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684)
684 – 직접 오라고 해. (2)
684화 직접 오라고 해. (2)
신입(?) 용병들은 앞에 나선 산적 출신 고참(?) 용병들을 보며 수군거렸다.
“이야, 저놈들 그래도 의리는 있네, 의리가 있어.”
“역시 사람은 갱생이 되나?”
“산적 출신이라 선입견이 있었는데 오늘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았어.”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산적들은 생각했다.
‘미친놈들아, 그게 아니야.’
‘타이런이 직접 왔다면 모를까. 저놈들 정도는 몇 놈이 몰려와도 안 돼. 부두목한테는 절대 못 이겨.’
‘여기서 빠지면 부단장한테 죽는다.’
보아하니 철갑 사자단은 전원 몽둥이만 들고 있었다. 죽이지는 않겠다는 뜻이 확실했다.
싸우다 보면 몇 군데 부러질 수야 있겠지만 차라리 그게 낫다. 어디 잘못 맞아서 죽거나 불구가 되지 않게만 조심하면 된다.
그렇게 그들은 싸울 각오를 다졌다. 철갑 사자단보다 눈앞에 있는 지셀이 더 무서웠기 때문이다.
지셀은 앞으로 나서다가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오스발, 너 안 나와?”
“형님, 사나이 오스발. 아까 점심 먹은 게 좀 체한 거 같아서요.”
오스발이 배를 잡고 아픈 표정을 지었다. 지셀은 그 모습을 보고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쯧쯧, 하여튼 클로드처럼 입만 살아서.”
항상 사나이니 뭐니 하면서 폼은 엄청나게 잡는데 덩치에 안 맞게 겁도 많고 엄살도 참 심하다.
구경하던 자르크가 비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야? 그게 전부야? 고작 그 인원으로 우리랑 싸워 보겠다고?”
지셀과 율리엔, 카일과 산적 출신 용병 10명.
나선 이들은 이게 전부였다. 데네브는 옆으로 빠져 부상자를 치료할 준비를 했다.
그에 비해 철갑 사자단은 100명이었다. 수가 적은 쪽이 압도적으로 강하지 않은 이상 싸움이 될 리 없는 머릿수였다.
그럼에도 지셀은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으로 답했다.
“말로 싸우려고 왔어? 덤빌 거면 빨리 덤벼. 그래도 선은 안 넘으려는 마음은 가상하니 나도 적당히만 손봐 줄게.”
지셀이 마법봉(?)을 빙빙 돌렸다.
날붙이를 안 꺼낸 것만으로 칭찬해 줄 만했다. 물론 저쪽은 충분히 이길 자신이 있기에 저런 만용을 부린 것이겠지만 말이다.
자신들을 내려다보는 듯한 지셀의 말에 자르크가 인상을 썼다. 역시 계속 들어 주기가 힘들다.
절반 정도만 내보내서 교육하려던 그는 생각을 바꿨다.
“전부 가서 저 새끼들 다 조져!”
“와아아아!”
용병들이 험악한 기세로 달려들었다. 동시에 지셀이 가장 먼저 앞으로 튀어 나갔다.
용병들이 다가오는 지셀을 보며 몽둥이를 휘둘렀다.
그에 맞서 지셀 또한 마법봉을 휘둘렀다.
콰아아앙!
“어?”
앞선 용병들은 잠깐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몽둥이가 맞붙을 때 나면 안 되는 소리가 났다.
몽둥이는 이미 박살이 난 상태였다. 그들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무언가에 얻어맞았다.
퍼억!
선두에 선 용병들이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쓰러졌다.
지셀은 무척 빠른 속도로 그들의 머리를 후려쳤다. 용병들은 맞는 족족 쓰러졌다.
퍼억! 퍼억! 퍼억!
“으아아악! 뭐야!”
용병들은 깜짝 놀랐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들이지만 지셀처럼 움직이는 자는 처음 보았다. 아예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지셀만 강한 게 아니었다. 율리엔과 카일 또한 검집으로 용병들을 마구 쓰러뜨리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100명이 몰려들면 삼십 명이어도 뒤로 밀리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단 세 명이 100명을 압도하며 몰아붙이고 있었다.
