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565)
565 – 지금 도망가면 살 수 있다. (2)
565화 지금 도망가면 살 수 있다. (2)
팔의 뼈가 모두 으스러진 사제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가떨어졌다.
옆에 있던 사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언제 사제를 날려 보냈냐는 듯, 거대한 메이스는 전혀 속도가 줄지 않은 채 다가오고 있었다.
그 사제는 학습 능력이 있어 공격을 막기보다는 피하려고 했지만, 당황하는 바람에 반응이 조금 늦고 말았다.
퍼어어어억!
“끄어어억!”
으드드득!
옆구리에 메이스를 맞고 갈비뼈가 부러진 사제가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파르니엘은 사제들에게 추가 공격을 날리려다 멈췄다. 저 앞에 기마병들이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두두두두!
맹렬한 기세로 달려오는 기마병들을 향해 그녀가 앞으로 뛰쳐나갔다.
구원교의 초인들이 연합군의 진형을 무너뜨렸다는 건, 그녀도 아트로데군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뜻이었다.
“흐읍!”
파르니엘의 팔뚝에 꿈틀거리는 핏줄이 올라왔다. 기운을 한계까지 끌어올리자 메이스에서 엄청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거대한 메이스가 강하게 땅을 후려쳤다.
콰아아아아앙!
주변의 땅이 흔들리며 갈라졌다. 직접 본 사람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힘이었다.
히이이잉!
“으아아악!”
달려오던 기마병들이 말과 함께 넘어졌다.
앞에서 다들 굴러떨어지니 뒤에서 오던 기마병들도 함께 걸려서 넘어지고 말았다.
데프로든 백작은 그 광경을 보고 입을 떡 벌렸다.
그도 저 여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
“전쟁의 성녀? 성녀가 왜 여기에!”
성녀는 루타니아 본대에 있어야 한다. 도대체 왜 여기에 나타났다는 말인가!
데프로든 백작이 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10군단의 사제들이라도 공격에 성공해야 한다.
조금 늦게 출발한 10군단의 사제들은 이를 악물며 힘을 내었다. 그들도 앞에 문제가 생겼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파아아악!
하지만 측면에서도 누군가가 튀어나왔다.
“외팔이?”
가면을 쓴 외팔이다. 사제들은 빠르게 머릿속을 뒤져 정보를 찾아냈다.
가면을 썼지만, 외팔이라는 특성 때문에 정체가 널리 알려진 남자.
못난 주군을 지키지 못하고 악행을 저질렀던 과거가 부끄러워 스스로 가면을 쓴 남자.
“테넌트란 놈이구나!”
파아아악!
테넌트의 검에서 푸른 마나가 힘차게 뿜어져 나왔다. 지셀 덕분에 초인에 이른 그는 그간의 전투를 통해 더욱더 강해져 있었다.
콰아아앙!
“크윽!”
팔을 들어 테넌트의 검을 막은 사제가 뒤로 물러났다. 다른 사제가 그 틈을 이용해 공격했지만 테넌트는 가볍게 막았다.
콰앙! 콰앙! 콰앙!
곧 두 사제와 테넌트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재능도, 갈고닦은 기술도 뛰어난 테넌트다. 파르니엘처럼 단숨에 밀어붙이지는 못하지만, 전투 기술이 떨어지는 반쪽짜리 사제 두 명 정도는 혼자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두두두두두!
저 뒤에 10군단의 기마병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테넌트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연합군 진형 양측에 서 있던 기병들이 갑자기 허리춤에서 활을 꺼냈다.
바로 루타니아의 궁기병들이었다.
엘프, 루미나가 거리를 가늠한 뒤 말했다.
“쏴라.”
파아아아아!
어마어마한 화살 비가 기마병들을 향해 떨어졌다.
보통의 화살 공격은 기마병에 큰 피해를 주지 못한다. 빠르게 접근하거나 무장으로 쳐 내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트로데군 기마병들도 화살을 가볍게 쳐 내려고 했다.
퍼억! 퍼억! 퍼억!
화살이 방패와 흉갑을 뚫고 들어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히이이잉!
“으아아악!”
화살에 뚫린 기마병들이 넘어지며 뒤엉키기 시작했다. 그들은 쓰러지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들이 경기병이라 무장이 빈약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화살 공격이 너무 강했다.
전원이 쇠뇌를 들고 근거리에서 쏜 것만 같은 위력이었다.
“멈추지 마라! 어서 달려라! 어서!”
뒤쪽에 있던 기마병들이 어떻게든 아군을 뛰어넘으며 속도를 내려 했다. 다음 공격이 오기 전에 가까이 붙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살이 전부 떨어지기도 전에 다시 하늘을 가리며 화살 비가 쏟아졌다.
