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572)
572 – 나는 너를 잊지 않았다. (1)
572화 나는 너를 잊지 않았다. (1)
잠시 정적이 흘렀다. 믿을 수 없는 소식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첩자를 통해 연합군이 어떻게 움직일지 다 알고 있었다. 이후 몇몇 군단에서 소식이 끊기면서 추격군이 움직였다는 것도 확실해졌다.
그래서 2군단도 최종 목표를 향해 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4군단이 전멸했다니? 도대체 누구와 싸웠다는 말인가.
“4군단이…… 왜?”
아이던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4군단을 어떻게 공격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가 알기로 연합군에는 더 이상 따로 뺄 병력이 없었다.
만약 연합군이 처음부터 따로따로 움직였다면, 정작 중요한 보급로와 거점을 잃게 될 터였다. 지금 1군단도 진군하고 있을 테니까.
펜리스 공작이 그 정도로 무식하게 움직였을 리가 없다.
“다른 지원군이 벌써 도착한 건가? 어서 가 보자!”
일단은 가서 정확한 상황을 확인해 봐야 한다. 아이던과 2군단이 속도를 높였다.
두두두두두두!
체력을 온존할 겨를이 없었다. 그들은 정말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장에 도착한 그들은 하나같이 충격적인 표정을 지었다.
“정말…… 전멸을…….”
아이던이 황망한 표정으로 말에서 내려 주변을 살폈다.
단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했다. 초인이 네 명이나 있는 4군단이 이리 허무하게 전멸했을 줄이야.
적들은 지독할 정도로 철저하게 4군단을 유린했다. 흔적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아이던이 무릎을 굽혀 흙을 만져 보았다.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이지만, 지금은 그만큼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가 몇 번 흙을 만지작거린 뒤 다시 주변을 돌아보았다.
“마법이 시전됐군. 그것도 전방이 아니라 후방 쪽에서…… 마력장을 뚫고 도주를 막은 건가?”
4군단이 2군단보다는 마법사의 수나 수준이 약간 떨어지긴 했다. 하지만 어지간한 마법 공격은 충분히 막을 수 있을 터였다.
마력장이 뚫렸다는 건, 그 수준을 뛰어넘는 마법사가 있다는 뜻이었다.
“최소 7서클 마법사가 있다. 그 외에도 수준 높은 마법사들이 여러 명 있었겠군.”
7서클 마법사라 한들 혼자서는 군단을 상대하기 힘들다. 그러니 보조하는 마법사들도 꽤 있었을 것이다.
아이던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시체들도 하나하나 둘러보았다.
다들 여기저기에 상처를 입고 쓰러져 있었다. 시체가 되어서도 그 얼굴에는 공포감이 가득했다.
그 모습을 본 아이던이 미간을 좁혔다.
“압도적으로 밀렸어. 제대로 반항조차 하지 못했군. 기습을 당할 지형도 아니었는데…….”
적이 얼마나 강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천천히 둘러보던 아이던은 앞쪽에서 죽은 사제들의 시체도 발견했다.
그가 바닥에 어지럽게 그려진 발자국과 말발굽 자국을 살펴보았다.
“한 명, 한 명이군. 혼자서 사제들을 전부 상대했어. 그것도 말을 타고.”
대단한 실력자였다. 초인을 상대로 말 위에서 싸우다니 말이다.
물론 자신도 그렇게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러려면 말을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마나가 소모될 것이다.
움직이기도 쉽지 않다. 다른 시간을 사는 초인들의 움직임을 말이 따라오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해냈다는 건.
“기술이 극에 이르렀다. 이런 자가 연합군에 존재한다고?”
성녀는 확실히 아니었다. 성녀에게 당한 자는 시체조차 제대로 찾지 못한다.
다른 초인들도 뛰어나긴 하지만 아이던이 아는 한 이 정도 실력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후보는 단 두 명뿐이다.
“펜리스 공작…… 튜리안의 왕자…….”
지금 둘 중 한 명을 잡으러 가는 길이었다.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그중 한 명이 이곳에 먼저 온 것이다.
아이던이 눈을 감았다. 그의 머릿속에서 전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그려지기 시작했다.
‘마법사.’
아군 마법사들을 뛰어넘는 7서클 마법사. 바네사일 것이다. 그녀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몇 번이나 기적을 일궈 내며 결정적인 순간에 펜리스의 승리를 가져다준 마법사였으니까.
‘믿을 수 없는 돌파력.’
