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581)
581 – 그래, 나 하나쯤이야. (1)
581화 그래, 나 하나쯤이야. (1)
제롬이 공중에 떠 있는 사제들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더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네.”
상처를 치유하고 마력을 회복하느라 꽤 시간이 걸렸다. 지금도 조금 늦은 감이 있었다.
다행히 요새가 완전히 점령하기 직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제 이곳에서 버텨야 한다.
“역시 이놈들만 쫓아온 게 옳았어.”
제롬이 집요하게 1군단만 쫓아온 데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출발하기 전 지셀이 말해 준 전략 때문이었다.
― 적들을 발견하는 대로 최대한 시간을 끌어. 단, 거점으로 향하는 적이 있다면 무조건 그놈들만 괴롭혀.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거점 방어를 우선으로 해.
제롬은 1군단과 2군단에 끼어들어 난리를 피웠다. 이후 두 군단의 이동 방향을 은밀히 살폈다.
그리고 1군단이 거점 방향으로 움직이는 걸 확인하고 계속 그들을 방해했던 것이다.
3군단이 가는 방향은 확인하지 못했지만 그럴 틈이 없었다. 1군단과 2군단이 다른 방향으로 간다면 다시 찾아볼 생각이었다.
다행히 그의 예상은 맞았다. 결국 1군단만이 이곳에 도착한 것이다.
이제 연합군을 도와 적들을 막아 내야 한다.
“내가 발목 잡기만 잘하는 게 아니야.”
드드드드드……!
제롬이 양팔을 뻗자 요새 앞의 땅이 들썩이며 수십 개의 바위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지금도 한창 전투 중인 상황이었다. 앞에는 아트로데군이 몰려오고 있었다.
“가라!”
파아앙!
바위들이 엄청난 속도로 쏘아져 나가며 아트로데군 일부를 짓이겼다.
콰앙! 콰앙! 콰아앙!
“으아아악!”
아트로데군은 갑자기 날벼락을 맞은 셈이었다. 완벽한 승리가 목전이라 이런 큰 공격을 받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펜벨트 백작의 얼굴이 굳어졌다.
“저놈이 또…….”
저 방해꾼이 다시 나타났다. 저놈 때문에 시간이 얼마나 지체되었던가.
당장 잡아 죽이고 싶지만, 상대는 그 실력만큼은 무시 못 할 강자였다.
“당장 저자의 마법을 봉쇄하라! 목숨을 걸 각오로 막아야 한다!”
전에도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 하지만 위력만 줄여도 된다. 이미 전세는 기울 대로 기운 상태였으니까.
저놈이 사제들에게 붙잡혀 있는 동안 요새의 병력을 전멸시키면 되는 일이었다.
기디온 후작도 제롬을 발견하자마자 크게 외쳤다.
“마법사들은 적 마법사를 압박해라! 제롬 님이 자유롭게 싸우실 수 있게 도와라! 목숨을 걸어야 한다!”
지금 남은 희망은 제롬뿐이었다. 지원군이 올 때까지 어떻게든 제롬과 함께 버텨야 한다.
그러려면 제롬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마법사들도 기디온 후작의 말을 알아들었다. 살아날 방도가 생기자 그들은 화색을 띠고 서로를 격려하며 외쳤다.
“모두 마력을 아끼지 마라!”
“공격을 시도하면서 적의 해제 마법을 위주로 노려!”
“마력장을 더 넓게 펼쳐야 해!”
연합군 마법사들은 정말 목숨을 걸었다. 온 힘을 다해 마력장의 범위를 높였다.
그들은 아트로데군 마법사들이 마법 해제를 시도할 때마다 그것을 잡아내었다.
어차피 제롬이 당하면 모두 죽는다. 그걸 알기에 연합군 마법사들은 생명력까지 끌어다 썼다.
그 필사의 저항에 아트로데군 마법사들은 당황했다.
“이, 이런…….”