퍼억! 퍼억! 퍼억!
그중 발군은 역시 지셀이었다. 마법봉을 마구 휘두르는 그는 언제나처럼 혼자 일직선으로 용병 무리를 돌파하고 있었다.
“이놈, 멈춰라!”
마나를 사용할 줄 아는 간부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앞으로 나섰다.
카앙! 카앙! 카앙!
그러자 몽둥이가 부딪칠 때 이전과는 조금 다른 소리가 났다.
하지만 그들도 몇 수를 버티지 못했다. 쇄도해 오는 몽둥이를 순식간에 막은 지셀이, 간부들의 머리와 다리를 후려쳐 단번에 쓰러뜨렸기 때문이다.
자르크는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뭐, 뭐야? 저놈은!”
마법은 구경도 못 했다. 마법사는 그저 봉만 휘두를 뿐인데 다들 짚단처럼 쓰러지고 있었다.
다른 두 사람도 검집으로 툭툭 치는 느낌인데 이쪽 용병들은 거기 맞는 족족 쓰러지고 있다.
왜 저런 실력자들이 용병 짓을 하고 있을까? 진작 어디 귀족가에 들어가서 떵떵거리면서 살아야 하지 않나?
얼이 빠진 건 자르크만이 아니었다. 구경하던 율리엔 용병단의 신입 단원들도 입을 떡 벌렸다.
‘뭐, 뭐야? 저거 뭐야?’
‘우리 팰 때랑은 움직임부터가 완전히 다르잖아?’
‘강한 줄은 알았지만, 저 정도로 강할 줄이야!’
철갑 사자단은 이 지역 최고이자 최강의 용병단이다. 일반 단원들도 평범한 용병 셋은 상대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 정도로 실력이 검증된 인원들만 뽑는다. 그렇기에 최고의 자리를 유지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용병들이 우수수 쓰러지고 있다. 그냥 보기에는 일반인들과 다를 게 없었다.
신입 용병들도 지셀과 싸워 봐서 그가 강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그냥, 자신들에 비해 제법 강하다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넘겼다.
하지만 지금 보니 착각도 그런 착각이 없었다. 자신들이 그저 그런 용병들이었기 때문에 지셀도 제 실력을 다 보이지 않은 것뿐이었다.
퍼억! 퍼억! 퍼억!
지셀의 화려한 기술을 보며 전 산적들도 감격해 눈물을 글썽였다.
‘역시 사람은 줄을 잘 서야 한다니까!’
‘저건 아무도 못 이기는 악마야!’
‘부두목을 칠 거면 전원이 몰려왔어야지! 이 오만한 것들!’
그들은 상대와 맞붙을 필요도 없었다. 그냥 대충 함성만 내지르며 세 사람을 뒤따라간 게 전부였다.
앞장선 세 명이 다 쓰러뜨리니 딱히 할 일도 없었다. 그냥 쓰러진 놈 한 번씩 더 때려 주며 생색만 낼 뿐이었다.
“이놈! 감히 우리 율리엔 용병단을 치다니!”
“고작 이 정도 숫자로 될 줄 알았냐!”
“너희가 제일 센 줄 알았지?”
그들은 본인이 한 일도 아니면서 의기양양하게 굴었다.
어쨌든 먼저 맞은 것도 재주라면 재주라고, 이들이야말로 지셀의 진면목을 가장 잘 알고 있던 것이다.
퍼어억!
“끄어억…….”
세 사람이 활약한 덕분에 100명의 용병들은 그리 오래지 않아 모두 쓰러졌다.
산적 출신 단원들은 그나마 멀쩡해 보이는 자들을 더 때려 확실하게 눕혔다.
그러자 데네브가 바로 그들에게 손짓하며 말했다.
“자, 들것하고 붕대 가져오시고요. 약초도 좀 가져와요. 아휴, 이거 머리 깨진 것 봐.”
