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631)
631 – 그러면 보상을 좀 줘. (3)
631화 그러면 보상을 좀 줘. (3)
“야! 내가 누구인지 몰라?”
처지가 갑자기 바뀌면 제어가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 타고난 성향 때문이든, 환경의 영향을 받았든 말이다.
지금의 알포이가 딱 그랬다. 그는 성의 사용인들을 붙잡고 괴롭히고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똑바로 하라고! 똑바로! 아, 정말 이런 거 하나하나 다 알려 줘야 해? 도대체 이 나를 뭐로 보는 거야?”
알포이는 사용인들이 실수를 하거나, 혹은 실수를 하지 않더라도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들을 집요하게 괴롭혔다.
알포이는 원래부터 오만했다. 하지만 그간 노예라는 신분 때문에 그 성격이 나름대로 억제되었다.
그렇게 펜리스에서 구르고 구르다가 모든 제약이 풀리니 다시 본래 성정이 나와 버린 것이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그를 칭송하니 알포이는 전혀 문제를 알지 못했다.
“하아……. 이래서 평범한 인간들이란…….”
알포이는 혀를 차며 왕성을 휘적휘적 돌아다녔다.
그를 보는 귀족들과 대신들이 눈을 찌푸렸지만 워낙 인기인이라 내버려둘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사람이 계속 안하무인으로 굴고 다니면 안 좋은 소문이 날 수밖에 없었다.
“아니, 듣던 거랑 완전히 성격이 다르다니까?”
“세상 살면서 저렇게 거만한 사람 처음 봤어.”
“하는 짓만 보면 엄청난 고위 귀족이야. 평민 주제에.”
아무리 큰 공을 세웠어도 흠이 알려지면 욕을 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법이다. 거기에 알포이는 스스로 욕먹을 짓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리고 소문을 부채질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계속 늘어났다.
“야야, 100서클 아니래. 고작 ‘10서클’이래.”
“정말? 열 배나 부풀렸단 말이야?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이네.”
“성격 들었지? 그렇게 싸가지가 없다더라.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다 엎는대.”
“아주 제가 왕인 줄 안다더라고.”
“예전에 반역도 일으켰다더라. 그 정도로 성질이 더럽대.”
안 좋은 소문이 나기 시작한 것은 알포이가 자초한 일이었지만, 그걸 더 크게 부풀린 사람은 클로드였다.
클로드는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우선 알포이의 평판을 깎는 데만 주력했다. 알포이의 못된 성질과 시너지가 일어나 악소문은 금세 퍼져나갔다.
사람들은 더 이상 알포이를 칭송하지 않았다. 오히려 슬금슬금 피하기까지 했다.
그럴수록 알포이는 더 성질을 부렸다. 정확한 원인은 모르면서도 뭔가 미묘하게 분위기가 바뀌는 걸 체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야! 요새 왜 다들 이렇게 나한테 무성의하지? 내가 이 세상을 구했는데!”
자신이 뭔가를 잘못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세상을 구한 영웅에게 걸맞은 존경심을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가 날뛸수록 클로드는 신이 났다. 그는 비밀리에 카오르를 만나 말했다.
“슬슬 시작해도 될 거 같은데. 평판이 완전 바닥까지 떨어졌어. 이제 아무도 그놈 편 안 들어 줄 거야.”
“그래? 드디어 벼르던 때가 왔군.”
카오르는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
그도 알포이가 잘 나가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제 자신 앞에서도 건방지게 구는데, 함부로 대하기에는 너무 명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알포이 덕분에 사이 안 좋은 두 사람이 손을 잡았다. 두 사람 다 속이 좁아서 알포이가 잘되는 꼴은 못 봤다.
왕성의 큰 방에서 알포이는 매일 같이 놀고먹었다. 어찌나 잘 먹고 지냈는지 며칠 사이에 살이 통통하게 올랐다.
“흐응, 이게 삶이지.”