본래도 마법 전력은 연합군 쪽이 약간 더 우위였다. 아트로데군은 연합군 측에서 시전하는 마법도 막아 내야 했다.
마력장 범위 내에서 시도되는 마법들을 모두 해제하느라 바빠, 제롬에게 모든 힘을 쏟아부을 수가 없었다.
콰아아아…….
서로 간의 마력이 전장을 모두 덮을 정도로 퍼져 나갔다. 막판에 난입한 제롬 때문에 양쪽의 희비가 엇갈렸다.
콰앙! 콰앙! 콰앙!
어느새 제롬은 사제들과 어울려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힘은 처음 만났을 때와 조금 달랐다.
“헤헷, 역시 아군이 있으면 더 편하다니까.”
아트로데군의 마력장이 깔려 있지만 마법을 쓰는 데 제약이 그리 심하지 않았다.
상대가 자신의 마법을 제대로 해제하지 못한다는 증거였다. 기껏해야 마력 간섭만 조금 하는 게 전부였다.
그렇다고 무작정 편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무려 여섯이나 되는 사제들이 그에게 달라붙었다.
이들의 싸움은 보통 초인들의 싸움과 달랐다. 병사들이 싸우는 전장 위, 하늘에서 싸우고 있었다.
공중에서 자유롭게 싸울 수 있는 그들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움직였다.
콰앙! 콰앙! 콰아앙!
제롬의 마나 블레이드는 평소와 다르게 진한 황금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여기서 밀리면 끝이다. 그래서 평소보다 더 많은 마력을 불어 넣었다.
제롬의 마나 블레이드가 살아 있는 듯 빛나며, 그의 움직임에 따라 유연하게 휘몰아쳤다.
콰앙! 콰앙! 콰앙!
제롬의 공격이 폭풍처럼 몰아쳤지만 사제들도 쉽게 당하지 않았다.
“네놈한테 계속 휘둘릴 거 같으냐!”
“뒤로 물러나!”
“이놈만 붙잡고 있어도 된다!”
사제들은 스스로가 제롬보다 약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미 몇 번이나 싸워 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무척 조심스럽게 서로를 보완하며 싸우고 있었다.
콰아아아아!
그들이 뿜어낸 검은 기운은 안개처럼 뻗어 나가 주변을 잡아먹었다. 거리를 벌리며 안정적으로 공격하려는 속셈이었다.
제롬을 묶어 두기만 해도 유리하다. 전력 자체도 자신들 쪽이 강하고, 이미 연합군도 상당히 줄였기 때문이다.
사제들의 속셈을 알아차린 제롬이 피식 웃었다.
“아직도 나에 대해 잘 모르는구나?”
피하기만 하는 사제들을 비웃은 제롬이 마나 블레이드를 없애고 손을 휘저었다.
그의 몸에서 밝은 빛 덩이들이 뿜어져 나와 사방으로 퍼졌다.
사제들은 그걸 보고 안색을 굳혔다.
“막아!”
하지만 빛 덩이들이 퍼지는 게 더 빨랐다. 그것들은 마치 유성처럼 아트로데군 진영 곳곳으로 떨어졌다.
쾅! 콰앙! 콰아아앙!
“으아아악!”
다시 진격하던 아트로데군은 사방에서 떨어지는 빛 덩이에 직격당해 터져 나갔다.
사제들이 쓰는 구원교의 비전과 비슷했지만 제롬은 조금 더 자유롭게 쓸 수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사제들은 제롬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이제는 제롬이 피해 다니며 여기저기에 마법을 흩뿌렸다.
콰앙! 콰앙! 콰앙!
제롬의 마법이 쏟아지자 아트로데군 진영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그들은 더 진군을 하고 싶어도 진군할 수가 없었다.
결국 사제들은 기운을 더 뽑아내며 병사들을 보호하는 데 급급해졌다.
화르르륵!
어느새 제롬의 머리 위에서 거대한 불덩이가 이글거리며 솟아올랐다.
