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611)
611 – 그럼, 난 언제나 괜찮지. (3)
611화 그럼, 난 언제나 괜찮지. (3)
사이클롭스는 전설 속의 생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존재하지만 직접 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개체 수가 적다.
드래곤을 제외한다면 최강의 몬스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힘도 덩치도 대단하다.
이런 몬스터를 혼자 잡는다면?
‘그러면 ‘사이클롭스 슬레이어’라고 불릴 수 있다!’
이미 ‘오우거 슬레이어’와 ‘북부의 가죽왕’이라는 칭호를 얻은 카오르다.
당시에는 꽤 만족했지만, 초인이 된 지금은 조금 부족함을 느끼고 있었다. 더 멋지고 강렬한 칭호가 필요했다.
사이클롭스는 그 욕망을 채워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드래곤 슬레이어’는 무리더라도 이 정도면 충분히 가능할 거 같았다.
콰앙! 콰앙! 콰앙!
사이클롭스는 연신 카오르를 향해서만 몽둥이를 휘두르고 있었다. 카오르가 계속 피하니 상당히 약이 오른 듯한 모습이었다.
카오르는 실전에 강하고,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데 익숙했다. 그는 침착하게 움직이며 사이클롭스의 공격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틈이 날 때마다 다가가 두 개의 검을 휘둘렀다.
스각! 스각!
자칭 공격력 두 배의 공격답게 사이클롭스의 하반신은 검상으로 가득했다.
특히 카오르는 사이클롭스의 발목 힘줄 위주로 노렸다. 이런 대형 몬스터를 잡을 때는 일단 기동력부터 뺏어야 한다는 건 기본 상식이기 때문이다.
스각! 스각!
카오르의 검이 계속 전광석화처럼 움직였다.
초인이 된 뒤로 그의 움직임은 예전과는 조금 달라졌다.
여전히 체계 없어 보일 정도로 거칠고 흉포했지만, 그 날카로움만큼은 지셀 못지않았다.
스각! 스각! 스각! 스각!
카오르는 침착하게 사이클롭스의 발목을 반복해서 노렸다. 시간이 꽤 걸리긴 하겠지만 잡을 자신도 있었다.
사람들도 카오르가 안정적으로 싸우는 모습을 보고 섣불리 도우러 가지 못했다.
고든이 옆에 있는 루카스에게 물었다.
“으음, 이거 끼어들면 안 되나? 시간만 있으면 잡을 거 같긴 한데.”
“그냥 빨리 잡는 게 낫지 않아?”
“저 성격에 또 지랄하겠지.”
“하, 진짜 저 새끼는 왜 저러는지. 영감의 반만 닮았으면 좋겠네.”
고든과 루카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다른 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길리언은 쓸데없는 공명심이 없다. 지셀의 목표를 이루는 데만 집중한다.
그렇기에 특별히 일대일 대결을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 한, 아군과의 협공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카오르는 아니다. 그는 인정 욕구가 미치도록 남다른 남자였다.
카오르의 더러운 성질머리를 아는 사람들은 다들 어쩔 줄 몰라 하며 구경만 하고 있었다.
어느새 지셀을 부축하고 온 벨린다도 혀를 찼다.
“쟤는 왜 초인이 됐는데도 저래?”
지셀도 그 모습을 보고 쿡쿡 웃었다. 저 성격은 평생 고치지 못할 거 같았다.
전쟁이 끝나고 카오르가 초인이 된 걸 알았을 때, 지셀은 크게 기뻐하며 카오르를 치하했다.
하지만 초인이 되고 간덩이가 부은 카오르는 지셀에게 재도전을 신청했고.
당연히 비 오는 날 먼지 날 정도로 얻어맞았다.
아무래도 그때 다시 망신당한 탓에, 오늘 사이클롭스를 잡아 명성을 얻고 싶은 모양이었다.
콰앙! 콰앙! 콰아앙!
사이클롭스의 몽둥이를 피하는 카오르는 전투에 극도로 집중하고 있었다.
‘잡는다, 내가 잡는다. 영감도 혼자 못 잡은 거 내가 잡는다.’