사실 지셀이 돌아오기 전까지 푹 휴식을 취하라는 뜻이었지만, 알포이는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 수 있을 거라고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가 큰 의자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을 때, 문이 벌컥 열리며 기사들이 들어왔다.
“뭐야? 여기가 어디라고 이렇게 무례하게 함부로 들어와?”
알포이가 눈을 찡그렸다. 들어온 기사들은 카오르 밑에 있던 전 광견단원들이었다.
앞에 선 기사 하나가 실실 웃으며 말했다.
“저기…… 잠깐 우리랑 어디 좀 가 줘야 할 거 같은데.”
“뭐? 어딜 가?”
“총관이 너 좀 데리고 오래.”
그러자 알포이가 코웃음을 쳤다. 복귀 후 클로드의 얼굴을 몇 번 봤지만 사뿐하게 무시해 주었다.
‘노예’ 따위와 말 많이 섞어서 좋을 일이 없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클로드도 어찌 된 일인지 눈도 안 마주치고 자신을 피해 다녔다. 주제를 파악한 거 같아서 내심 기분도 좋았다.
그래서 거만하게 말했다.
“어디 노예 주제에 이 ‘신을 이긴 남자’이자 ‘드래곤 슬레이어’인 영웅을 오라 가라 해? 볼 일 있으면 직접 오라고 해. 노예 주제에 참 건방지단 말이지.”
그러자 기사들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어쩔 수 없네. 강제로 끌고 가는 수밖에.”
“뭐? 어디 감히 나를 강제로…… 으가가각!”
기사들은 전부 달라붙어 알포이를 강제로 포박하고 입을 막았다.
발버둥 치는 알포이를 향해 기사가 근엄하게 말했다.
“알포이, 너를 반란 혐의로 압송한다. 재판에 가서 변명하라고. 우리도 이렇게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는데…….”
기사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말을 이었다.
“총관이 아무튼 너 잡아 오래.”
알포이는 마법사들을 선동한 반란군 수괴란 죄목으로 끌려갔다.
“읍읍읍!”
알포이는 발버둥 치면서도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뭐? 반란? 반란을 일으킨 건 맞지만…… 그거 그냥 얼렁뚱땅 넘어간 거 아니었어?’
드래곤을 잡은 뒤에 아무도 그런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용서받은 줄 알았다.
결정적으로 영주가 노예 신분도 벗어나게 해 주지 않았는가?
지금까지 계속 칭찬만 받아서 그 문제가 남아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느아! 누아! 나!”
알포이가 일단 놔 달라고 외쳤다. 하지만 기사들은 신이 나서 알포이를 들고 달려가기 바빴다.
쿠우우웅!
수도에서 가장 큰 법정에 들어서서야 알포이의 입을 막고 있던 재갈이 풀렸다.
“이, 이게 무슨 짓이냐! 내가 누구인 줄 알고 감히!”
알포이가 거칠게 외치며 고개를 들었다. 저 높은 자리에 클로드가 근엄하게 앉아 있었다.
“야! 클로드! 너 나한테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알아?”
지금 알포이의 명성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모두가 자신을 칭송하고 있다.
그런데 ‘노예’ 주제에 감히 자신을 잡아 오다니!
“너! 노예가 이러면 안 되는 거야! 너 노예잖아! 어디서 노예가 자유민을 잡아 와! 그리고 네가 뭔데 그 자리에서 법을 논해!”
알포이가 바락바락 외쳤지만 클로드는 피식 웃었다. 아직 자신의 처지를 잘 모르는 모양이었다.
클로드가 엄격하고 진지한 표정과 목소리로 말했다.
“알포이, 잘 들어. 나는 영지의 대법관으로서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야 한다. 너의 반란 혐의에 대해 판결을 내리는 것도 내 일이다.”
“뭐, 어? 너?”
알포이 잠깐 얼이 빠졌다. 그간 깜빡하고 있었던 내용이었다.
