알고 싶었으니까.
“몇 번 더 볼 생각이긴 하지만…… 이런 식이면 신뢰도가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지.”
이 꿈을 끝까지 보고 답을 얻는다 해도, 그것이 사실인지 믿을 수 없다면 의미가 없었다.
다른 사람과 상의해 볼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오늘의 꿈 때문에 그 생각은 접어 버렸다.
― 율리엔, 내 꿈에 네가 나왔어.
이딴 소리를 지껄였다가는 단단히 오해를 사게 될 것이다. 특히 용병 출신들인 기사들은 시도 때도 없이 놀릴 게 뻔했다.
클로드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놈은 이걸 이용해 무슨 수작을 부릴지 모른다.
그 외에 카오르나 알포이 등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다들 어떻게든 자신을 골탕 먹이고 싶어서 미쳐 버린 놈들이었으니까.
“알면서도 당할 순 없지. 절대 안 돼.”
평판에 신경을 쓰지 않고 사는 지셀도 이번만큼은 그럴 수가 없었다. 주변에 맛이 간 놈들이 너무 많았다.
― 푸하하핫! 주인 뭐야! 왜 꿈에 그놈이 나와! 율리엔이 왜 나와!
“…….”
이거 봐라. 벌써 한 놈 튀어나왔다.
― 그 사제 놈은 주인이 꿈에서 꾸며 낸 거 아니야? 어? 진짜 모습은 못 봤지만 날 이용한 기운에 감싸인 게 너무 닮았는데?
“…….”
― 그래서 왜 꿈에서 둘이 만난 거야? 어? 왜 적으로 만났어? 그게 더 재미있으니까? 어?
“…….”
― 아무리 꿈이지만 이거 너무하는 거 아니냐고! 푸하하핫! 아, 보고 싶으면 직접 가서 보면 되잖아. 혹시 주인 취향이…… 끼야아아아아악! 잘못했어요!
깐족거리던 다크는 지셀의 의식의 감옥에 갇혀 한동안 고통받았다.
지셀은 고개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중요한 건 아니니 너무 신경 쓰지 말자.’
애초에 몰라도 되는 문제를 이놈의 호기심 때문에 파고드는 중이다.
그리고 계속 보다 보니 재미도 있다. 다음에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러니 꿈은 나올 때마다 보고, 구원교도 때려잡으며 정보를 얻으면 된다.
‘뭐, 꿈 때문에 나중에 더 헷갈리면 어쩔 수 없고.’
그게 주된 목표는 아니니까 상관없었다. 지셀의 진짜 목표는 구원교를 박멸하고 대륙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지셀은 전군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이제 출발한다.”
충분히 휴식을 취한 기동군과 루타니아군이 드디어 움직였다.
헬게니크 때문에 작전 계획이 조금 지연되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그사이 연합군에 합류한 군대가 더 많아졌으니까.
무려 30만에 이르는 대군이 아트로데 왕국을 향해 진군했다. 연합군은 루타니아군을 제외하고 각 5만씩, 총 4개의 군단으로 나뉘었다.
군단은 여러 왕국의 병력이 합쳐져 이루어졌다. 오직 10만의 루타니아군만이 단일 세력으로 움직이는 중이었다.
“우리가 중앙을 파고든다.”
루타니아군은 가장 격렬하게 싸움이 예상되는 경로를 택했다.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연합군에서 루타니아군의 전력이 가장 강했으니까.
율리엔은 튜리안군과 함께해야 하기에 빠졌지만, 그 외에도 루타니아군에는 강한 자들이 즐비했다.
“모든 거점을 확실하게 점령한다. 집 안에 숨어 있는 바퀴벌레 하나까지 빠짐없이 잡는다고 생각하도록.”
지셀은 분명히 에른하르트에게 경고했었다. 단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쓸어버리겠다고.
이제 그 경고를 현실로 만들어 줄 시간이었다.
아트로데 왕국도 연합군이 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들은 최전방 요새에서 일전을 준비했다.
가장 먼저 그들의 요새를 마주한 지셀이 말했다.
“메테오 작전을 실행한다.”
루타니아의 본대가 다 같이 모여, 인간을 상대로 힘을 쓰는 건 처음이었다.
무려 10만에 이르는 루타니아군이다. 속도는 그만큼 느려졌지만, 대신 어마어마한 수의 병기를 가지고 있었다.
지셀은 그걸 이용해 적과 아군에게 제대로 된 충격과 공포를 선사해 줄 생각이었다.
철컥! 철컥! 철컥! 철컥!
기동군이 갈바니움 이동식 투석기를 만들어 펼쳤다.
드드드드득!
그리고 10만의 군대가 이끌고 온, 드워프제 대형 투석기들이 후방에서 조립되어 진형 앞으로 옮겨졌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지셀이 손을 뻗으며 미소 지었다.
“다 부숴 버려.”
그의 한 마디에 수백 대의 투석기가 요새를 향해 돌을 쏟아 내었다.
콰앙! 콰앙! 콰앙! 콰앙!
대륙의 그 어떤 군대도 이렇게 많은 투석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그만한 자금과 생산력이 받쳐 주지 않기 때문이다.