그러면 영감보다 자신이 더 뛰어난 게 증명되겠지?
카오르의 머릿속에는 오직 그 욕망밖에 남지 않았다.
초인이 되면 무얼 하는가. 영지에 잘난 놈들이 하도 많아서 열등감은 전혀 사라지지 않았는데.
이건 평생 놀고 싶다는 초인으로서의 세계와는 전혀 다른, 자존심의 문제였다.
지금 카오르의 집중력은 놀라울 정도로 높아진 상태였다. 거대한 욕망이 그를 이끌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각! 스각! 스각! 스각!
사이클롭스의 발목은 어찌나 많이 베였는지 이제 뼈가 보일 정도였다.
크아아아!
사이클롭스가 고통스러워하며 주저앉았다. 이제 천천히 주변을 돌면서 팔과 몸을 공격하면 된다.
‘후우, 할 수 있다!’
카오르도 마나를 절반 이상 소모하고 상당히 지친 상태였다. 하지만 자신 있었다.
계속 이렇게만 가면 된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결국 마지막에 가면 자신이 승리할 것이다.
스각! 스각! 스각! 스각!
카오르는 정말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집중력을 발휘해 사이클롭스를 공격했다.
사이클롭스의 움직임은 점점 더 둔해져만 갔다. 그럴수록 카오르의 마음은 흥분으로 물들었다.
‘조금만 더 하면 돼!’
갑자기 몸이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어쩐지 힘이 더 솟는 느낌이었다.
크아아아!
사이클롭스가 다가오는 카오르를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다.
콰아아아앙!
대지가 들썩이며 갈라진다. 하지만 카오르는 잽싸게 피하며 눈을 빛냈다.
‘지금이다!’
달려가서 붙으면 목도 벨 수 있을 거 같았다. 카오르가 전력을 다해 달렸다.
끝이 보였다. 드디어 위대한 ‘사이클롭스 슬레이어’가 탄생하는 것이다.
단번에 베지는 못하더라도 치명상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카오르는 희열에 찬 웃음을 지으며 두 자루의 검을 꽉 잡았다.
그 모습을 보며 지셀이 혀를 찼다.
“쯧쯧, 또 저러네.”
승부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승기를 잡았다고 흥분하는 게 뻔히 보였다.
저럴 때가 가장 위험하다. 사이클롭스는 지능이 없는 몬스터가 아니었다.
과연 사이클롭스는 갑자기 몽둥이를 쓸듯이 옆으로 휘둘렀다.
“어?”
카오르가 깜짝 놀라며 멈칫했다. 지금까지의 패턴과는 완전히 달랐다.
시야를 가릴 정도로 거대한 몽둥이가 빠르게 옆에서 다가온다.
피할 공간이 없었다. 목숨이 경각에 이른 카오르가 마나를 잔뜩 끌어올리며 몸을 보호했다.
‘주, 죽는다!’
저걸 맞으면 정말 죽는다. 카오르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제롬과 바네사가 깜짝 놀라며 카오르에게 실드를 펼쳐 주었다. 율리엔이 바로 검을 휘두르며 사이클롭스의 팔을 베었다.
그들의 행동은 놀랄 만큼 빠르고 정확했지만, 다들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그렇기에 사이클롭스의 강력한 공격을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었다.
콰아아아앙!
“케에엑!”
우드드득!
몽둥이에 얻어맞은 카오르의 팔뼈와 갈비뼈가 으스러졌다.
사이클롭스의 팔을 베며 위력을 약화하고, 실드로 한 번 막았는데도 이 정도였다.
순간 카오르의 머릿속에 주마등이 지나갔다.
‘아…… 그때도 이랬던 거 같은데…….’
트윈 헤드 오우거를 잡을 때도 비슷하게 죽을 뻔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완전히 달랐다. 아예 한쪽 뼈가 죄다 으스러진 거 같았다. 어쩌면 더 안 맞아도 그냥 죽을지도 모른다.
‘……X 됐다,’
고통으로 정신이 혼미해졌다. 갑자기 괜히 깝죽거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쓰러지면 피하지도 못하고 후속타를 맞을 것이다.
그는 그런 생각을 하며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카아아아아악!