전열은 분명 돌격에 완전히 찢긴 형상이었다. 아군 기마병들을 압도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 정도 돌파력을 보이는 군대는 연합군에서 펜리스 기동군뿐이다.
그리고 사제 네 명과 싸운 전투의 흔적.
창을 쓴 전투다. 그것도 무척이나 강한 파괴력과 뛰어난 기술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튜리안의 왕자는 오직 검만 쓴다. 그리고 이렇게 거칠게 싸우지 않는다.
어떤 무기든 자유롭게 사용하며, 강력한 파괴력으로 전장을 공포로 몰아넣는 자는 연합군에 오직 한 명.
아이던이 눈을 떴다. 그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그려졌다.
“펜리스 공작, 네놈이 왔었구나.”
처음 느꼈던 황망함은 분노로, 분노는 기쁨으로 순식간에 변해 갔다.
그렇게나 잡아 죽이고 싶던 놈이다. 그놈을 죽여야 자신이 더 완전해질 수 있다.
이번에 만나기를 그렇게 바랐건만, 운명처럼 하늘이 자리를 마련해 준 것이다.
“하하하하하하!”
아이던이 크게 웃으며 백마에 올라탔다.
어차피 자신에게 4군단은 적 병력을 소모하기 위한 패에 불과했다. 그러니 없어도 상관없다.
대신 여기 있는 병력을 모두 몰아넣으면 되니까.
그리고 펜리스 공작의 목을 자신이 베면 된다. 그러면 전쟁은 끝이다.
그를 죽여 명성을 드높이고, 전쟁까지 끝낸 진짜 영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사교와 함께하는 영웅이라는 사실은 그에게 아무 상관이 없었다.
“역사는 언제나 승리자만 기억하는 법이지.”
사람들의 원망은 잠깐일 뿐이다. 구원교가 이룩한 새로운 세계에서 자신은 드높은 추앙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힘이야말로 이 세계의 질서를 유지하는 유일한 가치였으니까.
“가자, 이 앞에 펜리스 공작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아이던은 자신했다. 펜리스 공작이 분명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말이다.
그것은 운명이니까.
다그닥, 다그닥.
새하얀 백마가 우아하게 선두에 섰다. 그의 뒤를 2군단의 병력이 따랐다.
그들은 이제 급하게 달리지 않았다. 적당한 속도로 힘을 보존하며 움직였다.
가는 길에 밤이 오자 휴식마저 취했다. 싸우기 전에 체력을 회복해야 했기 때문이다.
아이던은 급하게 굴지 않았다. 어차피 만날 걸 아는데 왜 급하겠는가.
그의 예상대로, 날이 밝고 한참을 이동한 그들은 너른 평야에 진을 치고 있는 군대를 만나게 되었다.
“역시 있었구나.”
아이던이 미소를 지었다. 자신은 하늘이 선택한 남자다.
그 하늘이 지금 자신을 위한 무대를 마련해주었다. 아군이 전멸하고 위기에 빠진 듯한 분위기까지 조성해 주면서 말이다.
그러니 어찌 기쁘지 않을까.
아이던이 머리를 한번 쓸어올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자 상대 쪽에서도 누군가 앞으로 나섰다.
천천히 말을 타고 움직인 그들은 곧 중간 지점에서 대면했다.
“펜리스 공작.”
초상화로 몇 번이나 봤던 그 얼굴이었다. 역시 자신의 예상대로 펜리스 공작이 맞았다.
지셀 또한 마주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이던, 정말 오랜만이군.”
“오, 날 알고 있어? 내 초상화라도 구해 본 모양이지?”
아이던도 최근 전쟁에서 많은 활약을 했지만, 아무래도 지셀보다는 명성이 부족했다.
그런데 펜리스 공작이 한 번에 자신을 알아보니 아이던은 내심 기분이 좋았다. 그러다 문득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그런데 오랜만이라……. 우리가 만난 적이 있었던가? 난 기억에 없는데?”
“그럼, 아주 많지.”
지셀이 섬뜩한 웃음을 지었다. 둘은 전생에 대륙 7강으로 이름을 날린 사이였다. 인류 연합의 일원으로 함께 싸우기도 했다.
서로 신경전을 벌이며 견제하기도 했었다.
딱 그 정도의 관계였다. 같은 편이지만 서로 성향이 맞지 않아 백안시하는, 그냥 적은 아닌 수준에 불과한 관계.
하지만 그 관계는 마지막 전투에서 완전하게 틀어졌다.
