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66)
회귀한 용병은 다 계획이 있다-66화(66/269)
66화 내가 직접 판을 바꾸는 수밖에. (2)
가신들 모두가 전쟁 준비로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 란돌프는 어떻게 전술을 짤지 고민하고 있었다.
“역시 답은 돌격뿐이다. 최대한 힘을 실어 중앙의 종심까지 파고든다. 그리고 난장을 피우면 적의 대열이 무너질 거야.”
실제로도 페르디움 군은 북방에서 싸우면서 돌격으로 제법 이득을 본 적도 많았다.
“어려울 게 뭐가 있겠어? 나와 형님이 다 때려죽이면 되는 일이잖아! 그렇지, 그러면 될 거야.”
즈발터와 란돌프는 상급으로 평가받는 수준 높은 기사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상대방 쪽에도 당연히 강한 기사가 있겠지만 란돌프는 애써 그런 사실을 뇌리에서 지웠다.
어차피 병력이 열세인 페르디움이 취할 수 있는 전술은 많지 않았다. 무조건 돌격, 닥치고 돌격이 진리였다.
전장 지휘는 주로 즈발터가 맡아 왔지만, 이번만큼은 자신의 작전이 채택될 거라고 란돌프는 굳게 믿었다.
“가장 적당한 전장이 어디일까? 이건 형님하고 상의해 봐야겠군. 진형은 그러면…….”
란돌프는 진형과 병력의 편제까지 고민하다 문득 지셀이 이끄는 용병들에 생각이 미쳤다.
“그래도 대공자가 용병들을 이끌고 있어서 다행이군.”
병사 한 명이라도 아쉬운 처지에 대공자가 거느린 용병들은 상당히 큰 전력이었다.
징집병들은 긁어모아도 수가 얼마 되지 않고, 전투력도 미미하다.
그런 와중에 개인 무력이 강한 용병들이 몇백 명이나 있으니 정말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아니지, 그 좋은 병력을 아깝게 따로 놀리면 안 된다. 지휘권을 받아서 전부 돌격대에 넣어야지.”
전쟁 경험이 없는 애송이 대공자가 고급 병력을 지휘하게 둘 수는 없었다.
대공자는 기사로서 참전시키고 용병들은 모두 총사령관의 휘하에 넣어야 한다.
“그놈이 이번에는 제발 말을 들어야 할 텐데. 정 안 되면 명령 불복종으로 처벌하자고 해야겠다.”
란돌프는 바쁜 걸음으로 지셀을 찾아갔다.
아무리 제멋대로 구는 망나니라지만 영지가 풍전등화인데 무조건 고집을 부릴 수만은 없을 것이다.
어떻게든 용병들을 뺏어 와야겠다는 마음에 급히 찾아다녔지만, 지셀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응? 어디에 있지? 주둔지에 있나?”
란돌프는 바로 말을 타고 북쪽 성문을 나섰다.
용병들이 머무는 주둔지에 도착해서 주변을 둘러보다 보니 덜컥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인부들만 이따금 지나다닐 뿐, 용병들은 머리털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주둔지에 남아 있는 병력은 경비대장인 스코반과 그의 부관 리카르도, 그리고 병사 몇 명뿐이었다.
“요, 용병들은? 대공자는 어디에 있느냐?”
“모르겠는데요.”
“왜 모르는데!”
“가, 갑자기 오셔서 모두 데리고 가셨습니다.”
마수의 숲 경비대장인 스코반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자신도 대공자가 용병들을 이끌고 어디로 갔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으으, 이 새끼, 설마?”
란돌프는 다급하게 성으로 돌아와 벨린다를 찾았다.
“벨린다! 벨린다는 어디 있느냐!”
벨린다는 언제나 지셀 곁에 붙어 다녔다. 분명 그녀라면 지셀의 행방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성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벨린다도, 지셀과 항상 같이 다니는 덩치 큰 놈도, 언제나 건들거리던 놈도 없었다.
그제야 란돌프는 상황을 깨닫고 주저앉아 버렸다.
“이 새끼……. 혼자 살겠다고 도망갔구나! 으아아아! 지셀! 이 개자식아!”
어쩐지, 성격에 안 맞게 수성하자고 얌전히 굴 때부터 불안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영지의 대공자나 되는 놈이 스리슬쩍 도망을 가다니!
아버지와 가신들은 목숨을 걸고 결사 항전을 준비하는데 이 무슨 추태란 말인가!
“이노옴! 내 잡아서 반드시 감옥에 처넣을 테다!”
분노한 란돌프는 남은 놈들이라도 찾아오라고 병사들에게 명을 내린 뒤 즈발터를 찾아갔다.