파파파파파파팍!
“뭐, 뭐야!”
믿을 수 없는 연사 속도였다.
아트로데군은 펜리스 궁기병들의 위력을 소문으로만 들어 왔다. 그래서 제법 잘 싸우는 궁기병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그들이 가진 신형 활의 강력한 파괴력과 연사 속도를 직접 겪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셀이 영지의 사활을 걸고 만들었던 활이었다. 이 활을 만드느라 데스몬드 백작과 싸울 때 길리언을 잃을 뻔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일단 활이 완성되고 나니 펜리스의 궁기병들은 전장의 공포로 군림하게 되었다.
퍼억! 퍼억! 퍼억!
끊임없이 화살이 날아가 기마병들을 꿰뚫었다. 그들은 접근조차 못 하고 화살 비에 쓸려 나가기 시작했다.
공격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곳에는 루타니아의 6서클 마법사가 한 명 있었다. 5서클과 4서클 마법사도 다수 존재한다.
아트로데군도 연합군의 마법 공격에 대비해 마법사들을 데리고 다니지만, 그들의 임무는 마법 봉쇄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마저도 엄청난 루타니아군의 마법을 모두 봉쇄할 수준은 아니었다.
콰아아아앙!
양측의 기마병이 쓰러진 곳에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기어코 루타니아군 마법사들이 상대의 마력 봉쇄를 뚫고 일부 마법을 성공시킨 것이다.
콰앙! 콰아아앙!
많지는 않지만 이미 쓰러진 기마병들을 향해 발동된 마법은 치명적인 것이었다.
어느새 파르니엘은 다시 구원교의 사제들과 어울렸다. 그래도 사제들은 초인이랍시고 그녀에게 얻어맞으면서도 꽤 버티고 있었다.
붙잡힌 초인들, 거의 다 쓰러진 기마병들.
사제들과 싸우던 테넌트가 크게 외쳤다.
“쳐라!”
철컥! 철컥! 철컥!
방패와 창을 든 병사들이 질서정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아군 초인과 싸우고 있는 사제들을 넓게 지나쳐 달려 나갔다.
그리고 쓰러져 있는 기마병들을 손쉽게 창으로 찔러 죽였다.
푸욱! 푸욱! 푸욱!
아트로데군의 기마병들은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동시에 궁기병들이 넓게 퍼지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파아아앗!
그들은 혼란에 빠진 적을 포위하며 화살을 쏘아 댔다. 겨우 살아남은 아트로데군 기마병들도 그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데프로든 백작은 벌벌 떨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저, 저 군대는…….”
수에서도 장비에서도 상대가 되지 않았다. 저런 엄청난 전투력은 아무 군대나 보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 대륙에서 오직 루타니아군만이 가지고 있는 힘이었다.
“왜 루타니아군이 여기에…… 설마…… 함정이란 말인가?”
두 가지 가설이 떠올랐다.
자신들이 심은 첩자가 배신했거나, 또는 펜리스 공작이 배신자를 역으로 이용했거나.
전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였다. 그는 독실한 구원교의 신자였기 때문이다. 배신할 거였으면 연합군이 당하기 전에 했어야 했다.
그렇다면 첩자의 정체가 발각됐고, 펜리스 공작이 그걸 이용했다는 뜻이 된다.
“이, 이 사실을 어서 알려야 한다.”
이미 펜리스 공작이 첩자를 이용해 역공작을 하고 있다면, 지금 다른 군단들도 잘못된 정보를 얻어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데프로든 백작이 바로 말머리를 돌렸다. 어차피 9군단과 10군단은 끝났다. 보병들이 남아있긴 하지만 그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지금 싸우는 사제들만으로는 저 많은 병력과 초인을 감당하지는 못할 것이다.
“움직여라! 다른 군단에 이 소식을 알려라!”
데프로든 백작이 호위 기사들과 함께 도망치기 시작했다.
뒤에서 궁기병들이 쫓아오고 있었다. 빠른 판단 덕에 거리는 꽤 벌어져 있었다.
하지만 궁기병들의 기마술은 보통이 아니었다.
두두두두두!
거리가 점점 좁혀졌다. 데프로든 백작과 호위 기사들은 이를 악물고 말을 몰았다.
루미나가 활을 들고 살짝 눈을 찌푸렸다.
“동물에게 일부러 고통을 주고 싶진 않지만…….”
지금 무엇이 중요한지는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파앗!
그녀가 쏘아 낸 화살이 빠르게 날아가 말의 엉덩이에 꽂혔다.
히이이잉!
