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683)
683 – 직접 오라고 해. (1)
683화 직접 오라고 해. (1)
타이런은 잠시 기억을 더듬었다.
“아, 그래……. 율리엔 용병단.”
그도 율리엔 용병단에 관한 이야기를 몇 번 들은 적이 있었다.
당시에도 제법 실력이 있다는 생각은 했다. 하지만 딱 그 정도만 인식하고 머릿속에서 지운 지 오래였다.
생긴 지도 얼마 안 되는 작은 용병단에 일일이 신경 쓸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놈들이 노드힐 용병들을 모두 통합했다니! 언제 그렇게 과감한 짓을 했다는 말인가.
소규모 용병단치고는 엄청나게 빠른 성장 속도였다. 하지만 성장세가 좋은 것과 자신의 말을 따르는 건 별개의 일이다.
“그쪽에도 내 제안을 건네지 않았나?”
“네, 하나로 통합됐으니 관리하기 편할 거 같아 전달은 했습니다만……. 그놈들이 거절했습니다.”
“거절? 내 제안을 거절했다고? 그놈들이 내가 누군지 모른다던가?”
“아닙니다. 단장님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다만 뭐?”
“강요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용병은 돈 받고 일해 주는 사람이니 보수만 맞는다면 어디든 갈 수 있다고…….”
“이놈들이 감히…….”
타이런의 눈이 분노로 형형하게 빛났다.
그는 맹수였다. 언제나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용병들은 모두 철저하게 짓밟았다.
그렇기에 이 일대의 모든 용병이 그를 두려워하며 따르는 것이다.
그가 끓어오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장 그놈들한테 만나자고 연락해라. 죽기 싫으면 최대한 빨리 오라고 해.”
가끔 그런 놈들이 있다. 작은 성공을 맛보면 자신들이 뭐라도 되는 양 건방을 떠는 놈들 말이다.
신생 용병단 주제에, 요즘 좀 빠르게 성장했다고 간이 단단히 부은 모양이었다.
그런 놈들은 직접 만나서 힘의 차이를 보여 줘야 한다. 그래야 알아서 납작 엎드릴 것이다.
타이런의 명으로 철갑 사자단의 간부 몇 명이 다시 율리엔 용병단을 만나러 움직였다.
그들을 맞이한 지셀은 거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직접 오라고 해.”
“뭐라고?”
“누구보고 오라 가라야. 용건이 있는 사람이 와야지. 용건도 없는 사람이 가?”
소식을 전하러 온 간부는 할 말을 잃었다. 상대가 왜 이렇게 세게 나오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너…… 우리 단장님 알고 있다고 하지 않았어?”
“알지, 타이런. 철갑 사자단의 단장.”
“그런데 안 오겠다고?”
“걔가 뭐라고 부르면 가야 하냐? 뭐, 왕이라도 돼? 그런데 왕이 불러도 가기 싫으면 안 가는 사람이 바로 나다.”
“…….”
철갑 사자단의 간부는 황당함에 멍하니 입만 벌렸다. 얼마나 건방지고 철딱서니가 없어야 저럴 수 있을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그가 확인차 다시 물었다.
“우리는…… 지금 사칭하는 게 아니야. 철갑 사자단에서 왔다고.”
“아휴, 이름도 땀내 나게 지어 놓고 질척거리기까지 하네. 안.간.다.고.”
지셀이 또박또박 힘주어 말하자 간부가 인상을 찌푸렸다.
평소 같았으면 바로 주먹을 휘둘러서 패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적진이나 마찬가지였다.
영혼 빠진 눈빛으로 멍하니 서 있는 다른 단원들을 보면 잡기는 그리 어렵지 않을 듯했다. 그래도 수가 너무 많다.
거기다 율리엔 용병단의 핵심 인원들은 꽤 강하다고 소문이 나 있었다.
간부는 몇 번 입술을 짓씹다가 말했다.
“그 건방진 태도를 후회하게 될 거다.”
그러자 지셀이 피식 웃으며 답했다.
“나한테 그런 말 한 놈들이 참 많았어. 정말 많았지. 그렇게 말하면서 나한테 덤빈 놈들이 다 어떻게 됐는지 알아?”
“……어떻게 됐는데?”
지셀이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다들 여신님 뵈러 갔어. 아, 고양이 하나랑 그 고양이 키우는 여자 한 명 빼고 말이야.”
지셀은 이 말을 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회귀 직후 아멜리아에게 비슷한 말을 했을 때는 말하다가 중간에 얼버무려야 했다. 당시에는 다들 건강하게 잘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셀은 자신이 한 말대로 상대를 전부 하늘나라로 보내 버렸다.
그러나 지셀의 과거를 모르는 간부에게는 그의 진심도 오만하게만 들릴 뿐이었다. 간부는 분노로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이, 이…… 미친놈이…….”
철갑 사자단이 얼마나 강한지도 모르면서 저딴 건방진 소리를 지껄이다니!
당장 검을 뽑아서 목을 치고 싶었지만 그는 꾹 눌러 참았다. 대신 끝까지 경고를 건네고 몸을 돌렸다.
