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gressed Mercenary’s Machinations RAW novel - Chapter (685)
685 – 직접 오라고 해. (3)
685화 직접 오라고 해. (3)
철갑 사자단의 간부들은 모두 당황했다.
지금은 크레스트 백작의 영지전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가볍게 건방진 놈들을 손봐 주고 끝나야 할 일이 왜 이렇게 커졌는지 알 수가 없었다.
타이런이 으르렁거리며 몇 번이나 자르크에게 캐물었다.
“다른 놈들은 움직이지도 않았다고? 고작 세 명? 세 명이 우리 용병들을 다 쓰러뜨렸다고?”
“네……. 그렇습니다.”
“그놈들이 최소 상급 기사는 된다는 뜻이야?”
마나를 쓸 수 있는 용병들도 몇 명 따라갔다. 그런데 그들까지 다 당했다니. 상대가 상급 기사 수준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일이었다.
자르크는 자신이 본 대로 가감 없이 말했다.
“그 마법사란 놈도…… 마법은 쓰지 않았습니다. 그저 봉만 휘둘러서 우리를 다 쓰러뜨렸습니다.”
“마법사가…… 마법을 안 써?”
“네. 아무래도 잘못된 소문이었던 거 같습니다. 마법은 정말 쓰지 않았습니다.”
지셀은 마법을 무척이나 많이 썼다. 온몸에 별별 마법이 다 걸려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걸 알아차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타이런은 자르크의 확신 어린 대답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노드힐 남작하고 그놈들이 헛소문을 낸 모양이군.”
그는 지금까지 몇 년이나 함께해 온 부단장 자르크를, 그의 안목을 신뢰했다.
어쨌든 최소 세 명이 상급 기사 수준의 실력이라면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의외의 전력에 타이런도 꽤 놀랐다.
“그놈들이 그 정도로 강할 줄이야. 과연 빠르게 성장한 이유가 있었군.”
작은 영지는 대부분 상급 기사 한 명 데리고 있기도 어려웠다. 그 정도로 상급 기사는 귀하고 강한 존재였다.
물론 타이런은 세 명과 싸워도 자신이 질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현재 최상급의 경지에 발을 내디딘 상태였으니까.
아직 대외적으로는 알리지 않았다. 상황을 지켜보다가 적당한 때 알려 용병단의 몸값을 확 키울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질 자신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급의 실력자 세 명과 동시에 싸워서 좋을 것도 없다. 이기더라도 크게 다칠 확률이 높았다.
“전쟁이라 생각하고 확실하게 준비해라.”
타이런은 용병이지 기사가 아니었다. 필요하다면 대결 따위는 얼마든지 집어치우고 수로 밀어붙일 수 있었다.
자르크가 조심스럽게 만류했다.
“그놈들은 정말 강합니다. 싸우면 결국 우리가 이기겠지만…… 우리 쪽 피해도 클 겁니다. 영지전을 앞둔 상황에서 피해를 봐서 좋을 게 없습니다.”
이번에야 교육하겠다는 마음이었으니 몽둥이만 들고 간 거지, 이제는 싸운다면 정말 유혈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
그리고 율리엔 용병단의 실력이라면 적어도 철갑 사자단 단원들의 절반은 목숨을 잃을 것이다.
하지만 타이런은 절대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지금 나한테 당하고도 가만히 있으라는 말인가?”
“차라리 화해하고 그들과 손을 잡는 건 어떻습니까? 그 정도 실력자들이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자르크는 자존심을 눌렀다. 그 자신도 화가 나긴 했지만 상대의 실력에 감탄한 마음이 더 컸다.
처음부터 원한을 맺은 사이는 아니니 차라리 율리엔 용병단을 키우자는 의견을 낸 것이다.
하지만 타이런은 자르크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런 식으로는 사람들을 이끌 수 없다.”
“…….”
“우리가 먼저 시비를 걸고 오히려 당했다. 이 사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널리 퍼지겠지. 지금 우리가 참고 넘어간다면 사람들은 우리를 비웃을 거다.”
“……하지만.”
“실리? 실리도 좋지. 하지만 한번 떨어진 위엄은 되찾기 무척이나 힘들다. 우리와 싸운 상대는 반드시 죽는다는 걸 모두에게 보여 주어야 한다.”
모든 귀족이 타이런을 원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가 강하다는 이유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그의 명성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
그것을 포기하고 양보하다 보면 결국 지금의 위치마저도 잃게 될 것이다.
자르크도 타이런의 원칙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기에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곧 철갑 사자단 모두가 무장을 한 채 노드힐 영지로 향했다.
노드힐 영지 경계의 검문소에서는 난리가 나고 말았다.
“저, 정지……. 무슨 일이냐?”