아이던은 대륙을 어지럽힌 배후 중 하나였고, 자신의 복수를 방해한 원수였다.
지셀이 눈을 감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나는 너를 잊지 않았다.”
마지막에 목이 베였던 그 서늘한 감촉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눈앞이 붉은 피로 감싸이던 날.
얼마나 많이 후회하고, 아쉬워하고, 안타까워했던가.
복수를 끝마치지 못하고 죽어야 했던 게 얼마나 원통했던가.
그러니 지셀은 절대 그날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날의 아이던을 잊을 수가 없었다.
목이 베이던 순간, 제롬이 자신과 헤어질 때 했던 말을 떠올렸었지.
― 다시 태어난다는 얘기도 있던데.
그래, 그랬었다. 그 말 덕분에, 죽어 가면서도 복수를 다짐했다.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그런 기적이 정말 일어난다면.
번쩍!
지셀이 눈을 떴다. 어느새 그의 눈에는 붉은빛이 선명하게 서려 있었다.
“반드시 갈기갈기 찢어 주겠다고 맹세했지.”
지셀의 온몸에서 거대하면서도 무거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 안에는 끝없는 살기와 증오가 넘실거렸다.
아이던이 눈을 가늘게 뜨고 지셀을 노려보았다. 그의 말과 눈빛에서, 자신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원한이 엿보였다.
“뭔가 내가 모르는 사정이 있나 본데……. 뭐, 상관없겠지.”
전쟁 중이다. 게다가 적이다. 자신이 죽인 사람 중에 펜리스 공작과 연이 있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었다.
그딴 거 일일이 신경 쓰고 살다가는 제 명에 못 산다.
그리고 어차피 펜리스 공작 본인에게도 곧 잘못을 할 생각이었다.
그를 죽이고 루타니아를 완전히 짓밟을 셈이었으니까.
“원한을 미리 품는 것도 나쁘지 않지.”
다그닥.
아이던이 천천히 말을 몰며 움직였다. 지셀 또한 그에 맞춰 움직였다.
우아하고 도도하게 걸어가는 백마와 흉포하고 거친 기세를 내뿜는 흑마가 대조를 이루었다.
둘은 그렇게 잠시 서로를 노려보며 주변을 맴돌았다.
지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때? 여기서 우리 둘이 승부를 볼까?”
그 말에 아이던이 잠시 고민에 빠졌다.
자신이 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간 보여 준 펜리스 공작의 위세는 만만치 않았다.
여기서 기사 대전으로 승리하면 더 높은 명성을 얻게 될 것이다. 분명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기는 했다.
‘아니, 아니지. 거칠어 보이지만 의외로 머리가 좋은 놈이야. 무슨 수를 숨기고 있을지 몰라.’
펜리스 공작이 이곳에 나타났다는 것 자체가 그 증거였다.
지금 전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비펜벨트 백작의 전략이 뭔가 어긋났다.
펜리스 공작이 이곳에 나타났다면 다른 쪽은 어떻게 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굳이 내가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지. 저놈도 지금 뭔가 믿는 바가 있으니 저러는 게 분명해.’
아이던은 자신이 그러했기에 의심도 많았다. 그는 먼저 나서서 싸우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거절하지. 이건 개인 간의 싸움이 아니라 전쟁이지 않은가? 대련은…… 네가 살아남으면 해 주도록 하지.”
아이던이 그 말을 끝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이제 전군을 돌격시켜 저놈의 힘을 뺄 생각이었다.
2군단에는 사제가 무려 네 명이나 있었으니까.
지셀이 피식 웃었다.
“그래, 뜻대로 해 주지.”
전생에는 제대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방해꾼들이 너무 많았다.
그렇기에 지셀은 아이던과 일대일로 승부를 가릴 생각이었다.
물론 지금 당장은 거절할 것도 알고 있었다. 저놈은 겉모습과 다르게 상당히 음흉한 놈이었으니까.
전생에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아군을 이용해 자신의 힘을 빼려 할 것이다.
지셀도 말머리를 돌리며 중얼거렸다.
“표정이 어떻게 바뀔지 기대되는군.”
아이던은 모를 것이다. 자신이 그를 상대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 말이다.
두 사람은 각자의 진영으로 돌아갔다. 이제 전력으로 맞붙을 시간이었다.
돌아간 아이던이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수는 우리가 조금 더 많지만 상대의 전력은 무시할 수 없다. 전원이 죽을 각오로 돌격해야 한다.”
전원이 기마병으로 이루어졌기에 서로가 쓸 수 있는 전략은 한정적이었다.