“그 자신감이 언제까지 갈지 두고 보겠다. 목 깨끗하게 씻고 기다려라.”
“이름도 진부한데 협박도 진부하네. 그래,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많이 데리고 와.”
으드득.
철갑 사자단의 간부는 비아냥거리는 지셀의 대답에 이를 갈며 돌아갔다.
그들이 대립하는 모습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던 오스발이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형님! 철갑 사자단이 얼마나 강한지 몰라요? 거기 500명이 넘어요! 단장은 곧 최상급 기사 수준이 될 거라는 소문도 자자해요!”
“아, 그래?”
“아니, 그놈들이랑 맞붙으면 우리 다 죽는다고요! 귀족들도 타이런 그 새끼 영입하려고 얼마나 애를 쓰는지 몰라요? 어딜 가든 기사단장쯤은 할 수 있는 실력자라고요!”
“아, 그렇구나.”
“싸우면 진다니까요!”
오스발은 진심으로 지셀을 말렸다.
어차피 전쟁이 나도 자신은 잽싸게 도망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난리 통에 괜히 찍혀서 죽을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러니 싸움이 나지 않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래도 지셀은 요지부동이었다.
“덤비면 박살 내면 된다. 솔직히 드래곤 정도라면 모를까, 그런 ‘인간’ 정도는 뭐…….”
지셀은 말끝을 흐렸다. 본인 입으로 자랑하기가 조금 민망해서였다.
반면 오스발은 가슴이 답답해서 터질 지경이었다. 그가 보기엔 지셀도 그냥 인간이었다.
‘진짜 막 나가는구나. 그래, 사나이 오스발! 싸움 나자마자 바로 저쪽에 붙는다!’
분명 철갑 사자단은 조치를 취할 것이다. 곧 영지전이 일어날 거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그들도 거슬리는 것들은 깔끔하게 치우고 시작하고 싶을 터. 그러니 조만간 지셀이 보인 건방진 태도에 대한 답이 도착할 것이다.
오스발의 예상대로, 간부가 가져온 소식을 들은 타이런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할 말 있으면…… 나보고 오라고?”
신입 용병 시절을 제외하면, 자신에게 이렇게 건방지게 구는 자를 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귀족들도 자신을 후하게 대해 주는데 감히 어느 용병이 덤비겠는가.
타이런은 잠시 머리가 굳어 버렸다. 힘을 얻은 뒤로는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곧 이를 갈며 주먹을 꾹 쥐었다. 순식간에 분노가 그의 속을 가득 채웠다.
“그놈들 인원이 100명 정도라고 했나?”
“예, 그보다 조금 많은 수준입니다. 120명 정도 되는 거 같습니다.”
“그래, 짧은 시간에 많이도 처먹었구나.”
놀라운 성과이긴 하지만 딱 그 정도다. 철갑 사자단의 힘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게다가 노드힐에 남아 있던 용병들은 대부분 하급 용병이었다.
“그쪽 용병들은 수준이 그리 높지 않지. 한 50명 정도만 보내도 교육이 될 거 같군.”
“말씀하신 대로, 실력이 괜찮은 놈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만……. 거기 부단장이란 놈이 마법사입니다.”
“마법사? 그래, 그런 말도 들었던 기억이 나는군. 영주에게 흑마법사를 찾는 방법을 알려 줬다고 했던가. 몇 서클이라고 했지?”
“그 부분이 좀 애매합니다. 영주는 5서클이라 말하긴 했는데 사실은 4서클이라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영주가 조금 과장해서 얘기한 듯합니다.”
“흐음……. 노드힐 남작이 허세를 부린 모양이군.”
영주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용병단은 사실상 그의 병력이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크레스트 백작도 자신들의 힘을 잘 이용하지 않는가.
그러니 더 낮은 서클이라는 소문이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4서클 또한 우습게 볼 수준은 아니었다. 작은 영지라면 전속 마법사도 될 만한 실력이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부단장인 자르크를 보내지. 100명 정도면 충분하겠군. 마법사가 발악하면 팔다리 정도는 부러뜨려. 죽이지는 말고.”
노드힐 남작의 체면을 생각해서 그 정도에서 끝내는 것이다. 타이런으로서는 귀족과의 관계도 적당히 신경을 써야 했으니까.
그러나 계속 덤비는 놈을 살려 둘 정도로 관대한 성격은 아니었다.
“영 정신을 못 차릴 놈 같으면…… 그냥 죽여. 노드힐 남작은 내가 따로 찾아가서 달래 줄 테니.”
“알겠습니다.”
어차피 노드힐 남작은 타이런의 사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철갑 사자단은 군사력도 약한 노드힐 정도야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
그저 명분 없이 싸우면 ‘괘씸죄’로 다른 귀족에게 공격당할 수 있으니 적당히 비위를 맞춰 주는 것뿐이었다.
곧 철갑 사자단 본부에서 부단장 자르크와 마나를 다룰 줄 아는 간부 몇 명, 그리고 힘 좀 쓰는 용병들 100명이 출발했다.
그들이 떠났다는 보고를 받고 타이런이 혀를 찼다.