사제들과 병사들을 공격하는 사이에 따로 마력을 모아 만든 불이었다.
사제들을 그 불덩이를 보고 당황했다. 딱 봐도 막기가 쉬워 보이지 않았다. 저게 병사들에게 떨어지면 엄청난 피해가 나올 것이다.
사제들이 급하게 모여 제롬을 막으려 했다.
파악!
“헛!”
하지만 거대한 화염구는 병사들에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것은 가장 가까이 다가온 사제에게 날아갔다.
콰아아아앙!
화염구가 사제와 충돌하며 폭발했다. 직격당한 사제는 불길에 휘감겨 타오르기 시작했다.
“끄아아악!”
사제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기운을 끌어내어 겨우 불길을 껐지만 그의 몸은 이미 뼈가 보일 정도로 살이 죄다 녹은 상태였다.
숨을 헐떡이던 사제는 자신의 목숨이 경각에 이르렀음을 깨달았다.
“회복이 되지 않는다…….”
사제들은 단숨에 죽지만 않는다면, 어지간한 상처는 기운을 써서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입은 상처는 기운을 아무리 써도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컸다. 게다가 어마어마한 마력이 아직도 몸에 남아 있었다.
“대단하구나…….”
초인에 이른 자신이 마법 한 방에 죽게 될 줄이야. 사제는 비틀거리며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죽기 전에 자신의 남은 기운을 하늘에 흩뿌렸다.
쿠우웅.
그렇게 그 사제는 바닥에 떨어져 죽었다. 하늘에 퍼진 검은 안개는 사제의 기운을 잡아먹고 조금 더 짙어졌다.
그 어두운 하늘에서 다시 빛이 번쩍였다.
콰르르릉!
순식간에 뻗어 나온 푸른 번개가 한 사제의 몸을 강타했다.
콰아앙!
“크헉…….”
펑! 펑! 펑!
제롬의 손에서 뻗어 나간 녹색 빛 덩이가 사제들을 집요하게 쫓아가며 타격을 주었다.
제롬의 마법은 현란하기 이를 데 없었다. 사방에 불과 얼음이 날아다녔고 번개가 꽂혔다.
콰앙! 콰앙! 콰앙!
사제들은 마법에 직격당할 때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몸에 구멍이 나거나 뼈가 부러지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그들이 아직 살아 있는 건, 최대한 공격을 피해 다니며 몸을 보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치명적인 마법에 당하게 된다.
드드드득!
어느새 또 하나의 사제가 중력 마법에 갇혀 몸이 으스러진 채 죽었다.
이제 남은 건 네 명.
사제들의 얼굴이 조금씩 공포에 질려 갔다.
가까이 다가가면 자신들이 당하고, 거리를 벌리고 안전하게 싸우려 하면 병사들이 당한다.
어느 쪽도 선택하기 힘들었다.
저 마법사는 진군을 방해하고 도망갈 때와 다르게 어마어마한 위세를 보여 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사제들은 이를 악물며 버티려 했다. 그들에게도 제롬을 잡을 방법이 있었다.
“우와…….”
몇몇 연합군 병사들은 그걸 보고 입을 벌렸다.
검은 하늘에서 빛을 번뜩이며 싸우는 제롬은 마치 신처럼 보였다.
다른 건 몰라도 겉으로 보이는 위압감만큼은 역시 마법사가 최고였다.
압도적인 실력으로 사제들을 제압하던 제롬이 인상을 썼다.
‘무슨 속셈이지?’
조금 전에 죽은 사제도 죽기 전 허공에 기운을 흩뿌렸다.
이제 그의 주변은 먹구름이 낀 것처럼 어두워졌다. 검은 기운이 정말 안개처럼 가득 찬 것이다.
사제들은 싸우면서도 계속 검은 기운을 조금씩 퍼뜨렸다. 죽은 사제들은 아예 기운을 다 뽑아놓고 죽었다.
딱.
제롬이 손가락을 튕기자 그의 몸에서 폭풍과도 같은 바람이 뿜어져 나왔다.