클로드는 군무를 제외한 모든 분야의 최고봉에 오른 자였다. 애초에 그를 데리고 올 때 잔뜩 일을 시키려고 지셀이 모든 권한을 다 넘겼기 때문이다.
영지가 커지고 관리들이 많아졌지만 여전히 그 모든 일의 정점에 선 자는 클로드였다.
클로드가 법 집행을 자기 밑에 있는 법관들에게 맡겨서 그렇지, 법을 세우고 집행하는 일도 총괄권자는 클로드였다.
알포이는 그제야 찬물을 뒤집어쓴 듯 정신이 확 들었다.
‘저, 저 새끼…… 지금 나 조지려고…….’
둘이 함께한 세월이 벌써 몇 년이다. 그러니 저 속을 모를 리가 없었다.
자신만 노예 계약에서 해방되니 속이 뒤틀려도 단단히 뒤틀린 게 분명했다.
자기도 그랬을 테니까. 클로드만 노예 신분에서 벗어났다면 어떻게든 저 새끼 조지려고 고민했을 거다.
‘저놈이 반란을 걸고 넘어갈 줄이야!’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클로드와 관리 몇 명, 그리고 카오르와 기사들뿐이었다.
하다못해 바네사라도 있으면 이렇게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지금 자신을 잡아 온 것이다.
알포이의 두뇌가 맹렬하게 돌아갔다. 방심한 사이에 당했다. 이대로 저놈 수작에 끌려갈 수는 없었다.
“자, 잠깐! 그건 반란이 아니야! 그거 네가 가르쳐 준 계략이잖아! 마법사들을 낚으려고 한 거잖아!”
“내가 낚기만 하랬지 진짜 반란 일으키라고 함?”
“이, 이익…….”
알포이는 실제로 마법사들을 이끌고 바네사와 기사들을 공격했다. 변명할 말이 없었다.
지금 드래곤 사냥에 덮여서 그렇지, 진실을 아는 몇몇 사람은 자신을 쓰레기라고 부르고 있긴 했다.
알포이가 다시 외쳤다.
“여, 영주가 봐줬어! 그러니까 드래곤 사냥도 참가하고 노예도 벗어나게 해 준 거잖아!”
“무슨 소리. 분명 나중에 처벌한다고 말씀하셨다던데. 이미 함께 들었던 사람들에게서 증언을 받은 상태다.”
알포이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넘어간 거 아니었나?
그러고 보니 확실히……
― 일단 놔줘. 5서클 마법사 하나라도 더 필요하니까. 쟤 원래 저런 놈이잖아. 처벌은 드래곤과의 싸움이 끝난 뒤에 하자고.
“흐어어억!”
정말 그 일에 관해서는 확실히 매듭짓지 않았다. 다들 대충 끝난 줄 알고 넘어간 것이다.
분위기가 워낙 좋았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클로드는 저 발언을 물고 늘어지며 계속 알포이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기, 기다려! 영주가 돌아오면 다시 하자! 그때 다시 재판하자고!”
클로드가 짐짓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미안, 브로. 지금 전후 처리 때문에 왕국 전체가 되게 바빠. 그래서 재판도 우리 영지가 아니라 수도에서 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추하게 발버둥 치지 말고 빨리 끝내자.”
“뭐, 뭘 끝내!”
클로드가 팔짱을 끼고 눈을 감았다. 어떤 형벌이 적당할지 고민하는 눈치였다.
곧 생각을 마친 그가 근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반란 수괴 알포이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야이! 미친 새끼야아아아!”
“어서 빨리 사형을 집행하도록.”
“야! 내가 지금 사람들한테 인기가 얼마나 많은 줄 알아? 날 죽이면 그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 거 같냐고!”
“그건 걱정하지 마. 좋아할 사람이 더 많을 테니까. 내가 너 결국 본래 성질 드러낼 줄 알았거든.”