이쪽의 병력은 3만이고 펜리스 기동군은 2만이다. 수로는 우위지만 장비로는 열세다.
“최대한 넓게 퍼져라. 그래야 돌격하면서도 포위할 수 있다.”
펜리스 공작이 자리를 아주 잘 잡았다. 탁 트인 평원은 기마병들이 넓게 퍼져 맞붙기 좋았다.
상대도 기동력을 우선해야 하기에 이런 전장을 선택했을 것이다.
아이던의 말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적에는 7서클 마법사가 있다.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마법을 해제하는 데만 온 정신을 집중해라. 부족하다면 생명력까지 끌어 써라. 마법이 터지면 우리는 끝이다.”
이쪽에도 6서클 마법사와 수준 높은 마법사들이 꽤 있었다. 힘들겠지만 능력을 한계까지 끌어낸다면 어찌어찌 승리할 때까지 버텨 낼 수 있을 것이다.
“심판관님들께서는 섣불리 나서지 말고 뒤에 계시지요. 펜리스 공작이 나서면 맡아 주셔야 합니다.”
그 외에도 아이던은 세세하게 작전을 하달했다.
하지만 그와 백은 기사단은 어떠한 임무도 맡지 않았다. 그저 대기만 할 뿐이었다.
양측 진영에서 천천히 군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사들은 뒤로 빠졌기에 아트로데군은 기마병들만이 전열을 채운 상태였다.
아이던이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었다.
“전원 돌격하라. 목숨을 아끼지 말고 적을 분쇄하도록.”
두두두두두두!
아트로데군이 점점 속도를 내며 내달렸다. 곧 펜리스 기동군도 마주 달려오기 시작했다.
양측 모두 대열이 무척이나 길었다. 아트로데군은 열세인 전투력을 만회하기 위해 포위를 시도해야 했다.
그에 대응하듯이 펜리스 기동군도 무척이나 긴 대열로 달려오고 있었다.
아이던이 그걸 보고 눈을 빛냈다.
“후후, 포위를 당하지 않으려는 건가? 하지만 쉽지 않을 거다. 수는 이쪽이 훨씬 더 많으니까.”
앞쪽에서 비슷한 수가 맞붙으면 나머지는 옆으로 돌기 쉽다. 그걸 막기 위해 거리를 더 벌리면 정면을 막는 힘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만 된다면 장비의 열세를 충분히 극복하고…… 상대를 전멸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쪽 병력도 전멸하겠지만, 기동군을 잡기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아깝지 않게 내어줄 수 있었다.
“어떻게든 다 죽여라. 적을 남겨 놓지 마라.”
적 병력만 줄여 놓으면 된다. 그러면 자신과 백은 기사단, 남은 사제들이 적을 몰살할 수 있었다.
아니, 백은 기사단과 사제들도 펜리스 공작과 7서클 마법사의 힘을 빼다가 다 죽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자신이 화려하게 장식한다.
그것이 아이던의 계획이었다.
두두두두두두!
수만의 기마병들이 동시에 움직이자 지진이 난 듯 땅이 울렸다.
서로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엄청난 기세가 피어올랐다. 양측 다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었다.
두두두두두!
아트로데군은 창을 꽉 쥐었다.
돌격으로 유명한 펜리스 기동군이다. 분명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보여 줄 것이다. 그것을 버티고, 역으로 뚫고 들어가야 한다.
넓게 퍼진 만큼 상대의 간격도 점점 벌어졌다. 충분히 파고들 수 있었다. 자신들도 수많은 경험을 쌓은 정예 중의 정예가 아닌가.
두두두두두!
땅이 울리는 말발굽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아트로데군은 이제 스스로가 내뱉는 거친 숨소리만을 들을 수 있었다.
심장이 마구 뛰어 곧 터질 것만 같았다. 햇빛에 번뜩이는 창끝은 점점 가까워지는 적을 겨눴다.
두두두두두!
어느 순간 귀가 멍해질 정도의 고요함이 찾아왔다. 이제 시간마저 느려지는 듯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가면 충돌한다.
그렇게 폭풍처럼 달려가던 양쪽 군대가 부딪치기 직전.
지잉―!
펜리스 기동군의 창대에 붉은 빛의 선이 빠르게 그어지며 창끝까지 올라왔다.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붉게 빛나는 창날에서 갑자기 무언가가 뿜어져 나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이던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파아아아아!
만 개가 넘는 불덩이가 달려가는 아트로데군을 덮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