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613)
613 – 큰일 하나가 마무리됐네. (2)
613화 큰일 하나가 마무리됐네. (2)
콰아아아앙!
파르니엘이 메이스를 휘둘렀다.
단순한 휘두르기였지만, 그 순간 공기가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나며 주변의 몬스터들이 마치 폭발하듯 사방으로 흩어졌다.
“흐읍!”
쿠웅!
살점과 피가 비처럼 쏟아졌다. 그녀가 사나운 표정으로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그 한 걸음에 대지가 울부짖듯 진동하며 갈라졌다. 몬스터들은 마치 태풍에 휩쓸린 듯 비틀거렸다.
파르니엘의 거대한 메이스가 다시 하늘을 갈랐다.
콰앙! 콰앙! 콰아앙!
메이스가 휘둘러질 때마다 충격파가 주변을 강타했다. 중앙으로 몰려오던 몬스터들의 몸이 찢어지고 으스러지며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파르니엘의 공격은 더욱 격렬해졌다. 그녀는 혼자서 무수한 몬스터들의 물결을 거스르며 압도하고 있었다.
그 무시무시한 무력에 정예병인 루타니아군조차 잠시 넋이 나갈 정도였다.
그들의 눈에는 파르니엘이 마치 살아 있는 재앙처럼 보였다.
콰아아앙!
파르니엘의 메이스가 하늘을 가르며 내리꽂혔다. 트롤의 머리를 강타한 메이스는 그대로 트롤의 두개골을 박살 내고, 몸통까지 짓이겨 버렸다.
크아아아아!
광기에 빠진 몬스터들은 그녀의 엄청난 힘을 보고도 주눅 들지 않았다. 그저 본능에 따라 끝없이 달려들 뿐이었다.
“후우…….”
파르니엘이 몰려오는 몬스터들을 노려보며 메이스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양옆에는 마법사들이 쉬지 않고 마법을 쓰고 있다. 그러니 중앙으로 몰려오는 몬스터들만 상대하면 된다.
신성력을 잔뜩 끌어올리자 그녀의 몸은 점점 더 밝게 빛났다. 그 모습을 본 몬스터들은 더욱더 광분했다.
그것들은 이제 요새를 신경 쓰지 않았다. 놀랍게도 주변의 모든 몬스터들이 파르니엘 하나만 노리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아!
미쳐 버린 오우거가 난폭하게 달려와 거대한 몽둥이를 휘둘렀다.
파르니엘의 덩치가 크다고 하지만 그건 인간 기준이다. 몬스터인 오우거에는 비할 바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두꺼운 팔뚝만으로 오우거의 몽둥이를 막았다.
콰아아아앙!
천둥 같은 충돌음이 울리고,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오우거의 거대한 몽둥이가 마치 얇은 나뭇가지처럼 산산조각 났다. 파편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비처럼 쏟아졌다.
그 파편들 사이에 파르니엘은 바위처럼 굳건히 서 있었다. 머리카락 한 올 흔들리지 않았고, 발끝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크륵?”
오우거는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잠시 자신의 부서진 무기를 내려다보았다.
그 찰나, 파르니엘의 눈에서 빛이 번뜩였다.
쉬익!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파르니엘의 메이스가 번개처럼 움직였다.
콰아아아앙!
오우거의 거대한 몸이 마치 썩은 과일처럼 터져 나갔다. 뼈가 으스러지고 살점이 흩어지는 소리가 전장을 가득 메웠다.
파르니엘은 피에 젖은 메이스를 움켜쥐고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카아아아악!
강력한 신성력이 그녀 주위로 넓게 퍼졌다. 그럴수록 몬스터들은 괴성을 지르며 미친 듯이 파르니엘에게 달려들었다.
그 모습을 본 파르니엘은 눈을 가늘게 떴다.
‘이놈들 설마…….’
신성력에 이상한 감각이 걸려들었다. 아직은 있는 듯 없는 듯, 간질거리는 수준이긴 하지만 분명 무언가 느껴지고 있었다.
성녀인 파르니엘이 쓰는 신성력은 그 성질이 여신이 가진 힘, 본질에 가깝다.
그렇기에 다른 사제들과 달리, 신성력을 파고드는 미묘한 기운을 더 잘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만, 생각은 나중에.’