사이클롭스가 승리의 포효를 내질렀다.
방해가 있긴 했지만 저 날파리 같은 인간에게 드디어 한 방 먹였다. 제대로 맞았다면 단숨에 죽였을 텐데 그게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괜찮다. 인간은 쓰러져서 일어서지도 못하고 있었다. 이제 죽이면 된다.
사이클롭스가 몸을 틀었다. 꽤 멀리 날아갔지만 조금만 움직이면 몸으로 찍어 누를 수 있었다.
주변에 다른 인간도 많다. 전부 다 쓸어버릴 생각이었다.
카아아악!
사이클롭스가 상체를 높이 들었다. 제대로 걷기는 힘들지만 앞에 보이는 인간들을 전부 죽이기는 어렵지 않았다.
멀리 날아가 쓰러진 카오르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도와줘…….”
“…….”
사람들은 그 모습을 한심하게 지켜봤다. 역시 카오르는 카오르다.
사이클롭스가 위협적인 몬스터긴 하지만 이곳에는 강자가 많았다.
이제 남은 몬스터는 없다. 자잘하게 남은 놈들은 요새 병력이 쓸어버리고 있었다.
카오르의 구조 요청과 동시에 지셀을 제외한 모두가 움직였다.
콰아아아앙!
먼저 마법이 사정없이 사이클롭스의 몸에 꽂혔다. 그 뒤에 율리엔과 길리언의 검, 벨린다의 단검이 사이클롭스를 사정없이 베었다.
카아아악!
사이클롭스가 고통스러워하며 몽둥이를 마구 휘둘렀지만 아무도 맞지 않았다.
여러 사람이 돌아가면서 공격하자 지친 사이클롭스는 헐떡였다. 움직임은 더욱더 느려졌다.
그 사이를 펜리스 기사단 전원이 파고들었다.
퍼억! 콰악! 콰앙!
크아아아악…….
쿠웅!
얼마 지나지 않아 사이클롭스는 다진 고기가 되어 쓰러졌다.
카오르가 계속 날뛰며 힘을 빼 놓기도 했지만, 실력도 좋은 인원들이 한꺼번에 덤비니 전투는 금세 끝났다.
주저앉은 채 지켜보던 지셀이 웃었다.
“드디어 다 잡았네. 다들 수고했어.”
마법사들을 잡아 오느라 참전이 늦어졌다. 하마터면 최전방 요새가 점령당하고 큰 피해를 볼 뻔했다.
다행히 가까스로 시간을 맞춰 올 수 있었다.
지셀의 선언에 모두가 크게 함성을 내질렀다.
“이야아아아아아!”
“우리가 이겼다!”
“살았다! 살았어! 그 많은 몬스터들을 다 잡았어!”
요새 병력은 진심으로 기뻐했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살아났으니 안 기쁠 수가 없었다.
다만 순수한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우의 죽음에 슬퍼하는 자들이 늘어났다.
그 정도로 이번 몬스터 웨이브는 끔찍했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다.
알페렌 후작이 사제들과 함께 달려와 외쳤다.
“공작님! 괜찮으십니까!”
사제들이 달라붙어 지셀에게 신성력을 내뿜었다. 지셀이 미소 지으며 손을 휘저었다.
“난 언제나 괜찮으니까 저놈부터 봐 줘요.”
들것에 카오르가 실려 가고 있었다. 카오르는 결국 원하던 칭호와 명성을 얻지 못했다. 얻은 건 또 망신뿐이었다.
사제들이 달려가 카오르에게 신성력을 내뿜었다. 카오르는 몸을 뒤집고 들것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어떻게든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는 의지가 훤히 드러났다.
벨린다가 들것 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혀를 찼다.
“창피하면 처음부터 그러지를 말든가.”
“…….”
카오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절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하지만 파묻은 얼굴 주변은 왠지 촉촉하게 젖어 있는 것만 같았다.
알포이가 옆에서 깐족거렸다.
“이 새끼 우는 거 같은데? 야, 너 울어?”
“…….”
카오르는 얼굴만 파묻고 신경질적으로 손을 휘저었다. 빨리 가자는 뜻이었다.