말이 비명을 지르며 넘어졌다. 데프로든 백작은 말 위에서 떨어지며 땅에 굴렀다.
“크윽!”
“군단장님!”
호위 기사들이 말을 멈추고 데프로든 백작을 부축했다. 하지만 그사이 궁기병들에게 따라 잡히고 말았다.
“어서 군단장님을 모셔라!”
호위 기사들이 데프로든 백작을 데리고 도망가려 했다. 몇몇은 궁기병들을 향해 덤벼들었다.
궁기병들이 바로 기사들을 향해 화살을 쏘아 댔다.
캉! 캉! 카앙!
기사들은 마나를 뿜으며 화살을 쳐 냈다. 하지만 궁기병은 너무나 많았다.
푹! 푸욱! 푹!
그들의 몸에 화살이 박히기 시작했다. 기사들답게 꽤나 많은 화살을 쳐 내며 분전했지만, 그들은 초인이 아니었다.
퍼억! 퍼억! 퍼억!
수많은 화살이 꽂혀 고슴도치처럼 변한 기사들은 하나둘 쓰러지고 말았다.
데프로든 백작을 부축해 데리고 가던 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푸욱!
결국 데프로든 백작마저 종아리에 화살을 맞고 쓰러졌다. 포로로 잡으려고 죽이지 않은 것이었다.
“크으…… 이놈들…….”
데프로든 백작이 분한 마음에 입술을 깨물었다.
성공을 확신했는데 완전히 당하고 말았다. 펜리스 공작이 이렇게 빨리 첩자가 있음을 파악하고 대응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아무리 의심스러운 자가 있어도 이럴 수는 없다.’
만약 그 대상을 잘못 짚으면 오히려 더 큰 피해가 나온다. 그렇기에 고위직 첩자는 잡기가 힘든 것이다.
그런데 펜리스 공작은 배신자를 정확히 짚어 내었다. 이전부터 의심하고 있었다는 증거였다.
‘그래도 쉽지는 않을 거다. 배신자가 밝혀질 때를 대비해 일부 군단은 움직이지 않고 있으니.’
데프로든 백작은 입술을 앙다물었다.
아트로데군에는 주변 정황을 살피며 움직이지 않는 군단들이 있었다. 갑작스럽게 생기는 변수에 대응하기 위한 군단이었다.
그들이 이 전쟁을 통제하는 진짜들이었다.
정기 연락이 가지 않는다면 금세 상황을 파악할 것이다.
콰앙! 콰앙! 콰아앙!
데프로든 백작이 잡힐 즈음, 파르니엘과 싸우던 두 명의 사제도 걸레짝이 되어 가고 있었다.
초인답게 꽤 버티며 파르니엘에게 몇 번 타격을 주긴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그녀는 그냥 대놓고 맞아 주며 똑같이 사제들을 메이스로 두들겨 팼다.
콰앙!
으드득
“커헉…….”
허리가 부서진 사제가 결국 버티지 못하고 숨이 끊어지고 말았다. 기운으로 버티는 데도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그만…….”
다른 사제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서 있기 힘들 정도로 몸이 망가진 상태였다.
여기서 한 대만 더 맞으면 죽을 거 같았다. 그는 손을 내밀며 말했다.
“하, 항복하겠다.”
파르니엘이 무표정한 얼굴로 답했다.
“사교에 물든 걸 회개하겠는가?”
“아, 알겠다. 회개하겠다. 그러니 그만…….”
“죽음으로 먼저 죄를 씻고.”
콰아앙!
파르니엘의 메이스가 사제의 머리를 찍어 눌렀다.
기운이 다 빠져 항복하려던 것이었기에, 사제는 공격을 피하지도 막지도 못하고 그대로 머리가 박살 나며 죽었다.
그 압도적인 힘에 아직 살아 있던 적들은 두려운 눈빛을 보였다. 두 명이나 되는 초인을 저렇게 두들겨 패서 죽이다니.
파르니엘은 그런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다른 쪽은 파르니엘처럼 금방 끝나지 못하고 있었다.
스각!
“크윽! 이놈!”
테넌트의 검이 한 사제의 가슴을 갈랐다. 그럼에도 그들은 아직 싸우고 있었다.
테넌트의 실력이 더 뛰어나 두 명의 사제를 몰아붙이고는 있지만, 완전히 압도하지는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결국 테넌트가 이기긴 할 것이다. 하지만 시간 낭비, 체력 낭비였다. 파르니엘은 그걸 그냥 두고 볼 생각이 없었다.
쿵! 쿵! 쿵! 쿵!
거칠게 다가온 그녀가 테넌트와 싸우던 사제 중 한 명에게 바로 메이스를 후려갈겼다.
콰앙!
“커허헉!”