갑자기 무장 병력이 몇백 명이나 나타났다. 연락도 없이 나타났으니 검문소의 병사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타이런이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우리는 철갑 사자단이오. 노드힐 영지에 볼일이 있어 왔으니 길을 열어 주시오.”
일개 병사가 감당할 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결국 검문소를 책임지는 기사가 나섰다.
“무슨 일 때문에 오셨습니까?”
기사도 타이런과 철갑 사자단의 명성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상대가 용병임에도 예의를 지켜 물었다.
기사의 물음에 타이런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용병이 움직이는 데 일거리를 찾아다니는 것 말고 다른 이유가 더 있겠소? 노드힐 영지에 괜찮은 일이 있다고 해서 말이오.”
타이런이 말하는 일거리는 바로 율리엔 용병단을 손봐 주는 일이다. 그리고 그 말뜻은 기사도 알고 있었다.
“며칠 전에 100명이나 되는 용병들이 와서 문제가 조금 생긴 걸로 아는데 말입니다. 다들 감옥에 갇힌 상태입니다.”
“용병들끼리 시비가 붙는 건 흔한 일이오. 어딜 가도 볼 수 있는 장면인데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는 거 같소. 그리고 율리엔 용병단에서 우리를 ‘초대’하기도 했고 말이오.”
타이런은 감옥에 갇힌 용병들을 풀어 달라는 말 따위는 하지 않았다.
율리엔 용병단만 처리한다면 영주가 어련히 알아서 풀어 줄 걸 알기 때문이었다.
“…….”
기사는 어찌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며칠 전에 율리엔 용병단이 철갑 사자단의 용병들을 깨부순 소식은 이미 영지 전체에 잘 알려졌다.
이들은 분명 복수를 위해 찾아온 것일 테다. 만약 진입을 막는다면 타이런은 반드시 자신들에게도 복수하려 할 것이다.
‘크레스트 백작에게 요청하겠지.’
크레스트 백작은 타이런의 요구를 들어줄 것이다. 그 정도로 긴밀한 사이니까. 그렇게 되면 이 영지는 끝장난다.
노드힐 영지를 지켜야 하는 자신은 타이런을 막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지.’
타이런의 말처럼 율리엔 용병단 쪽에서 먼저 그들에게 찾아오라고 말했다. 그러니 현 상황은 전혀 문제 될 게 없긴 했다.
단지 한낱 용병단조차 막지 못하는 영지의 약함에 기사로서 조금 분개했을 뿐이다.
“알겠습니다. 부디 영지 내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걱정하지 마시오. 노드힐 영지에 피해를 줄 일은 없을 테니까.”
율리엔 용병단이 당하면 그거야말로 노드힐 영지에는 큰 피해다. 영주인 앤드류가 그들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사는 결국 따지지 못하고 그들을 보내 주었다. 그 정도로 철갑 사자단의 위세는 대단했다.
철갑 사자단은 쉬지 않고 바로 율리엔 용병단의 근거지로 향했다.
순식간에 주변을 포위한 타이런이 크게 외쳤다.
“나는 철갑 사자단의 단장 타이런이다! 율리엔 용병단은 당장 나와라!”
그는 이제 기세를 숨기지 않았다. 건물 앞을 지키던 용병들은 흉흉한 그의 모습에 잔뜩 겁을 먹었다.
‘우, 우와. 타이런이 진짜 왔어.’
‘정말 다 끌고 왔네. 오늘 우리 다 죽는 거 아니야?’
다른 용병들도 마찬가지였다. 시끄러운 소란에 무장을 갖추고 나왔지만 타이런과 철갑 사자단원들을 보고 주눅이 들어 버렸다.
‘아이씨, 어떻게 하지?’
‘왜 이렇게 빨리 온 거야?’
‘하긴, 100명이나 쥐어팼는데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
용병들은 또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간부들의 실력을 알고 그들과 함께하기로 마음을 먹었었다.
그 정도로 율리엔 용병단은 강했다.
그런데 막상 이 일대에서 가장 강한 용병인 타이런과 철갑 사자단원들을 눈앞에서 보게 되니 겁이 나기 시작했다.
원래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게 간사하다. 이들은 아직 확고한 믿음과 의지를 갖추지 못했다.
불안한 분위기 속에서 지셀이 어슬렁거리며 나와 말했다.
“금방 왔네. 선물 가져왔어?”
“…….”
타이런은 흉흉한 눈빛으로 지셀을 노려보다가 말했다.
“네놈이 정말 죽고 싶은 거로구나.”
“뭐야? 인사하러 오라고 했는데 제대로 안 전했나? 인사하러 올 때는 선물 가져오는 게 예의 아니야?”