“아무리 신생 용병단이라 해도 그렇지, 감이 저렇게 없어서 어쩌자는 건지. 실력이 조금 있다고 살아남을 수 있는 바닥이 아닌데. 쯧쯧쯧.”
이번에 확실히 밟아 주면 정신을 좀 차릴 것이다. 게다가 생각해 보니 자신에게는 더 좋은 일이었다.
“강제로 영입했다는 용병들을 우리가 다시 빼 오면 되겠군.”
타이런이 힘이 없어 그런 방법을 안 쓴 게 아니다. 명분이 없어서 쓰지 못했을 뿐이다.
용병들 사이에서도 명분은 꽤 중요하다. 명분 없이 억지로 확장하다 보면 결국 다른 지역의 대형 용병단에 견제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참 좋았다. 율리엔 용병단이 먼저 명분을 만들어 줬다.
적당히 율리엔 용병단을 밟아 주면, 그들에게 당해 해체된 용병단의 단원들은 자신이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강제로 영입된 용병들이 율리엔 용병단에 의리가 있을 리가 없다.
“뭐, 나쁘지 않은 결과지. 전쟁을 앞두고 참 좋은 징조군.”
타이런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웬 꼴통들 덕분에 손쉽게 용병들을 충원할 수 있게 됐다.
단원들 실력이야 그저 그렇겠지만, 그래도 단장 출신들은 제법 쓸 만할 것이다.
요즘 들어 좋은 일이 꽤 자주 생기고 있다.
“좋아, 아주 좋아.”
느낌이 참 좋았다.
* * *
철갑 사자단의 간부들이 다시 지셀을 찾아왔다. 이번에는 용병 100명과 함께였다.
지셀은 그들을 보며 물었다.
“왜? 싸워 보려고?”
철갑 사자단의 부단장, 자르크가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지막 기회를 주지. 저번 일을 사과하고 우리 단장님께 ‘인사’를 드리러 가라.”
이 바닥에서는 무시당하면 끝이다. 지금 상대는 자신들의 단장인 타이런을 무시했다.
그러니 남은 건 실력 행사뿐이다. 그전에 기회를 주는 것이다.
철갑 사자단의 용병 100명을 앞에 두면 어지간한 자들은 양보할 마음이 들게 되니까.
과연 율리엔 용병단의 단원들은 모두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젠장, 이럴 줄 알았어.’
‘결국 시비가 제대로 붙었구먼.’
‘언제 도망가야 잘 도망갔다고 소문이 날까?’
그들은 모두 겁을 먹은 상태였다. 철갑 사자단과 비교하면 단원 개개인의 실력도 떨어지지만, 머릿수 자체도 상대가 되지 않는다.
저쪽에서 단단히 마음을 먹고 나온 이상 승패는 이미 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지셀은 다른 이들의 마음도 모른 채 히죽 웃으며 답했다.
“싫다면?”
“그러면 교육을 좀 해야겠지.”
자르크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철갑 사자단의 용병들이 모두 몽둥이를 꺼내 들었다.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다. 몇 대 패 주고 힘의 차이만 느끼게 할 생각이었다.
뭐, 그러다가 불미스러운 사고가 생길 수는 있겠지만, 몇 명 정도는 상관없을 것이다.
자르크가 주변을 둘러보며 크게 외쳤다.
“덤비고 싶은 놈들은 모두 덤벼도 좋다! 단, 덤빈 놈은 절대 용서하지 않을 테니 그렇게 알아라! 덤비지 않는다면 후에 철갑 사자단에서 받아 주겠다!”
그 말에 새로 영입된 용병들이 슬쩍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났다. 당연히 그들은 싸울 생각이 없었다.
저쪽에서 살아날 길도 열어 줬다. 해체된 전 용병단보다 더 좋은 곳에 받아 준다고 한다.
그 제안을 거절할 용병은 없었다. 다들 겸허하게 뒤로 물러나 결과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지셀은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에잉, 의리 없는 놈들.”
이해는 한다. 뭐 얼마나 같이 지냈다고 의리가 생겼겠나.
이 지역에서는 상대방의 명성이 워낙 독보적이니 겁을 먹을 만도 했다.
지셀은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말했다.
“자, 그러면 우리와 함께할 사람?”
당연히 새로 영입된 용병들은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누가 감히 철갑 사자단과 싸울 엄두를 내겠는가.
하지만 놀랍게도 산적 출신 단원 10명은 벌벌 떨면서도 앞으로 나섰다.
누가 봐도 나서기 싫은데 억지로 나서는 모양새였다. 용병들은 그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뭐야, 저놈들은? 바보들인가?’
‘지금 강제로 잡힌 주제에 의리를 지키겠다는 뜻이야?’
‘아니, 그렇게 보기엔 너무 겁을 먹고 있는데? 저럴 거면 왜 나선 거야?’
산적들은 확실히 겁을 먹은 상태였다. 그런데 그들은 철갑 사자단에 겁을 먹었음에도 연신 지셀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이 자리의 진짜 ‘포식자’가 누구인지 알아본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