콰앙! 콰앙! 콰앙!
파르니엘은 일단 고민을 멈추고 메이스를 휘둘렀다. 달려드는 몬스터들이 너무 많았다.
그녀의 압도적인 무력 덕분에 중앙의 몬스터들은 더 이상 요새로 다가오지 못했다. 단 한 사람에게 그 많은 몬스터들이 막혀 버린 것이다.
콰아아앙!
몬스터들이 달라붙어도 그녀의 몸에는 상처 하나 제대로 나지 않았다. 설령 상처가 나도 금세 회복되었다.
파르니엘은 꿋꿋하게 선 철탑처럼 수많은 몬스터들을 상대했다.
이것이 전생에 헬게니크가 부리는 시체들의 군단과 싸웠던 그녀의 진정한 힘이었다.
절대 뚫리지 않을 것만 같은 방어력, 신력에서 비롯된 파괴력은 대륙 7강의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정도였다.
콰앙! 콰앙! 콰아앙!
하지만 그녀도 인간이다. 싸움이 길어질수록 신성력이 줄어들고 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아직 몬스터가 몰려온 수보다 몰려올 수가 더 많이 남았다. 계속 홀로 싸우는 건 무리였다.
그때, 요새 위에서 테넌트의 큰 외침이 울렸다.
“성녀님을 도와라!”
요새 병력이 양옆으로 이동했다.
몬스터들은 이제 중앙 부근으로는 올라오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마법 공격을 뚫고 양옆에서 올라오는 몬스터들만 상대하면 된다.
요새 중앙에 생긴 공간으로 사제복을 입은 백여 명의 사람이 나타났다. 바로 피오테를 비롯하여 각 신전에서 지원 나온 사제들, 그리고 파르니엘을 따라온 사제단이었다.
신전 기사들이 그들의 주변을 엄중히 호위하고 있었다.
사제들의 가장 앞에 선 피오테가 눈을 감고 기도를 올렸다.
“여신이시여, 당신의 종이 어둠을 물리칠 수 있도록 은총을 베풀어 주옵소서.”
그러자 뒤에 있던 사제들도 다 함께 그 말을 되풀이했다.
“은총을 베풀어 주옵소서.”
파아아아악!
피오테의 머리카락이 은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 아름다움만큼 강렬한 신성력이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뒤에서 기도하던 사제들의 몸에서도 신성력이 뿜어져 나왔다.
신성력은 주위로 넓게 퍼져 몬스터와 싸우는 병사들의 몸을 감쌌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신성력을 받은 사람은 파르니엘이었다.
파르니엘이 씨익 웃으며 메이스를 움켜쥐었다.
“좋군.”
온몸에 강대한 신성력이 차올랐다.
성녀 못지않은 강대한 신성력을 자랑하는 피오테가 백 명이 넘는 사제들과 함께 쏟아낸 힘이다.
그 힘을 얻은 파르니엘은 지금 그 누구보다 강한 ‘전쟁의 성녀’가 되었다.
“후우…….”
호흡을 가다듬은 파르니엘이 다시 메이스를 휘둘렀다. 그녀는 겁도 없이 계속 앞으로 움직였다.
크아아아!
달려오던 몬스터들이 모두 그녀에게 딸려 가는 형국이 되었다. 심지어 비행 몬스터들도 그녀를 공격하러 내려왔다.
콰앙! 콰앙! 콰아앙!
파르니엘은 거침없이 몬스터들을 쓸어버렸다. 어찌나 강하고 빠른지 이제 요새 위로 올라오는 몬스터보다 그녀에게 덤비는 몬스터가 더 많아졌다.
다소 여유가 생긴 요새 위 병사들은 파르니엘의 활약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저게 진짜 성녀님의 힘…….”
“사제단과 함께하면 무적이라더니 사실이었구나.”
“피오테 님과 사제님들도 대단해. 고작 저 정도 수로 이렇게 싸울 수가 있다니.”
병사들은 눈을 감고 기도를 올리고 있는 피오테에게도 똑같이 찬사를 보냈다.
기도하는 피오테의 모습은 정말 성스럽고 아름다웠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위엄마저 느껴졌다.