“알겠습니다! 누님!”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요!”
“시정하겠습니다! 누님!”
산적 출신 단원들은 깍듯하게 데네브에게 고개를 숙인 뒤 그녀를 도왔다.
데네브는 머리가 가장 많이 깨진 자들 위주로 신성력을 사용했다. 나머지는 산적 수하들이 대충 붕대로 감으며 치료했다.
그들도 야생(?)에서 살았던 자들이라 응급 치료 방법은 나름대로 알고 있었다. 데네브와 함께하니 부상자들을 금방 수습할 수 있었다.
철갑 사자단의 부단장 자르크는 그때까지도 멍한 표정을 짓고 서 있었다.
“꾸, 꿈을 꾸는 건가?”
꿈이 분명했다. 이 지역 최강이라 불리는 자신들이 고작 세 사람에게 이렇게나 얻어맞다니.
볼을 몇 번 꼬집었지만 꿈에서 깨어날 기미가 안 보였다. 악몽에 단단히 빠진 모양이었다.
그렇게 얼이 빠져 있는 자르크 앞으로 지셀이 천천히 다가왔다.
“어때? 소감이.”
“…….”
“겨우 이 정도 애들 데리고 최강이니 뭐니 으스대고 다닌 거야?”
“…….”
“하, 나 때는 말이야…….”
지셀이 말하다 말고 잠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자신의 용병단은 정말로 대륙 최강이었다. 그런데 그건 자신의 기억 속에서는 과거의 일이지만, 이 시대에서 보면 미래의 일이다.
그걸 뭐라고 말해야 할까? 옛날이야기인데 옛날이야기가 아니지 않은가.
고민하다가 머리가 아파진 지셀이 고개를 몇 번 젓고는 말했다.
“이제 내가 얘기할 차례네.”
“뭐, 뭘?”
“타이런에게 전해. 그쪽에서 ‘인사’ 하러 오라고.”
“아, 아니. 그건…….”
자르크는 기겁했다. 타이런은 자존심이 강한 남자다.
그런데 그런 말을 어떻게 전하겠는가!
지셀이 머뭇거리는 자르크의 어깨에 봉을 툭 올리며 말했다.
“지금 쓰러진 놈들은 다 감옥으로 갈 거야.”
“뭐, 뭐? 감옥? 용병들끼리의 다툼인데?”
“먼저 습격해 놓고 ‘졌습니다.’ 하면 그냥 끝날 줄 알았어? 내가 호구로 보여?”
“…….”
“저놈들 감옥에서 평생 썩게 하기 싫으면 그대로 전해야 할 거야.”
“…….”
노드힐 남작은 율리엔 용병단이 원하면 분명 그렇게 해 줄 것이다. 영지전을 앞두고 100명이나 감옥에 갇히면 곤란했다.
시비를 건 건 이쪽이다. 말뿐인 핑계라도 어쨌든 명분은 율리엔 용병단에 있었다.
지셀이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너도 그냥 가면 안 되겠지? 내가 확실히 전달하게 도와줄게.”
“뭘…….”
콰직!
“크아아악!”
자르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셀의 봉이 그의 어깨를 후려쳤다.
어깨뼈가 박살 난 그가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주저앉았다. 고통보다도 경악한 이유가 더 컸다.
‘이, 이놈은 마법사가 아니야! 우리 전부 속았다! 그런데 도대체 실력이 얼마나 뛰어나길래 이 정도로…….’
자르크도 마나를 쓸 수 있었다. 비록 싸움보다는 관리 쪽에 더 재능이 있지만, 싸움 실력도 어지간한 기사급은 된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철갑 사자단과 같은 대형 용병단의 부단장 역할을 맡을 수 있던 것이다.
그런 그도 지셀의 봉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아채지 못했다. 마나를 다룰 수 있는 자신의 몸이 단순한 공격조차 버티지 못했다.
‘단장님을 볼 때와 비슷하다. 정말 이놈이 단장님과 비슷한 실력이라는 말인가?’