오직 전쟁을 위해 몇 년간 영지의 모든 힘을 쏟아부은 펜리스만이 이만한 수를 생산할 수 있었다. 심지어 지셀은 다른 영지의 투석기도 잔뜩 긁어 온 상태였다.
그렇게 모인 어마어마한 수의 투석기들은 순식간에 요새를 허물어뜨리기 시작했다.
콰앙! 콰앙! 콰아앙!
아트로데 왕국의 최전방 요새는 점점 요새라 할 수 없는 수준으로 변해 갔다.
요새 지휘관, 가일런 백작은 루타니아군의 압도적인 공격력에 넋이 나가 버렸다.
“이,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도무지 반격을 할 수가 없었다. 이미 성벽을 지키고 있던 병력도 뒤로 물린 상태였다.
뒤로 물러난 것만이 아니었다. 다들 요새 내에 비처럼 쏟아지는 돌을 피해 다녀야 했다.
“왜 돌이 계속 날아와? 도대체 얼마나 가져온 거야!”
10만의 군대가 전부 채석장에서 돌만 캐 온 게 아니고서야, 투석 공격이 이렇게 오래갈 수는 없었다.
콰앙! 콰앙! 콰앙!
숨을 곳도 없었다. 무차별적으로 떨어진 돌이 요새 안의 건물까지 다 박살 내고 있었다.
“각하! 피하셔야 합니다!”
가일런 백작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휘소가 박살이 난 탓에, 그도 다른 병사들처럼 이리저리 이동해야만 했다.
그나마 가일런 백작은 기사들의 호위를 받는다는 게 다른 점이었다.
“미친…… 도대체 투석기가 얼마나 많은 거야! 우리도 쏴! 우리도 쏘란 말이야!”
가일런 백작의 말은 넋두리에 불과했다.
처음에는 이쪽도 투석기로 반격을 했다. 하지만 요새에서 돌 하나 날릴 때 저쪽에서는 백 개가 넘게 날아왔다.
이쪽 투석기는 몇 번 써 보지도 못하고 죄다 박살이 나고 말았다.
콰앙! 콰앙! 콰앙!
사방을 박살 내는 돌을 보며 가일런 백작은 머리를 쥐어뜯었다.
“으, 으으……. 말도 안 돼.”
세상에 이런 공격이 어디 있는가. 이렇게 일방적이면 싸우는 의미가 없다.
가일런 백작이 정신없이 피하고만 있던 그때, 어느 순간 하늘에서 빛이 번뜩이기 시작했다.
파직!
섬광이 일어났다가 없어지기를 반복하더니.
콰아아아앙!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악!”
투석기 돌도 겨우 피하고 있는데 거기에 마법까지 떨어지니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다.
가일런 백작이 혼비백산하여 외쳤다.
“마, 마법사! 마법사들은 뭐 하는 거야!”
최전방 요새이니만큼 이곳에도 상당히 수준 높은 마법사들이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분명 마력 봉쇄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그런데 왜 상대측 마법이 시전되는가!
마법사들 쪽을 확인하고 가일런 백작은 왜 그런지 알게 되었다.
“피해라!”
“일단 막아!”
“마력장이 풀렸다!”
마법사들도 미친 듯이 떨어지는 돌 때문에 난리가 난 상태였다. 당연히 마법에만 정신을 집중할 수가 없었다.
요새 마법사들은 루타니아군보다 수가 적었다. 몇 명만 집중이 풀려도 상대 마력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사실 루타니아군 마법사들은 처음부터 힘으로 뚫을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던 것뿐이었다.
바네사가 마법사들을 지휘하며 말했다.
“너무 무리할 필요 없어요. 끝나고 바로 일해야 해요. 지금 제롬 님 혼자 만들고 있잖아요. 적당히 하고 빠집니다.”
“……네.”
투석 공격으로 마력장이 풀리자 바네사가 이끄는 마법 병단은 너무나도 쉽게 요새에 마법을 꽂아 넣었다.
콰아아아앙!
요새 곳곳에서 불기둥이 솟구쳐 오르고 벼락이 떨어졌다.
아트로데군의 마법사들은 제대로 반격도 못 하고 쓰러졌다. 머리 좋은 자들답게 잽싸게 도망가는 자들도 많았다.
가일런 백작은 이를 갈았다. 도무지 저들을 상대할 방법이 없었다.
“그냥 나가서 싸웠어야 했는데.”
이길 수는 없겠지만 차라리 그게 나았을 것이다. 지금처럼 손도 못 쓰고 얻어맞지는 않았을 테니까.
마법사들은 죄다 흩어져서 도망갔다. 요새에 배치한 3만의 병력은 싸워 보지도 못하고 돌과 마법에 맞아 쓰러져 갔다.
허무하게 무너지는 요새를 보며 지셀이 피식 웃었다.
“메테오가 따로 있나. 하늘에서 마구 돌이 떨어지면 그게 메테오지. 안 그래?”
그래서 작전 이름이 ‘메테오’였다.
“…….”
지셀을 보좌하기 위해 옆에 서 있던 마법사는 입을 닫았다. 아니라고 하고 싶은데 할 말이 없었다.