갑작스럽게 얻어맞은 사제가 비틀거렸다. 기운을 몸에 둘러 막았지만 충격이 너무 컸다.
파르니엘이 그 사제의 멱살을 붙잡고 사나운 웃음을 지었다.
“여신이시여, 한 놈 더 보내겠나이다.”
콰아앙!
사제의 목을 잡고 땅에 처박아 버린 파르니엘은.
콰앙! 콰앙! 콰앙!
그대로 땅바닥을 향해 메이스를 쉼 없이 내리쳤다.
“쿨럭! 커억!”
사제는 때리는 대로 얻어맞았다.
이미 테넌트와 싸우며 꽤 힘이 빠진 그는 계속되는 충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우득! 으드득! 드득!
반격하거나 피해야 하는데 이미 뼈 곳곳이 부러지고 말았다. 기운을 끌어올려도 몸을 파고드는 신성력이 방해했다.
“그어어어…….”
희미하게 눈을 뜬 사제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메이스를 들고 무시무시한 눈빛을 쏘아 대는 파르니엘의 얼굴이었다.
콰아아앙!
파르니엘의 메이스가 사제의 얼굴을 찍어 버렸다. 사제는 얼굴이 터지며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그녀가 허리를 펴며 옆을 보았다.
스각!
테넌트의 검이 다른 사제의 목을 가르고 있었다. 실력도 떨어지고 힘도 빠진 그 사제는 파르니엘의 등장에 당황해 결국 테넌트의 검을 막지 못한 것이다.
“후, 감사합니다.”
테넌트가 파르니엘을 보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여유롭게 인사를 받았다.
“별말씀을.”
“와아아아아!”
병사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파르니엘의 괴력은 볼 때마다 피를 끓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거기다 압도적인 전투력으로 적 군단을 두 개나 괴멸시켰다. 이 승리가 기쁘지 않을 리가 없었다.
테넌트가 말 위에 올라 병사들에게 말했다.
“전장 정리는 필요 없다. 바로 다음 지역으로 움직인다.”
그렇게 승리를 거둔 루타니아군은 다시 어디론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도시 하나를 약탈하고 있던 아트로데군 6군단의 군단장, 스로우크 백작은 새로운 정보를 받았다.
“흠, 그래? 바뀐 거점이 확인됐다고?”
연합군은 자신에게 이미 한 번 당했다. 그들은 정보가 새어 나갔다고 판단하고 새로운 전략을 수립했다고 한다.
두 개의 군단이 서로 가까운 곳에 위치해 연계하는 방식이었다. 이쪽의 전략과 비슷했다.
물론 이쪽은 공격하는 역할이고 상대는 막는 역할이지만 말이다.
“흐음…….”
스로우크 백작이 생각에 잠겼다. 루타니아군을 제외하면 연합군은 총 네 개의 군단이다.
그중 하나는 배신자고 둘은 괴멸되어 흩어졌다. 그렇다면 남은 군단은 하나.
“그쪽은 내가 맡은 지역이 아니군.”
이동 중인 연합군은 아마 9군단과 10군단이 처리할 것이다. 서로 연락이 없어도 이런 부분은 스스로 판단해야만 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따로 있었다.
“슬슬 보급로와 추가 병력을 쳐야겠군.”
추가 병력이 모이면 피곤해진다. 도망간 연합군의 병사들도 다시 모일 것이다.
원래 목표대로 이쪽 방면의 보급로를 끊고 추가 병력을 요격해야 한다.
“조금만 더 하면 되겠어. 연합군을 생각보다 빨리 줄였군.”
연합군을 최대한 줄이고 주요 지역에 진을 치는 게 아트로데군의 목적이었다. 그렇게 하면 루타니아군은 고립되고 말 것이다.
어차피 펜리스 공작도 보급로를 내어준다 했으니 병력은 거의 없거나, 있어도 소수일 게 뻔했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추가 병력이 더 쌓이지 않게만 하면 된다.
“펜리스 공작과 튜리안의 왕자가 움직였다고 하니 빠르게 이 지역을 벗어난다. 5군단에도 연락을 취해라.”
추가 병력이 어느 경로를 통해 오는지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들은 따로따로 오고 있으니 처치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게 아트로데군 6군단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스로우크 백작은 눈치채지 못했다.
저 높은 하늘에서 까마귀 하나가 빙빙 돌고 있는 걸 말이다.
까마귀는 곧 어디론가 날아갔다. 한참 동안 날아 도착한 곳에는 한 무리의 군대가 있었다.
까마귀가 가장 선두에 선 남자의 어깨에 올라 말했다.
“찾았어. 예상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
남자, 율리엔이 차가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