콰아아아아!
검은 기운이 그의 주변에서 잠시 밀려났다. 하지만 다시 싸우는 동안 검은 기운은 더 많이 늘어났다.
‘이놈들…… 계속 도망 다니면서 기운을 퍼뜨리고 있어?’
퍼뜨린 기운이 소멸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제롬의 주변에는 마치 균열 속의 안개와 같은 환경이 조성되고 있었다.
만약 다른 이가 이 공간에 있다면 몸을 옥죄는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다.
‘약해지고 있다.’
자신이 아니라 사제들이 약해지고 있었다. 저렇게 싸우면서 기운을 버리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사제들이 아직 살아 있는 이유는 또 하나가 있었다.
‘왜 아직도 안 나타나는 거지?’
제롬은 싸우면서도 사제들에게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다.
이 정도로 당했으면 가장 강한 가트로스가 나타나야 한다. 그럼에도 그는 아직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래서 계속 주변에 신경을 쓰고 있던 것이다.
“물러나라! 어서 뒤로 물러나!”
오히려 곳곳에서 외침이 들리며 아트로데군이 물러나고 있었다.
병사들이 있으면 사제들이 마음 놓고 거리를 벌리지 못하기 때문인 거 같았다.
그 말은 즉, 이제 방해거리 없이 초인들만 나서서 싸우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일단 사제들부터 빨리 죽여야겠어.’
제롬은 사제들과 싸우면서 틈이 날 때마다 아트로데 병사들에게 마법을 날렸다. 저쪽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병사들도 물러났으니, 가트로스가 나타나기 전에 기운이 빠진 사제들을 죽여야 했다.
파아아악!
제롬의 양손에서 다시 마나 블레이드가 뿜어져 나왔다.
사제들은 상당히 지쳐 보였다. 그러니 단숨에 붙어서 목을 쳐 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때.
콰아아아아아!
검은 기운이 순식간에 한쪽에 몰리기 시작했다.
곧 그것은 기지개를 켜듯 거대한 사람의 형태를 만들며 일어섰다. 검은 기운으로 이루어진 구름에서 상반신이 튀어나온 듯한 모습이었다.
“이게 무슨…….”
8서클에 이른 마법사인 제롬도 이런 현상은 처음 보았다.
절대 환영 마법이 아니었다. 저것은 실체와 악의를 가진 존재였다.
검은 기운이 일렁이더니 얼굴 생김새가 또렷해졌다. 제롬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가트로스.”
하늘에 나타난 거대한 가트로스의 모습은 악신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요새에서 제롬이 싸우는 모습을 바라보던 연합군 병사들은 벌벌 떨기 시작했다.
“저, 저게 뭐야…….”
“악마다, 저건 악마야.”
“오, 여신이시여…….”
상반신만 존재함에도 그것은 하늘을 가릴 정도로 거대했다.
이 요새 정도는 그저 한 손으로 짓이겨 버릴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지금까지 별별 괴물들을 보고 익숙해졌다 생각했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상대는 상식을 초월하는 존재들이었다.
곧 가트로스의 형상을 한 그것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성공이군…….”
검은 기운으로 일렁이는 가트로스가 짧은 한마디를 내뱉었다.
단순히 소리를 낸 것만으로도 공간이 울리고, 심령을 옥죄는 듯한 기운이 퍼져 나갔다.
사아아아아…….
가트로스의 이마 부분에서 검은 기운들이 빠르게 뭉치기 시작했다.
그걸 본 제롬이 요새 쪽을 돌아보며 외쳤다.
“뒤로 피해!”
하지만 병사들은 바로 반응하지 못했다.
가트로스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다들 공포에 질려 몸이 굳어 버렸기 때문이다.
곧 가트로스의 이마에서 검은 광선이 뿜어져 나와 주변을 훑고 지나갔다.
콰앙!
짧은 굉음이 울리고, 검은 광선에 직격당한 제롬의 몸이 하늘에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