란돌프는 가신들이 모이자마자 대공자가 도주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가뜩이나 울적하던 분위기는 더욱더 가라앉게 되었다.
“지셀이…… 도망을 갔다고?”
즈발터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네! 아예 자기 패거리들을 다 이끌고 튀었다고요!”
란돌프는 열이 머리끝까지 올라 악을 쓰며 방방 뛰었다.
호메른이 그런 란돌프를 말리며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았다.
“그, 그냥 잠시 정찰을 나간 걸지도 모르지 않나?”
“정찰 나가는데 그 인원을 죄다 이끌고 사라집니까?”
그때 알버트가 무슨 생각이 났는지 다급하게 외쳤다.
“루, 룬스톤! 분명 얼마 전에 룬스톤을 또 캐 오지 않았습니까? 그게 있는지 확인합시다! 그게 남아 있다면 도망간 건 아닐 겁니다.”
호메른도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렇지. 도망가는데 돈을 안 가져갈 리가 없지. 어서 확인해라!”
잠시 후, 병사들이 영지에 마련된 지셀의 개인 창고를 확인하고 돌아와 말했다.
“창고가…… 비어 있습니다.”
모두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믿기지 않는 상황이지만, 그동안의 지셀을 생각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가신 하나가 주저주저하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부터 용병들이 대공자의 창고를 들락날락했습니다. 그 많은 룬스톤을 갑자기 옮기지는 못했을 터. 아무래도…… 미리 빼돌린 거 같습니다.”
속속들이 다른 증언들도 나왔다.
“밤에 성문 경비를 용병들이 서겠다고 강제로 병사들을 물린 적이 있습니다. 그것도 룬스톤을 빼돌리는 걸 숨기려고 그랬던 거 같습니다.”
“대공자가 그런 마음을 품고 있었을 줄이야. 어울리긴 합니다만…….”
가신들의 증언이 이어지자 즈발터는 관자놀이를 짚으며 눈을 감았다.
‘결국 너는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인간이었던 것이냐. 멍청한 놈, 명예를 버린다면 그건 살아도 산 게 아닌 것을…… 긍지가 조금도 없었다는 말이냐!’
귀족이 달리 왜 귀족이겠는가?
명예를 얻고 혜택을 누렸으면 그만큼 짊어지는 책임도 무거운 법이다.
책임을 지지 않는 귀족은 노예보다도 못하다.
‘싸우기도 전에 끝이 나는구나.’
전쟁을 앞두고 대공자가 도망갔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병사들의 사기는 바닥을 칠 것이다.
이길 수 없다고 증언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열세인데, 그런 병사들을 이끌고 어떻게 전쟁에서 이길 수 있겠는가. 누구도 목숨을 걸고 싸우려 하지 않을 것이다.
‘더럽게 살아남아서 가문의 명맥은 잇겠구나. 그럴 거면 동생도 같이 데려가지 그랬느냐.’
어차피 명예를 버리고 살아남을 거라면 동생이라도 데리고 도망치면 좋았을 것을.
끝까지 제 몸만 챙기는 이기적인 놈이었다.
즈발터가 이를 갈고 있을 때, 대전의 앞이 소란스러워지며 누군가 끌려 들어왔다.
“놔! 내가 누군 줄 알고 감히!”
끌려온 자는 알포이와 마법사들, 그리고 바네사였다.
그들을 본 란돌프가 이를 갈며 다가갔다.
“옳거니, 급하게 도망가느라 놓고 간 놈들이 있었구나.”
“잠깐, 잠깐만 기다리게.”
그런 란돌프를 호메른이 다급하게 말렸다.
그 성질대로 주먹부터 갈기면 제대로 대화가 되지 않을 게 뻔했다.
호메른은 알포이에게 다가가 물었다.
“네놈들! 대공자가 어디로 갔는지 아느냐!”
다짜고짜 추궁당하자 알포이도 신경질을 내며 외쳤다.
“아오! 이 망할 놈의 영지는 왜 죄다 이 모양이야! 당신들 내가 누군지 알고 지금 이렇게 함부로 대하는 것이오?”
“네가 누군데? 그냥 용병 나부랭이 아니냐?”
같잖다는 듯 내려다보는 호메른을 노려보며 알포이가 크게 외쳤다.
“나는 바로 북부 제일의…….”
거기까지 말하고 아차 싶어서 알포이는 입을 꾹 다물었다.
“나는…… 나는…….”
비밀을 지켜야 하니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알포이가 몇 번 말을 더듬다 다시 짜증스럽게 외쳤다.
“내가 누구인지는 알 필요 없소!”
즈발터를 비롯한 모든 가신이 경멸 섞인 표정을 지었다.