병사들이 들것을 들고 종종걸음으로 움직였다. 알포이는 계속 따라가면서 말을 걸었다.
“야, 너 우냐고! 지금 우는 거냐고!”
“…….”
카오르는 끝까지 얼굴을 파묻고 대답하지 않았다.
간단한 치료를 받은 지셀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알페렌 후작이 말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일단 상처를 돌보고 휴식을 취하시지요.”
지셀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다른 곳으로 어서 가 봐야 합니다. 휴식은 가면서 취해도 됩니다.”
“하지만 다들 지쳤을 텐데…….”
“이곳이 최전방 요새라 가장 먼저 싸웠을 뿐입니다. 다른 요새들에도 곧 몬스터들이 들이닥칠 겁니다. 우리가 먼저 도착해야 합니다.”
“으음…….”
“힘들겠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당장 병력을 재편한 뒤 이동해야 합니다.”
알페렌 후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부터 몬스터 웨이브를 막기 위해 온 군대다. 여기만 막았다고 끝이 아니다. 다른 요새들도 막아야 한다.
하지만 다들 상당히 지쳐 있다. 바로 행군한다면 그 부담이 엄청날 것이다.
‘끄응…… 이런 몬스터 웨이브를 또 상대해야 한다고?’
알페렌 후작도 이번에 겪어 보고 아주 질려 버렸다. 병사들은 공포에 떨 정도였다.
또 싸우러 가자고 하면 탈영을 하는 놈들도 나올 것이다. 아니, 탈영을 안 하는 게 이상한 거다.
자신도 지금 다 때려치우고 본국으로 돌아가고 싶어질 정도였으니까.
그 걱정을 눈치채기라도 한 듯, 지셀이 웃으며 말했다.
“이곳이 가장 위험하고 격렬하게 싸워야 하는 곳입니다. 다른 곳에도 평소보다 몬스터들이 많이 오긴 하겠지만 훨씬 나을 겁니다. 게다가 마법사들도 나눠서 합류할 거고요. 크게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하하하……. 그 정도로 걱정한 건 아니었습니다.”
알페렌 후작이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지금보다는 덜하다고 하니 다행이었다.
게다가 이제 초인들과 마법사들이 함께하지 않는가. 그 정도면 할 만했다.
“그러면…… 병사들에게 직접 한마디 해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아무래도 저보다 공작님께서 말씀하시는 편이 병사들의 사기에 더 나을 거 같습니다.”
“그럼요, 그 정도야 어렵지 않죠.”
지셀은 흑왕을 타고 당당하게 병사들의 앞으로 나섰다. 몸 이곳저곳이 아팠지만 전혀 티를 내지 않았다.
흑왕도 익숙한 듯 아주 오만하게 고개를 쳐들었다.
곧 지셀이 단호한 목소리로 외쳤다.
“우리는 지금 당장 다른 요새를 지원하러 가야 한다! 힘들고 두렵겠지만 전혀 걱정할 필요 없다! 몬스터들은 지금보다 더 적을 것이고, 여기서 함께한 마법사들과 초인들이 도와줄 것이다!”
병사들은 살짝 낯빛이 어두워졌다. 지금도 너무 힘든 상황이었다.
지셀은 다 이해한다는 듯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조금만 더 힘을 내 다오! 후방 요새들에는 물자와 병기, 병력이 충분하다! 지금처럼 고생할 필요는 없다! 도착하면 휴식을 취할 시간도 충분히 주겠다!”
병사들은 애써 웃음을 지었다. 이번보다 몬스터들이 적다면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게다가 다른 요새에는 쌩쌩한 병력이 많을 것이다.
그래도 너무 피곤하다. 조금 쉬고 싶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셀도 병사들이 지친 상태임을 잘 알았다. 이 정도로 싸웠는데 지치지 않으면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그는 이럴 때 병사들이 힘을 내게 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내 이름을 걸고 약속하겠다! 누구보다 열심히 싸운 그대들에게…… 전투가 끝나는 대로 3년 치 급여에 해당하는 보상을 바로 지급하겠다!”
일단 재정 상황이야 어떻든 무조건 포상을 뿌리고 보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