자르크로서 짐작할 수 있는 한계는 그 정도였다.
어쨌든 그는 지금 한 가지는 확실히 깨달았다.
‘잘못 건드렸다. 차라리 조심스럽게 접근해서 적당히 회유했어야 했는데…….’
이들이 이 정도로 강한 줄 알았다면 지금 같은 방식으로 시비를 걸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무를 수 없다. 이렇게까지 당했으니 단장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둘 중 하나는 죽어야 끝이 날 것이다. 타이런은 그런 남자였으니까.
‘엄청난 피해가 있을 거야……. 어쩌면 우리 용병단은 영지전에 참여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자르크가 어깨를 움켜쥐고 일어났다.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이 충격적인 소식을 알리는 것밖에 없었다.
“알겠다…… 단장님에게 제대로 전달하도록 하지.”
그의 표정에서 분노와 비웃음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허탈함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지셀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올 때 선물 같은 거 가져와도 괜찮아.”
“…….”
자르크는 더 대답하지 않고 돌아갔다. 처음 들어올 때 기세등등했던 태도에 비해 혼자 돌아가는 뒷모습은 너무나 초라했다.
자르크가 돌아가고도 한참 동안 적막이 흘렀다. 쓰러진 용병들의 신음 소리와 산적 출신 단원들에게 치료법을 가르치는 데네브의 목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율리엔 용병단의 신입 단원들은 눈만 뒤룩뒤룩 굴렸다.
‘뭐, 뭐야? 왜 저렇게 세?’
‘저, 저것들 절대 사람이 아니야. 괴물들이야.’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거지?’
강해도 너무 강했다.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철갑 사자단은 자신들과 다르게 진짜 실력 있는 용병들이기 때문이다.
자신들 실력이 부족해 보는 눈이 없다지만,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부단장만 강한 게 아니었다. 단장인 율리엔과 제2부단장(?)인 카일마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했다.
이 정도면 세 사람의 실력이 타이런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설사 그보다는 조금 떨어진다 해도, 이쪽엔 그만한 실력자가 세 명이나 있다.
용병들은 어디에 줄을 서야 할지 확실히 깨달았다. 역시 산적 출신 놈들이 괜히 나선 게 아니었다.
그런데 이미 겁을 먹고 몸을 뺀 뒤라 참 난감했다. 욕을 먹어도 할 말이 없었다.
그때, 오스발이 크게 외치며 뛰쳐나갔다.
“이야아아아! 역시 형님들이십니다! 우리 율리엔 용병단이 이 지역 최강이다!”
뻔뻔한 오스발이 먼저 나섰다. 용병들은 두 번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우와아아아! 최고다!”
“역시 단장님과 부단장님들입니다!”
“우리가 이겼다!”
순식간에 환호가 가득 찼다. 지셀이 삐딱하게 서서 눈을 가늘게 뜨자, 오스발이 급하게 거대 망치를 들고 호기롭게 외쳤다.
“형님! 앞으로 형님의 대업을 적극적으로 돕겠습니다! 저 사나이 오스발! 언제나 선봉에 서서 형님의 적을 격파하겠습니다!”
“……그래.”
너무나도 투명한 태도에 지셀도 어처구니가 없어 그냥 넘어가고 말았다.
어쨌든 이번 일로, 영혼 없이 따르던 용병들의 반감은 많이 사그라들었다.
지셀과 다른 두 사람이 자신들의 실력을 확실하게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율리엔 용병단이 내부 기강을 새롭게 잡고(?) 환호하고 있을 때.
콰아아앙!
홀로 돌아온 자르크에게 전후 사정을 보고받은 타이런은 앞에 놓인 테이블을 박살 내며 외쳤다.
“전원 모아라! 그놈들을 아예 쓸어버리겠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그런데 씻을 수 없는 굴욕을 당하고 말았다.
“절대 용서할 수 없다.”
타이런의 눈에서 분노의 빛이 이글거리며 뿜어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