신성력이 모두를 감싸고 있다. 그 신성함의 향연 속에서 모두가 더욱더 힘을 내어 싸울 수 있었다.
병사들의 사기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와아아아아!”
“이길 수 있다! 여신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
“우리가 대륙 최강의 군대다!”
병사들의 함성이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그 울림을 들으며 피오테는 살짝 미소 지었다.
그의 마음은 여신께 바치는 감사로 가득 차 있었다.
‘여신님!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미치도록 감사합니다!’
원래 작전 초안은 피오테가 홀로 앞에 던져지는 것이었다. 그에게 몬스터가 몰려와도 신성력만 있다면 죽지 않을 테니까.
신성력은 사제들과 파르니엘이 지원해 주면 된다. 그렇게 그가 버티는 동안, 안전하게 다른 병력이 몬스터를 상대하는 작전이었던 것이다.
피오테는 기겁하며 반대했다. 하지만 다들 그렇게 하자고 눈치를 주었다.
그를 살린 건 파르니엘의 한마디였다.
― 그냥 내가 나가서 싸우겠다. 그게 더 빨리 몬스터들을 밀어 버릴 수 있을 테니까.
피오테의 체술도 제법 수준급에 올랐다. 강력한 신성력과 성물의 힘을 이용하면 피오테는 바퀴벌레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강해진다.
초인도 상대할 정도지만 그렇다 해서 파르니엘만큼 파괴력이 강한 건 아니다.
그래서 결국 파르니엘이 저렇게 앞장서게 된 것이다.
피오테는 티 나지 않게 은은한 미소를 입가에 띤 채 감사 기도를 올렸다. 여신에게, 그리고 파르니엘에게 말이다.
“와아아아아아!”
크아아아아!
병사들의 함성과 몬스터들의 괴성이 끊임없이 전장을 울렸다.
그리고 그 소리보다 더 크게 울리는 것은 바로 파르니엘이 모든 걸 파괴하는 소리였다.
콰앙! 콰앙! 콰아앙!
어느새 파르니엘은 요새에서 멀찍이 떨어져 몬스터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몬스터들은 모두 파르니엘에게만 향했다.
그 덕분에 투석 부대와 궁병, 마법사들이 모두 몬스터들의 후열을 공격할 수 있었다.
크아아아아!
몬스터들은 전보다 더 빠르게 줄어들었다. 이제 저 앞에서 고립된 파르니엘을 도와야 한다.
테넌트가 요새 아래로 내려가 말을 타고 창을 들었다. 그의 뒤에는 어느새 기동군 2만이 대기하고 있었다.
“성녀님을 지원한다!”
쿠우우우웅!
요새의 벽보다 더 단단하고 거대한 강철 문이 서서히 열렸다.
문이 열리기 무섭게 테넌트와 기동군이 쏜살같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두두두두두두!
파르니엘이 성공적으로 몬스터들을 유인하고 밀어붙인 덕분에 거리는 충분했다.
가속도가 붙은 기동군이 충돌하기 전 창을 들었다.
지잉―!
마력이 몰리며 기동군의 창에서 불덩이들이 뿜어져 나갔다. 2만 개의 불덩이들은 앞에 있는 몬스터들에게 작렬했다.
콰아아아앙!
카아아악!
중대형 몬스터들은 마력의 불을 버텨 내었지만, 소형 몬스터들은 맞는 족족 쓰러졌다.
2만 개의 불덩이는 무려 세 번이나 쏘아져 나갔다. 파르니엘에게 몰려가던 몬스터들은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해 순식간에 밀려나 버렸다.
몬스터들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테넌트와 펜리스 기동군이 그것들을 덮쳤다.
콰아아아아앙!
몬스터의 해일이 무너졌다. 펜리스 기동군은 멈추지 않고 계속 전진했다.
가장 앞에 선 테넌트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오러 블레이드를 뿜어내며 쏘아져 나갔다.
몬스터들은 그의 창에 걸리는 족족 몸이 꿰뚫렸다. 대형 몬스터도 예외가 아니었다.
드드드드드득!
기동군은 곳곳에서 중대형 몬스터에 막혀 추진력을 잃었다. 하지만 기동군의 돌격만이 끝이 아니었다.
두두두두두!