사람 속 긁는 솜씨로는 지셀도 클로드 못지않다. 물론 지셀은 싸울 놈한테만 그러고, 클로드는 무차별적으로 아무한테나 그런다는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쿠웅!
타이런이 말에서 내렸다. 그의 육중한 체구에 땅이 크게 울렸다.
보통 사람들이 쓰는 검보다 훨씬 큰 검을 꺼낸 그가 지셀을 가리키며 말했다.
“노드힐 남작이 꽤 아끼는 용병단이라고 들었다. 유혈 사태는 나도 원하지 않으니 마지막 기회를 주지.”
“마지막 기회?”
“그래, 우리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해라. 그러면 용서해 주고 철갑 사자단으로 받아주겠다.”
타이런은 자신의 위엄도 지키고 실리도 챙기는 방법을 제시했다.
율리엔 용병단을 확실하게 굴복시키고 전력을 강화한다. 누가 봐도 좋은 모양새였다.
물론 상대방은 굴욕을 감내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당연히 지셀은 거절했다.
“거절하지. 그쪽이 무릎 꿇으면 내가 봐줄 용의는 있어.”
타이런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손을 들었다.
차앙!
그의 신호에 맞춰 철갑 사자단원들이 모두 무기를 뽑고 기세를 뿜어내었다.
몽둥이를 쓸 때와는 달랐다. 실제로 날붙이를 쓰는 이상 사상자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지셀이 피식 웃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멍청한 율리엔 용병단원들은 여전히 주눅 든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역시 한 번 본 걸로는 제대로 깨닫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지셀은 가장 앞에서 어정쩡하게 서 있는 오스발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이, 사나이 오스발. 뭐 해? 전투 준비 안 하고.”
“혀, 형님. 저 사나이 오스발. 아침에 먹은 게 배탈이 났는지 배가 좀…….”
“쓰읍.”
지셀은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 주지 않았다. 그가 눈을 부라리자 오스발은 울상을 지으며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산적 출신 단원들은 이번에도 주눅 든 표정으로 나왔다.
사실 저번보다 더 무서운 상황이었지만 그들은 지셀에 대한 공포가 뼛속 깊이 스며든 상태였다.
“흐음…….”
지셀은 아직도 나서지 않은 용병들을 둘러보았다.
“역시 믿음이 부족한가?”
강제로 쥐어패어 나오게 할 수는 있다. 협박도 건넬 수 있다.
하지만 언제나 힘으로 윽박지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었다.
무릇 무리를 이끄는 리더는 그 구성원들에게 자신이 따를 만한 사람임을 보여 주어야 한다.
지셀이 율리엔 용병단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믿음과 의리를 따지기에는 우리가 함께한 기간이 너무 짧지? 너희도 좋아서 입단한 건 아니고 말이야.”
몇몇 용병들이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사이도 안 좋은 상태에서 강제로 용병단을 해체당하고 입단했다.
아무리 자신들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지만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감정은 저번 싸움을 보고 많이 희석된 상태였다. 지금 문제는 그저 서로 함께할 만한 믿음과 의리가 있냐는 것이다.
아직은 이들이 함께한 시간도 너무 짧았고, 지금 나타난 적들 또한 그들에 비하면 너무 강했다.
그러니 흔쾌히 나서서 함께 싸울 엄두가 날 리 없었다.
그 속내를 충분히 알고 있는 지셀은 마지막으로 기회를 줄 생각이었다.
“다들 나보고 마법사가 아닌 거 같다고 해서 좀 억울하더라고. 나는 싸움만 잘하는 게 아니야.”
지셀이 봉을 허공에 몇 번 휘저으며 웃었다.
“마법도 이제 아주 잘하지.”
파아아악!
허공에 불덩이 하나가 나타났다.
그 불덩이는 서서히 반으로 갈라졌다. 그것은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넷이 됐으며 넷은 여덟이 되었다.
지셀은 여전히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허공의 마력을 재배열했다.
“마법의 원리는 간단해. 세상의 법칙을 비틀고 의지를 실어 원하는 것을 구현한다. 그 말은, 의지만 강하다면 다양한 방식으로 마법을 구현할 수 있다는 뜻이지.”
불덩이들은 끊임없이 분화하며 하늘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어느새 수십 개를 넘어 수백 개로 늘어난 상태였다.
구경하던 용병들은 모두 입을 벌렸다. 심지어 타이런마저 눈을 부릅뜨고 놀랄 정도였다.
“저, 저게 뭐야?”
“무슨, 무슨 마법이지?”
“저런 마법이 있었어?”
이제 허공에는 오백 개가 넘는 불덩이들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그러고도 여전히 분화하는 불덩이들을 보며 다들 넋이 나가 버렸다.
곧 지셀의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울렸다.
“이것이 내가 만든 마법. 파이어 스웜이다.”