‘쯧쯧, 그놈 주변에는 제대로 된 놈이 정말 하나도 없구나.’
호메른은 고개를 저으며 알포이에게 되물었다.
“우리도 네놈이 누구인지는 관심 없다. 대공자가 어디로 도망갔는지 아느냐?”
“뭐, 뭐요? 그놈이 도망갔다고?”
“그래, 전쟁이 일어나니 겁먹고 도망갔다. 네놈한테 언질을 준 게 있느냐?”
호메른은 별 기대 없이 물었다.
어디로 갈지 알려줄 정도로 중요한 친구였으면 이렇게 두고 갔을 리는 없었다.
알포이는 황당해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영주와 가신들의 표정을 보니 정말로 지셀이 사라진 모양이었다.
‘그놈이 도망갔다고? 그렇게 마탑을 뜯어먹고 우리까지 데려와 놓고 도망을 가?’
알포이는 이를 갈며 분노하다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정말 도망간 거 맞아?’
알포이는 세상 물정을 잘 모르지만, 바보는 아니다.
그간 지셀이 한 행동을 보면 그놈은 전쟁에 겁먹고 도망갈 놈이 아니었다.
목숨 아까운 줄 모르고 설치러 나갔다면 모를까.
“하! 당신들은 같은 영지 사람이면서 아직도 그놈을 그렇게 몰라? 그놈은 도망갈 놈이 아니야. 미친 데다가 오늘만 사는 놈이거든!”
알포이가 크게 웃자 가신들은 눈을 찌푸렸다.
페르디움의 가신들은 오래도록 지셀의 한심한 모습을 보아 왔다.
그렇기에 선입견을 품고 지셀을 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알포이는 그렇지 않았다. 종류가 좀 다른 선입견이라면 모를까.
호메른은 맛이 간 놈에게 물어 봤자 소용없다 싶어 바네사에게 다가갔다.
“너도 용병이냐? 내 듣자 하니 대공자가 널 매일 연무장에 데리고 다녔다고 들었다. 상당히 아낀다고.”
바네사는 긴장해서 마른침을 삼키다가 허리를 깊게 숙였다.
“영주님과 총관님을 뵙습니다.”
예의 바른 태도에 호메른이 살짝 놀랐다.
대공자 주변에 있는 사람 중에 이렇게 정상적인 사람은 처음 봤기 때문이다.
“크흠, 너는 그나마 사람답구나. 그래, 너는 지셀 옆에서 무슨 일을 하느냐.”
“저, 저는 공자님의…… 하녀입니다.”
바네사는 차마 자신이 지셀의 전속 마법사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1서클 마법도 제대로 못 쓰는데 어떻게 전속 마법사라고 이해시킨단 말인가.
그러나 양심에서 나온 대답에 호메른은 눈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
“성에서 일하는 하녀가 몇인데 또……. 하긴, 대공자 모시고 싶어 하는 애들이 적긴 하지.”
“…….”
바네사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호메른은 다그치듯 물었다.
“그래, 대공자가 너에게는 따로 언질을 준 게 있느냐? 아는 게 있으면 뭐라도 말해 보거라.”
“저, 저는…….”
지셀이 항상 자신에게 하던 말이 있긴 하다.
― 너는 승리의 열쇠다. 네가 있으니 나는 반드시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다.
“제, 제가 약속된 승리의…….”
“뭐?”
바네사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이런 부끄러운 대사를 어떻게 제 입으로 읊는단 말인가!
그래서 다 자르고 말할 수 있는 부분만 말했다.
“공자님은 반드시 이 전쟁에서 승리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승리는 무슨……. 그런 놈이 잽싸게 도망을 간단 말이냐? 그것도 룬스톤을 죄다 들고?”
“공자님은 그런 분이 아니에요!”
“어허! 어디 무엄하게 영주님 앞에서 큰 소리를 내느냐! 에잉, 역시 다 똑같은 놈들이로다.”
호메른은 ‘그러면 그렇지’라는 듯 인상을 찌푸리고 몸을 돌렸다.
어차피 지셀이 버리고 간 놈들이니 족쳐 봤자 나올 건 없었다.
그때, 알포이의 머릿속에 어처구니없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슬쩍 손을 들며 말했다.
“혹시 그놈…….”
하지만 즈발터가 그의 말을 끊었다.
“됐다. 아무것도 모르는 거 같으니 이들은 이만 돌려보내라.”
알포이는 혀를 차며 마법사들과 함께 물러났다.
듣기 싫다는데 굳이 알려 줄 의리는 없었다.
바네사는 어쩔 줄 모르고 연신 꾸벅대며 인사하다 돌아섰다.