클로드가 히죽 웃었다. 그간 노력한 덕분에 이미 알포이의 평판은 펜리스 노예 시절과 다를 바 없어졌다.
알포이는 큰 충격을 받았다. 어쩐지 요새 사람들이 자신에게 좀 무관심한 거 같더라니!
분명 저놈이 뒤에서 수작을 부린 것이리라. 자신의 인기를 질투해서 말이다!
본인 책임이 제일 크다는 걸 알포이는 몰랐다. 클로드는 단지 그걸 조금 부풀렸을 뿐이다.
알포이가 떠듬거리며 물었다.
“자, 장난이지? 그렇지? 우리 장난 잘 치던 사이였잖아.”
“반란죄가 장난으로 보이냐? 반란을 일으켰는데 그냥 넘어갈 줄 알았어?”
그 말엔 틀린 점이 없었다. 다른 영지였다면 그 자리에서 즉결 처형을 당했을 것이다.
그 부분에서는 알포이도 할 말이 없었다. 다만 지금 재판도 정상적이진 않았다.
“그, 그런데 진행이 너무 빠르지 않아?”
“일이 바쁘다니까? 어서 사형장으로 끌고 가!”
“으아아아악!”
알포이는 발버둥 치다가 강제로 끌려갔다. 그 모습을 바라본 클로드가 한숨을 내뱉었다.
“안타깝네. 좋은 친구였는데.”
“…….”
웬디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클로드를 바라보았다. 의도가 너무 훤히 보인다.
그런데 저렇게 권한을 휘두를 때는 자신도 어떻게 할 수 없었다. 클로드는 그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가졌다.
그들은 바로 집행장으로 이동했다. 막무가내로 처리하는 거라 당연히 주변에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다.
교수대에 목이 올라간 알포이가 악을 질렀다.
“야, 이 미친놈아! 네가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알아! 영주가 올 때까지 재판 멈추라고!”
“흐음, 나도 공신인 너를 이렇게 보내기가 마음이 편하지 않아.”
“그러면 풀어 달라고!”
“그렇지만 반란죄는 영주님이 용서해 주시지 않으면 어쩔 수 없어. 나는 그저 법을 집행하는 것뿐이거든. 물론 방법이 아예 없진 않은데…….”
“뭔데! 그게 뭔데!”
알포이가 다급하게 묻자 클로드가 슬그머니 품에서 서류 하나를 꺼냈다.
그러고는 알포이 앞에 보여 주며 말했다.
“서명해. 그러면 죄를 감경해 줄게. 법리적으로 해석하기에 따라 사형을 면할 방법이 하나 있더라고.”
“뭐? 그게 뭔데?”
“왕국 종신 노예형으로 감면해 줄게. 네 공으로 인한 보상은 이 정도면 충분할 거 같은데? 무려 반란죄를 용서해 주는 거잖아?”
“꺼져, 미친놈아! 이딴 짓 그만해!”
알포이는 실제로 집행까지 가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아무리 클로드가 권한을 가졌어도 자신을 죽이는 건 말이 안 된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카오르와 기사들도 계속 웃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이, 이 새끼 지금 눈깔 돌아갔어.’
클로드의 눈빛이 기괴했다. 진짜 수틀리면 집행하고 법이라서 어쩔 수 없었다고 들이밀 생각인 듯했다.
영주는 크게 화를 내겠지만 그렇다고 클로드를 죽이진 않을 것이다.
‘그렇게 난 잊히겠지?’
소름이 돋았다. 눈앞에 있는 인간과 자신은 비슷한 과라 알 수 있었다. 지금 배가 아파서 머리가 돌아 버린 게 분명했다.
반대 입장이라면 자신도 똑같이 행동할 테니까. 방심하고 있다가 당하고 만 것이다.
클로드가 눈을 희번덕거리며 말했다.
“그냥 편히 가자, 브로. 응? 제발.”
돌아 버린 눈빛에 주눅이 든 알포이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