요새 상태를 보면 진짜로 9서클 마법인 메테오가 떨어지는 거 같았으니까.
콰앙! 콰앙! 콰아앙!
요새는 돌과 마법에 두드려 맞아 이제는 폐허라는 말도 아까운 돌무더기가 되었다.
요새가 망가진 것을 확인한 지셀이 손을 올렸다.
“자, 정리하자.”
지셀이 흑왕과 함께 달려 나가자, 대기하고 있던 루타니아군도 함께 달려 나갔다.
“와아아아아아!”
사다리도 충차도 필요 없었다. 그냥 무너진 잔해를 타고 넘어가면 그만이었으니까.
가장 먼저 도착한 지셀이 잔해를 뛰어넘으며 창을 휘둘렀다.
콰아아아앙!
근처에 있던 병사들은 비명도 못 지르고 죽었다. 이미 요새는 시체들로 가득했다.
아트로데군은 몰려오는 루타니아군을 막을 재간이 없었다. 병력 대부분이 돌이나 마법에 맞아 죽었기 때문이다.
“후, 후퇴하라!”
“빨리 도망가!”
“어차피 못 이겨!”
아트로데군은 무기를 집어 던지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저 말도 안 되는 군대와 싸우고 싶지 않았다.
그나마 남은 병력도 사방으로 흩어져서 도망가니, 가일런 백작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어떻게 이런…….”
루타니아군이 강하다는 소문은 많이 들어왔다. 그래도 어떻게든 시간을 끌라는 명령을 받았다.
비록 상대보다 수는 적지만 그래도 3만이나 되는 대군이다. 이 강력한 요새에서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반나절도 버티지 못할 줄이야.
다그닥, 다그닥.
천천히 다가오는 말발굽 소리에 가일런 백작이 고개를 돌렸다.
흉포한 기세를 풍기는 검은 말에 탄 젊은 남자.
저자가 그 유명한 펜리스 공작이리라.
“페, 펜리스 공작이시오?”
“그래.”
“항복하겠소. 귀족의 관례에 따라 나를…….”
“바퀴벌레는.”
지셀이 가일런 백작의 말을 끊으며 창을 들었다.
“한 마리도 살려 두지 않는다.”
스각!
가일런 백작은 말도 채 끝내지 못하고 목이 날아가 버렸다.
그렇게 요새를 깔끔하게 정리한 지셀이 말했다.
“하루 쉬고 다음 거점으로 이동한다. 일부 병력을 남기고 주변을 정리하도록. 그리고…… 돌들 잘 챙겨라.”
적을 완전히 섬멸하기 위해서는 주변 또한 완벽하게 장악해야 한다. 잔당들이 도망가거나 숨을 공간을 주면 안 된다.
죄다 죽이고 몰아내서 그림웰 왕국에 모이게 해야 했다.
“와아아아아!”
순식간에 전투가 끝나자 루타니아군이 무기를 들며 환호했다. 지셀과 함께하면 전쟁이 쉬워도 이렇게 쉬울 수가 없었다.
아주 예전부터 지셀을 따라다녔던 기사들은 감회 어린 표정을 지었다.
“옛날에는 진짜 몸으로 다 때웠는데.”
“우리가 많이 발전하긴 했어.”
“죽을 뻔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지.”
그때는 이 정도의 전력을 갖추지 못했다. 성에서 뛰어내려 돌격한 적도 있었고, 열기구 타고 밤에 기습을 한 적도 있었다.
루카스가 창을 어깨에 걸치며 웃었다.
“정말 이렇게 되려고 그런 고생을 하고 살았던 모양이야.”
어떻게든 이기려고 별짓을 다 했는데, 이제 이런 압도적인 힘을 갖추게 되니 감개무량했다.
루타니아군은 하루만 쉬고 바로 다음 거점으로 이동했다. 별로 힘도 쓰지 않았으니 피곤하지도 않았다.
콰앙! 콰앙! 콰앙! 콰앙!
다음 요새도 이전과 다를 게 없었다. 아트로데군은 그냥 얻어맞으면서 갈팡질팡할 뿐이었다.
무너지는 요새를 보며 지셀이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초인들은 다 빼갔나 보군.”
초인 없이 메테오 작전을 이겨 낼 요새는 없었다. 상대하려면 비슷한 수의 투석기가 있거나 마법 전력이 압도적이어야 했다.
하지만 어떤 요새든 투석기를 그렇게 많이 가지고 있을 리가 없고, 마법 전력이 대륙 최강 수준인 루타니아군을 능가할 리도 없었다.
결국 남은 방법은 초인들이 직접 나와 맞붙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아트로데군의 주력은 그림웰 왕국으로 가 있었다.
그러니 아트로데군은 루타니아군이 오는 족족 박살이 나고 말았다.
그렇게 순조롭게 점령을 진행하는 중에, 지셀에게 새로운 소식이 당도했다.
“그림웰 왕성이 점령당했다고 합니다! 그림웰 국왕이 사로잡혔습니다!”
그 말은, 가트로스가 원하는 성물을 손에 넣었다는 뜻과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