그들을 보며 즈발터는 크게 숨을 내쉬었다.
‘지셀, 이왕 도망간 거 어떻게든 살아남아라.’
* * *
야트막한 언덕, 빽빽한 나무들 사이로 지셀과 용병들이 대열을 갖추어 서 있었다.
모두 언제든 말을 타고 달려 나갈 수 있게 준비하고 있었다.
긴장한 용병들과 달리 지셀은 제법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벨린다가 그런 지셀에게 걱정스럽게 물었다.
“도련님, 조금이라도 피해를 아끼려면 성에서 다 같이 싸우는 게 낫지 않아요? 위험하지 않겠어요?”
“괜찮아. 고작 보급 부대야. 저걸 먼저 끊어 놔야 해. 그래야 성에서 버틸 수 있어.”
“그래도 수가 우리 쪽의 두 배가 넘는데…… 대비하고 있으면 큰일 나잖아요.”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저놈들, 자기들 쪽 전력이 압도적이니 설마 이쪽에서 덤빌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할걸?”
기습을 막는 데 가장 중요한 건, 혹시나 기습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셀은 적들이 그러지 못할 거라 확신했다.
“아마 우리가 성에 틀어박혀 있는 줄 알고 있을 거야. 벌벌 떨고 있다면서 우습게 보겠지.”
“으음, 그건 그렇지만…….”
“기습이 실패하면 가뜩이나 적은 병력이 더 줄어들 테니 섣불리 시도하지 못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을걸.”
“그건 맞는 말 아니에요? 실패하면 어떻게 해요.”
“실패하지 않아. 기습은 이럴 때야말로 통하는 거니까. 우리를 우습게 보고 있을 때.”
벨린다는 사실 기습이 실패해도 상관없었다.
그녀는 그저 전쟁을 처음 겪는 지셀이 괜히 다칠까 봐 걱정할 뿐이었다.
지셀은 서늘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애초에 본대는 보급 부대를 아예 신경 쓰지 않고 있을 거야. 없어지든 말든.”
“네? 어째서요?”
“우리를 빨리 없앨 생각만 하고 있을 테니까. 공성 병기도 가져왔잖아. 아마 보급 부대는 디갈드의 오합지졸들로 대충 구색만 맞춰 놨을 거야. 기습 따위 대비할 리가 없지.”
애초에 6천 명은 디갈드가 마련할 수 있는 병력 수준이 아니었다.
필시 병력을 지원받았을 테고, 그 병력은 본대에 몰려 있을 터.
그러니 보급 부대는 디갈드의 병력으로 운용할 수밖에 없을 거다.
“어쨌든 시간 맞춰 잘 왔네.”
저 멀리 디갈드의 후속 보급 부대가 숙영지를 꾸리는 모습이 보였다.
지셀은 용병들을 이끌고 페르디움 외곽을 크게 우회해 하루 동안 쉬지 않고 달려왔다.
그러다 디갈드의 보급 부대를 발견한 뒤로는 천천히 거리를 줄였다.
매복을 우선하느라 거리는 좀 벌어졌지만, 말을 달리면 금방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밤이 깊어지고 적들의 진지에는 횃불들만이 일렁였다.
병사가 천 명이 넘다 보니 막사와 횃불의 수도 만만치 않았다.
적당한 시간이 됐다고 확신한 지셀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달마저 구름에 가려 하늘에는 빛 한 줄기 보이지 않았다.
“거, 사람 죽이기 딱 좋은 날씨네.”
지셀의 말에 용병들이 소리 없이 웃기 시작했다.
간혹 지셀은 이렇게 여유와 묘한 자신감을 내보이곤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용병들도 다소 긴장을 풀었다.
“슬슬 시작하지.”
벨린다가 지셀의 손에 붕대를 꽉 감아 주며 신신당부했다.
“정말 조심하셔야 해요. 위험하면 뒤로 빠지시고요.”
“그래, 걱정하지 마.”
붕대 감긴 양손을 몇 번 쥐었다 폈다 한 지셀은 오른손을 옆으로 슥 내밀었다.
길리언이 커다란 전투용 양날 도끼를 건네주었다.
“묵직하니 좋군.”
한 손에 양날 도끼를 든 지셀이 남은 한 손을 들어 올렸다.
“준비해라.”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갑옷으로 중무장한 용병들이 말에 올라타 창을 들어 올렸다.
푸르륵!
말들도 전투가 가까워졌음을 느꼈는지 조금씩 투레질하며 발을 굴렀다.
지셀이 입을 열었다.
“포로는 필요 없다.”
그는 손을 앞으로 천천히 뻗었다. 수려한 얼굴에 잔혹한 미소가 떠올랐다.
“모두 죽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