어느새 루미나와 궁기병들이 튀어나와 몬스터들의 양측과 후미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파아아악!
화살의 비가 아군을 피해 몬스터들을 덮었다. 궁기병들은 주변 몬스터들의 시선을 끌며 쉬지 않고 움직였다.
“와아아아아아!”
그들의 뒤를 따라 요새의 보병들까지 달려 나왔다. 마법사들과 사제들까지 나와 아군을 도왔다.
투석기 또한 이제는 몬스터들의 가장 후미만을 공격했다. 모두가 놀라울 정도로 합이 잘 맞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압도적인 무력으로 모두를 이끄는 파르니엘이 있었다.
콰앙! 콰앙! 콰앙!
루타니아군은 무려 10만에 이른다. 그들이 모두 나와 싸우니 가뜩이나 수가 줄어든 몬스터들은 더 버틸 수가 없었다.
몬스터들의 해일이 일었던 곳은 어느새 루타니아군이 모두 덮어 버린 상태였다.
피해는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가장 위험한 곳을 파르니엘이 자처해서 나섰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콰아아앙!
마지막으로 남았던 대형 몬스터까지 파르니엘의 메이스에 머리가 박살 나고 말았다.
“후우…….”
쿠웅!
파르니엘이 메이스를 내려놓고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몸은 몬스터들이 뿌린 피로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병사들도 하나둘 무기를 내려놓으며 중얼거렸다.
“끝났다…….”
“이 많은 몬스터들을 처치하다니.”
“해낼 줄 알았다니까.”
힘든 싸움이었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승리할 걸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자신들이 대륙 최강의 군대라는 자부심.
바로 그것이 그들을 한계까지 싸울 수 있게 하는 힘이었다.
테넌트가 창을 높이 들며 외쳤다.
“우리가 승리했다!”
“와아아아아아!”
언제나처럼 병사들은 크게 환호하며 기뻐했다.
그리고 가장 앞에서 모든 위험을 감수한 승리의 주역, 파르니엘에게 이 찬사를 돌렸다.
“성녀님이 함께하는 이상 우리는 무적이다!”
“여신께서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신다!”
“여신이시여! 성녀님에게 축복을!”
다들 기뻐하며 찬사의 말을 내뱉고 있었지만 파르니엘의 굳은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그녀는 몬스터들과 싸우며 느낀 기운을 떠올리며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어째서…….’
몬스터들이 드래곤의 마법에 조종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단순히 마법만으로 조종한 게 아니었다. 몬스터들에게는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은밀한 기운이 담겨 있었다.
오직 성녀인 자신만이 그 기운을 미약하게나마 느꼈다.
사람들의 함성 속에서 파르니엘은 한참 동안 몬스터들의 시체만 내려다보았다.
* * *
초인들과 마법사들, 그리고 전방 요새의 병력이 합류한 덕분에 각 요새는 훌륭하게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 내었다.
이제 그림자 산맥의 몬스터는 거의 없어진 것과 다름없었다.
힘겨운 싸움 끝에 승리한 사람들은 모두가 기뻐했다. 특히 튜리안 사람들의 기쁨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그림자 산맥의 몬스터들은 지금까지 왕국을 끝도 없이 갉아먹었다. 그 몬스터들 대부분이 없어졌으니 기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늘어나겠지만, 그 전에 원인인 드래곤만 처치한다면 이제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각 요새에서 승리 소식을 전달받은 지셀이 기쁘게 웃었다.
“좋아, 드디어 큰일 하나가 마무리됐네. 이제 다음 준비를 해야겠어.”
드래곤이 나타나기 전에 지원 병력 정도만 남기고 모두 잔당 토벌로 돌릴 생각이었다.
이곳에는 드래곤을 막을 초인들과 마법사들만 있으면 된다.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모든 지휘관을 소집하고, 지셀은 오랜만에 편히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다시 꿈을 꾸었다. 요새 들어 꿈의 횟수가 잦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꿈은 평소와 조금 달랐다.
“저건…….”
언제나처럼 인류 연합과 구원교가 싸우고 있었다. 그 부분은 다를 게 없었지만 이번에는 못 보던 인물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꿈속에서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던 지셀의 표정이 점점 딱딱하게 굳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